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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이.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4.07 16:05
최근연재일 :
2024.05.2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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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4.0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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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화 저승

DUMMY

1화



과장 승진.


"앗싸~!"


어제 발표가 났다.

월급쟁이한테 승진만큼 기분 좋은 일이 뭐 있겠냐.


비록 중소기업이지만 입사한 지 7년 만에 드디어 관리자가 된 셈.

그리고 오늘은 내가 과장으로서 첫 출근을 하는 날이다.


서울의 삐리리한 대학을 졸업한 나.

수십 통의 지원서를 낸 끝에.

대기업은 다 떨어졌고.

그럭저럭 봐줄 만한 중소기업에 간신히 합격했다.


〈강준혁 님 최종합격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아 씨, 감격! 감격!


문자를 받고 몇 번이나 어퍼컷을 날렸는지.

그 감동의 순간은 경험해본 사람만 알 거다.


나는 대학 생활 내내 알바로 학비와 용돈을 벌었다.

그건 당연히 우리 집이 겁나, 허벌나게, 졸라 가난했기 때문이지.


내가 초등학교 다닐 무렵 아버지가 운영하던 공장이 쫄딱 망했다.

그 후 계속 그렇게 살아온 거다.

입사해서 진짜 야근은 기본, 휴일도 별일 없으면 출근.

그렇게 뺑이 친 덕에 드디어 과장 자리에 올랐다.


으흐흐흐흐흐

오늘부터 과장님으로 불리는구나.

아, 씨바 웃음이 멈추질 않네.


그렇게 헬렐레 집을 나섰다.

그런데···.


아니, 이런 개같은 경우가.


“어어어, 저 차!”


횡단보도를 건너는 중 귀를 파고드는 이 심상찮은 외침은 뭐냐?

두리번두리번.

멀지 않은 곳에서 달려오는 차가 보였다.

신호등은 당연히 빨간불.

근데 전혀 속도를 줄이지 않네.


‘저런 미친 새끼!’


이런 경우 몸을 날려서 피한다고?

웃기시네.

그건 영화에서나 나오는 얘기다.

발바닥을 본드로 붙여놓은 거 같다.


쿠당탕!


얼마나 세게 박았는지 소리가 아주 찰지다.


휘이이익, 철푸덕!


이건 차에 치인 충격으로 공중 묘기를 보여준 내가 아스팔트 위로 사뿐히 패대기쳐지는 소리다.

그렇게 과장으로서의 첫 출근길에.

밤새 술 처먹고 졸음 운전한 개새의 차에 치여 죽었다.


내 나이 고작 34살인데.

아직 살날이 50년쯤은 남았을 텐데.

과장 됐으니, 연애도 좀 하려고 했는데.


아 씨, 생각할수록 열 받네!


근데 쫌 이상하다.

벌써 죽은 내가 왜 주절거리고 있냐.


다시 두리번두리번.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내 영혼이 공중에서 사고 현장을 내려다 보고 있네.


오~ 영혼이라는 게 진짜 있었구나.


불쌍한 내 몸뚱어리에 대고 전부 핸드폰만 찍어댄다.

저런 인정머리 없는 새끼들.


삐뽀삐뽀


경찰차와 구급차가 왔다.

오면 뭐하냐.

이미 뒤졌는데.


오늘 저녁 뉴스에 잠깐 나오겠지.

음주운전이 또 한 명의 젊은 생명을 앗아갔네 어쩌네 하면서.


나도 TV에 한번 폼나게 나오고 싶었다.

근데 이렇게 나오게 될 줄이야.


살아온 얼마 안 되는 날들이 눈앞을 스쳐 가는구나.


이럴 줄 알았으면 대충대충 사는 거였어.

여름방학 때 해수욕장 한 번 못 가봤다.

그렇게 개고생하며 알바만 한 게 너무 억울하다.


회사 가서도 그렇지.

뭐 하러 맨날 야근했냐.

그런다고 임원 될 것도 아닌데.

그냥 술이나 빨고 여자나 만나면서 탱자탱자하는 건데.

아이고 내 팔자야.

근데 인제 와서 후회하면 뭐하냐.

버스는 떠났고 지하철 문은 닫혔다고.


주저리주저리.

신세 한탄만 하고 있는데.

몸이, 아니 영혼이 갑자기 어디론가 빨려가네.


아, 드디어 가는구나 저승으로.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


어디서 찬송가가 들리는 거 같다.

아니 내 착각인가.

평소 교회도 안 다녔는데 찬송가가 나올 리가 없지.

그래도 이왕 가는 거 좀 좋은 데로 가면 안 될까.


잠시 후 주위 배경이 바꼈다.


그런데 여기가 저승이냐?

왜 이렇게 깔끔하지?

무슨 회사 사무실 같다.


원래 저승은 막 불길도 치솟고 뭔가 좀 그로테스크하고 그래야 하는 거 아냐?

의외의 상황에 살짝 당황스럽네.


“오호~ 겁나게 운이 좋은 놈이 누군가 했더니 바로 너였구나!”


어딘가에서 양복 쫙 빼입은 중년 신사가 나타났다.


뭐지? 저승에 웬 양복?

여기가 저승이 맞긴 맞냐?


갑자기 헷갈리네.


“누구세요?”


“나? 헬 매니저.”


“헬 매니저요?”


그게 뭐냐?


“헬 몰라? 헬?”


“헬? 헉, 헬(Hell)이면 지옥? 그럼 제가 지옥에 왔다는 건가요?”


나름 착하게 산 것 같은데 왜 지옥이냐.


“무식한 놈 같으니. 헬이 꼭 지옥이란 뜻만 있냐? 저승이란 말이다.”


아, 맞다!

헬(Hell)이란 단어에 저승, 황천이란 뜻도 있지.

영어공부는 쪼끔 열심히 했었는데 그걸 헷갈리다니.

사람이 당황하면 그럴 수도 있지 머.


여기가 저승이 맞기는 맞구나.

근데 분위기가 영~~.


“하긴 요즘 세대 영혼들은 헷갈릴 만도 해. 오케이 인정. 나도 가끔 이상하다고 느낄 때가 있는데 뭐. 근데 어쩌냐 시대가 변한걸. 여기도 신세대들이 주류가 되면서 완전히 분위기 바꼈어. 나도 옛날엔 저승사자로 불렸었거든. 저승사자는 들어봤지?”


“그럼요.”


“저기 보이는 현판도 옛날에는 그냥 한자로만 쓰여있었어. 근데 요즘 영혼들이 한자를 워낙 몰라서 영어로 바꿨어. 영어를 더 잘 하니까 어쩔 수 없지 뭐.”


쳐다보니.


『권선징악(Rewarding virtue and punishing vice)』


번쩍번쩍하는 금 글씨로 쓰인 현판이 보이네.


‘권선징악이 한자로 어떻게 쓰더라?’


잠깐 생각해봤지만 나도 잘 모르겠다.

역시 한자는 너무 어려워.


“내부 인테리어도 싹 뜯어고쳤잖아. 어때, 근사하지?”


“예··· 괜찮아 보이네요.”


솔직히 이 정도면 웬만한 대기업 수준은 되겠다.

인간 세상이 변한 것처럼 저승도 참 버라이어티하게 변했구나.


“어쨌든 넌 진짜 운 좋은 놈이야. 그 극악한 확률의 헬 로또에 당첨됐거든.”


“헬 로또요? 그게 뭔데요?”


“아~ 이게 뭐냐면 말이지, 너처럼 억울하게 죽은 영혼들을 위해 다시 돌아갈 기회를 만들었거든. 1억 명 중의 한 명! 그러니까 넌 무려 1억 분의 1의 확률을 뚫고 당첨됐다 이 말이야.”


“돌아간다고요? 그럼 제가 다시 살아난다는 뜻인가요?”


“그럼 내가 헛소리를 했겠냐? 명색이 매니전데.”


오우

마이

갓!


로또라고는 5천 원짜리도 된 적이 없다.

그게 죽어서 이런 행운이 오려고 그랬나보다.

역시 사람 팔자는 모르는 거야.


“죽기 직전 상태로 돌아가는 건가요?”


“그건 아니고··· 음~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겠군. 잘 들어, 리바이벌은 없으니까. 이 헬 로또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되느냐 하면 말이야, 회귀하는 건 당연히 맞는데 그 시점은 무작위 추첨으로 나오는 숫자에 달렸어.”


로또라서 그런가 보다.


“저기 있는 기계를 너가 돌려서 나온 숫자에 따라 회귀 연도가 결정된다 이 말이야.”


가리키는 곳을 보니 숫자가 적힌 공들이 가득 들어있는 기계가 있다.

좀 전까진 없었는데 이것도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났다.


“올해일 수도 있고 100년 전일 수도 있어.”


“헉, 100년 전이요?”


“응, 그게 최대치야.”


100년 전이면 1924년, 일제강점기 때잖아.

일본놈 순사가 칼 차고 다니면서 우리 독립투사들 막 잡아 들이던 시대 맞지?

아무리 회귀라도 그런 데 떨어지면 곤란한데.


“너무 걱정하지 마. 먼 과거일수록 확률이 낮으니까. 그리고 참고로 알려주는데 너의 환경도 살짝 변할 거야. 예를 들면 나이나 직업 같은 거 말이야. 똑같은 인생을 되풀이 하는 건 재미가 없잖아? 그리고 상식적으로 2000년대로 갔는데 인력거꾼이라든지 1950년에 떨어졌는데 AI 전문가라면 너무 이상하잖아 그치?”


그 말은 맞겠다.

어차피 이건 로또고 로또는 운빨이니까.


‘환경이 좀 달라진다니까 이번엔 집이 잘 살면 좋겠다. 재벌 2세까지는 바라지도 않아. 그냥 중산층 이상만 돼도.’


가난은 너무 지겹다.

그리고 또 군대에 가야 된다면 그냥 여기 있는 게···.


나는 이런 간절함을 담아 기계 버튼을 눌렀다.


윙윙윙윙윙윙···.


덜커덕!


또르르르···.


한참을 돌던 기계가 드디어 공 하나를 뱉어냈다.


공에 찍힌 번호는 「92」


내가 돌아갈 해가 1992년으로 결정된 거다.


92년이면 내가 갓난아기 땐데.

난감하지만 일제강점기에 안 떨어진 걸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해야 하나.


“아 참, 헬 로또 당첨 보상에는 회귀만 있는 게 아니야. 추가 보너스도 있으니 잘 활용해보도록 해.”


헬 매니저의 말을 들은 후 나는 곧 정신을 잃었다.


*****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에서 황영조 선수가 금메달을 딴 해.

수능체제로 가기 전 마지막 대입 학력고사가 치러진 해.

PC게임 스트리트 파이터 2와 듄 2가 나온 해.

롯데 자이언츠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해.

손흥민과 네이마르가 태어난 해.

그리고 서태지와 아이들이 「난 알아요」를 부르며 화려하게 데뷔한 해다.


물론 이때 갓난아기였던 내가 이런 걸 어떻게 다 알겠냐. 그냥 그렇다는 얘기다.


오늘로 회귀한 지 사흘째가 되었다.

첫날은 엄청 헤맸지만 이제는 핸드폰이 없는 이 답답한 삶에 대충 적응해나가고 있다.

다만 진짜 개 같은 게···.


전생에 돈에 한이 맺힐 정도로 가난했는데 또 가난하다. 조또!

웬만큼 좀 사는 집안에 태어나게 하면 안 되나.


회귀해보니.

젊어졌다. 27살로. 그 외에는 똑같다.

부모님과 여동생, 집은 봉천동에 있는 반지하. 그것도 전세.


「꼬꼬 치킨」


부모님은 이 촌스러운 상호를 내걸고 여전히 닭을 튀기고 계신다.

다만 전생에서는 「꼬꼬 프라이드치킨」이었는데 ‘프라이드’가 빠졌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전문대를 나온 동생은 전생에 내가 다녔던 곳보다 훨씬 작은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동네 치킨집을 하며 나와 동생을 모두 대학까지 졸업시켰으니 우리 부모님은 나름 열심히, 성실하게 사신 분이다.

가난하긴 하지만 그건 인정.


헬 매니저가 그래도 최소한의 양심은 있었다.

전생보다 좋아진 게 한 가지는 있으니까.


내가 입사한 회사가 중소기업이 아니라 금융회사라는 점.


「국도증권 주식회사」


금융권!

그것도 새마을금고나 저축은행 같은 게 아니라 무려 증권회사다.

회귀 전의 내 스펙으로는 지원할 엄두도 못 낼 회사.

1980년대의 호황이 아직 이어져서 그런가.

증권회사에서 그저 그런 대학 출신도 뽑아줬으니.


환경이 살짝 변할 거라는 헬 매니저의 말은 바로 이거였나 보다.

증권회사는 월급이 많다.

중소기업과는 비교가 안 되겠지.


다만 과거로 왔고 게다가 증권회사에 입사했다고 하니.

무지하게 아쉽게 느껴지는 것이 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주식 좀 하는 건데.


그랬으면 웹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앉아서 떼돈을 벌 거 아니냐.

공부, 알바, 야근.

주식은 근처에도 못 가봤다.


그래도 코인은 주워들은 게 좀 있는데 말입니다.


비트코인이 본격적으로 거래된 게 언제더라. 2010년? 2011년?

아무튼 아직 멀고도 멀었다.

물론 칠성전자나 대현자동차 같은 우량주가 꾸준히 오른다는 거 정도는 나도 안다.


‘지금부터 월급 받으면 칠성전자를 사 모으는 게 정답인가?’


은행에 저금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겠지.

그러나 그러기엔 너무 아깝다는 느낌.

돈에 한이 맺힌 난데 말이야.

좀 더 고민해봐야겠다.


내가 발령받은 곳은 국도증권 신림지점.

신림사거리 근처에 있는 곳이다.

집이 봉천동이니 가까운 여기로 배치한 게 아닌가 싶다.

어쨌든 걸어 다닐 수 있어 좋다.


증권회사 신입사원으로서의 첫 출근.

이번에는 술 처먹고 졸음 운전한 놈 차에 안 치이고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런데 신입사원답게 서둘렀더니 지점 문도 안 열려있네.

스마트폰이라도 있으면 안 심심할 텐데.

멍하니 주위를 둘러보는 바로 그때.


딩동!


경쾌한 알람이 머릿속을 울렸다.


어, 이게 뭐냐?


놀란 순간 다시 머릿속이 울렸다.


〈입사를 축하하는 의미로 블루칩(Blue chip) 하나가 지급되었습니다〉


블루칩을 준다고? 그게 뭔데?


〈칩을 사용하면 헬스트리트저널(Hell Street Journal)을 볼 수 있습니다〉


작가의말

새 글을 시작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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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6화 2단 콤보 +11 24.05.11 8,946 275 12쪽
35 35화 명동지점 조 차장 +12 24.05.10 9,054 264 13쪽
34 34화 작전주 +11 24.05.09 9,263 246 11쪽
33 33화 투자대회 +11 24.05.08 9,354 245 12쪽
32 32화 나이키 +13 24.05.07 9,441 253 12쪽
31 31화 태진피혁 +10 24.05.06 9,633 266 12쪽
30 30화 성 대리 +11 24.05.05 9,869 260 12쪽
29 29화 조커 카드 +13 24.05.04 10,079 25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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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화 1993 +14 24.05.01 10,840 26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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