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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의 생각

샴발란(Shambha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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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의생각
작품등록일 :
2013.04.02 21:11
최근연재일 :
2013.04.13 02:56
연재수 :
6 회
조회수 :
1,459
추천수 :
20
글자수 :
24,789

작성
13.04.09 16:45
조회
215
추천
3
글자
8쪽

노스텔지어 프로젝트(4)

DUMMY

이곳 솔루덴 산 정상에서 바라본 광경은 하늘과 맞닿은 창가루 산의 절벽. 그뿐이었다. 그들이 지나왔던 남쪽의 능선을 제외하면 삼면이 모두 깎아지른 절벽뿐이다.

마치 창가루 산의 정상인 분지에서 이곳 솔루덴 산만 융기된 것 같은 모습이었다. 솔루덴 산은 이곳에서 시작해, 창가루 산맥의 남쪽을 따라가면서 산속의 산을 만든 모양새였다.


창가루 산의 절벽은 회색 커튼을 드리운 듯 겹겹이 주름 잡힌 모양으로 둘러있었다. 거대한 기둥을 서로 맞붙여 솔루덴 산 주위에 둥그렇게 세워 놓은 것 같았다.


잠시 누워있던 정주호는 무거운 몸을 일으켜 카메라를 들었다. 현지우의 요청에 따라 창가루 산의 절벽을 스틸사진과 동영상으로 꼼꼼하게 담아내었다. 사진을 찍으면서 표식을 찾아내기 위해 더욱 유심히 살펴보았지만, 지금껏 보아온 절벽과 다를 것이 없었다.


현지우는 산의 정상 어귀에서 곡괭이처럼 생긴 피켈을 들고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한참을 피켈로 이곳저곳을 파보던 그는 셰르파들을 불러 모아 그 근처의 눈을 걷어내도록 했다.

한 30분 정도 파 내려갔을까? 마을 어귀에서 봤던 것 같은 오색의 오래된 천조각과 돌무더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셰르파들이 술렁거리더니 합장을 하며 연신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그 돌무더기에서 멀어지자, 기도를 멈춘 셰르파 중 한 명이 현지우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큰소리로 화를 냈다. 셰르파의 우두머리인 쥬드락이 그들을 간신히 진정시킨 후에야 현지우가 그들에게 설명할 수 있었다.

“이곳이 성역일 수는 있으나, 당신들이 생각했던 ‘셴라프의 무덤’이 아닙니다. 이곳은 아주 오래된 제단으로 ‘샴발라’로 인도할 표식이 있는 곳입니다. 그러니 마음을 진정하시고 저와 함께 제단을 정리하도록 합시다.”

한참을 설명하고 다독거린 후에야, 그들은 제단 발굴작업을 시작했다.


현지우는 초조한 듯 수시로 하늘과 시계를 보았다. 그가 생각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수석님. 수석님의 카메라는 쥬드락에게 넘겨주시고, 수석님은 항공촬영을 준비해 주세요. 다행히 바람이 적게 불어 모형헬기를 띄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체공시간이 길지 않을 테니 지금은 잠시 시험비행만 해보시고, 제가 사인을 보내면 그때 본격적으로 촬영하도록 하죠.”

현지우는 정주호의 카메라를 쥬드락에게 넘기며, 사용설명과 어느 곳을 찍어야 하는지 설명했다. 정주호는 모든 상황이 너무 즉흥적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이곳에 와 보니 고문서에 적힌 장소가 맞을 것이라는 확신은 있었다.

‘이제 달님만 기다리면 되는가?’

정주호는 카메라가 달린 모형헬기를 띄워, 연습 삼아 발굴하고 있는 제단 근처를 한 바퀴 촬영했다.


위에서 바라본 제단의 윤곽은 지면에서 본 것과는 달리 삼면이 가파른 낭떠러지였다. 발굴에 참여하고 있는 셰르파들이 떨어질 듯 위험해 보일 정도로....

카메라 모니터를 주시하던 정주호가 갑자기 모니터에 얼굴을 박을 듯 가까이 대며 흠칫 놀란 표정을 보였다.

‘이... 이것은.... 제단이 아니야. 천장대(天葬臺)다!’

정주호는 이쪽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한눈에도 이곳이 고대 천장대의 모습임을 알 수 있었다.


천장(天葬)은 티베트의 장례의식 중 하나로 한국에서는 ‘조장(鳥葬)’ 혹은 ‘풍장(風葬)’이라고 알려졌다.

이곳 파키스탄에서는 힌두교의 영향으로 ‘화장(火葬)’을 하므로 잘 모를 수도 있지만, 지금도 중국 쓰촨성 티베트자치구에서는 시신을 독수리에게 먹이는 천장풍습을 유지하고 있다.

천장대는 두툼하게 쌓아올린 돌무더기 가운데에 곧고 굵은 장대를 박아 넣고, 장대에 ‘룽다’(경전이 적힌 오색의 깃발)를 매달아 치장한다. 그곳으로부터 조금 떨어진 위치에, 주먹크기의 돌로 넓고 평평하게 다져놓은 곳이 시체를 올려놓는 곳이다. 그곳에 시신을 두면 시체를 먹고 사는 독수리가 날아와 시신을 남김없이 먹는다.

이것이 자연으로 와서 자연으로 돌아간다고 믿는 그들의 장례의식인 것이다.


정주호는 현지우가 이곳이 천장대라는 것을 모를 리 없을 거로 생각했다. 왜 굳이 거짓말을 했을까? 그는 셰르파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는 거짓말을 했을 거라고 스스로 이해했다. 또 한편으로 드는 의문이 이곳은 만년설이 덮인 곳으로 독수리들조차 살 수 없는 곳인데, 이곳에서 천장을 지낼 수 있었을까? 하는 것이었다. 모든 해답을 현지우가 알고 있을 텐데, 그는 천장대 발굴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시간은 어느덧 3시가 넘어 서서히 창가루 산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었다.


현지우는 룽다의 장대가 있던 돌무더기를 혼자 바쁘게 치우고 있었다. 두터운 방한복까지 벗어 던진 채, 벌써 한 시간째 땅만 파고 있다.

정주호는 그런 그가 너무 무리한다 싶어 돕겠다고 하였지만, 그는 한사코 거절하며 체력을 아껴두라고만 했다. 정주호는 어쩔 수 없이 이 주변을 좀 더 세밀하게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다.


‘삐빅! 삐빅!’

현지우의 시계에서 알람 음이 울렸다.

그는 무언가를 가득 담은 두툼한 충격방지용 가방을 옆으로 메고, 한 손에 망원경을 들었다. 그의 지시에 따라 정주호는 헬기를 띄우고, 쥬드락은 동영상 카메라를 들었다.

현지우는 돌무더기 위에 올라가 망원경으로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아직은 특별한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그의 몸에서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는 시종일관 둘러싸인 절벽을 응시했지만 고요한 적막과 가끔 불어 닥치는 거센 바람 소리 뿐이었다.

그렇게 기다린 지 한 시간이 훨씬 지나도록 달은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현지우는 그곳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셰르파들은 이곳 정상에서 1km가량 떨어진 아래 평평한 곳에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어느덧 현지우가 있는 천장대는 창가루산의 그림자로 완전히 덮여버렸다.

그리고 해가 서쪽 산에 간신히 걸릴 무렵, 정주호가 현지우를 향해 소리쳤다.

“현 박사! 달이 떴어! 달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현지우는 고개를 돌려 하늘을 바라보았다.

해는 정확히 서쪽 편 산꼭대기에 걸쳐 노을빛을 뿜어내고, 동쪽 편 산꼭대기 위로는 상현달이 약해진 햇빛을 틈타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정주호는 허겁지겁 카메라를 들고 일어나 창가이 산 절벽을 향해 셔터를 눌렀다. 정주호의 앵글에는 절벽의 정중앙에 있는 현지우의 뒷모습이 들어왔다. 그는 두 팔을 늘어뜨린 채 미동조차 하지 않고 절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해를 등지고 달을 향해 기도하는 모습.


묘하게도 정주호는 현지우의 모습과 이곳을 찾아왔을 셴라프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착시와 현기증을 느꼈다. 정주호는 미간을 매만지며 눈을 질끈 감았다. 주름 잡힌 절벽의 모양으로 인한 햇빛과 그림자의 변화 때문에 생긴 현기증이었다.


길지 않은 순간, 어느새 해는 창가루산 너머로 완전히 사라지고, 짙어져 가는 달빛만 자줏빛 하늘에 덩그러니 남아버렸다.

현지우는 차가워진 저녁바람에도 한참을 그 돌무더기 위에 서 있었다. 정주호는 그가 표식을 발견하지 못한 아쉬움에 떠나지 못하는 거로 생각하고, 조용히 셰르파가 준비한 캠프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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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노스텔지어 프로젝트(3) 13.04.09 227 2 8쪽
2 노스텔지어 프로젝트(2) 13.04.07 247 3 9쪽
1 노스텔지어 프로젝트(1) 13.04.03 320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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