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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의 생각

샴발란(Shambha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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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의생각
작품등록일 :
2013.04.02 21:11
최근연재일 :
2013.04.13 02:56
연재수 :
6 회
조회수 :
1,457
추천수 :
20
글자수 :
24,789

작성
13.04.03 04:03
조회
319
추천
4
글자
8쪽

노스텔지어 프로젝트(1)

DUMMY

'나(我), 라(bla) 셴라프의 사명은 다 하였으나, 나는 하늘에 오르지 아니할 것이다. 지금부터 나의 사명은 땅과 지하 어딘가에 있을 피아브를 찾는 것이니. 너희는 솔루덴 산의 골짜기 깊은 곳, 달과 해가 뜨는 날 중 세 번째 낮에 창가루 산의 절벽을 바라보라. 그 산의 신님이 너희를 샴발라로 인도할 것이다.'

- 출처 : "셴라프의 지혜" 마지막 장. 마지막 절.

- 주석 :

. 셴라프 : 티베트의 고대 토속종교의 선각자를 일컫는 말. (무속인)

. 샴발라 : 티베트 어딘가에 있다는 이상향. (영어명 : 샹그릴라)

. 피아브 : 독해되지 않은 문장으로 어떠한 장소 또는 깨달음으로 추정.


- 1. 달과 해가 뜨는 첫째날 -


파키스탄 스카르두 지방 북부 시가르강(Shigar River) 상류.


- 부아아앙 -

아찔하게 깎아진 히말라야 산맥 사이 비포장도로가 오랜만에 흙먼지를 일으킨다. 태극기를 기수에 꽂은 차량은 마치 끝없이 접혀있는 검은 장막같은 절벽 사이를 헤치며 힘겨운 괴성을 지른다. 오후 3시를 갓 넘은 시간임에도 짙은 협곡의 그림자가 무겁게 내려앉았다.

"현 박사님. 벌써 스카르두공항에서 출발한 지 5시간이 넘었어요. 후방 차량도 좀 쉬어야죠! 마을에 도착도 하기 전에 전부 퍼지고 말 거라구욧!"

앙칼진 암고양이. 그녀는 손에 든 넛트봉지에 손을 넣어 한 움큼 아몬드를 입속에 털어 넣는다.

'그래. 차라리 교양 없이 새어 나오는 와그작 소리가 네 목소리보단 우아하겠다.'

운전석. 단발에 가까운 곱슬머리를 간신히 고무줄로 묶은 사내. 하얗다 못해 창백한 피부색. 그리고.... 무표정.... 아무런 향기가 없다. 보조석에 앉은 여자의 짜증 가득한 투덜거림에도 아무런 대꾸도 표정도 없다. 마치 애초부터 혼자 여행을 하는 듯 고요하다.

"켁! 켁!"

앙칼진 암고양이는 오두방정을 떨며, 물을 찾아 허겁지겁 마셔댄다.

"화란 씨. 조금만 참아. 약 50KM 정도 남았어. 30~40분 정도면 도착할 거야. 여기는 협곡이라 어두워지기 전에 도착해야 해."

목소리도 그의 표정만큼이나 건조하다.

"쿨럭! 쿨럭! 크흐~. 그래도. 쩝쩝. 아까는 정말 너무하셨어요. 저도 여자인데, 소변 때문에 차를 세워 달래도 뒷 자석에 가서 일을 보라니.... 흑! 한국에 돌아가면 이번에는 정말로 사내 성추행으로 고소할 거야!"

화란이 말로는 이렇듯 투정부리지만, 사실 팀장인 현 박사 탓으로만 돌리기는 무리였다.

화란이 이번 프로젝트에 합류한 것은 순전히 그녀의 막무가내식 떼쓰기 덕분이었다. 등반경험도 없는 아가씨가 서 있는 것만으로도 숨이 차오르는 고원, 그것도 히말라야의 험준한 산맥을 넘는 프로젝트에 참가한다는 것이 넌센스다.

그래서 회사에서도 그녀에게만큼은 특별히 사고 시 회사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면책 각서까지 받아낸 후 그녀를 참가시켰다.

하긴 그녀의 주장대로 같은 팀 연구원들이 참가하는 중요한 프로젝트에 여자라고 제외하는 것은 직장 내 성차별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일명 '노스텔지어 프로젝트.'

이들이 소속된 회사는 '샹그릴라포털그룹(Shangrila Portal Group : SPG)'의 자회사로 고(古)미술품 경매회사인 'SPG아트옥션'이다. 몇 개월 전 이 회사가 티베트에서 AD 5세기경의 것으로 추정되는 '셴라프의 지혜'라는 고문서를 발견했다. 양피지 두루마리로 된 이 책은 과거 티베트의 토착종교인 '본교(本敎)'의 교리를 다루고 있는데, 기존 '본교'의 창시자로 알려진 '툰파 셴라프'의 경전보다 몇 세기나 앞선 것이었다. 물론 그 가치도 상당할 것이었다.


고문서에는 여성으로 추정되는 선각자 '라 셴라프'의 일대기가 기술되어 있었다. BC 2세기경 고대 티베트의 부족 중 하나인 센(gshen)부족의 무당이었던 그녀는 그들 부족을 침략한 남방의 강대한 왕조를 상대로 항쟁하여 부족을 구해내고 죽음을 맞이했다는 내용이었다.

현 박사팀은 이 고문서에서 특정한 장소를 지칭하는 단어를 찾아내었는데, 현 박사팀은 이 단어가 이곳 북부 티베트 어딘가에 있다는 이상향 '샴발라'를 지칭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러한 고서의 전설과도 같은 이야기에 막대한 자금은 물론, 위험을 무릅쓰고 존재 여부도 불투명한 장소로 가고 있다는 것이 애초에 말이 안 되는 일이어야 한다. 그러나 그 근거를 제시한 사람이 이 팀을 이끌고 있는 현지우 박사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현지우 박사는 20대의 나이에 단 2개의 논문만으로 세계 고문서학회에 파란을 일으키고, 러시아 모스크바대학의 고(古)문서학 교수에 임용될 정도의 재원으로, 고문자 해독에는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고고학의 불모지인 한국으로 간 것도, 더구나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신생회사인 'SPG아트옥션'에 들어간 것도 모두 이변이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현 박사는 돌아가신 부모님과 전 세계를 유랑하며 각국의 문물과 풍습을 익혔다고 한다. 특이한 점은 초등교육과 같은 정규 교육과정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메소포타미아 수메르 문명의 상형문자를 독학으로 해독해 내었고, 중국 고대국가인 하(夏) 시대의 상형문자를 새롭게 해석하여 그 해에 세계 고고학회의 최우수 논문으로 선정되었다. 이후에도 집필한 수십 편의 고문서학 관련 논문은 고문서학 아니 고고학의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 그가 상상속에서나 나올 법한 '샴발라'의 단서를 찾았다고 하니, 안 믿을 수도 그렇다고 믿을 수도 없는 애매한 상황이 되어버린 것은 분명했다.


시가르강을 따라 난 비포장도로의 끝에 다다른 곳은 책 속에 나온 카라코람 산맥의 깊은 곳, 솔루덴 산의 골짜기 입구였다. 카라코람은 세계에서 가장 정복하기 어려운 산으로 알려진 K2가 있는 곳이다.


만년설이 녹지 않는 이 척박한 고원에 사람과 가축이 산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일 것이다. 솔루덴 산의 골짜기 입구 둔덕에는 한국의 서낭당과 같이 신목과 솟대에 오색의 비단들이 걸려 있었고, 그 뒤로 20여 가구의 가옥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일행이 마을 어귀에 도착하니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단단한 체격의 남자가 반갑게 맞이했다. 그는 셰르파의 우두머리로 현 박사 팀의 길잡이 역할이었다. 그가 서투른 영어로 자신의 이름을 '쥬드락'이라고 소개를 하자, 현지우는 능숙한 발티어(티베트어)로 자신의 팀원들을 소개하였다. 쥬드락은 짐짓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현지우를 쳐다보더니 이내 팀원들과 인사를 나누고는 숙소로 안내했다.


화란은 짐을 풀 생각은 않고 관광여행이라도 온 듯 마을 이곳저곳을 다니며,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한 아이가 화란을 신기하게 쳐다보며, '가샤! 가샤!' 하고 외쳐댄다. 화란이 발티어를 알 리 없겠지만, 아이의 호감 어린 표정을 보며 대충 자신에게 좋은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알아듣고는 손을 흔들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멋지고 웅장한 히말라야의 산세에 감탄하며, 셔터를 눌러대던 화란이 갑자기 무언가 놀라운 것을 본 듯 멍하니 하늘을 쳐다본다.

'와~. 외계의 행성에 온 것 같아. 이렇게 밝고 맑은 하늘에 저리도 큰 달이 뜨다니. 정말 예쁘다. 이런 곳이라면 정말 샴발라가 있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아.'

그녀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마을을 겹겹이 쌓은 병풍 같은 창가루 산자락과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 사이에 걸린 보름달이었다. 하늘과 가까운 곳이기 때문일까? 이곳의 보름달은 닿을 듯이 가깝다.


작가의말

어린아이가 외친 ‘가샤!’라는 말은 발티어로 예쁘다. 아름답다는 뜻입니다. ^^

 

셰르파 : 히말라야 등정 시 베이스캠프까지 짐꾼과 길안내 역할을 하는 사람

카라코람 : 파키스탄 북부 히말라야산맥의 중앙에 위치한 지역으로 K2가 위치한 지역. 산세가 매우 험하여 가장 정복하기 어려운 산이 K2임.

시가르강 : 인도의 젓줄인 인더스강의 지류로 히말라야 산맥을 관통하는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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