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Kairte 님의 서재입니다.

배같은 동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일반소설

Kairte까르
작품등록일 :
2020.01.17 23:48
최근연재일 :
2021.02.27 22:00
연재수 :
85 회
조회수 :
4,841
추천수 :
77
글자수 :
487,621

작성
20.01.23 23:00
조회
212
추천
4
글자
10쪽

02. 불편한 만남 - 2

DUMMY

얼마 뒤, 나는 이 일에 관한 불만을 해소하고자 카페에 도착한 상태였다. 비록 휴대폰은 없었지만 PC로 SNS를 주고받을 수 있어 레미 3학년 대표인 나미 선배와 선약을 가질 수 있었다. 정오가 지날 무렵, 나미 선배는 카페 안으로 들어와 내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이후 날 가까이서 보자마자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오늘 패션 뭐야? 너무 가린 거 아니야?"


확실히 그랬다. 나는 검은색 야구 모자와 검은색 면마스크, 그리고 검은색 긴팔 외투와 청바지로 전신을 가린 상태였다. 나미 선배의 반응을 의연하게 여겼지만 어제 일 때문인지 왠지 모르게 짜증이 났다. 나미 선배는 내 맞은편에 앉아 직원에게 주문을 요청했다. 매던 검은색 가죽 핸드백을 의자 등받이에 걸어둔 채, 직원과 짧게 얘기를 오간 뒤 내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SNS는 대충 확인했어.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거야?"


"제가 온몸을 가리고 온 원인이 있죠."


말을 맺자마자 나는 마스크와 모자를 벗어 나미 선배에게 민낯을 보여주었다. 하루가 지났음에도 부분적으로 자국이 남아 입술 사이 주변과 이마 한가운데가 검게 그을린 상태였다. 나미 선배의 굳은 표정에 나는 옆머리를 긁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어디 맞기라도 했어?"


"보라색 완장 애들한테 당한 거예요."


"설마 S&M 말하는 거야?"


"네. 그래서, 이 자리에 몇 명 더 초청했죠."


때마침 선유와 미로가 카페 안으로 들어와 주변을 서성였다. 나는 손을 흔들어 둘에게 인기척을 보였다. 나미 선배가 뒤돌기 무섭게 둘은 우리 쪽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선유도 미로도 다 어쩐 일이야?"


"강연 선배가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해서 와봤죠!"


"S&M에 관련된 얘기라고 하니까 신경 쓰인 점도 있어서요."


선유와 미로는 각각 나와 나미 선배 옆에 자리를 잡았다. 얘기하기 앞서 나는 선유 쪽을 흘깃 쳐다보았다.


"오늘도 있었던 것 같아?"


"응. 두 명 정도."


"진짜 밑도 끝도 모르는 계집들이네."


잠시 뒤, 미로가 까르르 웃으며 내 얼굴을 가리켰다.


"선배, 얼굴은 왜 그래요?"


"이거? S&M한테 당한 거야."


"아..."


미로의 웃음기가 사그라들 동안 나는 앞에 놓인 아이스티 유리잔에 비친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S&M 중 한 명을 상대로 정보 좀 얻어보려고 짓궂게 굴었거든. 그걸 S&M 계집들이 봤는지 한꺼번에 들어와서 날 무자비하게 패더라고. 다리도 까면 온통 상처 투성이야."


청바지 오른쪽을 걷자마자 내가 가장 아프게 느꼈던 무릎과 정강이에 쓸린 자국이 딱지 져있었다. 일동은 그 상황을 간접적으로 실감한 듯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다시 의상을 갖추어 상처들을 가릴 즈음, 선유는 충격에 휩싸인 채 조금씩 몸을 떨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거지? 부원한테까지 상처 주고 싶지 않았는데."


반쯤 빈 카푸치노 머그컵 뒤로, 나미 선배는 내쪽에 시선을 떼지 못한 채 눈살을 찌푸렸다.


"그럼 어떻게 S&M에 대한 정보는 구한 거야?"


"대충은요. 일단, 리더가 요 옆 우광중학교에서 부회장을 맡고 있는 여학생이라는 정보는 얻었어요. 하지만 다른 학교 학생들까지 같이 유입하는지는 정확히 확인하지 못했어요."


"그렇다면, 선유 네가 볼 때는 어때?"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거리 두면서 따라다니고 제가 뒤로 돌아설 때마다 어느새 사라져 있고 그래서..."


무대에서 미로 못지않게 활기찬 모습을 보이던 선유가 S&M 때문에 이토록 스트레스를 받을 줄 누가 알았을까. 반면에 미로는 S&M에 별로 내색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매번 싱글벙글하게 미소만 지을 뿐, 좀처럼 불만을 표하려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로에 대해 궁금할 터, 나미 선배가 때마침 미로 쪽으로 시선을 돌린 상태였다.


"미로 너는 어때? 막 쫓아오고 그런 거 있어?"


"있긴 해요. 보라색 완장 차면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학생들 맞죠? 전 그닥 신경 쓰질 않아서 잘 모르겠어요."


"선유하고는 완전히 다른 케이스네."


"뭐 걱정할 필요 있나요? 제 앞에선 그저 동경하는 팬이라 함부로 다루지도 않을 걸요."


방금 한 말들로 나는 미로의 마인드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니 선유가 보이는 행동이 더욱 안타깝게만 느껴졌다. 나 자신의 처지도 썩 좋진 못했지만 말이다.


"아까 얘기 못했는데, 습격당하면서 휴대폰도 잃어버렸어요."


"뭐? 설마 S&M한테 뺏긴 거야?"


"모르겠어요. 어제 왔던 길 둘러보고 파출소도 갔다 와봤는데 결국 찾진 못했어요. 그래서 그냥 왔죠."


미로는 내게 오달진 미소를 보이더니 경탄을 하는 듯 보였다.


"강연 선배, 제법 털털하신 데요?"


"어차피 약정도 끝난 휴대폰이라 미련 없어서. 암호도 걸려있는 데다 아버지 휴대폰으로 서비스 정지도 해놔서 가질 거면 가지라 그래."


"선배 까리! 옷도 딱 그러니까 쿨내가 진동하는걸요?"


미로는 양쪽 두 손가락으로 내쪽에 사각 앵글을 잡아 상황을 즐기는 듯 보였다. 나는 의연하게 받아들인 채 고개를 끄덕였다. 짧은 대화를 마친 뒤, 나는 카페를 나와 선유와 길을 동행했다. 선유네 아파트와 우리 쪽 아파트가 가까워 벌어진 상황이었다. 나는 제법 마음에 들었다. 선유를 따라다니는 계집들과 어제 내가 잠시나마 봤던 계집들의 모습도 빗대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나는 선유에게 여럿 얘기를 건네어 주변을 환기했다.


"작년에도 이런 일들이 있었어?"


"아니. 작년에는 그냥 여러 학교 학생들이 재밌게 보러 오는 오락관 같은 느낌이었어. 그래서 레미 부원들이 행사 준비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었지."


"그렇구나. 난 그때 공부만 주야장천 했었는데."


"나도 네가 공붓벌레인 줄 알았어. 그래서 레미에 올 리 없다 생각했거든."


"공부만 하니까 스펙이 단조로워진다고 말하니까. 덕분에, 재밌게 놀고 있잖아."


"그렇긴 하ㅈ...!"


그 순간, 선유는 몸을 움츠리며 눈을 흘깃거렸다. 나 또한 수풀이 흔들리는 소리로 대충 무슨 상황일지 예측할 수 있었다.


"보라색 완장?"


"응, 그런 것 같아."


"그러면 내가 뒤에 서있을게. 대화 나누는 데만 집중하자."


"알겠어."


선유 뒤에 서는 순간 인기척은 더 크고 선명하게 느껴졌다. 치밀할 정도로 규칙적인 움직임과 주변 이동. 그러면서 보라색 완장은 보란 듯이 감추려 하지 않았다. 나는 최대한 뒤돌아보지 않고 선유의 현황을 직접 느끼려 했다. 앞은 주변 시선에 만연히 보이는지 보라색 완장을 찬 계집들이 보이지 않았다. 선유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을 즈음, 나는 돌릴 만한 화젯거리를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이번 축제 때 미로랑 같이 오후 레크리에이션 사회자 맡기로 했었지?"


"응. 그것도 생각해보니까 1달밖에 안 남았네."


"작년 그맘때면 공부만 해대서 축제조차 했었는지 제대로 기억조차 안 나네. 듣기론 그때도 사회를 맡았었다고."


"맞아. 자진이었던 것도 있지만 레미 선배님들이 좀 밀어준 것도 있었어. 그때는 아직 1학년이라 미숙한 점이 많아서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해였어. 결국 선배님들이 리드하는 대로 쫄래쫄래 따라다니기 바빴고."


"그래도 이번에는 무대 센스 늘리면서 많이 성장했잖아. 저번과는 확실히 다르지 않을까?"


선유는 고개를 저은 뒤,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직 더 연습해야 돼. 그래야 많은 사람들이 보는 무대에 녹아들 수 있으니까."


잠시 뒤, 선유는 웃음을 보이더니 아파트 정문 앞에서 짧게 주변을 맴돌았다. 나는 그제야 안심이 되어 조금은 긴장을 풀 수 있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뒤를 돌아보니 보라색 완장을 차던 계집들은 감쪽같이 사라진 뒤였다. 내가 야구 모자챙을 잡으며 매무새를 정돈하던 중, 선유는 내게 가까이 붙어 눈을 마주쳤다.


"왜?"


"그냥. 너는 왜 무대 담당으로 안 뽑았나 싶어서."


"무슨, 2학년 때 신입으로 들어온 초보한테 그건 너무 벅차. 그리고 난 이 담당이 적성에 맞는 것 같아."


"그래? 해보면 괜찮을 것 같은데."


"지금 자기 걱정할 노릇 아닌가? 또 계집들 날뛰기 전에 집에 들어가 있어."


끝까지 의심이 든 나는 선유가 아파트 동으로 들어가는 것까지 따라간 후 작별 인사를 건넸다. 아파트 단지를 나온 후 주변을 둘러봤지만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보라색 완장. 싫증이 난 거였으면 좋겠지만, 내가 선유와 함께 했기 때문일 거라 추측했다.


이미 쓴 맛을 본 내게 있어 그 망할 계집들은 아직까지 공포의 존재로 각인되어 있었다. 정문부터 아파트 보안 유리문을 통과하는 그 순간까지 나는 경계 태세를 유지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후, 없네.'


엘리베이터를 거쳐 집으로 들어선 순간, 누나가 현관 앞을 떡하니 지키고 있었다. 옆에는 하늘색 플라스틱 구급상자 키트가 반쯤 열려 있었다.


"다친 데는 없어? 누나가 호 해줄게."


누나는 양손에 붕대와 연고를 든 채 손을 떨어댔다. 실로 우스우면서도 고마운 모습이었다.


"이제 괜찮아. 자국이야 학교 갈 때면 다 없어질 거니까. 상자 치우는 거 도와줄게."


"내가 할게! 강연이는 방에서 쉬고 있어."


"그럼 먼저 들어가 볼게."


"꼭 방에서 쉬고 있어야 돼!"


"알겠어."


누나의 극진한 대접에 나는 재빨리 방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방안 가득히 매캐한 냄새에 헛기침이 터져 나왔다. 나는 재빨리 커튼을 친 뒤 창문을 열어 환기에 나섰다. 어제 치우지 못하고 방치해 둔 쓰레기통이 화근이다. 오가는 포근한 봄바람에 나는 마스크를 벗어 책상 위에 던져두었다. 그렇게 맞바람을 쐬며 호흡을 고르던 중.


"어?"


나는 당황한 나머지 몸을 숙였다가 조금씩 허리를 펴 눈만 빼꼼 드러낸 채 창문 너머를 바라보았다. 보라색 완장을 찬 계집 한 명이 아파트 후문 맞은편 가로등 뒤로 몸을 숨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배같은 동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 09. 망할 계집 - 3 20.02.08 76 3 11쪽
9 08. 망할 계집 - 2 20.02.06 84 3 10쪽
8 07. 망할 계집 - 1 20.02.01 89 3 10쪽
7 06. 불편한 만남 - 6 20.01.30 119 3 11쪽
6 05. 불편한 만남 - 5 20.01.28 140 3 10쪽
5 04. 불편한 만남 - 4 20.01.27 146 4 11쪽
4 03. 불편한 만남 - 3 20.01.24 176 4 12쪽
» 02. 불편한 만남 - 2 20.01.23 213 4 10쪽
2 01. 불편한 만남 - 1 20.01.22 328 5 10쪽
1 Prolouge 20.01.17 368 5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