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 10화
그녀와 내가 문자로 대화한 지 30분 정도가 지나갈 때가 되어서야 동영상을 보고 있던 내 모습을 생각하며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멈출 수 있었다. 그녀는 그런 나를 배려해서인지 자기가 직접 컴퓨터를 만져 동영상 화면을 끈 모습을 사진을 찍어 보내주었다. 조금 안심하긴 했지만 그 사진에 찍혀있는 내 표정이 역시 마음에 안들었다.
혹시 모를 일이다. 그녀가 내 표정까지 만져서 바꾸어주었을지도.
하지만 또 모를 일이다. 그녀가 내 컴퓨터 안에 있는 파일들을 뒤져서 테라바이트의 자료들을 전부 찾아냈을지도 말이다.
<시간이 멈춘 건 확실히 알았어요.>
[정말이라니까요. ㅠ.ㅠ 지금까지 안 믿고 있었다니 대실망.]
믿는 사람이 더 신기한 거 아닌가? 초긍정의 인간도 믿기 어려울 것 같은데? 그래도 좀 묘한 부분? 석연찮은 부분이 있긴하다.
<그런데 운이 좋았네요. 마침, 제가 딱 보고 있는 그 순간에 멈추다니 말이죠. 게다가 시간이 멈춘 것도 바로 알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아. 그거요? 글킨하네요. 바로 멈춘건 아니구요. 시간이 점점 천천히 느려지더니 완전히 멈추는 데는 좀 걸린 것 같아요. 음...3분쯤 걸렸을걸요? 5분 정도 걸렸으려나? 바로는 못 알아채고 중간에 알아챘어요.]
그러니까 바로 딱 멈춘 게 아니라 3분에 걸쳐서 점점 느려지다가 세계가 정지했다는 건가?
[게다가 원래 김검씨는 이시간 때 하잖아요.]
?!
<예? 맞긴 한데....>
[꼬마라는 닉네임 쓰잖아요. 항상 이시간 때 하는 거 알고 있었어요. 저도 이시간 때 항상 허언증 갤러리 이용하거든요.]
굳이 허언증 갤러리까지 안 써줬으면 좋겠는데, 좀 부끄럽기도 하고.
<혹시 닉네임이?>
이상하네, 그럼 내가 몰랐을 리가 없는데. 봤을 때 딱히 본 닉네임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잘못 봤나?
[이유]
? 뭐지. 왜이렇게 낯설지? 찾아볼까...?
[를 줄여서 초성만 써서 ㅇㅇ]
야, 이 시발. 진짜.
<아나....>
[몰랐어? 당연히 알 줄 알았는데? 아이피도 매번 똑같으니까 당연히 알 거라 생각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나?]
ㅁㅊ 허언증 갤러리에서 내가 ㅇㅇ닉의 아이피를 체크하고 있을 거라는 건가?
<아이피 같은 거 안 보는데요...>
<잠깐만요. 그럼 지은씨는 왜 저를 안부르고 누구 없냐고....?>
[아, 그게 당연히 알 거라 생각하기도 했고, 부르기도 좀 민망하기도 해서요. 몇 번 댓글도 달았는데...☞☜]
? 뭐야. 대체
Comment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