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3Q 님의 서재입니다.

수선기담 신마분혼기 修仙奇談 神魔分魂記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김상규
작품등록일 :
2024.05.08 17:12
최근연재일 :
2024.07.03 12:00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131,667
추천수 :
4,269
글자수 :
164,850

작성
24.05.16 12:00
조회
3,517
추천
105
글자
9쪽

역제안을 하다.

DUMMY

추영이 강인을 데리고 공손가에 도착했다. 그러자 공손명은 은자가 든 작은 주머니를 건네주며 그를 치하했다.


“수고했네.”

“감사합니다.”


추영이 기뻐하며 떠났다.

공손명은 웃음 띤 얼굴로 강인이 평소에 꿈에도 못 꿀 음식들이 한 상 가득 펼쳐진 자리에 앉을 것을 권했다.


“방금 추영에게 듣기로 강하촌의 흑웅과 싸울 뻔했다고 들었네.”

“그렇습니다.”

“그 전에는 적랑이란 왈패를 두들겨 패기도 했다며?”

“그것도 맞습니다.”

“보기와 다르게 꽤나 괄괄한 친구로군.”

“부끄럽습니다.”

“어쨌든 은원이 얽혔으니 쉽게 풀리지 않겠군. 남의 은원에 함부로 끼어드는 건 강호의 금기이긴 하지만 원한다면 공손가가 자네의 비바람을 막을 처마가 되어 줄 수 있네. 어떠한가?”

“네?”


갑작스런 호의에 어리둥절히는 사이 공손명은 품에서 작은 주머니 하나를 꺼내 강인에게 건네주었다.


“그걸 열어보게”


지체 없이 그 주머니를 열었다. 그 안에는 반짝이는 금와 은, 그리고 작은 병 두 개가 들어있었다. 공손명은 작은 병들을 가리켰다.


“그 병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아는가?”

“잘 모르겠습니다.”

“자네가 수행에 관심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네.”

“아? 네네 그렇습니다.”


강인은 고개를 숙이며 머리를 굴렸다.

적랑을 두들겨 팬 건 비쩍 마른 꼬마가 그랬으니 아무도 예상 못한 일이고 그러니 충분히 소문이 퍼질 만한 이야기긴 했다.

하지만 내가 수행을 하는 것까지 안다고?

물론 자신의 주변을 파면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드문 일도 아니다. 혹시나 해서 명륜공을 들고 수련하며 행운을 바라는 사람이 적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왜 공손명 같은 자가 자기처럼 보잘 것 없는 꼬마 거지의 뒤를 팔정도로 관심을 가지는지 의아했다.

공손명은 계속 말을 이었다.


“그 병 안에는 청진단靑珍丹과 화용단華甬丹이 각각 3알씩 들어있네. 수행에 도움을 주는 것들이지. 모두 자네에게 주는 선물일세.”


강인이 병을 열자 각각 푸른색 단약과 군청색으로 물든 단약이 들어있었다. 엄지 손톱만한 크기의 단약에서 풍기는 알싸한 향기가 너무 매혹적이다.

강인은 쉽게 약병에서 눈을 떼기 힘들었다.

이 일대의 맹주인 영도종은 뛰어난 영약을 제조하는 문파로 유명하다. 그리고 영도종에서 뻗어 나온 공손세가도 영도종의 영약 제조 비법을 조금 물려받았다. 물론 엄청나게 대단한 영약을 만드는 건 아니다.

일반인에게 영기를 쉽게 감응할 수 있도록 도와 연정기로 승급할 수 있는 확률을 올려주는 청진단淸珍丹과 연정기에 오르고 나면 그 경지를 다질 수 있게 도와주는 화용단華甬丹이 나름 알려져 있다.

물론 보잘 것 없다고 해도 수선계에서나 그럴 뿐 일반인은 금은으로도 쉽게 살 수 없는 물건들이다.

이런 귀한 걸 그냥 줄 리 없다.

강인은 조심스럽게 병의 마개를 닫은 후, 공손명에게 물었다.


“혹시 제게 시킬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무척 영민하군. 좋아.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네. 며칠 전, 나에게 넘긴 흑태와 형태동주의 비늘을 다시 구해주게. 자네가 이 둘을 더 구해오겠다고 한다면 그 물건들은 당장 자네 걸세. 그리고 또 한 번 성공적으로 구해왔을 경우 지금과 같은 보상을 하겠네.”


강인은 두 개의 병을 만지작거렸다. 당장 그러겠다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때는 운이 좋았습니다. 다시 구할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행운이란 연달아 오기도 하는 법이지.”

“음······.”


끈질기게 설득하는 걸 보니 공손명에게서 반드시 흑태와 비늘을 반드시 구하고 말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강인은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결정은 빨랐다.

위험한 제안이다. 하지만 기회인 것도 확실했다.

오른 손에 담긴 기연의 비밀을 풀기 위해서는 언젠가 한 번은 동굴에 들려야 했다. 갑작스런 일이긴 하지만 이번 기회를 이용해 최대한 이득을 뽑아내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리고 영약이라!

분수에 넘치는 물건이다. 그래서 그 동안 미처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이 병에 들어 있는 영약이라면 사요에게서 흡수한 기운을 대체해 오른 손의 불덩어리를 다시 움직이게 만들지도 모른다.

머릿속에서 빠르게 상황정리가 끝난 강인은 열심히 머리를 굴리며 공손명에게 조아렸다.


“형태동주는 길이만 5~6장에 달하고 머리는 제 몸통만합니다. 그리고 사람의 말을 하고 두 눈을 바라보면 술법에 걸려 정신이 홀려버립니다.”

“확실히 사요는 최소한 연정기 후기에 도달한 강력한 요괴이긴 하네.”

“이번에 제가 운이 좋아 또 한 번 흑태와 비늘을 구했다고 쳐도 그 다음에도 운이 좋을 거란 보장이 없습니다.”

“그 다음? 그 다음은 무슨 말인가?”

“이번에 흑태와 비늘을 구해오면 세 번, 네 번 다시 구해오라고 등을 떠 밀지 않겠습니까?”

“음······.”


공손명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거기까지는 고려하지 못했는데 나이도 어린 친구가 제법 통찰력이 있군. 내가 약속하지. 세 번째는 요청하지 않겠네.”

“물론 공자님께서는 그러실 거라 믿습니다. 하지만 세상 일이 원하는 데로 흘러가진 않죠.”


너도 알고 나도 안다. 욕심이란 게 쉽게 그칠 리 없다. 하나가 생기면 둘을 원하는 법이니까.


“······.”


공손명은 침묵하며 말을 잇지 않았다.

그래서 강인은 그에 대한 평가를 조금 높였다. 최소한 염치가 있어 물 흐르듯 거짓말은 못하는 사람이구나.

강인은 잠시 뜸을 들인 후, 넌지시 말을 이었다.


“저에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들어보시겠습니까?”

“무엇이냐?”

“사요가 혹할만한 선물을 준비해 주십시오. 제가 직접 그 선물을 사요에게 전해 사요와 공손가가 서로 우호를 다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이끼와 비늘을 구하는 것이 뭐가 어려운 일이겠습니까?”


공손명이 피식 웃었다.


“허무맹랑하구나.”


이정도 반응이야 예상했다. 강인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어떤 종류의 선물이든 상관없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사요가 거부하기 힘든 물건이기만 하면 됩니다. 공손세가의 공자님이시니 힘을 다해 알아보신다면 뭐라도 구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사요가 그 선물을 받기만 하면 일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이 어렵겠습니까? 이후에도 계속 선물을 미끼로 꾸준히 흑태와 비늘을 교환할 수 있을 겁니다. 어쩌면 천년 묵은 이끼인 백태를 구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음, 백태라······. 확실히 구미가 당기는군. 흑태만으로도 분명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는데 백태라면 더 말할 것도 없겠지······. 하지만 사요는 무척 사나운 녀석이다. 협상차체가 통하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오래 전, 우리 가문이 토벌을 시도한 적도 있어 묵은 원한 또한 있다.”

“원한이야 이미 오래전 일 아닙니까? 협상이 통하지 않을 거란 지레짐작으로 수백 년간 교류가 막혔던 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니 제가 볼 땐 협상이 통할 여지는 충분합니다.”

“허허, 다 좋다고 쳐도 내가 뭘 보고 자네가 거래를 성공할 거라 믿겠는가?”

“없습니다. 물론 없지요. 하지만 전 이 일에 실패하면 전 사요에게 목숨이 날아가게 될 겁니다. 만약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면 이렇게 대놓고 말씀드리지도 않았을 겁니다. 오히려 그냥 입 다물고 동굴 안에 숨어 있다가 시간이 흐른 다음 빠져나와, 물건을 찾지 못했다고 적당히 둘러대면 됩니다. 공자님께 책망이야 받겠지만 이 보잘것없는 목숨은 살아남지 않겠습니까?”

“당돌하군.”


공손명은 미간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확실히 그렇다. 공손세가가 편협한 마도문파도 아니고 일이 실패했다고 심부름꾼의 목을 날릴 수는 없다. 세간의 평판도 고려해야하니 말이다.

공손명은 이내 불쾌한 표정을 지우더니 깊은 생각에 잠겼다. 강인의 논리가 터무니없진 않다. 더구나 살아남을 수 있는 꼼수까지 스스로 밝히면서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이는 게 왠지 알 수 없는 믿음을 주었다.


‘그런데 사요가 혹할만한 물건이라?’


공교롭게도 얼마 전에 아버지에게 포상으로 받은 혈기단이 떠올랐다. 혈기단은 축기기에도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는 귀한 영약이니 연정기 후반의 사요라면 충분히 탐을 낼만한 보물이었다.

하지만 공손명 입장에선 위험한 도박임은 여전했다. 오히려 그 귀한 혈기단이 허무하게 날아갈 수도 있다.


“나에게 사요가 탐을 낼 보물이 있다고 치자. 하지만 사요가 그 보물만 쓱싹 삼켜버리고 입을 닦아 버릴 수도 있지 않는가? 그걸 막을 방법이 있는가?”


강인은 빙긋 웃었다. 이렇게 되묻는다는 건 거의 다 넘어왔다는 것과 다름없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수선기담 신마분혼기 修仙奇談 神魔分魂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 사요蛇妖를 설득하다. +7 24.05.20 3,472 120 9쪽
10 연정기煉精期에 오르다. +6 24.05.17 3,552 109 9쪽
» 역제안을 하다. +5 24.05.16 3,518 105 9쪽
8 흑웅黑熊 +5 24.05.15 3,583 98 9쪽
7 고운진인古韻眞人 +2 24.05.14 3,677 108 10쪽
6 적랑赤狼 +5 24.05.13 3,776 104 9쪽
5 반보半步를 내딛다. +7 24.05.10 3,993 103 9쪽
4 명륜공明輪功 +3 24.05.09 4,119 108 9쪽
3 사요蛇妖에게서 벗어나다. +3 24.05.08 4,505 107 9쪽
2 다른 세계에서 깨어나다.(2) +4 24.05.08 4,757 113 10쪽
1 다른 세계에서 깨어나다.(1) +6 24.05.08 6,170 112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