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파란색달 님의 서재입니다.

내 수익률 무한!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새글

혁이.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4.07 16:05
최근연재일 :
2024.05.21 18:20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506,050
추천수 :
12,600
글자수 :
247,929
유료 전환 : 2일 남음

작성
24.04.16 18:20
조회
12,111
추천
283
글자
12쪽

11화 첫 고객

DUMMY

11화



영업직이 되니 일단 자리부터 달라졌다.

업무 창구 안에 여직원들과 함께 있다가 독립 부스를 배정받은 것.


‘앗싸, 마이 룸!’


대가족처럼 한 방에서 우글우글하다가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


흐뭇하구만.

불과 입사 두 달 만에 말이야.


이 부스는 예전에 근무하던 직원이 다른 데로 가면서 비어있던 자리다.

그동안은 지점에 매일 같이 와서 죽때리는 일명 ‘마바라’들의 사랑방으로 이용됐었다.

마바라는 소액투자가를 일컫는 말로 2, 3백만 원 가지고 매일같이 조금씩 샀다 팔았다 하는 반백수들이다.

이들에게 증권사 지점은 직장이나 마찬가지.

그러나 증권사 입장에서는 전혀 영양가가 없는 사람들이다.

사실 객장 소파에 늘어져서 시세전광판이나 보는 사람들 자체가 돈이 안 된다.


‘큰돈 굴리는 손님들은 전화로 주문하지 객장에 얼굴을 비추질 않더라고.’


지점 생활하며 금방 깨달은 사실.

증권사들도 비싼 임대료 물어가며 넓은 사무실 내봤자 헛짓거리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시간이 흐르면서 객장은 전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아듀~~


어쨌든 나 때문에 마바라들은 잡담하던 장소를 잃었다.

모니터의 관심종목부터 바꿨다.

기존에 마바라들이 입력해 놓은 개잡주들을 싹 지우고.


2024년의 증권사 PB들 자리에는 최소 서너 대의 평면 모니터와 두세 대의 PC가 쫙 깔렸다. 무지하게 있어 보이지.

하지만 92년인 이때는 참 단출하다.

책상 위에는 뚱뚱한 14인치 브라운관 모니터 한 대가 전부.

그것도 시세와 차트만 볼 수 있는 멍텅구리 더미 터미널이다.

주문도 못 넣는다.

영업직원들이 주문을 내려면 주문표를 써서 여직원에게 직접 가져다줘야 한다.

급할 때는 졸라 뛰어야 한다.


뭐 그건 그거고 나는 돈을 벌어야지.

헬공시가 알려준 정보를 이용해서 말이야.


《대림공업 주식회사는 100% 무상증자를 발표함》


영업직이 된 걸 기념해서 알려준 거니까 잘 써먹어야지.


대림공업이 어떤 회산지는 이미 「상장기업 분석」 책자를 통해 알아봤다.

주로 볼베어링을 만드는 기계부품 회사로 설립된 지는 꽤 됐다.

재무구조는 상당히 건실한 편이다.

그러니까 무상 100%를 할 수 있겠지.


현재가는 18,200원.

25,000원대에서 놀던 주식인데 장이 워낙 약세라서 18,000원대까지 줄줄 흘러내렸다.

하긴 저 PER 주들 외에는 다 이 정도는 빠진 상황이니 머.


차트 상 특별한 움직임은 안 보인다.

이 말은 무상증자에 대한 정보를 아무도 모른다는 것.

그러나 무상증자를 발표할 때가 아직 멀었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


아 씨, 왜 날짜가 없냐고!


헬공시가 준 정보는 분명히 대단한 거다.

경제신문을 뒤져보니 그 정도면 4일 연속 상한가도 가능하겠더라.

다만 현재 약세장이니 욕심을 좀 줄여야겠지만.


문제는 언제 공시를 할 줄 모른다는 사실.

명색이 헬시스템이 육하원칙도 모르면 되냐.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왜!


왜? 어째서? 뭐 때문에? ‘언제’가 빠졌냐고!

어쩔 수 없이 추측에 의존해야 한다.


그래도 영업직 기념인데 먼 훗날 일을 말하진 않았겠지.

만약 그랬다면 미친 시스템이고.


가까운 미래임은 틀림없다.

다만 확실한 날짜를 모르니 미수(2.5배)를 찍는 건 안 된다.

2.5로 샀는데 혹시라도 며칠 빠지면 새 되는 수가 있거든.

이럴 때는 신용매수가 직빵인데 그게 현재 안 되니까 내가 고민하는 거다.


“강 주임이 영업을 하게 됐지만 당장 큰 손님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 그러니까 신용은 좀 있다가 쓰라고. 내 신용한도에서 떼줘야 하는데 지금 다 깔려 있어서 당장은 안 돼. 무슨 말인지 알겠지?”


지점장이 이렇게 말했었다.


지점에 할당된 총 신용한도는 영업직원 개개인에게 직급별로 다시 배분된다.

지점장이 자기 몫에서 떼줄 계획인데.

자기 손님들이 다 쓰고 있어서 주식을 팔 때까지 기다리라는 얘기.

그래도 두 달 만에 영업직으로 변경해주신 우리 고 지점장님 말씀인데 ‘아, 예 그럼요.’할 수밖에.


헬공시에 날짜가 빠진 것에 대해서는.


‘혹시 일부러 그런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너무 완벽한 정보를 주면 나 스스로 영업 실력을 키울 기회가 없으니까.

의도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됐거든, 그런 거 필요 없거든.

그냥 확실한 정보를 달라고!

우리 그렇게 머리 굴리지 말고 좀 편하게 갑시다. 오케이?


잘 모르니까 일단 반만 지를까.


내 종잣돈 3천3백만 원 중 절반을 투입하기로 했다.

나머지는 하루 이틀 보면서.


9시 40분, 장이 시작되었다.

대림공업의 시초가는 –100원인 18,100원.


흠··· 일단 지켜보고.

오늘도 장은 여전히 약세다.

종합주가지수는 550포인트도 이미 깨고 내려온 상태.

관심종목 제일 윗줄에 집어넣은 대림공업이 한 번 깜빡였다.


-200원, 18,000원이 됐다.


오늘도 객장은 숱한 마바라들로 인해 어수선하다.


“매~일 빠지는구나 니기리.”

“바닥이 없네. 바닥이.”

“아이고~ 그냥 장이 안 열리면 좋겠다.”


영업직원들의 부스는 객장을 빙 두르고 있는 형태.

따라서 떠드는 소리가 다 들린다.

안 됐지만 장 빠지는 게 내 잘못은 아니잖냐.

다시 모니터에 비친 시세에 집중했다.


흠··· 조금만 더 지켜보고.


11시 20분, 조금만 더 있으면 오전장이 끝난다.

장은 계속 지지부진.

대림공업의 시세는 –200원에서 변화가 없다.

모르겠다. 함 질러보자.


나는 빨간색 매수 주문표를 꺼낸 다음 계산기를 두드렸다.


17,000,000원 ÷ 18,000원 = 944.4444···


940주를 쓰려다가 멈칫했다.

그래도 영업직 첫 주문인데 깔끔하게 가야지.


1,000주 18,000원

아름답구만!


17,900원에 깔아놓을까 하다가 돈 100원에 연연하지 않는 대인배의 기상으로 늠름하게 질렀다.

매도호가에 넣었으니 금방 체결되었다.

이제 남은 현금은 1천5백만 원.

요건 내일이나 모레 짱보다 추가 매수해야지.


“강 주임, 점심 안 먹어? 약속 없으면 같이 나가자.”


옆 부스의 박 차장이 일어나며 물었다.


부스를 나누는 칸막이는 가슴 높이 정도 된다.

내 왼쪽과 오른쪽에는 각각 박 차장과 성광호 대리가 자리 잡고 있다.

성 대리 옆은 김건무 주임.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그날 화합주인지 짬뽕주인지를 함께 했던 멤버들이다.

앞으로는 짬뽕 멤버라 불러야겠다.


“아니요. 아무 약속도 없습니다.”


“그럼 같이 가지.”


손님과 통화 중인 김 주임은 내버려 두고.

장 주임 포함 넷이서 지점을 나왔다.

장 주임은 짬뽕주 회식 때 제사가 있어 참석 못했던 인물.


“뭐 먹을까?”


매일 매식으로 때워야 하는 회사원들의 고민은 시대가 달라도 변함이 없구나.


“아구찜 어때요? 저쪽에 괜찮게 하는 데가 있는데.”


성 대리의 추천.

확실히 이 친구는 나서는 걸 좋아해.


“아구찜? 설마 맛없진 않겠지?”


“에이, 차장님도··· 제가 그래도 한 입맛 하잖습니까.”


“그러자. 강 주임도 동참했는데 맛있는 거 먹어야지.”


박 차장이 날 많이 챙겨준다.

그날 짬뽕주를 팍팍 마셔준 보람이 있구나.

역시 사람은 첫인상이 중요해.


그나저나 점심에 아구찜이라···.

중소기업 다닐 때는 상상도 못할 일인데.


식당에 도착.


“아줌마, 여기 아구찜 중짜에 공기밥 네 개, 그리고 소주 하나요.”


성 대리가 큰소리로 주문했다.

헐, 대낮에 술까지.

아직 업무 중 아닌가.

그런데 아무도 말리는 사람이 없네.

반주 한 잔쯤은 당연한 건가?

아님 짬뽕 멤버만 그런 건가?


“캬~”


어쨌든 소주 한 잔을 곁들인 아구찜··· 졸라 맛있네!


“영업직 됐다고 너무 무리하지는 마. 무리하면 남는 건 빚밖에 없어.”


박 차장님이 아구찜을 뜯으며 지나가는 말처럼 한 마디 하신다.


약정 채우려고 모찌 계좌 뺑뺑이 돌리다 보면 빚쟁이가 된다는 말씀.

은행 담보대출, 카드론, 보험계약대출 한 발 더 나가면 사채까지.


“그리고 성 대리 너도 몸 좀 사려. 저번에 보니까 너 또 카드론 땡기는 거 같던데.”


박 차장의 시선이 성 대리에게로 향했다.


“은행에 있는 친구가 실적 때문에 카드 만들어 달라고 해서 만들었는데··· 아 씨, 막상 그게 생기니까 또 받게 되네요. 이번엔 진짜 한 번 제대로 먹어야 하는데.”


성 대리가 앞에 놓인 소주잔을 들어 홀짝 마셨다.

살짝 숙연해지는 분위기.

다들 비슷한 상황이니까 그렇겠지.


증권사 영업직원들이 점심으로 아구찜을 먹고.

저녁에 룸싸롱 가서 술 마시지만 속은 대부분 곪은 상태.

전형적인 외화내빈이라고나 할까.


입사해서 지점 생활 두 달이 넘어가니까 대충 알게 되더라.

나 역시 5백만 원 은행 신용대출 받아서 투자하지 않았나.

잘 됐으니 망정이지 헬로또 아니었으면 나도 비슷한 전철을 밟아가겠지.


“아무튼 다들 몸조심들 해. 장이 어디까지 빠질지 모르잖아. 야야 그렇다고 그렇게 죽을상 짓진 말고. 체하겠다.”


“예, 알겠습니다.”


“충성! 명심하겠습니다.”


박 차장이 말을 꺼낸 건 오늘부터 영업을 시작한 날 염려해서겠지.

그렇게 거한 점심을 먹고 들어왔다.


오후는 지수가 소폭 상승해서 강보합으로 장이 마감됐다.

대림공업의 종가는 –100원인 18,100원.

비록 100원이지만 매수한 날 얼마라도 먹으니 기분이 산뜻하네.


100원 × 1,000주 = 100,000원


투자금액이 크니까 100원만 올라도 수표 한 장이구나.

모니터를 보면서 키득거리고 있는데.


“강 주임, 새로 계좌 트신 손님이니까 잘 설명해 드려.”


정영동 업무 대리가 손님 한 분을 모시고 내 부스로 왔다.

아마 ‘구찌 좀 되는 계좌를 주라는’ 지점장의 명령을 수행하는 거겠지.


“어서 오십시오. 강준혁 주임입니다. 이리로 앉으시죠.”


깍듯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한 후 옆에 있는 의자를 권했다.

60대 중반쯤의 남자.


명함을 꺼내며 계좌 개설서 사본을 힐끗 보니 2천만 원이 입금되어 있었다.

이 정도면 신림 지점에서는 구찌가 좀 되는 게 맞다.

강남 쪽에선 아닐지 몰라도.


“혹시 염두에 두고 계신 종목이라도 있으신지요?”


먼저 고객이 사고 싶은 종목이 있는지부터 묻는 게 순서.

무슨 생각이 있으니 증권 계좌를 트고 돈을 입금한 게 아니겠나.


“내가 아는 사람이 건설주가 많이 빠졌으니까 한번 사보라고 해서 왔는데··· 그보다 강··· 주임이라고 하셨나?”


“예, 강준혁 주임입니다.”


“그래요. 강준혁 주임. 강 주임이 보기에 주식시장이 앞으로 더 내릴 것 같아요 어때요?”


큰맘 먹고 와서 계좌까지 트긴 했지만 불안한 거다.


앞으로 장이 오를지 내릴지?

나도 모른다.

그걸 누가 알겠나.

신(神)도 모르는 영역인데.

그러나 그렇게 말했다가는 돈 도로 찾아서 가버릴 거다.

이런 때는 적당히 약을 팔아야지.


“종합주가지수 차트를 보시면 여기서 여기까지 거의 쉬지 않고 빠진 게 보이실 겁니다. 그렇다는 건 언제 반등이 나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선생님께서 사시려고 하는 건설주는 특히 낙폭이 큰 만큼 추가 하락폭보다는 반등 시 상승폭이 더 클 거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럴 때는 확실히 아침 회의시간에 고참들이 한 얘기가 도움이 된다.

내 설명이 괜찮았는지 고객님께서 고개를 끄덕인다.


“명함에 있는 번호로 내일 아무 때나 전화 주시면 제가 매수주문을 넣어드리겠습니다.”


“그래요, 내 전화하리다.”


“그리고···.”


손님이 일어서려고 엉덩이를 0.1cm 정도 드는 순간 한 마디를 덧붙였다.


“······?”


다시 착석.


영업을 잘 하려면 관리고객 계좌를 키워야 한다.

약정 목표를 자신의 모찌 계좌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 법.

매번 기가 막힌 타이밍에 헬로또가 칩을 팍팍 던져준다면 몰라도.

안 그럴 경우도 대비해야지.


“제가 볼 때 괜찮은 종목이 하나 있는데 자금을 나눠서 이 종목도 조금만 사보시는 게 어떨까 해서요.”


혹시 또 모르잖아.

고객 돈 벌어줬다고 칩 하나 줄지.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 수익률 무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유료화 및 골드 이벤트 공지 +6 24.05.20 551 0 -
공지 추천글을 올려주신 심현곡 님께 블루칩 5개를 드리고. +1 24.05.16 244 0 -
공지 연재 시간은 매일 오후 6시 20분 입니다. +2 24.04.08 14,054 0 -
46 46화 창성기업 NEW +16 14시간 전 3,880 232 12쪽
45 45화 시사회 +18 24.05.20 6,377 297 12쪽
44 44화 자산주 +25 24.05.19 7,164 322 12쪽
43 43화 각축전 +17 24.05.18 7,749 285 12쪽
42 42화 헬 매니저 +19 24.05.17 7,767 283 12쪽
41 41화 청산가치 +24 24.05.16 8,481 294 13쪽
40 40화 금융실명제 +23 24.05.15 8,333 306 13쪽
39 39화 레드칩 +27 24.05.14 8,403 287 12쪽
38 38화 2팀 +10 24.05.13 8,587 251 12쪽
37 37화 가게 확장 +14 24.05.12 8,914 273 12쪽
36 36화 2단 콤보 +11 24.05.11 9,052 276 12쪽
35 35화 명동지점 조 차장 +12 24.05.10 9,169 265 13쪽
34 34화 작전주 +11 24.05.09 9,374 247 11쪽
33 33화 투자대회 +11 24.05.08 9,456 247 12쪽
32 32화 나이키 +13 24.05.07 9,544 254 12쪽
31 31화 태진피혁 +10 24.05.06 9,739 267 12쪽
30 30화 성 대리 +11 24.05.05 9,984 261 12쪽
29 29화 조커 카드 +13 24.05.04 10,190 256 12쪽
28 28화 이지혜 +9 24.05.03 10,478 257 12쪽
27 27화 여동생 +14 24.05.02 10,972 264 12쪽
26 26화 1993 +14 24.05.01 10,946 263 12쪽
25 25화 단계 +10 24.04.30 10,831 285 12쪽
24 24화 대도건설 +11 24.04.29 10,907 265 12쪽
23 23화 관리자 변경 +12 24.04.28 11,046 269 13쪽
22 22화 행복 +9 24.04.27 11,097 263 13쪽
21 21화 오광유리 +11 24.04.26 11,077 266 12쪽
20 20화 약정 +6 24.04.25 11,142 26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