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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이.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4.07 16:05
최근연재일 :
2024.05.2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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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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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0화 헬공시

DUMMY

10화



〈영업직이 된 걸 기념하는 의미로 옐로칩(Yellow chip) 하나가 지급되었습니다〉


오우, 이번엔 옐로칩이군.

파란색, 하얀색, 빨간색에 이어 노란색이라···.

완전 총천연색 시네마스코프네.

그리고 이번에는 〈처음 한 번만 적용됩니다〉라는 단서가 없어.


‘블루칩은 입사를 축하하는 의미로 지급됐고, 옐로칩은 직종 변경을 기념하는 의미로 줬단 말이야. 즉 앞으로도 이런 비슷한 경우가 생기면 또 준다는 거겠지?’


요 정도 유추는 어렵지 않다.

자~ 그럼 이 옐로칩이라는 것은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라는 물음을 나는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해 참았다.


‘혼잡스러운 회의 중에 신성한 칩의 정체를 밝히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 혹시라도 부정 타면 어떡해. 무려 한 달 만에 받은 칩인데 말이야.’


게다가 내일부터는 영업을 해야 하는 중차대한 국면이 아닌가.

저번에 화이트칩 받았을 때.

짬뽕주 처먹으면서 깠더니 주식 영업하고 전혀 관련 없는 게 나왔잖아.


헬마인드리더.


사실 그것도 나름 쓸모가 있긴 있었는데···.

아 몰라 몰라. 어쨌든 지금은 영업하는데 필요한 게 나와야 돼.


그래서 회의 끝난 후 내 자리로 가서 최대한 경건한 마음으로 언박싱 하기로 했다.

내가 새로 지급된 옐로칩을 가지고 가슴 설레고 있는 사이 지점장의 말이 이어졌다.


“그리고 정 대리는 신규 계좌 중에서 구찌 좀 되는 건 강 주임 관리계좌로 넣어 주도록 해.”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정 대리가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대답은 ‘예’라고 했지만 속으로는 하기 싫은 것 같은데.


정 대리는 대리 1년 차이기 때문에 관례상 업무 대리를 맡고 있다.

그가 하는 일 중에는 고객이 새로 계좌를 트면 담당자를 지정하는 것도 있다.

물론 지점장 표현대로 ‘구찌가 좀 되는(예탁금이 최소 천만 원 이상, 지점에 따라서는 그 이상)’ 계좌만 그렇게 한다.

영업직원들 모두에게 공평하게 나눠줘야 하지만 업무 대리도 사람인 이상 팔이 안으로 굽는다.

즉 자기가 먼저 챙기고.

그다음은 친한 사람한테 더 돈 많은 계좌를 주려고 한다.


이제 지점장이 직접 명령했으니 내게 ‘괜찮은’ 신규 계좌를 좀 배정할 거다.

처음 영업직으로 나가는 데 대한 최소한의 배려라고나 할까.

이 신규 계좌들을 얼마나 잘 키우는지는 본인의 능력에 달렸다.


그렇게 아침 회의가 끝났다.


자~ 이제 정체를 알아볼까.


‘옐로칩은 뭐에 쓰는 거지?’


자리로 돌아온 내가 드디어 참았던 물음을 던졌다.

최대한 부드럽고, 상냥하고, 나긋나긋하게.


두구두구두구두구!


〈칩을 사용하면 헬스톡익스체인지디스크로저(Hell Stock exchange disclosure)를 볼 수 있습니다〉


장난하나, 뭐가 이렇게 복잡해.

읽기도 어렵네.

우리말로 하면 「증권거래소 공시」라는 거지?


요즘 세대들이 한자보다 영어를 더 잘 해서 저승 시스템을 영어로 바꿨다더니 이게 더 어렵다.

일단 너무 길고 복잡하니까 앞으로는 「헬공시」라고 부르도록 하자.


‘기업 공시는 투자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거잖아. 만약 이걸 미리 안다면 주식 투자할 때 개이득이야. 내가 영업하는데 도움 되라고 준 게 틀림없어!’


앗싸 가오리~


그럼 무슨 내용의 공시인지 함 볼까나.


생각하자마자.


〈옐로칩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예스! 예스! 예스!


《헬공시:대림공업 주식회사는 100% 무상증자를 발표함》


간단명료했다.

게다가 내가 ‘헬스톡익스체인지디스크로저’라는 거의 외계어에 가까운 이름을 줄여서 부르기로 하자마자 바로 반영되다니.

시스템 하나는 참 똑똑하게 잘 만들었네.


아무튼 「100% 무상증자」가 주식 100주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100주를 공짜로 나눠준다는 것쯤은 안다.

하지만 주린이를 벗어난 지 얼마 안 된 나.

이 정보의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온몸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기업이 무상증자를 하게 되면 투자자는.


- 공짜로 주식을 받으니 횡재한 기분이 든다.

- 이게 가능할 정도니 이 회사의 재무구조는 분명히 탄탄할 거다.

- 권리락 이후 주가가 갑자기 싸 보여 막 사고 싶어진다.


대충 이런 생각을 한다.

따라서 무상증자는 그 주식에 호재로 작용한다.


주가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한번 알아봐야겠다.

기존에 이런 식으로 무상증자를 공시한 회사의 주가 추이를 살펴보면 알 수 있겠지.


아~ 이럴 때 진짜 인터넷이 없다는 게 너무 아쉽다.

키워드 몇 개만 넣고 검색하면 주르르 나올 텐데.

이걸 알아보려면 본사에 가서 경제신문 철을 다 뒤져봐야 한다.


애고, 그걸 어느 세월에 다 보냐.


엄살을 떨지만 이게 얼마나 대단한 정보라는 건 나도 잘 안다.

느낌학적으로 봤을 때 최소한 상한가 두세 방은 되지 않을까.


지금까지 경과를 지켜본 결과.

아무래도 헬로또는 토탈 케어 시스템이 맞는 거 같다.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정보를 던져주니까.


1억분의 1의 확률을 뚫은 보람이 있구나.

앞으로도 잘 부탁해.


*****


친구 오경철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늘 뭐 하냐? 너 할 일 없는 거 아니까 약속 있다는 개소리 하지 말고 이따가 한잔 빨자.”


아니, 이 녀석이 내가 장 끝나면 졸라 한가하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

하긴 증권사 지점이 야근할 일이 있나, 여친 없는 내가 데이트 약속이 있겠나.


“그러지 뭐.”


순순히 대답했다.

서로 뼛속까지 다 아는 처진데.


“저번에 먹었던 횟집에서 보자. 거기 회 괜찮더라.”


“몇 시에?”


“너 5시 퇴근이지? 그럼 6시에 보면 되겠네.”


“6시 오케이.”


“오늘은 이 형이 살 테니까 자연산 도미로 한 마리 조지자. 어때?”


황공하옵니다.


그런데 웬일로 이렇게 목소리가 밝을까?

아무래도 저번에 얘기했던 일이 잘 풀린 거 같은데.

아버지 설득에 성공했나?

곧 알게 되겠지.


짧게 통화가 끝났다.

둘러보니 마감이 거의 끝나서인지 다들 한가하다.

퇴근 시간만 기다리는 느낌.


나 역시 한가하다.

증권출납업무 인수인계는 일찌감치 끝냈다.

내 옆자리의 안영자 씨한테 넘겼는데 여직원들은 이미 다 해본 일이라 특별히 인수인계할 건덕지도 없더라.


객장에서는 영업직원들의 탁구 시합이 한창이다.

손님용 의자를 뒤로 밀면 탁구뿐만 아니라 이종격투기도 할 수 있다.


이런 건 증권사 지점에서만 향유할 수 있는 여유.

피 튀기고 살 떨리는 매매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매일 쪼이는 약정은 당연히 단점.

1시간 40분에 달하는 널널한 점심시간, 5시 칼퇴, 빨간 날은 무조건 놀 수 있는 건 분명히 장점이겠지.

역시 세상일은 다 장단점이 함께 있는 모양이다.


6시 정각에 「바다 횟집」에 들어섰다.

경철이는 벌써 와서 소주잔과 수저를 세팅하고 있네.

형 맞을 채비를 하고 있었구나. 기특한 녀석.

자리에 앉으니 얼마 안 있어 눈을 뻐끔뻐끔 거리는 도미 회가 나왔다.

미리 시켜놨구나. 센스있는 녀석.


“회도 나왔으니 이제 읊어봐라. 무슨 신나는 일이 있었는지.”


소주를 따라주며 경철이에게 물었다.


“나 취직했어.”


오잉, 다짜고짜 취직했다니.


“안드로메다 소프트라고 게임 만드는 회사야. 직원은 나까지 해서 다섯 명밖에 안 돼. 그래도 사장 형은 카이스트 나온 천재야. 칠성전자 연구소에서 근무하다가 자기 사업하겠다고 나온 건데 진짜 배울 점이 많은 형이야. 나는 게임 기획도 하고 코드도 짜고. 근데 월급은 진짜 적어. 그래서 앞으로는 너가 술 사야 돼.”


냉면 면발 나오듯이 녀석의 입에서 단숨에 쏟아지는 말들.

이 얘기가 하고 싶어서 그 동안 어떻게 참았을까.

그리고 취직한 거로 말이 시작해서 앞으로 너가 술 사라로 끝나다니···.


“야, 쫌 천천히 말해. 그럼 아버지께서 너가 석재상 일 안 하는 걸 허락하셨다는 거지?”


“당근이지. 그날 너 말 듣고 내가 생각을 진짜 많이 했거든. 그리고 결심했지. 싸나이 한 번 죽지 두 번 죽냐 하고 말이야.”


“그래도 아버지가 허락하신 건 좀 의외긴 하다.”


경철이의 아버지는 평생에 걸친 노력으로 이룩한 지금의 「해주 석재」를 자신의 분신으로 여기신다.

따라서 자신의 대를 이어 외아들인 경철이 맡아서 하는 걸 사람이 하루 세끼 먹는 것처럼 당연하게 생각한다.

경철이가 대를 잇지 않으면 결국 남한테 팔아야 하는데 그런 건 꿈에도 생각 못하는 분이시다.


“내가 진짜 꼰대한테 맞아 죽을 각오를 하고 정면돌파를 했지. 내 인생은 내가 사는 거 아니냐 아버지가 평생 노력해서 해주 석재를 만든 것처럼 나도 내 힘으로 뭔가를 이루어 보겠다 아들 한번 믿어 주시면 안 되겠냐. 이런 식으로 말이야.”


“오호~ 그래서?”


“처음에는 저 새끼가 뭘 잘못 처먹었나 하는 눈으로 보더라. 나도 끝까지 안 밀리고 같이 쳐다봤지. 그랬더니 나중에는 한숨을 팍팍 쉬면서 소주로 병나발을 부는 거야. 결국 나의 승리로 끝났지 머. 어떠냐 이 형의 쾌거가?”


칭찬을 바라는 초딩같은 표정이다.

저번에 내가 강력하게 말했던 게 확실히 효과를 봤구나.


“잘 했다 치타. 근데 그 너가 취직했다는 회사 말이야.”


“응, 안드로메다 소프트.”


“이름은 참··· 대단해 보이긴 한데. 직원이 고작 5명이고 월급도 적다고?”


“게임 회사가 다들 그래. 처음에는 그렇게 시작해서 괜찮은 게임 하나 만들면 회사가 쑥 크는 거지.”


“만약 못 만들면? 그때는? 회사는 망하고 너는 월급도 못 받고 쫓겨나고 그렇게 되는 거 아냐?”


전생에 주변에서 그런 좃소기업들 숱하게 봤거든.


“아 씨, 이 새끼가 재수 없게. 망하긴 왜 망해 새끼야! 사장 형이 얼마나 대단한 분인데!”


아, 놀래라. 짜식이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그래 한참 기대에 찬 놈한테 찬물을 끼얹었으니 그건 내가 미안하고.

그래도 할 말은 마저 해야지. 걱정되잖아.

너가 제일 친한 친구 아니냐.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만약 그렇게 되면 다시 아버지 밑에서 일 할 거야?”


용감하게 돌격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 중요한데.

퇴로를 확보해 놓는 것도 인생에 있어 중요하지 않겠니.


“다시 석재상 일을 하라고? 노우! 절대! 네버!”


녀석이 고개까지 심하게 흔든다.


단호하네.

아예 배수진을 쳤구나.

하긴 그것도 한 방법이지.


“알겠다. 그 정도 각오면 잘되지 않겠냐. 적극적으로 응원하마. 자 그런 의미에서 한 방울 하자. 경철이의 찬란한 성공을 위하여!”


진심으로 녀석의 앞날을 축복해줬다.


“짜식이 진작 그럴 것이지. 자, 건배!”


녀석이 다시 입을 헤벌쭉 벌리며 웃었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회가 맛있냐.

자연산 도미라서 그런가.

아니면 얻어먹는 마지막 회라서(월급 많이 받으면 또 산다지만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르잖아) 그런가.


‘마지막이라도 괜찮아. 앞으로는 내가 계속 사줄 수 있을 거 같거든.’


무려 헬로또에 당첨된 몸이야.

우리는 입가심하러 생맥줏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다음 날.


드디어 나의 첫 영업직원으로서의 날이 밝았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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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화 태진피혁 +10 24.05.06 9,470 263 12쪽
30 30화 성 대리 +11 24.05.05 9,716 25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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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화 단계 +10 24.04.30 10,570 278 12쪽
24 24화 대도건설 +11 24.04.29 10,643 258 12쪽
23 23화 관리자 변경 +12 24.04.28 10,788 262 13쪽
22 22화 행복 +9 24.04.27 10,844 257 13쪽
21 21화 오광유리 +11 24.04.26 10,819 260 12쪽
20 20화 약정 +6 24.04.25 10,888 25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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