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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이.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4.07 16:05
최근연재일 :
2024.05.2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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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4.2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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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5화 반등

DUMMY

15화



실험이 성공한 덕에 칩을 하나 받았다.


‘혼자 꿀 빠는 것도 좋지만 이것도 나름 괜찮네.’


다 같이 잘 먹고 잘살자는 위아더월드 정신이 때에 따라 먹히는구나.

그런데 왠지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새로 받은 게 레드칩이라는 사실.


저번에 이걸 깠더니 ST그룹의 제2 이동통신 사업권 반납 정보가 나왔었지.

즉 레드칩은 주식 사면 좆되는 경우를 알려줬다는 말씀.


‘대림공업을 팔아서 계좌에 현금이 빵빵한데.’


지금은 매수 종목을 알려줘야지.

그래야 또 지를 거 아니겠습니까. 헬 시스템님아.


그러려면 블루칩이나 옐로칩이 나왔어야 하는데.

블루칩은 「저 PER 주 혁명」에 관한 정보를 줘서 무려 5배 넘게 먹었고.

옐로칩은 대림공업으로 일주일 만에 4번의 상한가를 먹지 않았나.


‘혹시 몰라. 이번엔 ST그룹 때와 달리 매수에 도움이 될지.’


아직 한 번씩밖에 경험해보지 못해서 어떤 색깔의 칩이 어떤 정보를 주는지 확실치 않거든.

써보면 알겠지 머.

나는 머릿속으로.


오픈, 언박싱, 열려라, 쓴다, 까라(이건 어감이 좀 안 좋네), 사용한다를 외쳤다.


《헬스트리트저널 뉴스:700포인트대에서 폭락하기 시작한 종합주가지수는 연말 대선을 의식한 정부의 요구로 기관투자가들이 매수함으로써 540포인트에서 잠시 반등한다. 하지만 곧 다시 하락하여 450포인트대에 가서야 진정한 바닥을 찍는다》


역시 레드칩은 주식 샀다가는 조지는 케이스를 알려주는 게 맞았다.


“클났네, 클났어.”


나도 모르게 쩝쩝 입맛을 다셨다.

현재 코스피는 550~540포인트 사이에서 버벅대고 있다.

여기까지 오는데에도 투자자들의 비명소리가 낭자했는데 앞으로 한참 더 하락해야 바닥이라니.

어떡해야 하나.


먼저 나의 두 고객님 계좌 현황이 눈에 아롱거렸다.

지금도 한참 마이너스를 기록 중인데 이 일을 어쩌나.

450포인트까지 빠지면 충격이 클 텐데.

게다가.


‘출격을 기다리는 내 모찌도 쉬어야 하잖아.’


거금 3천9백만 원이 5분 대기조를 타고 있는데.

이런 안타까운 일이 있나.

시간이 돈인데 말이야.

헬 시스템의 도움 없이 한 번 부딪혀 봐?

아니다. 그건 미친 짓이지. 장이 내려간다는 걸 뻔히 알면서.

그냥 해본 소리다.


‘현금 보유가 최선이란 건가?’


선물시장은 앞으로 4년이 더 지난 1996년에 생긴다.

고민하던 나의 뇌리에 갑자기 단어 하나가 번쩍 떠올랐다.


대주(貸株)!


나는 확실히 아직 주린이가 맞는 모양이다.

이걸 고민해야 겨우 떠올리다니.


증권회사에서 주식을 빌려 먼저 판 다음 가격이 내린 후 그 주식을 사서 갚는 걸 대주라 한다.

다른 말로 하면 차입 공매도.

일반적인 주식매매와 반대로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증권회사는 고유계정을 통해 상품 주식을 사고판다.

즉 증권사도 개인처럼 주식매매를 통해 이익을 추구한다는 소리.

증권사가 사서 보유 중인 주식을 고객에게 이자를 받고 빌려주는데 기간은 보통 1~3개월로 주식 신용거래와 같다.


물론 내린 다음 주식을 되사면 좋지만 그 반대로, 팔고 주가가 올라버리면 존망이다.

하지만 헬저널이 방금 450포인트까지 빠진다고 알려주지 않았나.

반등 타이밍을 노려야겠다.


다음 날 장이 시작되었다.


“이야~ 오늘은 웬일이래? 전광판이 다 빨갛고.”

“그러게 말이야. 시어미 죽고 처음이네. 제기.”

“많이 빠졌잖아. 오를 때가 된 거지!”


객장에서 살짝 흥분된 목소리들이 오갔다.

마바라 선생들의 말처럼 거의 전 종목이 플러스를 기록하는 바람에 진~짜 오랜만에 시세 전광판이 붉은색으로 출렁였다.


헬저널이 말한 반등이 왔구만.


정확하게 코스피 540을 찍고 반등이 시작된 것이다.

다만 이게 상승으로의 추세 전환이 아님은 물론 의미 있는 큰 반등도 못 된다는 게 문제다.

여기 홀려서, 드디어 왔구나 하면서 따라 들어가면 엮인다는 사실.


‘얼마 못 가 바로 꺾이겠지? 2~3일은 가려나?’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숨죽이고 있다가 정확한 타이밍에 들어가야 한다.

어디 보자. 우리 고객님들 주식은 어찌 됐나.


동청건설 +150원

일동종합상사 +120원


다행히 우리 개잡주들도 선전하고 있구나.

다른 낙폭 과대주들 역시 일제히 반등하여 객장이 모처럼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뚜르르르르르~


그때 전화가 왔다.

난 직감적으로 박영숙 고객임을 안다.

항상 이맘때쯤 시세 물어보려고 전화하거든.


“오늘은 좀 어때요? 또 빠져요?”


“아니요. 120원 올랐습니다.”


“아유~ 웬일이야! 일동이 오를 때도 다 있고.”


“오늘은 전반적으로 다 좋네요. 지수도 꽤 올랐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올라가는 거에요? 본전 찾을 수 있겠어요?”


아닌데··· 그건 너무 나간 건데.

그래도 잔뜩 기대하는 사람한테 바로 아닙니다라고 말할 수야 있나.


“글쎄요. 뭐, 사모님도 잘 아시다시피 주식 움직임을 누가 확실히 알겠습니까. 낙폭이 워낙 컸으니까 자연스럽게 나온 반등인지 아니면 바닥을 다졌다고 시장이 판단하는지는 좀 더 두고 봐야죠.”


어디까지나 두루뭉술하고, 애매모호하고, 아리까리하게.


“그래도 거기 앉아있으면 시장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잖아요? 상승이 얼마나 갈 것 같아요?”


기어이 답을 듣고 싶어 하시네.

이쯤 되면 영업직원으로서, 또 담당자로서 솔직한 생각을 얘기해 줄 수밖에 없다.


“그게··· 음, 어디까지나 제 생각인데··· 이번 반등은 솔직히 말씀드려서··· 별로 크지 않을 것 같네요. 딱 어디까지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아이고 어렵네.


“어머, 왜요? 그 동안 빠진 거 생각하면 바닥 찍은 건지도 모르잖아요?”


희망 사항입니다.


“그 동안 가장 많이 내린 업종이 금융, 건설 그리고 사모님이 보유하고 계신 건설주들인데 이것들이 반등한 거에 비해 지수가 너무 많이 올랐어요. 그건 한전, 포철, 칠성전자 같은 지수 관련주들이 올라서 그런 거거든요. 연말에 대통령 선거가 있잖아요.”


이 정도 말하면 박 여사님이 알아 들으시려나.

짬이 있으니 알아 들으시겠지.


“정부에서 기관에 사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말씀이죠?”


역시 우리 박 여사님.


“제가 볼 때는 그런 거 같습니다.”


“아유~ 그럼 안 되는데.”


그러게요.

그건 오히려 진짜로 바닥 찍고 상승할 시기를 늦추는 짓밖에 안 되거든요.

뭐든지 억지로 해서 되는 일이 없듯이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예전에 있었던 증시안정기금 투입도 역효과만 냈었다.


“그럼 어떡해요? 그냥 팔아요? 팔면 많이 깨지잖아요. 아유~ 단타 치러 들어갔다가 완전 망했네. 강 주임님 같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솔직하게 얘기할까?

아, 고민되네.

그래. 사람이 덕을 쌓아야지.

혹시 또 칩을 받을지 모르잖아.


“저라면··· 아쉽지만 이번 반등을 이용해 손실을 좀 줄이면서 처분하겠어요. 기다리면 기회는 또 오는 거잖아요. 진 바닥이 올 때까지 현금으로 가지고 계셨다가 괜찮은 종목 하나만 잡으면 복구는 금방입니다.”


어쩌면 그때쯤 블루칩이나 옐로칩 하나가 뜰지도 모르거든요.

그럼 진짜 한 방입니다.


“에휴~~”


수화기에서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기어이 손절을 해야 하나. 알았어요. 강 주임님 말씀대로 할게요. 보고 계시다가 반등이 끝날 것 같으면 처분해 주세요.”


손절매를 할 줄 알아야 주식시장에서 살아남는다.

박영숙 여사는 생각이 꽤 유연한 사람인 것 같다.


“네, 알겠습니다.”


“그때까지는 전화 안 할 테니까 팔고 연락 주세요. 시세 자꾸 알면 마음이 변할 것 같아서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번에도 일임하겠다는 말씀.

확실히 이 고객님과는 말이 통한다.

남녀 간에 궁합이라는 게 있듯이 영업직원과 고객 사이에도 케미가 존재한다.

그렇게 통화가 끝났다.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으니 다행이네. 그런데 나의 첫 고객님인 조대철 님은 연락 한번이 없으시네. 내가 먼저 전화해 볼까? 아니야, 주문할 일이 있을 때 자기가 연락한다고 강조했잖아. 안 하는 게 좋겠다.’


증권사 영업직원에 대해 엄청난 불신감을 가진 분.

내가 전화해서 동청건설을 파는 게 좋겠다고 하면 약정 돌리려는 거로 생각할게 틀림없다.

마음이 바뀌면 본인이 연락하겠지.

오지랖은 금물.


어쨌든 장은 강한 반등세를 끝까지 이어가 다들 해피한 하루였다.


다음 날 아침 회의시간.


어제의 반등으로 고무된 듯 얼굴들이 대체로 밝다.

특히 우리 양 차장님.

입에 거품을 물고 열변을 토하시네.

지금까지 파악한 바로는 쉽게 흥분하고 고집 세고 잘 난 척하기 좋아하는 성격이다.

MBTI 유형이 도대체 뭐냐? 너무 궁금하네.


“어제 반등은 단순히 낙폭 과대에 따라 나온 반등이 아니야. 이 차트를 봐봐. 여기서 여기까지 빠진 다음 여기서 약간 우상향, 그다음 다시 쫙 내려왔지? 이건 엘리엇 파동 상 전형적으로 하락 abc파가 완성된 거라고.”


엘리엇 파동이론까지 등장하시고~.

나한테는 엘리엇이 똥 싸는 소리로 들리지만.


“그럼 여기서 피보나치 비율 0.618을 적용하면······.”


피보나치 비율까지 읊어가면서~ 아주 난리가 났네, 난리가 났어.

한 마디로 시장은 바닥을 찍고 본격적인 상승국면으로 전환했다는 거다.

이 양반은 참··· 어떻게 기회 있을 때마다 반대로 찍냐.

그것도 쉽지 않은데.


“그러면 양 차장 말은 사야 한다는 거지?”


지점장이 양 차장의 긴 설명이 끝나자 물었다.


“사야죠. 여기선 무조건 질러야 되요. 이게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니라니까요.”


하여튼 주관 하나는 뚜렷해요. 맨날 틀려서 그렇지.


“흠~ 사야 된다 이거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해?”


지점장이 둘러앉은 영업직원들을 쭉 훑어봤다.


“글쎄요, 저는 좀 생각이 다른데··· 어제 기관 순매수 금액이 두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거든요. 아무래도 정부의 압력이 작용한 것 같아요. 내용 면에서도 지수만 너무 올려놓은 것 같아서 그다지 좋아 보이질 않고.”


짬뽕 멤버인 박 차장이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그래도 다행이네.

양 차장 의견에 휩쓸려 또 저번처럼 절벽 집단 다이빙을 시전하면 안 되잖아.


지점 의견은 대체로 반반이었다.

지금부터 가니까 매수를 적극 추천 하자와 아니다, 불확실하니까 아직은 몸조심할 때다. 이렇게.

내가 나서서 우매한 백성들을 옳은 길로 인도해야 하나?

아니지. 그럴 만한 짬밥도 아닐뿐더러 아까 오지랖은 금물이라고 선언했잖아.


양 차장이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를 하든 말든, 박 차장이 간만에 옳은 소리를 하든 말든, 나는 나의 길을 가면 된다.

무슨 길?

대주! 공매도!


“그럼 오늘 하루 장을 더 지켜보자고. 매수세가 어제보다 강하다면 바닥 찍었을 가능성이 높은 거니까 양 차장 의견대로 적극 매수로 가는 거고. 아니면 박 차장 말대로 기술적 반등이니까 매도 기회로 봐야 되겠지.”


지점장이 나름 합리적인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회의가 끝났다.


‘어디 대주 목록을 한번 살펴볼까.’


나는 지점 게시판 쪽으로 갔다.

언제든 들어갈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고 있어야지.


대주가 가능한 주식 목록은 매일 본사 자산운용부에서 지점으로 팩스를 통해 보내준다.

그걸 게시판에 핀으로 꽂아 놓는다.


흠~ 어디 보자.

대성증권, 우대증권, 한성증권, 삼보토건, 영광무역···.


역시 트로이카 주가 대부분이구나. 그중에서도 특히 증권주가 많고.

자산운용부에서도 증권주에 엄청 물려있다는 뜻이겠지.

주식시장이 빌빌 싸면 가장 타격을 입는 게 바로 증권회사니까.

이 말은 헬저널이 준 정보대로 지수가 더 하락한다면 가장 많이 빠질 종목은 역시 증권주라는 얘기.


‘좋아, 딱 걸렸어!’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데.


딩동댕동댕!


이제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알람 소리가 머릿속을 울렸다.

전국노래자랑 시작할 때 나는 소리랑 비슷하네.


으잉, 뭐지?


〈5개의 칩을 사용하였으므로 헬룰렛을 한 번 돌릴 수 있습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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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9화 레드칩 +27 24.05.14 8,353 28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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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7화 가게 확장 +14 24.05.12 8,868 27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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