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파란색달 님의 서재입니다.

내 수익률 무한!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새글

혁이.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4.07 16:05
최근연재일 :
2024.05.21 18:20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492,540
추천수 :
12,266
글자수 :
247,929
유료 전환 : 2일 남음

작성
24.04.12 18:20
조회
12,625
추천
269
글자
12쪽

7화 오경철

DUMMY

7화



“저희 광어로 주세요.”


자리에 앉자마자 주문부터 했다.

지금은 살이 찰져서 회가 쫀득쫀득 아주 맛있을 때다.


“증권회사는 월급을 한 백만 원은 주는 모양이지?”


“뭐, 대충 그 정도.”


“올~ 진짜? 역시 금융권이 좋긴 좋구나.”


“너는 요즘 어때?”


“나야 맨날 똑같지 뭐.”


방금까지 살아서 펄떡펄떡 뛰는 광어 같았는데.

순식간에 배를 드러내고 둥둥 뜬 생선으로 변하네.


‘계속 힘든 모양이구나.’


오경철은 석재상을 하시는 아버지를 돕고 있다.

근데 말이 좋아 돕는 거지 본인 말에 의하면 진짜 죽지 못해 하는 거란다.


녀석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해주 석재(해주 오 씨라서 지은 이름)」는 은근히 돈을 많이 벌었다.

주로 만드는 게 비석이나 무덤 앞에 놓는 상석, 무덤 양 쪽에 세우는 석주 같은 거다.

근데 이게 마진이 엄청 짭짤한 모양이다.


하긴 자기 부모님이나 조상님 산소에 쓸 건데 깎자고 하는 사람이 있겠나.

그냥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한다.


문제는 경철이가 키만 크고 비쩍 말라서 전혀 힘을 못 쓴다는 거다.

비석이든 상석이든 모두 돌을 깎아 만든 거니 졸라 무겁다.

아무리 일꾼을 쓴다지만 급한데 항상 뒷짐 지고 있을 수는 없지.


아버지는 덩치도 좋고 힘이 장사던데 이 녀석은 왜 이리 비실비실한지 원.

엄마 닮았나?


엄마는 호리호리한 스타일이니까 맞는 것 같다.

경철이는 나와 같은 그저 그런 대학의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취미는 게임이고, 목표가 있다면 직접 게임을 만드는 거다.

집에 가면 PC도 있고 닌텐도에서 나온 패미컴도 있다.

연말에 슈퍼 패미컴이 한국에도 출시된다면서 손꼽아 기다리는 중이다.


확실히 이 녀석한테 힘쓰는 일은 안 맞는 것 같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흥도 나고 열심히 할 텐데.


문제는 아버지가 전혀 이해를 안 해주신다는 점.


“아버지께 말씀은 드려봤냐?”


“뭘? 게임 회사에 취직하고 싶다는 거? 우리 꼰대가 그 말 들으면 날 죽이려고 할 걸. 내가 게임 하는 것도 그렇게 꼴 보기 싫어 하는데 그걸 만들겠다고 하면 아이고 좋아라. 하겠다. 젠장.”


“그래도 너가 정말로 하고 싶으면 얘기를 해야지.”


“웬일로 너가 그런 말을 다 하냐?”


경철이가 뜻밖이라는 듯 쳐다보네.

전생에서는 친구가 석재상 일을 얼마나 싫어하는 지 제대로 몰랐거든.

아니, 내 일에 신경 쓰느라 친구 마음을 헤아리는데 소홀했다는 표현이 맞겠지.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나는 뭐 좋아서 하는 거겠냐, 그래도 너는 아버지가 사장이니 나보다 훨씬 나은 거 아니냐고 했었지.’


경철이는 결국 돌을 나르다가 사고를 당해 한쪽 손을 못 쓰게 된다.

이후 자길 이해해 주지 않은 아버지를 원망하고.

자기주장을 끝내 펴지 못한 스스로를 질책하며 술로 세월을 보냈다.

그런 미래를 바로잡을 기회가 왔다.


“내가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너는 너의 길을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 사람마다 잘 하는 게 다 다르잖아. 넌 너가 좋아하는 게임을 만드는 게 맞아. 게임에 대해 너만큼 잘 아는 사람도 많지 않을 거야. 그치?”


“우와~ 이 자식···.”


말을 잘 잇지 못하네.

완전 공감해주니 감동을 먹었나.


“그리고 앞으로 게임은 어쩌면 하나의 산업이 될 지도 몰라. 사회가 발전하면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될 거고 그럼 그걸 풀 방법을 찾을 거 아니냐. 내 생각에 게임이 그 역할을 할 거 같다.”


미래에는 프로 게이머도 생기고 누구나 핸드폰에다 게임 한두 개씩은 까는 시대가 온다.

게임 만들어 재벌 된 사람도 여럿 보고 왔단다.

물론 난 대학 때는 아르바이트하느라, 입사해서는 밥 먹듯 야근하느라 제대로 해본 게임은 딱 하나밖에 없다만.


「원게임 고스톱」


요건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쳤었다.


“야, 너 좀 변한 것 같다. 증권회사 들어가면 사람이 갑자기 똑똑해지는 거냐? 이 자식 완전 천재가 돼서 왔네!”


경철의 표정이 활짝 폈다.


“원래 똑똑했어. 짜샤.”


나는 피식 웃으며 잔을 들어 원샷했다.


“게임 산업이 발전할 거고 나는 그쪽에 소질이 있으니까 그걸 하라 이거지? 아 씨, 우리 꼰대가 너처럼 생각하면 얼마나 좋겠냐. 게임 하는 거만 보면 사내새끼가 밖에 나가 운동할 생각은 안 하고 방구석에 처박혀 뭐 하는 짓이냐며 얼마나 난리를 치는지 진짜···.”


욕을 하려다 참는 거 같다.


“내일이라도 강력하게 말씀드려. 내 인생은 내가 책임지겠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내가 알아서 열심히 할 테니 그렇게 아시라. 하지만 절대로 실망시켜 드리진 않겠다. 이렇게 하란 말이야.”


“오~ 짜식, 존나게 멋있는데! 그래, 내 인생인데 내가 하고 싶은 거 해야지! 알았어, 내가 내일 목숨을 걸고 말할게!”


와, 목숨까지 걸어야 되는구나.


그래도 잘 생각했다.

그렇게 안 하면 니 인생 이번에도 폭망이다. 명심해라.

말해주고 나니 어깨가 좀 뿜뿜해 지네.


딩동!


그때 경쾌한 알람이 머릿속을 울렸다.

이젠 놀람보다 반갑다는 마음이 먼저 드는구나.


〈친구와 돈독한 우정을 쌓았으므로 레드칩(Red chip) 하나가 지급되었습니다〉

〈처음 한 번만 적용됩니다〉


앗싸! 또 칩을 받았다.

이번엔 레드칩이네.

근데 왜 저번부터 처음 한 번만 적용된다는 거야? 여러 번 되면 뭔 일이라도 나나.

칩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모양이다.


‘파란색, 흰색에 이어 빨간색이라··· 칩 색깔이 상당히 다양하구만. 저승이 카지노를 너무 벤치마킹하는 경향이 있네. 뭐 아무튼 좋아. 그런데 레드칩은 뭐에 쓰는 거냐?’


질문을 떠올려야 답이 나오지.


〈칩을 사용하면 헬스트리트저널(Hell Street Journal)을 볼 수 있습니다〉


오잉? 헬저널 구독권이면 블루칩과 똑같네.

근데 왜 블루칩이 아니라 레드칩이지?


〈레드칩을 사용하시겠습니까?〉


닥치고, 해보면 되잖아 하는 것 같다.

그래 까짓것 보면 알겠지. 함 보자! 예스!


《헬스트리트저널 뉴스:ST그룹의 ST텔레콤이 제2 이동통신 이동전화부문의 사업자로 선정되었다. 그러나 경제계 최대 관심사였던 제2 이동통신 사업자로 정부가 ST그룹을 선정하자 대통령 사돈에 대한 특혜라는 비난이 거세게 일었다. 언론에 이어 정치권까지 비판에 가세하자 결국 ST그룹은 제2 이동통신 사업권을 반납했다. 체신부는 제2 이동통신사업 문제를 차기 정부에 맡긴다고 발표하였다》


역시 미래 경제 관련 뉴스였다.

ST텔레콤이 제2 이동통신 사업권을 땄으나 특혜 시비 때문에 포기한다는 내용.


‘이번엔 어떤 주식이 오를 건지 알려주는 게 아니네. 오히려 그 반대 같은데. 이동통신 사업권 획득은 엄청난 호잰데 그걸 보고 관련 주식을 샀다가는 완전 좆된다는 말이잖아!’


사면 안 된다는 걸 알려줬다.

블루칩은 사면 좋은 것을, 레드칩은 사면 조지는 경우를 알려주는 건가?

대충 그런 것 같긴 한데.


이 정보를 어떻게 써먹느냐 하는 게 중요하다.

내가 가진 주식은 태광기업밖에 없으니 이 정보와는 별 상관이 없다.

천천히 생각해보자.


“야, 뭘 그렇게 멍청하게 쳐다보고 있어? 술 안 받을 거야?”


경철이 녀석이 지른 고함이 귓전을 울렸다.

내가 허공에 떠오른 헬저널 뉴스를 읽느라 너무 오래 멍때렸나 보다.


“아, 쏴리. 뭐 좀 생각하느라고.”


녀석이 내 잔에 술을 넘치도록 따랐다.

지금 내 강력한 조언에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는 상황이라 그렇겠지.

어쨌든 너무 만족한 술자리였다.

친구는 새 인생을 설계할 용기를 얻었고 난 레드칩을 획득했으니.

우리는 2차, 3차까지 가서 꽐라가 됐다.


*****


월요일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었다.

전 주에는 양 차장과 이 주임 등이 추천한 증권주는 박살이 났고.

내가 추천한 비비양은 지속적으로 올랐다.

토요일 반장에는 무려 상한가까지 쳤고.


‘추천 잘 했다는 칭찬 한 마디 정도는 나오려나···.’


은근히 기대했으나 회의 시간 내내 비비양의 ‘비’자도 나오지 않았다.

개무시.


하긴 쪽팔리기도 할 거다.

그냥 소 뒷걸음질에 쥐 잡힌 걸로 치부하는 게 마음 편하겠지.


그러나 나는 안다.

말은 안 하지만 이들의 머리에 비비양이라는 세 글자가 뾰족한 파편이 되어 박혀 있다는 것을.

틀림없이 하루에 한두 번은 비비양의 시세를 확인해 볼 거다.


‘그리고 그때마다 그걸 추천한 게 나라는 것도 떠올리겠지.’


빨리 영업직으로 가는 데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아침 회의는 평소처럼 주저리주저리 이어졌다.

다만 지난주와 다른 점은 희망 섞인 전망이 많이 줄었다는 것.

반등할 거란 얘기를 쉽게 못 한다.

일주일 내내 ‘반등, 반등’을 외치다가 다 물렸거든.


아마 오늘내일 전부 손절매하지 싶다.

그렇게 가라앉은 분위기로 회의가 끝났다.


내 자리로 와서 업무 준비를 하는데 배 주임이 쭈뼛거리며 다가왔다.

화이트칩을 이용해 생각을 읽었던 그 친구다.


“저기··· 강 주임님.”


“응?”


나보다 두 살 어려 얼마 전부터 말을 놓기로 했다.


“뭐 하나 물어봐도 돼요?”


“뭔데?”


“그 비비양 있잖아요.”


“비비양이 왜?”


“그거 지금 들어가도 괜찮겠어요?”


오, 이 친구 꽤 용감한데!

따블 난 주식을 추격매수 할 생각을 하다니.


배 주임은 아침 회의에 못 들어가니 내가 비비양을 추천했다는 건 아마도 이 주임한테서 들었을 거다.

둘이 상당히 친한 사이니까.


“배 주임, 저거 알지?”


업무 데스크 위에 대롱대롱 걸려 있는 팻말을 내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증권투자는 본인의 판단과 책임으로」


증권사 지점 어디 가나 붙어 있는 문구다.

주식 하다 깨먹어도 너 잘못이니까 지랄하지 마라. 이 소리다.


“당연히 알죠. 그냥 강 주임님이 추천했다니까 아무래도 잘 아실 것 같아서 물어보는 거에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손님들한테 추천하려고?”


업무직이라도 소수의 관리고객은 있다.


“아니요. 저렇게 오른 걸 어떻게 추천해요.”


“그럼?”


“그냥··· 모찌로··· 조금만··· 하도 깨져서 돈도 얼마 없거든요. 그냥 한번 질러보고 싶어서요!”


“그래? 흠···.”


잠시 망설였다.

주식은 귀신도 모르는 것 아닌가.

내가 사는 거야 깨져도 내가 깨지는 거니까 상관없지만 남한테 말하는 건 진짜 부담스럽다.

그래도 용기를 내서 저런 간절한 얼굴로 물어보는데.


‘그래, 어차피 책임은 본인이 지는 거니까.’


솔직하게 말해주기로 했다.


“난 더 올라간다고 봐. 얼마나 올라갈지는 모르지만.”


나는 아직 태광기업을 팔 생각이 없으니까.

태광기업이 가면 같은 저 PER 주인 비비양도 계속 간다고 봐야 하겠지.

나머지는 너가 판단해라.


“그래요?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고개를 꾸벅하고는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고맙긴, 뭘. 아직 돈 번 것도 아닌데. 나는 많이 벌고 있지만.

어쨌든 잘 됐으면 좋겠다.

그동안 모찌 돌리느라 많이 깨먹은 모양인데.


장이 시작되었다.

지난 토요일에 상한가를 쳐서 그런지 저 PER 주들에 전반적으로 차익 실현 매물이 많이 나왔다.

조정을 받으려나?


비비양 사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하자마자 꼬라박으면 좀 거시기한데.

그러나!

버뜨!


“와~ 미치겠다. 저것들 또 올라가네!”


1시간쯤 지나자 차익매물을 다 소화했는지 태광기업도 비비양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매수 강도는 강해졌다.


‘진짜로 기관들의 추격매수가 본격화된 모양이네.’


저 PER 주들은 대부분 거래량이 적다.

따라서 물량을 확보하려면 가격 불문하고 위로 쏴야 한다.

저 PER 주들의 시세를 알리는 전광판 불빛이 자주 반짝인다.

가격이 계속 변한다는 뜻.


태광기업 시세를 보니 –300원에 시작한 주가가 어느새 +400원이 되어 있었다.

그러다 곧.


+500원

+600원

+700원

······

+1,100원

+1,200원

+1,300원


팍팍팍 오르더니 순식간에 매도호가 칸이 뻥 뚫렸다.

또 상한가를 친 것이다.


기특한 녀석!

비비양 역시 상한가.

이것도 시초가는 마이너스였는데.


‘배 주임이 샀으려나? 샀으면 대박인데.’


고개를 돌리니 날 쳐다보는 배 주임과 눈이 마주쳤다.

씩 웃는다.

샀구나!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9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 수익률 무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유료화 및 골드 이벤트 공지 +6 24.05.20 482 0 -
공지 추천글을 올려주신 심현곡 님께 블루칩 5개를 드리고. +1 24.05.16 237 0 -
공지 연재 시간은 매일 오후 6시 20분 입니다. +1 24.04.08 13,675 0 -
46 46화 창성기업 NEW +14 3시간 전 2,082 146 12쪽
45 45화 시사회 +18 24.05.20 5,631 282 12쪽
44 44화 자산주 +25 24.05.19 6,761 317 12쪽
43 43화 각축전 +17 24.05.18 7,409 280 12쪽
42 42화 헬 매니저 +19 24.05.17 7,469 279 12쪽
41 41화 청산가치 +24 24.05.16 8,191 290 13쪽
40 40화 금융실명제 +23 24.05.15 8,060 301 13쪽
39 39화 레드칩 +27 24.05.14 8,150 283 12쪽
38 38화 2팀 +10 24.05.13 8,342 247 12쪽
37 37화 가게 확장 +14 24.05.12 8,672 270 12쪽
36 36화 2단 콤보 +11 24.05.11 8,826 272 12쪽
35 35화 명동지점 조 차장 +12 24.05.10 8,925 261 13쪽
34 34화 작전주 +11 24.05.09 9,131 243 11쪽
33 33화 투자대회 +11 24.05.08 9,223 241 12쪽
32 32화 나이키 +13 24.05.07 9,318 249 12쪽
31 31화 태진피혁 +10 24.05.06 9,505 263 12쪽
30 30화 성 대리 +11 24.05.05 9,749 257 12쪽
29 29화 조커 카드 +13 24.05.04 9,957 251 12쪽
28 28화 이지혜 +9 24.05.03 10,243 252 12쪽
27 27화 여동생 +14 24.05.02 10,731 257 12쪽
26 26화 1993 +14 24.05.01 10,712 257 12쪽
25 25화 단계 +10 24.04.30 10,597 279 12쪽
24 24화 대도건설 +11 24.04.29 10,678 259 12쪽
23 23화 관리자 변경 +12 24.04.28 10,826 263 13쪽
22 22화 행복 +9 24.04.27 10,879 258 13쪽
21 21화 오광유리 +11 24.04.26 10,853 260 12쪽
20 20화 약정 +6 24.04.25 10,923 257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