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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의 생각

샴발란(Shambha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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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의생각
작품등록일 :
2013.04.02 21:11
최근연재일 :
2013.04.13 02:56
연재수 :
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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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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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글자수 :
24,789

작성
13.04.07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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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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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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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노스텔지어 프로젝트(2)

DUMMY

- 2. 달과 해가 뜨는 둘째날 -


2박 3일을 꼬박 이동해 온 탓에 현 박사 팀은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야 하나 둘 일어나기 시작했다. 내일부터는 솔루덴 산 어딘가에 있을 샴발라로 가는 표식을 찾아 나서야 한다.

라 셴라프가 말한 ‘골짜기 깊은 곳’의 의미가 너무 광범위하여 사전에 위성사진 등으로 후보지를 선정하긴 했지만, 사실 그 후보지들을 둘러보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닐 듯했다.

“윤실장. 아... 이거 정말 헛고생만 하는 거 아니냐? 후보지 4곳을 둘러보고 돌아오는 데에 이동거리가 150km가 넘어. 게다가 선발대 중 절반이 등산은커녕 동네 약수터도 안 다녀 본 사람들이잖아?”

팀원들은 등정이 내일로 다가오자, 현실적인 걱정들이 앞서는 모습이었다.

“그러게요. 수석님. 저 같은 엔지니어야 이곳에서 중계역할만 하면 되니 별 상관은 없지만, 이렇게 숨쉬기도 힘든 곳에서 등산이라니. 사고라도 생길까 봐 걱정이네요.”

GPS 장비를 체크하던 윤 실장이 정 수석의 말을 거들었다.

“이봐 들. 현 박사가 다 생각이 있겠지. 그 고문서가 100% 사실이라면 그곳은 부족민 전체를 데리고 이동해야 하는 곳이야. 노인과 아이들도 있었을 테고 말이지. 우리 같은 일반인이라고 못 갈 이유도 없을걸? 헌데 난 그보다 ‘세 번째 날’이라는 시간의 지정이 마음에 걸려. 우리가 제대로 된 위치에 도착했다 해도 시간이 맞지 않으면 표식을 찾지 못한다는 의미 아니겠어?”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이광호 박사는 머그잔에 커피를 채우며 말을 이었다.

“하긴 현 박사라면 내가 생각한 것까지, 아니 그 이상 계산에 넣었겠지. 아! 윤실장. 현 박사가 확인하라던 라 셴라프 생존 시기의 달과 해의 공전주기하고 이 지역 지형 예측도와 비교했을 때, 현재시점과 비교한 오차범위 추정은 다 되었나?”

“네. 고작 2,500년 전이라서 큰 오차는 없습니다. 장소만 정확히 찾아간다면 그곳에서 발생하는 자연현상이나 표식은 거의 정확히 찾을 것 같습니다.”


현지우와 쥬드락은 오랜 친구처럼 서로 어깨동무를 하며 마을로 내려오고 있었다. 당연히 이야기를 나누던 팀원들의 시선이 그들에게 쏠렸다. 한국에서야 남자끼리 어깨동무를 하는 것이 이상한 일이겠지만, 파키스탄에서는 친한 남자끼리 손을 잡거나 어깨동무를 하며 걸어 다니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정작 팀원들이 놀란 것은 현지우의 표정이었다. 웃는 얼굴. 수년간 현지우와 생활해왔던 그들조차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표정이다. 그들이 보아온 현지우의 표정은 언제나 무표정 아니면, 멍한 얼굴이었다.

현지우는 그들의 의아한 시선을 느꼈는지 쥬드락의 어깨에 얹은 손을 멋쩍게 내리며 말을 건넨다.

“일어들 나셨군요. 윤 실장. 팀원분들 좀 모아주세요. 같이 점심 겸 회의를 해야겠습니다.”


화란은 깨어난 직후부터 윤 실장에게 컴퓨터를 빌려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 사진과 무용담(?)을 열심히 올리고 있었다.

특히 어제 바람 부는 언덕에서 찍었던, 흩날리는 자신의 머리를 쓸고 있는 셀프카메라 사진을 보며 싱글벙글한다. 친구들의 칭찬 댓글을 보면서 어린아이 마냥 발을 동동 구른다. 천진난만하다고 해야 할지, 나잇값을 못한다고 해야 할지, 그녀의 일상을 보면 서른셋의 나이가 부끄럽지 않을까 싶은 여자였다.

그래도 그녀는 갑골문자학이나 아시아지역의 고대 언어학 분야에서는 세계를 통틀어 몇 명 없는 스페셜리스트였다. 제법 깐깐한 현 박사의 메인 어시스트로 2 년간 일하면서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을 정도니까.


이번 노스텔지어 프로젝트를 실행하는데 있어서도 화란의 역할은 매우 컸다.

그녀는 “셴라프의 지혜”를 해석하기 위해 티베트의 고대 왕국인 토번 왕국의 내용을 담은 둔황 지방의 문헌과 위구르, 돌궐, 중국 역사서 등, 방대한 자료들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라 셴라프는 BC2세기 경 소수부족인 센부족의 현자이며, 센부족은 AD5세기 경 불교적 색채를 띤 토번왕국에 반대하여 저항하다가 사라진 부족임을 알아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노스텔지어 프로젝트를 실행하게 된 근거를 제시했는데, 그것은 티베트의 센부족이 토번왕국에 멸망되기 전의 기이한 행적들 때문이었다.

BC2세기 경 갑자기 자신의 지역을 버리고 사라진 센부족은 700여 년이 지난 어느 시점에 갑자기 티베트의 중심까지 진출하게 된다. 센부족은 힘에 의한 전투로 세력을 확장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파악한 자료에 따르면, 센부족의 사람들은 티베트의 토착종교인 본교의 신자들로 모두 선각자의 능력을 지녔다고 한다.

그들은 주술과 같은 초월적 능력과 지혜를 통해 교화로서 세력을 확장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러한 센부족의 능력을 두려워한 토번왕국은 센부족을 색출하여 모두 효수하였고, 짧은 시간 센부족은 영원히 사라지게 된 것이다.

현 박사는 센부족이 BC2세기부터 AD 5세기까지 ‘샴발라’에 머물렀을 것으로 추정했다. 화란의 자료가 확실하다면, 이러한 추론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AD 5세기 자료에서 700년 전의 이야기가 신화가 아니라, 한 인물의 일대기로 온전히 구전됐다는 것은 그 부족이 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평화롭게 정착해 왔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사실 세계 어디에도 이러한 사례는 없었기에 ‘셴라프의 지혜’라는 고문서가 가지는 가치가 높은 이유이기도 했다.


현 박사팀은 식사를 마치고, 회의를 시작했다. 현지우가 먼저 말을 열었다.

“애초 내일 예정했던 탐사는 오늘 준비가 끝나는 대로 저와 정주호 수석님만 갑니다. 물론 셰르파는 예정대로 6명 모두 저희와 같이 갑니다.”

현지우의 말에 팀원들이 서로 번 갈라가며 수군거렸다. 현지우는 팔짱을 끼고 그들의 수군거림이 끝나길 기다리는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 어수선함을 정리한 것은 이광호 박사였다.

“현 박사! 그럼 우리 팀원들을 이곳까지 뭐 하러 데려왔습니까? 그냥 관광이나 하러 온 건가요?”

이광호 박사는 두꺼운 뿔테안경을 벗으며, 짐짓 싸늘한 말투로 물었다. 이에 시끄럽던 식탁에 한순간 정적이 흘렀다.


“아닙니다. 애초 계획에서 수정된 것뿐입니다. 왜냐하면, 표식이 있는 정확한 지점을 찾아냈으니까요.”

현지우는 태블릿에 지도를 띄우고는 손가락으로 한 지점을 가리켰다.

“이곳이 표식이 있는 곳입니다. 우리의 현재 위치가 여기. 약 120KM가량 떨어진 곳입니다. 이 마을에서는 그곳이 ‘셰라프의 무덤’이 있는 곳으로 아주 오래전부터 아무도 발을 들이지 않았던 곳이라고 합니다. 솔루덴 산의 시작점이기도 하고, 삼면이 창가이 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들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즉, 원래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등반 경험이 없는 여러분이 쉽게 갈 수 있는 위치가 아닙니다.”

현지우의 말에 몇몇은 고개를 끄덕였다.

“현 박사님! 그래도 지원자는 받아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정수석님은 산악 등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뽑아주신 건 이해가 가는데, 정작 현 박사님 본인도 등반경험이 없지 않나요? 아무리...”

구화란이었다. 현 박사는 마치 구화란이 이럴 것을 예상이라도 한 듯, 그녀의 말을 막았다.

“특히 화란 씨는 안됩니다. 전 한국에 돌아가서 성추행범으로 고소당하고 싶지 않거든요? 그리고 저희는 지금 바로 출발해서 내일 16시 이전에 목적지에 도착해야 합니다. 26시간 조금 넘게 남았네요. 일단 최대한 스노모빌로 갈 수 있는 곳까지 간 후, 도보로 쉬지 않고 가야 제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스노모빌도 총 6대뿐이라 더 이상의 인원은 불가능합니다. 이번만큼은 화란 씨가 양보해 주세요. 그럼 이상 회의를 마치겠습니다.”

식당 바깥으로부터 스노모빌의 시동 음이 들리자, 현지우는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윤실장에게 몇 가지 장비를 받으며, 분주하게 떠날 채비를 하였다.


현지우와 정 수석은 간단히 팀원들과 악수를 하고 스노모빌에 올라탔다. 이때 구화란이 늦게서야 현지우를 불렀다.

“현 박사님! 잠시만요. 이거 가져가세요.”

그녀가 건넨 것은 커다란 보온병 3개였다.

“제가 같이 못 가는 이유가 아무래도 화장실 사건 때문인 것 같은데, 그렇다면 앉아서 밥 먹을 시간도 없다는 거잖아요? 양고기를 섞어 넣은 죽이에요. 정 박사님과 같이 드세요.”

“아! 고마워요.”

무뚝뚝한 사람. 다른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부끄러울 것도 참고 건넨 건데, 눈도 마주치지 않고 ‘고마워요.’ 한마디뿐이라니.

“아! 짜증나! 매번 보는 거지만 저 표정은 정말 적응이 안 된다. 적응이 안 돼!”

구화란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털며, 획하고 돌아 숙소로 들어가 버렸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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