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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기담 신마분혼기 修仙奇談 神魔分魂記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김상규
작품등록일 :
2024.05.08 17:12
최근연재일 :
2024.07.03 12:00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131,719
추천수 :
4,269
글자수 :
164,850

작성
24.05.13 15:00
조회
3,776
추천
104
글자
9쪽

적랑赤狼

DUMMY

적랑은 부하 대여섯과 하릴없이 거닐다가 뜻밖에 호구를 잡았다.

꼬마 거지 녀석들이 어디서 은자를 구했는지 주제에 맞지 않게 비싼 천희루에서 음식을 포장하고 희희낙락하며 떠나는 걸 붙잡은 것이다.

그런 다음 시비를 걸고 포장한 음식과 남은 잔돈을 뺐었다.

눈치를 보니 은자가 더 나올 것 같았다. 그래서 자신에게서 훔친 돈을 가져오라고 으름장을 놓은 뒤, 일부러 한 놈을 놓아 주었다.

저런 애송이들을 뼈째로 삼키는 건 일도 아니었다.

잠시 후, 예상대로 그 놈이 좀 더 나이든 녀석들을 데리고 이쪽으로 뛰어왔다. 나이든 녀석이라고 해봐야 잡아놓은 녀석들보다 몇 살 더 많은 정도로 보였다.

시끌벅적해서 그런지 구경꾼들이 제법 모여 있었다.

적랑이 그들의 불안한 시선을 즐기며 히죽 웃으며 다가오는 강인을 향해 크게 외쳤다.


“이 녀석, 네가 내 돈을 훔쳐갔느냐?”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헛소리를 하면 당장 발길질부터 할 생각이었는데 꽤나 눈치가 빠른 녀석이다.

적랑은 다시 강인을 윽박질렀다.


“훔쳐간 돈은 가져왔느냐?”

“물론입니다. 여기 있습니다.”


강인이 굽실거리며 손바닥을 펴자 반짝이는 은자가 나타났다. 적랑은 음흉하게 웃었다.


“말귀를 잘 알아듣는 녀석이로군.”


적랑은 거리낌 없이 다가와 강인의 손바닥에 있는 은자를 집으려했다. 그 순간 강인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음?”


적랑이 눈살을 찌푸렸다.

새삼 은자가 아까워 진건가?

이자식이 쓴 맛을 보고 싶나?


“지금 뭐 하는 거······.”


말을 끝맺지도 못했다. 그 순간 강인이 펄쩍 뛰어 올랐고 오른 손으로 적랑의 턱을 그대로 날려버렸다.

퍽!!

시원하고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제대로 들어간 주먹이다.

적랑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고목이 쓰러지듯 철퍼덕 바닥에 누웠다. 다들 예상 못한 상황이 벌어지자 놀란 소리가 여기저기 튀어나왔다.


“앗!!”

“저 꼬마가 큰일 나려고”


적랑이 갑작스런 공격에 넘어졌지만 금방 일어나서 꼬마를 밟아버릴 것이다. 하지만 적랑은 쓰러진 채 일어나지 못했다.

꿈틀거리지도 않는 게, 완전히 정신을 놓은 것 같았다.

강인은 즉시 뒤에 있는 소마에게서 몽둥이를 건네받았다. 그리고 기절한 적랑을 무자비하게 내려치기 시작했다.

퍽!

퍼퍽!!

적랑의 패거리가 놀라 어어! 하다가 두목이 두들겨 맞는 걸 한 동안 멀뚱히 지켜보았다. 도저히 현실감이 들지 않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내 하나 둘, 정신을 차리더니 욕설을 내뱉으며 강인에게 달려들었다.


“이 망할 꼬마 놈이!!”

“멈춰!”

“저 놈 잡아!”


한 발 걸친 연정기라 비록 미욱하지만 강인에게는 천지의 영기가 근육에 담겨 있다. 당연히 강인의 움직임과 힘은 웬만한 일반인을 뛰어넘는다.

퍽!!

파악!

순식간에 대여섯 명이 강인의 몽둥이에 맞아 넘어졌다. 살이 터지고 피가 낭자했다. 곡소리가 울려 퍼졌다.

결국 쉴 새 없는 매질에 몽둥이가 먼저 견디지 못하고 부러졌다. 하지만 강인은 멈출 생각이 없었다.

다시 건들이지 못하게 이번에 제대로 독기를 보여줄 생각이다. 강인이 부러진 몽둥이를 버리고 소마에게 손을 내밀었다.


“줘!”


소마가 움찔 떨었다.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

“줘!”


단호한 목소리에 소마는 찔끔하며 준비한 몽둥이를 강인에게 건넸다. 다시 몽둥이찜질이 시작됐다. 처음에는 엉금거리며 피하더니 지금은 엄두도 내지 몸을 웅크린 채 고스란히 얻어맞았다.

두 번째 몽둥이마저 부러지자 강인은 매타작을 멈췄다. 그리고 널브러진 적랑파 패거리들에게 소리쳤다.


“감히 우리를 모함해!? 우리가 돈을 훔쳤다고?”


그들은 우는 소리를 냈다.


“잘못했습니다!”


강인이 다시 외쳤다.


“우리가 돈을 훔쳤는가?!”

“아닙니다. 아닙니다! 우리가 꼬마들을 모함했습니다.”

“너희들이 이 아이들 돈을 뺏은 걸 인정하는 가?”

“우리가 돈을 뺏은 게 맞습니다.”

“음식 값이랑 뺏은 돈은 어떻게 할 거냐?”


그들은 급히 품에서 은자 부스러기를 꺼내 바쳤다. 모두 합치니 다섯 냥은 되어 보였다. 강인은 그 돈을 거두었다.

그리고 아직도 기절한 적랑의 품에서도 돈주머니를 챙겼다. 열 냥은 넘게 있었다.

강인이 그들에게 소리쳤다.


“이제 꺼져라!”


멀쩡히 움직일 수 있는 놈이 없었다. 하지만 더 얻어맞지 않기 위해 악착같이 일어났다.


“저 녀석도 데려가!”


강인은 적랑을 가리켰다. 턱이 부서지고 얼굴은 터져서 엉망진창이다. 무릎과 발목도 몽둥이에 얻어맞아 퉁퉁 부었다. 과연 온전히 나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운이 나쁘면 폐인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오히려 양평현 주민들에게는 더 좋은 일일 것이다.

한편, 방금 일어난 엄청난 활극에 주민들은 환호를 보냈다.


“저 녀석 천희루 담벼락 움막에서 사는 고아들 아니야?”

“움직임이 날래군.”

“힘도 무척 세. 방금 한 손으로 자기보다 큰 장정을 던져버렸어.”

“혹시 수선자인가?”

“쟤가? 천애고아인데다가 스승도 없지 않나?”

“영근靈根이나 선골仙骨(수선자의 자질)이 있으면 갑자기 수선자가 되는 것도 불가능한 것도 아니지!”

“웃기는 소리, 어디 이야기책이라도 읽고 왔나?”


강인을 두고 떠들썩한 소리가 그치질 않았다.

강인은 소마에게 아이들을 데리고 먼저 움막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그리고 적랑 패거리에게서 뺏은 은자 중 다섯 냥을 건네주었다.


“갈 때, 얘들 먹을 것도 다시 챙기고 다친 곳에 바를 약도 사가지고 가라”


은자를 받아든 소마가 신이 나서 아이들을 데리고 달려갔다. 강인은 주변을 쓱 둘러보았다.

다들 자신의 눈을 피했다. 방금 전까지 꼬마 거지라고 우습게보던 눈길이 아니다.

강인이 한차래 위엄을 보인 후 떠나가자 다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리고 별 볼일 없던 꼬마거지가 적랑파를 순식간에 박살낸 일을 안주삼아 여기저기 모여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공손가公孫家는 양평현의 터줏대감이다. 그리고 바로 그 공손가의 가주 공손군은 연정경 중기 동피철골경의 수선자이자 양평현의 제일 고수로 제법 큰 소리를 칠 수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렇게 위풍당당한 공손군도 초저녁 갑자기 찾아온 영도종의 장로 고운진인古韻眞人을 맞이하여 허리를 조아리느라 여념이 없었다.

아무리 공손가가 양평현에서 날고 긴다하더라도 영도종의 영향력 아래에서 존재하는 가문이다.

가문의 시조가 바로 영도종의 외문제자였고 형태동굴을 비롯해 양평현에서 사업을 벌일 수 있게 된 것도 종문의 인정을 받은 후에야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공손가는 벌어들인 수익에 일부를 매년 영도종에 봉납하며 인연의 끈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니 갑자기 방문한 귀한 손님을 위해 공손군이 초저녁부터 급히 연회를 준비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공손군은 연회가 준비되자 모든 직계 자손들을 모아 고운진인에게 인사시켜 눈도장을 찍게 했다.

혹여 자손 중에서 그의 눈에 들어 영도종에 입문할 수 있을까해서다. 운이 좋아 그렇게 된다면 가문에 든든한 뒷배가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그런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고운진인은 공손가 자손들의 인사에 가볍게 미소만 짓고 고개를 돌렸다.

한마디로 눈에 차는 이가 없다는 뜻이다.

공손가주는 실망했지만 만면에 미소를 계속 유지하며 고운진인에게 술을 올렸다.


“귀한 분께서 누추한 곳을 방문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오히려 환대해 주어 감사하네.”

“별말씀을요. 당연한 일입니다.”


고운진인은 연회에 관심이 없는 지 곧장 본론을 꺼냈다.


“그건 그렇고 공손가주에게 부탁할 게 있네.”

“말씀하십시오.”

“내가 급하게 형태가 필요하네.”

“걱정 마십시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양이 조금 많네.”

“얼마나······.”

“300근 정도면 될 것 같군.”

“······.”


너무 많은 양에 공손군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형태가 비록 낮은 등급의 영초이고 그리 희귀한 게 아니라고는 하지만 한꺼번에 300근이나 요구하다니······.


“내가 영단을 제작하기 위한 재료를 최근 전부 모을 수 있었네. 연단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모은 재료들을 마지막으로 음기로 정화된 물로 씻겨내야 하는데 그 한음지기가 담긴 정화수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손가의 특산품인 품질 좋은 형태螢苔가 필요하다네.”


고운진인은 축기기蓄氣期 후기 순청경純靑境 대원만大圓滿(수련의 정점)에 이른 자로 영도종에서도 나름 인정하는 위치에 올랐다. 하지만 오랫동안 성장이 정체되어 한 단계 상위 경지인 금단기金丹景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금단경에 오르지 못하면 아무리 영도종의 장로라도 문파의 실권에서 멀어진 일개 외직의 장로일 뿐이다.

나이도 300세가 넘은지 오래라 수명도 얼마 남지 않아 경지의 상승을 위해 영약靈藥 태을단太乙丹의 제조가 시급했다.

형태산은 높고 산자락은 200여리에 뻗어있어 청태를 채집하는 곳이 공손세가 말고도 몇 군데가 더 있긴 하다. 하지만 300근이나 되는 양을 한 번에 건넬 수 있는 곳은 공손세가 외에는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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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5

  • 작성자
    Lv.45 작은우주
    작성일
    24.06.13 02:46
    No. 1

    동피철골 보니까 궁금한건데 선협은 용어의 원본이나 기준같은게 있나요?
    다른소설에도 나온거같아서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상규
    작성일
    24.06.13 03:46
    No. 2

    일반적으로 도가나 불가의 개념이나 수련체계에서 빌려옵니다.
    큰 틀은 축기나 원영, 화신, 원신, 연단술과 호흡법 같은 오래전부터 수행에 관해 오랫동안 전승된 서책에 있는 내용들로 세우고 여기에 더해 개인적으로 이런 저런 익숙한 한자들을 조합해서 세부적인 내용을 창작했습니다.
    다른 선협 소설도 기본 틀은 도가 또는 불가의 수행에서 가져왔기 때문에 많은 용어들이 겹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지 각각의 연재글에서는 창작자가 어떻게 정의 하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예를 드신 동피철골은 직역하면 구리피부에 철로 된 뼈, 즉 몸이 단단하다는 뜻의 흔히 쓰는 사자성어를 경지의 하나로 추가한 것입니다.
    무협의 금강불괴보다는 약한 그런 느낌을 주는 경지인 셈이죠. ^^;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28 샤인네스
    작성일
    24.06.15 08:06
    No. 3

    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양마루
    작성일
    24.06.25 11:04
    No. 4
  • 작성자
    Lv.68 아미림
    작성일
    24.07.01 07:38
    No. 5

    작가양반 재미있어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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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연정기煉精期에 오르다. +6 24.05.17 3,554 10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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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흑웅黑熊 +5 24.05.15 3,583 98 9쪽
7 고운진인古韻眞人 +2 24.05.14 3,677 108 10쪽
» 적랑赤狼 +5 24.05.13 3,777 104 9쪽
5 반보半步를 내딛다. +7 24.05.10 3,993 103 9쪽
4 명륜공明輪功 +3 24.05.09 4,120 108 9쪽
3 사요蛇妖에게서 벗어나다. +3 24.05.08 4,507 107 9쪽
2 다른 세계에서 깨어나다.(2) +4 24.05.08 4,758 113 10쪽
1 다른 세계에서 깨어나다.(1) +6 24.05.08 6,177 11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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