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 2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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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림프 버거 셋트 하나 나왔습니다!"
아. 소리가 났다. 분명 소리가 났다. 아....그런데 너무 가기가 싫다. 주방과 1cm라도 가까워지는 방향으로 가기가 너무 싫다. 게다가 그 쉬림프 버거에는 독이 타져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사실 지금 경찰이 들이닥쳐서 날 연행해가지 않은 것만으로도 기적이다. 발걸음 하나하나가 떼기가 힘들다. 문자메세지가 계속 울리고 있긴하다. 그런데 손이 왜인지 모르게 그쪽으로 가지가 않는다. 뭔가 항의를 해야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생각이 나질 않는다. 나는 어리석다. 그 셋트가 나왔다는 말에...나는 가고있다. 누군가 다른 어떤 알바생이 내가 안가면 겪을 기다림의 초조함에 미안함을 느껴서 가고있다. 나는 생각보다 선한 것 같다. 맞다. 생각보다 선하다.
만일 인생에 있어 무능함이 악이라면 나는 악이다. 나는 무능하고 사회의 그저 부속품처럼 살아간다. 하지만 만약 인생에 있어서 도덕책에 반하는 내용이 악이라면 나는 선이다. 나는 도덕책을 어겨본 적은 거의 없다. 그저 남들보다 느리고, 남들보다 능력이 부족할 뿐이다. 노력부족이기도 하지만.....도덕책엔 노력부족이 악이다라고 나오지는 않은 것 같으니까....
"예....... 저요."
나도 모르게 손을 들면서 그 알바생에게 표했다. 이런 젠장. 이런 느낌이 아닌데. 대체 보통 사람들은 이순간에 어떻게 말하는거지? 오른손을 들면서 존칭까지 써버렸어. 존칭정도야 상관없지만. '예.' 는 좀 그렇잖아? 보통 사람은 어떻게 하는거냐니까. 나는 이런거에 익숙하지가 않단 말이지. 나도 하는순간 괜히 민망해졌어. 하기전까지는 전혀 내가 이런 행동을 할거라 예상하지도 못했어. 그런데 막상 앞에 서니까 나도 모르게.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이렇게 행동해버렸어. 이게 대체 뭐지. 내 앞에 알바생도 살짝 웃는 것 같아. 그런데 그 웃음이 밝은 웃음이 아니라 비웃음같아. 나만 그렇게 느끼는건가? 그런데 이건 내가 주관적으로 생각해서 그렇게 느끼는 비웃음이 아니라. 내가 생각했을 때 객관적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볼 때의 비웃음 같아. 결국 내 주관이긴 하지만. 내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생각해 본 결과가 그거야. 보통 사람들은 남이 비웃는다고 생각했을 때 어떡하지? 나는 어떻게 행동하지?
그거야 나의 자연스런 다음 행동을 보면 알 수 있잖아.
젠장!!!!! 나란 놈은 들었던 오른손을 머리로 옮겨 뒷머리를 긁적이면서 재빠르게 다시 두 손을 그 쟁반 밑으로 넣어서 총총걸음으로 제자리로 돌아갔잖아. 젠장!!!!!
나란 놈이 이렇지.....하아.....
쓸데없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써버렸어. 자리로 돌아가는 그 짧은거리가 너무나도 길게 느껴졌어. 엉덩이에 땀 찬거같아. 긴장해서 식은땀 엄청 나왔어. 상의전체에 땀이 흥건해서 윗도리가 몸에 찐득하게 달라붙는거같아. 아 짜증나. 팬티도 먹은 것 같아. 아 싫어. 엉덩이 골이 완전 땀에 쩔은것같아. 바지의 찐득함도 느껴지는 것 같아. 아. 모든 게 부자연스러워. 아까까지는 뒷통수가 뜨거웠는데. 지금은 온 사람들이 다 날 쳐다보는 것 같아. 사람이 별로 없긴 하지만.......잠깐...혹시 이거 병인가. 공황장애나. 막 그런거 아닌가? 히키코모리의 대인장애같은건가......아니겠지. 나는 그래도 이렇게 밖에 잘 나오는걸. 하아.....인생 모든게 귀찮아졌어. 아...모든 인생의 중요했던것들이 다 아무것도 아닌것같아. 그냥 창피해....
'뭐야.'
'왜 답장이 없어?'
'뭐냐니까?'
'@.@'
'만나는거야?'
아. 쓸데없는 문자들. 귀에 들어갔다가....아니지. 눈에 보였다가. 그냥 바로 잊어먹게 되는 문자들이야. 아.....그냥 귀찮아. 그냥 자고 싶어. 너무 피곤해. 아. 정말이야.
'죽고싶다......'
'뭐? 갑자기 왜죽어?!!!!'
하나하나 일일이 반응하지 말라고...... 그냥 기분이 그런거니까. 하아.....아닌가...이렇게 생각할거면 아예 이런 문자를 날린 내가 잘못한거겠지......하아.......근데 이 감자튀김 진짜로 맛있네.......내 뇌가 이렇게 피곤한데, 이렇게 즐거워하는 내 혀가 너무 싫다. 아닌가. 혀의 맛은 뇌가 느끼는거니까......아니다. 생각하지 좀 말자.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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