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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기담 신마분혼기 修仙奇談 神魔分魂記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김상규
작품등록일 :
2024.05.08 17:12
최근연재일 :
2024.07.03 12:00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131,972
추천수 :
4,270
글자수 :
164,850

작성
24.05.15 12:00
조회
3,586
추천
98
글자
9쪽

흑웅黑熊

DUMMY

수선자修仙者!!

손짓한번에 비바람을 부르고 검을 타고 하늘을 가로지르는 존재다.

강인이 살았던 전생에서는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나 나오는 이야기일 뿐이었지만 새로 태어난 세계에서는 상상이 아니라 분명한 현실이자 도달 가능한 목표였다.

그리고 실제로 스스로가 증명하지 않았는가?

제대로 못 먹어 비쩍 마른 몸으로 내뻗은 주먹이 힘 좀 쓰는 적랑의 턱뼈를 박살냈다. 그리고 달려드는 졸개들까지 손쉽게 집어던지고 제압했다.

강인은 그 결과에 고무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생이 고아인 건 전생과 다를 바 없지만 남들이 가지지 못한 재능이 있다. 수선자가 된다면 남들 부럽지 않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강력한 동기부여다. 그래서 강인은 움막에 틀어박혀 수련에 박차를 가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팔뚝까지 올라온 불덩어리는 아무리 명륜공을 연마해도 더 이상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명륜공을 운기 했을 때, 불덩어리가 뜨겁게 달아오르기는 한다는 점이다.

이를 보아 불덩어리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강인은 명륜공의 운기를 멈추고 그 당시 불덩어리가 움직일 때와 지금 움직이지 않을 때의 차이점이 무얼까 고민했다.

오래 고민할 필요 없이 원인은 금방 추론할 수 있었다. 바로 단전과 혈맥에 소용돌이치던 기운, 바로 그 기운이 지금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기운이 어디서 왔는지도 알고 있었다.

바로 사요에게서 빼앗은 기운이다. 그 기운이 불덩어리를 움직이는 촉매역할을 한 게 분명했다.


“이거 다시 동굴에 들어가 사요의 기운을 흡수해야 하는 건가?”


강인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전에는 사요가 얼떨결에 휘둘렸지만 이번에도 멍청하게 당할 거라는 보장이 없어.”


아무 준비 없이 동굴로 들어갔다가는 호수 밑바닥에 쌓여있는 뼛조각에 자신의 뼈를 더하게 될 가능성이 컸다.

사요 말고 다른 방법은 없을까?

강인이 골몰하고 있을 때, 갑자기 움막의 허름한 천을 급하게 젖히더니 소마가 고개만 들이밀고 소리쳤다.


“강인아! 큰일 났다.”


안 그래도 머리가 복잡했던 강인이 그 소란에 퉁명스레 되물었다.


“무슨 일인데 그래?”

“흑웅黑熊이 이쪽으로 오고 있다.”

“흑웅?”

“강하촌의 흑웅 말이다.”

“그 놈이 왜?”

“적랑이 너에게 복수하려고 흑웅을 불렀어.”

“뭐라고?”


강인이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

흑웅은 연정기의 수선자로 일반인을 털어먹고 사는 뒷골목 불량배인 적랑과는 급이 다른 인물이었다.

원래 사냥꾼이었던 흑웅은 어느 날 기이한 향기가 나는 이름 모를 열매를 주워 먹고 삼 일간 잠들었다. 그리고 잠든 사이 열매의 기운을 흡수해 얼떨결에 연정기에 도달했다고 한다.

그게 5년 전이다.

하지만 그런 행운을 얻었음에도 흑웅은 힘들게 수련하는 걸 원치 않았기 때문에 따로 스승을 모시거나 수선문파를 찾아 입문하지 않았다.

대신 이 행운을 이용해 사냥꾼과 약초꾼 중에 질이 나쁜 녀석들을 모아 흑웅파를 만들어 우두머리가 됐다.

평소에는 양평현에서 서쪽으로 20리가량 떨어진 강하촌에 머무르며 왕 노릇을 한다고 들었다.

그런 녀석이 날 잡으러 왔다고?

소마가 강인을 채근했다.


“뭐해! 서둘러 빨리 도망가야 해”


강인은 황급히 움막을 나왔다.

하지만 늦었다.

밖으로 나오자 수십 명의 적랑파와 흑웅파 무리가 길 양 끝을 막고 이리로 다가오고 있었다. 심지어 그들 앞에는 강인, 소마와 움막에서 같이 지내는 꼬마거지들 몇몇이 그들에게 목덜미를 잡혀 끌려오는 중이다.

아이들은 겁을 먹었는지 울음을 터트렸고 사람들이 많이 오고가는 천희루 근처라서 그런지 갑작스런 소란에 구경꾼들이 점점 늘어났다.

마침내 흑웅이 강인 앞에 섰다.

검은 곰이란 별명답게 덩치가 장대하다. 강인은 그의 허리께에 불과할 정도다. 험악한 분위기에 사람들은 더욱 거리를 벌리며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당장 싸움이 시작돼도 이상하지 않다.

강인은 호흡을 고르며 긴장을 이완시켰다. 그리고 두 주먹을 쥐었다. 도망치기엔 이미 글렀다.

흑웅은 엎드려 빌지 않고 오히려 싸울 준비를 하는 이 쪼그만 놈을 보며 어이가 없었다. 심지어 눈빛을 사납게 번뜩이는 게 전혀 겁먹지 않은 눈치다.


“제법 간담이 튼실한 놈이군.”

“······.”


강인은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흑웅 옆에 있던 적랑이 이를 갈며 욕설을 내뱉었다.


“맣햘 자싯, 갸먄듀지 않게따!!”


이가 나가고 턱이 부서져서 발음이 샌다. 그래도 뭐라고 하는지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걷는 것도 절뚝거리는 게 얻어맞은 지 며칠 지났는데도 완전히 낫지 않은 모양이다.

어쩌면 장애가 남을지도 모르겠다.

저런 몰골이 됐으니 자신에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당연했다.


‘너무 심했나?’


강인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오히려 물렁하게 처리했다.’


그때 완전히 화근을 끊어버렸어야 했다. 독하게 한다고 했는데도 전생의 경험과 가치관 때문에 마지막 선을 넘지 못했다.

여긴 대한민국이 아니다. 여긴 그래도 되는 곳이다.

강인은 주먹을 세게 쥐었다.

도망치긴 늦었다. 지금 믿을 건, 오른 손에 담겨있는 불가사의한 힘밖에 없다. 파고든 불덩이가 사요를 제압한 것처럼 흑웅을 제압하길 바랄 뿐이다.

적랑이 각오를 다지는 강인을 보며 크게 비웃었다. 그리고 흑웅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헝님, 뷰탹드립이다.”

“걱정마라!”


흑웅은 웅얼거리는 적랑을 뒤로 하고 강인 앞에 나섰다. 적랑에게 이번 일을 처리해주기로 하고 짭짤한 대가를 받았다. 그러니 받은 만큼 일처리를 제대로 해 줄 생각이다.

그런데 그때, 방해꾼이 나타났다.


“잠깐! 멈추시오.”


그는 구경꾼들 틈에서 비집고 나와 흑웅과 강인 사이를 성큼 가로막았다. 흑웅 못지않은 덩치에 털북숭이 얼굴이다.

그는 바로 아침 일찍, 공손명의 명을 받들고 강인을 찾아 나온 공손가의 무사, 추영이었다.

추영은 흑웅에게 두 손을 모아 인사를 건넸다.


“강하촌의 흑웅께서 양평현에는 무슨 일이시오?”


추영이 흑웅을 알 듯, 흑웅도 추영을 잘 알았다. 그리고 추영이 바로 양평현의 터줏대감인 공손세가에서도 알아주는 연정기 수선자라는 것도······.

흑웅이 껄끄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적랑을 가리켰다.


“저 꼬마 거지가 내 동생을 폐물로 만들었소. 그러니 내가 직접 이 꼬마에게 그 책임을 물으러하오.”


추영이 슬쩍 적랑을 보았다. 엉망이 된 모습을 보니 흑웅이 폐물이라고 할만하다. 하지만 그게 뭐 어쨌단 말인가?

공손세가가 저따위 놈들을 신경 쓸 이유는 없다.

추영이 은근슬쩍 비꼬았다.


“언제부터 강하촌의 흑웅이 양평현의 적랑을 아우로 거두었던 거요? 뭐 둘이 서로 형님아우를 하든 난 아무 상관없소. 하지만 이 꼬마 친구는 공손가에서 볼 일이 있어 데려가야겠소. 불만 있다면 말하시오.”

“음······.”


거침없는 추영의 언동에 흑웅은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대응하기가 난감하다.

운 좋게 연정기에 올라 주변에서 자신을 제법 알아준다고 해도 일반인 사이에서나 왕 노릇할 뿐, 수선세가인 공손가에서 정식으로 수련한 자와 자신처럼 아무것도 배운 것 없이 혼자 떠도는 산수散修를 같은 선상에 둘 순 없다.

흑웅은 속으로 열이 뻗혔지만 조용히 두 손을 들고 뒷걸음질 쳤다.


“공손가에서 나섰는데 내가 어찌 함부로 행동하겠소. 뜻대로 하시오.”

“체면을 봐주어 감사하오.”


추영은 흑웅에게 간단히 인사치례를 한 후, 강인을 향해 말했다.


“공손공자님께서 묻고 싶은 게 있어 자넬 찾으시네. 함께 가세.”

“잠깐만요. 제가 떠나면 저 녀석이 아이들을 해코지 할지도 모릅니다.”


그 말에 추영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자 흑웅이 투덜거렸다.


“그냥 서로 사소한 일로 잠깐 기분이 틀어진 것뿐이오. 이 흑웅이 아무 상관없는 꼬마 얘들까지 찾아 일부러 해코지를 하겠소?”


흑웅이 고개 짓을 하자 잡아두었던 꼬마거지들이 풀려났다.


“강하촌의 흑웅께서 한 말이니 믿겠소.”

“물론이오. 내가 어찌 한 입으로 두 말을 하겠소?”


확답을 얻자 추영은 강인을 데리고 지체 없이 떠나갔다. 그들이 사라지자 흑웅은 인상을 찌푸리더니 침을 탁 뱉고 적랑의 목덜미를 잡아당겼다.


“이 망할 자식, 왜 공손가가 끼어있다는 말을 하지 않은 거지?”

“그건 져도, 저도 묠랏씁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건, 나의 잘못이 아니다. 그러니 네가 나에게 준 은자도 돌려줄 수 없다. 알겠나?”

“물런입니다.”


흑웅은 투덜거리며 부하들을 이끌고 사라졌고 적랑은 암울한 표정으로 쓸쓸하게 그 뒤를 따라갔다. 그리고 구경거리가 사라지자 모여들었던 구경꾼들도 모두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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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사요蛇妖를 설득하다. +7 24.05.20 3,479 120 9쪽
10 연정기煉精期에 오르다. +6 24.05.17 3,557 109 9쪽
9 역제안을 하다. +5 24.05.16 3,522 105 9쪽
» 흑웅黑熊 +5 24.05.15 3,587 98 9쪽
7 고운진인古韻眞人 +2 24.05.14 3,679 108 10쪽
6 적랑赤狼 +5 24.05.13 3,780 104 9쪽
5 반보半步를 내딛다. +7 24.05.10 4,000 103 9쪽
4 명륜공明輪功 +3 24.05.09 4,131 108 9쪽
3 사요蛇妖에게서 벗어나다. +3 24.05.08 4,520 107 9쪽
2 다른 세계에서 깨어나다.(2) +4 24.05.08 4,778 114 10쪽
1 다른 세계에서 깨어나다.(1) +6 24.05.08 6,193 11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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