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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rte 님의 서재입니다.

배같은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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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rte까르
작품등록일 :
2020.01.17 23:48
최근연재일 :
2021.02.2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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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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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7. 합법적 잣대 - 7

DUMMY

다음 날, 나는 옥상에서 미로가 오길 기다렸다. 약속을 잡기 전, 나와 미로는 SMK에 관한 얘기들을 간략하게 풀어갔다. 은정은 결국 룰 위반으로 몇 주간 채팅창 정지를 당한 모양이었다. 이로 인해 내 적대파가 좀처럼 줄지 않았다는 것, 유나가 상황을 굉장히 난처하게 보는 등의 여파가 있었다. 몇 분 뒤, 옥상 쪽으로 계단 소리가 들려왔다.


"선배! 좀 늦었죠?"


"아니야."


나는 즉각 미로에게 정황을 털어놓았다. 의심할 여지없는 확실하고 명료한 내용들 투성이었다. 미로는 놀란 듯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옥상 철창에 몸을 기댔다.


"설마 했는데 진짜였어요?"


"어. 정확히 말히면 같은 배에서 태어난 거니까 동복동생이네."


"그런..."


나 또한 철창에 몸을 기대 하늘을 바라보았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이었다.


"은정이 걔도 그거에 관해 물어봤었어. 일단 아니라고 발뺌은 했는데,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야."


"그럼 선배한테 불리하단 거잖아요. SMK에 이 사실이 알려졌다간..."


"SMK 보다는 사적인 문제니까. 작전에 차질은 없을 거야."


애초부터 나와 은정이 설정극을 벌인 이유는 SMK 분위기를 뒤흔들기 위한 것이었다. 이를 이용해 패닉 상태에 빠진 유나를 축제 이후에 차는 게 궁극적인 목표였다. 이 사실이 드러난들, SMK를 비롯해 학교 주변으로 여파를 남기진 않을 것이다. 그저 누나가 이 일에 휘말리는 게 싫을 뿐이었다.


나는 다시 자세를 잡아 옥상 문 쪽으로 이동했다.


"가자! 축제 준비하러 가야지."


"네? 하지만 선배, 코너 보류한다고."


"빈말이었어. 나미 선배한테 얘기해서 어떻게 할지 들어볼 생각이야."


나는 미로와 축제 관련된 얘기로 화제를 바꿔갔다. 이는 레미 대표 학생들에게도 전해져 좋은 반응을 이끌었다. 나는 방과 후에 나미 선배를 만나 축제 때 할 예행연습에 들어갔다. SMK 여론상 유나에게 접근하는 건 무리였기에, 일단은 레미에서 쓸 수 있는 화장품 만으로 감각을 길러야만 했다.


며칠 뒤, 나는 선유와 방송실에서 축제 관련 리허설 영상으로 피드백을 오가는 중이었다. 선유는 파트별로 체크한 부분들을 대본 여백에 적어 영상과 비교하는 작업을 반복했다.


"이번 축제는 미로랑 둘이서 끝까지 진행하는 거지?"


"응. 내가 경험자라 그런 것 같아."


"솔직히 말하면, 이번 축제까지 사회자를 맡을 자신이 없었어. 코너로 빠진 게 다행일 정도야."


"그 코너는 강연이 밖에 할 수 없으니까. 맡아줘서 정말 다행이야."


선유는 현 상황이 즐거운 듯 보였다. 반면에 나는 동아리 생활에 대해 조금은 회의감이 들었다. 레미 자체의 문제보다 SMK와 은정과의 문제로 인해 추천받은 의미가 점점 퇴색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기지개를 켜 다시금 축제에 집중하려 했다. 그 순간, 선유가 내 어깨를 툭툭 침에 시선을 옆쪽으로 돌렸다. 선유는 아까와 달리 다소 굳은 표정을 지었다.


"왜 그래?"


"그게, 은정이 요즘 잘 지내고 있나 싶어서. 예전에 관객석에서 무차별적으로 화장이 지워졌잖아."


"아..."


너무 몰입했던 탓일까, 나는 그 사건을 해결했다는 생각만 앞섰지 주변 상황은 미처 마음속에 담아두지 않았다. 선유는 한숨을 쉰 뒤, 옆에 있던 볼펜을 쥐어 책상에 툭툭 쳐댔다.


"다 같이 즐기기 위해 만들어진 게 SMK라 생각했는데, 왜 그렇게까지 못살게 구는 걸까?"


이후 선유가 봐온 시점으로 얘기가 진행되었다. 선유가 Q&A를 진행할 당시 우연히 인기척이 보여 시선을 튼 순간, 주변에 앉아있던 SMK 계집들이 은정의 얼굴에 아세톤 스프레이를 뿌린 모양이었다. 선유가 이를 제지하려 했으나, 나와 미로가 유려하게 진행하는 모습에 차마 나설 수 없었던 것이다.


선유는 아예 볼펜을 내려놓아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선유 뒤로 다가가 등을 가볍게 토닥였다.


"너무 상심하지 않아도 돼."


"하지만..."


"그럼 은정이랑 다이렉트로 얘기해 볼래?"


나는 SNS 어플에 들어가 선유에게 은정의 프로필을 보여주었다. 선유는 잠시 머뭇거리다 자신의 휴대폰으로 프로필을 검색했다. 그러나 채팅창 버튼을 누를까 말까 고심할 뿐, 직접적인 행동을 보이진 못했다. 무대에선 엘프 귀검사같이 고귀하고 산뜻한 분위기를 내는 정선유가 호감 있는 팬에겐 한낱 내숭 꾸러기로 전락하는 꼴이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후 선유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여유 있을 때 얘기 잘해봐. 난 먼저 가볼게."


"어! 내일 보자!"


가벼운 작별 인사 뒤로, 나는 하굣길 내내 SMK에 관한 생각을 이어갔다.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 엄청난 변곡점을 보이는 SMK만의 텐션, 지금의 나조차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제아무리 유나가 우두머리 일지라도 이번 반대파들의 기승으로 내분이고 선동이고 고민이 이만저만 아닐 것이다. 물론 동정의 의미를 표하는 건 아니었다. 어찌 되었든 내가 바란대로 상황이 흘러갔기 때문이다.


나는 레미 근황을 보기 위해 SNS 어플로 들어가던 중.


"?"


누군가 내게 답글을 연달아 보내왔다. 나는 바로 채팅창에 들어가 뭔지 확인했다.


'선배! 승준이가 SMK한테 린치 당하고 있어요! 도와주세요!'


"뭐라고?!"


나는 미로가 보낸 답장을 토대로 방향을 틀었다. 익숙한 길목 주변으로 작게 깔린 수풀 부근에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검은색 완장이 눈에 보여 발걸음을 재촉했다. 예상대로 승준이 SMK 계집들에 의해 구타당하는 중이었다. 더는 참을 필요도 없었다.


"그만두지 못해!"


SMK 계집들은 이내 소스라치며 뒤로 물러섰다. 나는 이틈을 타 승준이 어떤지 확인했다.


"선배!"


"어쩌다 이렇게!"


계집들이 걷어찬 흔적이 흉 진 것도 모자라 얼굴마저 퉁퉁 부은 흔적으로 가득했다. 나는 승준을 겨우 일으킨 뒤, 매섭게 주변을 노려보았다. 가담한 계집들의 얼굴을 기억하려 했으나, 이미 상당수의 계집들이 사라진 뒤였다. 그나마 남은 SMK 계집들에게라도 힐난하고자 자리를 나서려던 중, 계집들 사이로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너였어?"


은색 이니셜의 검은색 완장을 찬 미로파 대표, 송민아는 당당한 듯 승준을 흘겨보았다.


"왜? 그쪽이 먼저 매를 벌어놨으니까 우리가 이래도 상관없잖아."


"분명히 대화로 해결한 사항일 텐데."


"성가신 것도 한두 번이지. 쓸데없게 실이."


이 계집들의 썩어빠진 마인드는 결국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감정적으로 굴 순 없었다. 이 분위기를 해치면 작전에 차질이 생길 것이다. 나는 민아와 계집들을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원하는 게 뭐야? 미로에 관한 정보? 아니면 나한테 꼬투리라도 잡을 생각인가?"


"진짜 드럽게 눈치 없네."


민아는 무리를 거닐고 승준 쪽으로 다가왔다. 나 또한 거리를 두어 승준 옆으로 이동했다.


"그쪽을 내보내라고 하니까 헛소리만 지껄이고 말이야! 왜 잘 나가던 S&M을 망쳐놔선!"


"뭐?"


이후 민아는 SMK에 대한 반발적인 말들을 이어갔다. 나는 마스크를 가림막 삼아 한숨을 내쉬었다. 컨테이너에서 나를 싸잡아 패 놓고 선 지금 와서 목적의 차이라고 입에 풀칠하는 게 SMK의 현실이었다. 더도 들어볼 필요 없었다. 승준을 배웅해 이곳을 빠져나가는 게 바람직한 행동이었다. 그렇게 승준에게 다가가려는 도중.


"!"


눈 깜짝할 사이에, 민아는 내 옆을 제쳐 승준에게 가까이 접근했다.


"진짜 재수 없어."


민아는 몸을 돌려 승준의 얼굴을 발로 걷어찼다. 내가 경악할 사이, 승준은 그대로 수풀을 뒹굴다 도로변에 쓰러졌다. 나는 곧바로 승준에게 다가갔다. 승준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쌍코피와 눈물로 얼굴을 뒤덮었다. 제대로 얘기를 나눌 수 없는 지경이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상황에 대한 공포감은 서서히 SMK를 향한 증오감으로 바뀌었다. 나는 승준을 가로수에 앉힌 뒤, 민아 쪽으로 다가갔다. 민아는 날 보더니 실실 쪼개며 손가락질을 했다.


"왜? 설마 성추행이 만연한 이 사회에서 몸을 만지려 하거나 그러진 않겠지?"


"뭐래? 이성적으로 아파봐야지."


나는 틈을 이용해 민아의 양손을 뚫어 그대로 교복 블라우스 소매를 낚아챘다. 그대로 옷을 비틀어 민아의 목 부분을 제압했다.


"크억!"


민아는 뒷걸음질 치다 그대로 나와 얼굴을 맞대었다. 괴로워하는 얼굴에 나는 더욱 비정한 표정을 지었다. 주변 계집들이 나서려는 순간, 나는 시선을 돌려 계집들을 노려보았다. 계집들은 멈칫하더니 이내 뒷걸음질 쳤다. 잠시 뒤, 나는 옷을 놓아 그대로 민아를 가볍게 밀쳐냈다. 민아는 제자리에 주저앉더니 헛구역질을 이어갔다. 나는 뒤이어 민아의 머리채를 가볍게 잡아당겼다. 뒤이어 다시 한번 얼굴을 맞대었다. 민아는 정신없는 찰나임에도 내 얼굴을 의식하려 했다.


"자, 잘못했어! 이제 안 그럴 거니까!"


"처음부터 그랬어야지."


나는 그대로 손을 풀어 계집들을 바라보았다.


"지금 얘 안 데리고 가면 네들도 똑같이 한다. 3초 준다. 3, 2..."


계집들은 서둘러 민아를 데리고 도망치기 바빴다. 나는 다시 승준에게 다가가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히 기력을 되찾아 앞 상황을 지켜보던 중이었다.


"선배, 방금 멋있었어요!"


"위험했어. 조금만 이성이 틀어졌으면 나도 쟤들처럼 굴었을 거야."


나는 교복 마이에서 손티슈를 꺼내 승준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그 후 휴지뭉치를 말아 승준에게 건네주었다. 승준이 휴지뭉치를 콧구멍에 넣을 동안, 나는 승준의 옷을 털어 주변 곳곳 생긴 상처들을 확인했다.


"몸이 다 상처 투성이야.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


"그게, 하굣길에 갑자기 강연 선배 레미에서 내보내라고 하니까 싫다고 했죠. 그러니까 갑자기 넘어트리고 다짜고짜 패는 거 있죠."


정말 뻔하디 뻔한 SMK 계집들의 수법이었다. 나는 허탈함에 고개를 저었다. 상황이 대충 정리된 후, 나는 도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미로는 못 봤어?"


"미로요? 잘 모르겠는데요."


"그래? 미로 메시지 받고 여기 온 건데. 이상하네."


나는 휴대폰을 꺼내 다시 채팅창을 확인했다. 그 순간, 미로가 멀리서 뛰어오는 걸 발견했다. 미로는 나를 보자마자 손을 흔들었다.


"늦어서 죄송해요!"


미로는 가쁜 호흡으로 내 앞까지 다가왔다.


"어디 있었길래?"


"죄송해요! 채팅창 확인하고 뛰어왔는데 선배가 더 먼저 와있었네요."


미로는 주변을 보다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선배, 민아 일행은요?"


"몰아냈어. 승준이 상태가 영 좋진 않지만."


"그러네요."


미로는 승준의 상처들을 조심히 더듬어 보았다. 이후 짧게 한숨을 내뱉었다.


"제가 늦게 왔으니까 승준이 병원까지 가도록 배웅해야겠네요."


"왜? 그냥 같이 가는 게 나을 텐데."


"오늘 축제 준비하느라 바빴잖아요. 조금이라도 집에서 쉬면서 컨디션 챙겨야죠."


그렇게 미로는 승준과 함께 병원까지 길을 동행했다. 나 또한 따라가고 싶었으나, 미로의 만류로 제자리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미로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오늘 일로 SMK의 검은 완장만 봐도 역겨워서 속이 뒤집어질 지경이었다. 나는 다시 수풀 쪽으로 들어가 분실물이 있는지 확인했다. 다행히 나와 승준의 물품으로 보이는 건 없었다. 그렇게 주변을 벗어나려는 중.


"!"


내 앞으로 안경 쓴 누군가가 앞길을 막고 있었다. 인지하기 무섭게 내 뒤쪽으로 몰려오는 인기척을 뒤늦게 눈치챘다. 그들은 내 마스크를 벗기더니 내 앞에 젖은 수건을 코와 입에 갖다 댄 채 뒤통수 쪽으로 꽉 조여 풀리지 못하게 만들었다. 나는 어떻게든 거즈를 풀어내려 했으나, 알 수 없는 톡 쏘는 냄새에 그대로 기력을 잃고 말았다. 주변으로 여학생들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울려 퍼졌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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