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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rte 님의 서재입니다.

배같은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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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rte까르
작품등록일 :
2020.01.17 23:48
최근연재일 :
2021.02.2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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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21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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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6. 합법적 잣대 - 6

DUMMY

지하주차장에 들어선 후, 나와 엄마는 통로 따라 마트로 이동했다. 엄마가 식료품 코너에서 장을 볼 동안, 나는 다른 매대로 이동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현관에 쓸 형광등을 사야만 했다. 한참을 돌아다닌 끝에 전기 제품 매대를 찾아냈다. 동시에, 부근으로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여성 분의 목소리가 이곳저곳 퍼져가는가 싶더니 금세 잦아들어 적막한 느낌을 주었다.


잠시 뒤, 옆 과자 매대 쪽으로 엄마의 뒷모습을 확인했다. 그 후, 나는 매대로 들어가 형광등을 찾아 나섰다. 매대 낮은 쪽에 관련된 상품들이 줄지어 진열되어 있었다. 나는 몸을 숙여 형광등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 순간, 뒷걸음질 치던 사람과 가볍게 부딪혔다. 내가 몸을 바로 잡을 사이, 해당 사람은 내 쪽으로 고개를 들렸다.


"조은정...?"


나는 당황한 나머지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다름 아닌 강연 오빠였다. 옆쪽으로 여성 한 분의 모습 또한 보였다. 강연 오빠는 아예 몸을 돌려 내가 든 형광등 쪽을 바라보았다.


"너도 전등 사려고 온 거야?"


"오빠도?"


"어. 혼자 왔어?"


"엄마랑 같이 왔어요. 지금 옆쪽 과자 매대에 있을 걸요."


강연 오빠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 후, 카트를 앞으로 밀어 여성 분과 몸을 붙였다. 나는 시선을 틀어 카트 앞쪽을 가리켰다.


"오빠 앞에 있는 사람은 누구예요?"


"아, 누나야. 모자 써보고 싶다고 해서 막 빌려주려던 참이었어."


곧바로 강연 오빠는 누나라고 하는 분에게 모자를 씌웠다. 이로 인해 여성 분의 정확한 얼굴을 확인할 수 없었다. 강연 오빠는 가족 심부름에 관련된 얘기 후 빠르게 매대를 빠져나갔다. 잠시 뒤, 엄마가 카트를 끌고 내쪽으로 다가왔다.


"은정이 여기 있었구나."


"응. 형광등 나가서."


나는 그대로 형광등을 카트 안에 집어넣었다. 나머지는 엄마와 함께 이동해 장보기를 마무리지었다. 나와 엄마는 장바구니에 상품을 담아 지하주차장으로 이동했다. 엄마차 특유의 빨간 색상을 보고 주차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나는 엄마한테 장바구니를 받아 그대로 자동차 뒷칸에 물품을 실었다. 문을 닫자마자, 엄마는 차키로 문을 잠갔다. 나는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엄마, 저녁 뭐 먹을 거야?"


"은정아."


"응?"


"엄마랑 잠깐 어디 좀 갔다 올까?"


나는 그대로 엄마를 뒤따라 건너편 마트 입구로 향했다. 입구 밖으로는 좌우 모두 지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시설이 배치되었다. 엄마가 우측 에스컬레이터 근방으로 자리 잡을 동안, 나는 중앙 의자 시설물에 앉아 엄마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잠시 뒤, 마트 입구 쪽으로 누군가 뜀걸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강연 오빠였다. 엄마는 강연 오빠의 움직임을 보고 조심히 뒤를 쫓았다. 나 또한 움직이고 싶었으나, 뒤이어 나온 장면 때문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뭔가 잘못되었다. 엄마는 강연 오빠를 상대로 거리낌 없이 대화를 청하려 들었다. 잠시 대화가 있는 듯하다 강연 오빠가 연신 피하려는 제스처를 취해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엄마 또한 매장으로 들어가자, 나는 그대로 엄마를 뒤따랐다. 경로를 따라가니 강연 오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에스컬레이터를 타 1층으로 향했다. 나 또한 1층까지 올라가 상황을 보았으나, 강연 오빠를 이미 놓친 뒤였다. 엄마는 구두로 인해 나보다도 늦게 1층으로 올라왔다.


"여기도 에스컬레이터가 있었지 참."


나는 엄마를 지그시 노려보았다.


"엄마 뭐야? 왜 저 오빠랑..."


"저 오빠라, 그럴 수도 있겠네."


엄마는 오달진 미소로 바닥을 향했다. 몇 분 후, 나는 엄마와 함께 1층 밖으로 빠져나왔다. 엄마는 광장 중앙 쪽을 두리번거렸다. 마치 무언가를 찾는 것처럼 보였다.


"은정아."


"왜?"


"그 오빠 혹시 어디쯤에 사는지 알아?"


"그건..."


애매한 질문이었다. 이걸 말하면 내가 SMK 활동 중 멤버들 뒤를 밟았단 걸 알리는 꼴이었다. 나는 상황을 무마할 수밖에 없었다. 최대한 사실을 완곡하게 풀어 이 근처와 카페 거리 근처에서 본 것 같다는 뉘앙스로 설명해야만 했다. 엄마는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우리는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가 냉장고를 정리할 동안, 나는 현관등을 갈아 끼웠다. 난간에서 사다리를 갖고 올라가는 작업까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다. 사다리를 정리한 후, 나는 방에 들어가 오늘 산 부품들을 확인했다. 결과는 실패라고 봐야 했다. 의상 부품을 써도, 액세서리를 써도 선유 오빠 느낌을 100% 구현해 낼 수 없었다. 그렇게나 선유 오빠의 사진들을 샘플링 해봐도 어울리는 사복 패션을 찾긴 어려웠다. 아무리 SMK라도 선유 오빠의 사복 샘플을 구하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괜히 나서면 강연 오빠의 압박으로 막힐 테니 추가 자료는 사실상 구할 수 없다고 봐야 했다. 어떻게든 매달려 구제한들 결과는 매한가지, 시간도 어느새 자정을 향해 갔다. 나는 선유 오빠 뜨개인형을 가져와 구체 인형 부품에다 대입해 보았다. 같은 느낌으로 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언제나 어색한 느낌의 연속이었다.


이번 주말을 끝으로 나는 시험공부를 이유로 SMK 덕질을 중지해야만 했다. 엄마 아빠 모두 명문대 상위권 출신이기에 나에게 오는 성적 압박이 상시 존재했다. 중학생이 된 이래, 나는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해 전교 2등까지 찍어봤었다. 수석 자리는 SMK 대표 학생이기도 한 남규리의 독주로, 넘어설 틈을 조금도 내주지 않았다.


2학년 1학기 1차 시험, 역시나 이변 없는 결과의 연속이었다. 나는 전교 3등, 남규리는 퍼펙트로 전교 1등을 이어갔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또다시 수학에 발목이 잡혀 퍼펙트를 놓쳤기 때문이다. 수학 담당인 담임쌤은 성적 발표 후, 내게 틀린 문제를 피드백하며 위로의 뜻을 전했다. 나는 이를 뾰로통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수학이 지긋지긋해졌어요."


"괜찮아 은정아. 다음 시험 때는 꼭 만회할 수 있을 거야!"


"네..."


시험 기간 동안, SMK 대표 학생들은 아랑곳 않고 활동을 이어간 듯 보였다. 대표인 하유나와 송민아는 아예 채팅방에 시험 던진다고 얘기할 정도였다. 같은 부류인 남규리 또한 SMK에 드문드문 활동해 놓고 이런 성적이니, 괜히 허탈감이 들었다.


며칠 뒤, 나는 엄마와 함께 드레스룸에 들어와 계절옷들을 바꿔갔다. 안방 옆 바깥 쪽방에 있는 박스를 드레스 룸 쪽으로 옮긴 뒤, 안 쪽방 박스들을 바깥 쪽방에다 빼서 빈 공간에 봄옷이 든 박스를 넣어야 하는 고된 작업이었다. 엄마는 작업용 옷과 활동용 옷들을 분리해 드레스룸을 정리해 갔다. 나는 안 쪽방 가을 옷 박스들을 바깥 쪽방으로 내보낸 뒤,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다. 오늘 같은 무더위 속에서 쪽방의 꿉꿉한 구조는 지옥을 방불케 했다. 엄마는 봄옷 상자를 정리해 안방 밖으로 내보냈다.


"은정아! 10분 뒤면 끝날 거야."


"알겠어."


나는 아예 안방에서 벗어나 거실 에어컨에 몸을 붙였다. 에어컨 주변을 빼곤 모두 햇빛이 직사로 들어오는 위험지대였다. 에어컨 바람이 강했지만, 무더위 속에 가릴 이유는 없었다.


잠시 뒤, 우리 집 창문 너머로 소형 드론 한 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호수공원 근처 아파트에서 이따금 일어나는 일로 경로를 잘못 틀어서 온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로 인해 옆동에 살던 주민 분이 야간에 드론을 보고 놀란 나머지 성추행 신고까지 이어진 적도 있었다. 우리 집 또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난간 문 근처에 BB탄 권총 걸이를 설치해 두었다. 방식은 간단했다. 걸이에서 총을 꺼내 드론 캠이 위치한 곳을 겨냥하기만 하면 끝이었다. 나는 행동 그대로 창문을 열어 드론을 상대로 총구를 겨누었다. 그러나 드론은 캠을 우리 집 쪽으로 보이기도 전에 아래로 내려가 호수공원으로 경로를 틀었다. 난간 너머로 보니 조종사로 보이는 분들이 사과의 몸짓을 보인 채 드론을 인도 쪽으로 내리는 중이었다. 나는 뒤로 빠져 권총을 다시 걸이에 꽂아두었다.


몇 분 뒤, 나는 엄마가 마무리한 상자들을 안 쪽방에 넣어 상황을 마무리지었다. 난간의 찜통 속에 나와 엄마는 방을 벗어나 거실로 향하기 바빴다. 그 후, 만들어둔 메밀소바를 가져와 점심을 해결했다. 커튼을 쳐 햇빛을 막았음에도 틈으로 햇빛이 새어 나와 거실 테이블 위로 명멸했다. 나는 먹던 식기를 모아 엄마 식기와 함께 싱크대 위에 올려두었다. 엄마 또한 잔그릇들을 들고 와 싱크대 쪽으로 다가왔다.


"날이 이렇게 더워서야. 여름 때 고생 좀 하겠어."


"그러니까."


엄마는 싱크대에 그릇을 둔 후, 내 쪽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요즘 SMK 활동은 좀 어때?"


"엄마. 내가 분명히 말하지 말랬지."


"뭐 어때? 재밌으니까 계속 있는 거 아니야?"


"그건 그렇지만..."


엄마는 얼굴을 내 옆쪽으로 들이밀었다.


"그 모자 쓴 애랑도 얘기해?"


"그냥 그래. 시험공부 뒤로는 얘기해 본 적 없어."


"그렇구나."


엄마의 눈빛이 오늘따라 매섭게 느껴졌다. 나는 방으로 들어가 상황을 일단락하려 했다. 그러나, 엄마가 내 방문 앞을 막아 제지하려 들었다.


"엄마 왜 그래?"


"은정아. 그 모자 쓴 애, 좀 신기하게 생기지 않았어?"


"갑자기 그런 건 왜 물어보는 거야?"


"엄마는 그래서. 이름이고 얼굴이고 익숙한 느낌인 거 있지?"


"난 모르겠어. 방에 들어갈게."


"그럼 엄마 질문 하나만 답변해 줘. 그럼 비켜줄게."


엄마는 문손잡이 앞쪽만 가린 채 팔짱을 꼈다.


"그 강연이라는 애, 엄마랑 닮지 않았어?"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안 닮았어."


엄마는 고개를 끄덕인 뒤 방문 주변에서 물러났다. 나는 재빨리 방으로 들어가 에어컨 버튼을 눌렀다. 딱히 얼버무리고 싶진 않았다. 엄마가 강연 오빠랑 조우한 뒤부터 수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엄마가 왜 강연 오빠에게 말을 걸었을까? 왜 도망치는 강연 오빠를 뒤쫓고 거처를 파악하려 했을까? 거기에 엄마는 왜 강연 오빠의 외모를 묻는 걸까? 이대로면 추측할 수 있는 가설이 존재했다. 엄마가 강연 오빠와 직접적인 인연이 있단 것이다. 그러나, 단정 짓기에는 많은 부분들이 미흡했다. 우선, 강연 오빠가 엄마는 물론 아빠와는 전혀 닮지 않은 것이다. 이로써 직접적인 혈연일 가능성은 희박했다. 두 번째는 강연 오빠가 엄마랑 가까운 친척 지간일 경우로, 엄마가 집안과의 트러블을 일으켜 강연 오빠와 틀어졌을 수도 있다. 실제로 엄마는 친가 쪽 분들과 다툰 적이 있어 외가 쪽만 만나는 걸로 알고 있었다. 만일에 두 번째 문제가 맞다면 내가 나설 이유는 없어 보였다. 어디까지나 엄마를 중심으로 일어난 일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나로서 할 일은 중립을 유지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이게 개인적인 문제로 끝났으면 좋았을 텐데.......


며칠 뒤, SMK 채팅창에 이를 사진으로 찍어 올리는 일이 벌어졌다. 강연 오빠뿐만 아니라 나조차 뒤를 확인하지 못한 탓이었다. 범인은 SMK 미로 대표인 송민아였다.


나는 휴대폰을 뒤로 엎은 채 상황을 모면하려 했다. 낙인 당한 후로 SMK에 의견을 내는 건 무리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저녁까지 방에 틀어박혀 선유 오빠 인형을 매만질 뿐이었다. 달이 떠오를 즈음, 강연 오빠로부터 채팅 요청이 들어왔다. 나는 채팅에 참여하기 앞서 SMK 채팅창을 열어 현황을 살펴보았다. 보기 무섭게 SMK 채팅창 업로드 주기가 점점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미로 오빠의 고정글을 보아 강연 오빠가 문제를 해결한 모양이었다. 나는 침대에 드러누워 안도감을 표했다. 그 후, 휴대폰을 들어 강연 오빠 채팅창에 참여했다.


강연 오빠의 행동은 한결같았다. 할 얘기만 할 뿐, 상황을 장황하게 늘어놓질 않았다. 매사에 똑 부러진 이 사람이 엄마와 엮인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닮은 구석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막상 문제가 해결되니 이러한 부분들에 신경이 쓰였다. 진짜로 강연 오빠가 우리 가족과 연관이 있을까 싶은 불안감 때문이었다. 나는 자판을 쓰다 지우다를 반복하다 끝내 이에 관련된 일을 강연 오빠에게 직접적으로 물어보았다. 예상대로 강연 오빠는 이 사실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낌새였다. 이어진 강연 오빠의 답장에, 나는 더 이상 추궁할 의지를 잃었다.


「우리가 이러려고 만난 건 아니잖아. 상황 잘 해결해서 원래대로 돌아가는 게 서로에게 이득 아니었나?」


맞는 말이다. 설령 관계있는 일일지라도 나와 강연 오빠는 이 일을 이후로 서로 만날 일이 없다시피 한다. 여기서 더 힘을 빼봤자 작전에 차질만 빚을 게 분명했다. 나는 채팅을 마친 뒤, 침대판 쪽으로 휴대폰을 던져두었다.


이후, 나는 SMK에 관한 룰 위반으로 2주간 SMK 채팅창 이용 금지 처분을 받으며 상황을 마무리지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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