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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스게일 님의 서재입니다.

노벰버 레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다스게일
그림/삽화
RockDoMM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6.08.09 13:08
연재수 :
8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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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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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5
글자수 :
453,443

작성
15.05.08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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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Chapter 2. <Good Night> 57화

DUMMY

프로스트는 캐비닛에서 번아웃 앰플을 꺼내 분무식 주사기 위에 꽂았다. 짙은 핏빛의 액체가 주사기의 앰플꽂이 안으로 빨려들어가며 작은 소용돌이가 만들어졌다. 위쪽으로 떠오르는 붉은 거품방울들은 무척이나 불길해보였다.


그것을 한참 동안이나 노려보던 프로스트는 곧 분무식 주사기의 피스톤을 잡아당겨 번아웃을 ‘장전’했다. 쓰는 방식이나 생김새나, 이 주사기는 여러모로 권총을 연상시키는 데가 있었다. 맞는 사람의 몸에 별로 좋지 않다는 점 역시 공통점이었다.


그는 주사기의 분사구를 목덜미 옆쪽에 가져다댔다. 25ml나 되는 양의 액체를 한순간에 몸속으로 밀어넣는 것이니 긴장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손바닥의 땀을 닦아낸 그는 주사기의 방아쇠울에 천천히 손가락을 걸었다. 그리고 그는 방아쇠를 당겼다.


- 피시식


“크으윽!”


목덜미에서 전해져오는 지독한 통증에 프로스트는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눈앞이 흐려지고 세상이 빙빙 돌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 번아웃이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


통증이 사라지고 피부가 타들어가는 듯한 작열감이 느껴졌다. 혈류가 엄청난 속도로 혈관을 도는 것이 느껴지고, 예민해진 오감이 손에 잡힐 듯이 다가왔다. 용솟음치는 힘을 주체할 수가 없어 온몸이 덜덜 떨릴 정도였다. 터질 듯이 화끈거리는 근육 덕분에 뭔가를 박살내야만 이 뜨거움이 사라질 것 같았다. 대뇌 속 깊숙한 곳에서부터 파괴의 충동이 몰려왔다.


프로스트는 주사기를 캐비닛 안에 집어넣고 캐비닛을 거칠게 닫았다. 그리고 락커룸의 문을 열어젖히며 외쳤다.


“관장님, 스파링 준비 끝났어! 다 데려오라고!”


프로스트의 두 눈은 잔뜩 충혈되어 있었으며 본래 붉었던 붉은 눈동자는 마치 타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벽에 걸린 달력을 쳐다보았다.


시합까지 앞으로 5일. 그리고 번아웃 복용 후 사흘째였다.





- 후욱, 후욱


숨이 가쁘다. 내쉬는 숨이 불처럼 뜨겁다.


- 후욱, 후욱


땀방울이 흘러 오른쪽 눈으로 들어갔다. 따갑지만 눈을 감아서는 안 된다. 틈을 보일 수는 없었다.


왼쪽 눈두덩은 이미 부어올라 시야의 절반은 보이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 무식하게 생긴 황소같은 놈이 남겨준 상처였다. 그 녀석이 몇 번째 상대였던가. 다섯 번째였나? 아니면 여섯 번째?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도 여러 놈들하고 싸우다 보니 순서 같은 건 다 잊어 버렸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무제한급의 녀석들과 연속으로 싸운다는 것은 미친 짓이었다. 하지만 이미 미친 짓을 할 각오로 시작한 싸움이 아니던가.


'이런 젠장.'


눈에 들어간 땀 때문에 시야가 흐려져간다. 더 이상 버틸 수는 없었다.


그가 눈을 감자 세상이 사라졌다. 프로스트는 자신이 다시 눈을 뜨기 전에 공격이 날아 올 것을 확신했고, 그래서 그대로 몸을 날렸다.


오른쪽 뺨으로 축축하고 단단한 것이 스쳐 지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왼쪽으로 고개를 숙인 것은 순전히 감이었고, 운좋게도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상대의 주먹을 스쳐보낸 프로스트는 상대의 팔 바깥에서부터 주먹을 휘둘렀다. 높이는 안면. 궤도는 위쪽에서부터 내리찍는 스트레이트.


오른쪽 정권 끝에서부터 뭔가 박살나는 감각이 전해져왔다. 라이트 카운터였다. 프로스트가 감았던 눈을 떴을 무렵에는, 이미 상대는 안면이 함몰된 채 뒤로 날아가고 있었다.


“스톱, 스톱! 시합 중단! 노이스, 괜찮나? 내가 누군지 알겠어? 젠장. 닥터, 올라와! 노이스 좀 봐줘!”


금세 케이지 위가 시끄러워졌다. 이미 여러번 봐온 광경이라 이제는 별로 특별할 것도 없었다.


눈앞의 광경에서 관심을 접은 프로스트는 천천히 헤드기어를 잡아당겼다. 쏟아진 땀으로 인해 그가 서있던 바닥은 당장 걸레질이 필요한 형편이 되어버렸다.


볼에서 뭔가 끈끈한 것을 느낀 프로스트는 그것을 손으로 훔쳐 보았다. 손바닥에는 피가 잔뜩 묻어있었다. 절반 정도는 자신의 피라 할만 했다. 출혈의 근원지는 찢어진 입술이었다.


피가 묻어있는 형태 상 나머지 절반은 남의 것이 분명했다. 누구의 것일까. 이 역시 의미없는 질문이었다. 앞서 그와 싸운 여러 격투가중 한 명의 피일 것이었다. 혹은 그들 모두의 피거나.


대충 땀을 털어낸 프로스트는 심호흡을 몇 번 했다. 그리고 다시 헤드기어를 눌러썼다.


“이봐요, 관장님.”


자신의 코너에 기대 선 프로스트는 케이지 아래에 시선을 던졌다. 거기에는 이 체육관의 관장이 팔짱을 낀 채로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별로 기분좋아 보이는 표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프로스트는 개의치 않고 말했다. 어차피 그는 중간부터 계속 저 표정이었다.


“준비 끝났어. 다음 상대를 올려 줘.”


“…….”


“왜 그래. 준비 끝났다니까.”


“자네, 방금 전이 몇 번째 상대인지 기억나나?”


“글쎄.”


프로스트는 오픈 핑거 글러브를 낀 손으로 턱밑을 긁적거렸다. 흘러내린 피가 굳어서 딱딱해져 있었다.


“한…… 일곱 번째인가?”


“열한 번째였어.”


아, 그렇군. 프로스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프로스트는 반론하려 했지만 관장이 선수를 쳤다. 그가 손가락을 들이대며 물었다.


“이게 몇 개로 보이나?”


프로스트는 눈을 가늘게 뜨고 관장의 손가락을 노려보았다. 사실 초점이 잘 모이지 않았다. 그의 손가락이 흐릿하게 흔들렸다. 그는 자신없이 대답했다.


“으음……. 네 개 아냐?”


“세 개다.”


그런가. 프로스트는 입을 다물었다. 관장이 계속 말했다.


“넌 오늘 너무 많이 싸웠다. 내려와라.”


“난 더 할수 있어.”


“고집부리지 말고 내려와. 아무도 이렇게 무식하게 스파링을 계속하지 않아.

약을 쓴다고 몸이 더 강해지는 건 아니야. 고통을 못 느끼는 것뿐이지 데미지는 고스란히 몸에 남는다고.

경기에 나가기도 전에 쓰러지고 싶지 않으면 내려와라.”


“칫, 알았어. 그럼 대신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복근 단련하는 것 좀 도와줘.”


“넌 아까도 했잖아.”


“아까는 아까고 지금은 지금이지. 한 번만 더 도와줘.”


관장은 잔뜩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옆의 코치 하나에게 눈짓을 했다. 코치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프로스트에게 다가왔다. 코치는 프로스트를 체육관의 구석으로 데려갔다. 손잡이가 있어 붙잡을 수 있는 형태의 운동 기구 앞에 프로스트는 똑바로 누웠다. 물론 바닥에는 매트가 깔려 있었다.


코치는 자신이 잡을 수 있도록 운동 기구의 위치를 적당히 조절했다. 코치가 말했다.


“꽉 붙잡아.”


“안 말해도 알아.”


프로스트가 대꾸했다. 그는 팔을 위로 뻗어 기구의 아래쪽을 단단히 움켜잡았다. 준비가 끝나자 코치가 말을 건넸다.


“아까도 많이 했으니, 15개씩 3세트만 하지.”


“아냐. 똑같이 하겠어. 30개씩 5세트.”


“……너, 그러다가 갈비뼈 다 나가도 책임 안진다.”


“나갈 것 같으면 미리 얘기할게.”


앞으로 시행될 훈련을 생각하면 꽤나 황당한 대화였다. 코치는 고개를 좀 내젓고는 프로스트의 허리를 그의 가랑이 사이에 집어넣는 자세로 섰다.


“숫자 셀게. 그럼 시작한다!”


프로스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복근에 잔뜩 힘을 주고 숨을 멈추었다. 그러자 코치는 프로스트의 배를 밟고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코치는 숫자를 세며 뛰어올랐다. 넘어지지 않도록 기구의 손잡이를 잡고 있음에도, 사람의 배라는 것은 발판으로 했을 때 그리 균형을 잡기 쉬운 입체물이 아니었다. 따라서 그는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 천천히, 제대로, 확실하게 모둠발로 뛰어올랐다. 밟고 선 공간이 프로스트의 배가 아니라면 높이뛰기를 연습하고 있다고 해도 믿어줄 만한 광경이었다.


물론 발판의 입장에서는 전혀 좋을 것이 없었다.


“아홉! 열! 열하나!”


프로스트는 복근이 갈가리 찢겨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어린아이도 아니고 몸무게가 최소한 80킬로그램은 넘어갈 건장한 남자를 배 위에서 뛰게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가 발을 구를 때마다 속이 뒤집히는 것 같았지만 신음 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 신음 소리를 내려면 들이쉬던 내쉬던 숨을 쉬어야 하는데, 지금 숨을 쉬려고 긴장을 풀었다가는 갈비뼈를 부러뜨려먹기 딱 좋았다. 한 세트가 끝날 때까지 숨도 쉴 수 없었다.


즉 이 훈련은 복근의 단련인 동시에 무산소상태에서 버티는 훈련이었다. 격투기는 아주 격렬한 무산소운동이다. 특히 마운틴과의 시합은 그렇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에게 한번 잡히면 쉽게 빠져나올 수 없을 것이었다. 빠져나올 기회를 잡을 때까지 버티는 것이 관건이었다.


“스물! 스물하나! 스물둘!”


……내장이 뒤틀린다. 질식하기 일보 직전의 상황이었고 당장 눈알이건 뭐건 하나쯤은 튀어나올 것 같았다. 복근이 어떻게 되었을지는 걱정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하지만 프로스트는 훈련을 중단시키지 않고 끝까지 버텼다. 마운틴의 일격은 이것보다 훨씬 더 끔찍했다. 이것도 버텨내지 못한다면 마운틴의 보디 블로를 맞고 견디는 것은 불가능했다.


프로스트는 버티고 또 버텼다. 이윽고 영영 올 것 같지 않던 끝이 찾아왔다.


“……서른!”


“크흐어억! 크흐, 크윽! 허억, 흐윽…….”


코치가 내려오자마자 프로스트는 당장 배를 부여잡고 뒹굴었다. 숨을 쉬려고 시도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고통이었다.


배가 정말 아팠다. 번아웃의 도움을 받고도 이 정도이니 복근에는 정말로 큰 자극이 되었으리라. 아니, 이 정도의 충격을 단지 자극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어폐가 있었다. 정말 딱 죽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프로스트에게 이런 고통을 안긴 코치는 안쓰러움과 질림이 반반씩 섞인 듯한 시선으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엎드린 채로 프로스트는 그의 목소리가 들었다.


“이봐, 그만 하지.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 이러다 정말 큰일난다고.”


“…….”


“넌 할만큼 했어. 지금까지 한 것만도 충분히 오버워크라고. 휴식도 연습인 거 몰라? 넌 휴식이 필요해. 내 말 모르겠어?”


“…….”


프로스트는 끙끙거리며 바닥에 뒹굴고 있을 뿐 여전히 답이 없었다. 그의 침묵을 긍정으로 해석한 코치는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집에 가서 쉬라고. 알았어?”


그렇게 말을 건네며 코치는 몸을 돌렸다. 하지만 그는 돌아갈 수 없었다. 누군가가 그의 발목을 꽉 붙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프로스트는 몸을 반쯤 일으킨 채 그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프로스트가 힘겹게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네 번……. 네 번만 더 하자.”


작가의말

1. 오늘은 좀 달려 볼 생각입니다. 최소 두 개 더 올리겠습니다.





(※공익 캠페인 - 먼저 보셨던 분들은 스포일러 주의! 절름발이가 범인이다! 브루스 윌리스가 귀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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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죄송합니다. 며칠만 시간을 더... ㅠㅠ; +62 15.06.15 2,855 55 2쪽
76 노벰버 레인 후기 및 재연재 공지 +108 15.05.16 4,643 102 5쪽
75 Chapter 2. <Good Night> 완결편 +82 15.05.13 3,751 160 9쪽
74 Chapter 2. <Good Night> 73화 +46 15.05.13 2,953 142 17쪽
73 Chapter 2. <Good Night> 72화 +48 15.05.12 2,833 139 16쪽
72 Chapter 2. <Good Night> 71화 +36 15.05.12 2,813 134 15쪽
71 Chapter 2. <Good Night> 70화 +30 15.05.12 2,799 134 16쪽
70 Chapter 2. <Good Night> 69화 +34 15.05.11 3,019 150 18쪽
69 Chapter 2. <Good Night> 68화 +22 15.05.11 3,047 132 17쪽
68 Chapter 2. <Good Night> 67화 +35 15.05.10 2,792 123 21쪽
67 Chapter 2. <Good Night> 66화 +24 15.05.10 2,749 126 13쪽
66 Chapter 2. <Good Night> 65화 +20 15.05.10 2,674 119 14쪽
65 Chapter 2. <Good Night> 64화 +19 15.05.10 2,733 112 6쪽
64 Chapter 2. <Good Night> 63화 +24 15.05.10 2,639 115 8쪽
63 Chapter 2. <Good Night> 62화 +30 15.05.09 2,726 122 15쪽
62 Chapter 2. <Good Night> 61화 +10 15.05.09 2,624 120 11쪽
61 Chapter 2. <Good Night> 60화 +29 15.05.08 2,784 121 12쪽
60 Chapter 2. <Good Night> 59화 +19 15.05.08 2,768 127 15쪽
59 Chapter 2. <Good Night> 58화 +25 15.05.08 2,673 115 10쪽
» Chapter 2. <Good Night> 57화 +24 15.05.08 2,706 12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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