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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기담 신마분혼기 修仙奇談 神魔分魂記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김상규
작품등록일 :
2024.05.08 17:12
최근연재일 :
2024.07.03 12:00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132,051
추천수 :
4,270
글자수 :
164,850

작성
24.05.14 15:00
조회
3,680
추천
108
글자
10쪽

고운진인古韻眞人

DUMMY

고운진인이 은근한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왜, 어려운 일인가?”


공손군은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고운진인이 말은 점잖게 했지만 영도종으로 갈 자원을 자기 쪽으로 조금 빼돌려 달라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영도종에 바쳐야 할 건 다른 쪽에서 때어 부족분을 채울 수 있지만 고운진인에게 밉보이는 건 두고두고 꿈자리가 사나워지는 일이다.


‘여기서 거부해서는 안 된다.’


마음을 정한 공손가주는 넙죽 엎드렸다.


“물론입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하. 고맙네.”


공손군은 곧바로 연회 한 구석에 참석해 있는 공손명을 불렀다.

비록 첩의 아들이지만 총명하고 분수를 알아 이끼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중요한 업무를 맡겼다.

공손명은 가주의 지시를 받고 저택 안쪽으로 들어가더니 잠시 후, 옥으로 된 상자玉函 두 개를 들고 나왔다. 그리고 차래로 고운진인에게 건넸다.

첫 번째로 건넨 옥으로 된 상자는 사방1장 정도의 공간이 들어있는 공간법보로 상자 안에는 300근의 잘 말린 형태가 담겨져 있었다.

고운진인은 신식神識(신묘한 감각, 영식靈識, 영각靈覺이라고도 함. 수선자가 되면 깨닫게 되는 오감五感을 넘어선 새로운 감각)으로 그 안을 살펴보고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고맙네.”


공손명는 이번에는 두 번째 옥함을 펼치며 고운진인에게 건넸다. 이번에는 평범한 옥함이라 그 안의 내용물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리고 기대했던 반응이 나왔다.


“이건, 흑태로군.”

“닷새 전에 얻은 물건인데 3백년 정도 되어 보입니다. 일 년에 몇 차래 발견되지 않는 상등품입니다.”


비록 한 움큼 정도의 양이지만 청태 수백 근 정제해도 이 흑태 한 줌의 약효를 따라가지 못한다. 고운진인은 생각보다 더 좋은 품질의 한음지수를 정제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만족스럽게 흑태를 바라보던 고운진인은 상자 안쪽에 깨끗한 천으로 감싸 따로 보관해 둔 물건이 눈에 띄었다.


“이건 뭔가?”

“이건 형태동주가 떨어뜨린 비늘입니다.”

“형태동주? 아! 동굴의 주인! 그 동굴에 강력한 뱀 요괴가 산다고 들은 적이 있네.”

“그렇습니다. 이끼를 채집하는 일꾼이 우연히 그 요괴의 비늘을 주었는데 제가 제값을 치루고 사왔습니다.”


사요의 경지는 연정기 후반, 하지만 진짜 실력은 축기기 수선자 못지않다고 알려졌다. 공손가가 어째서 형태 동굴을 장악할 엄두를 내지 못했겠는가?

바로 그 사요를 감당하지 못해서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공손가도 무작정 손을 놓고 있던 건 아니다.

양평현에 자리를 잡고 얼마 되지 않았을 시기, 사요를 토벌하려고 거액을 들여 축기기 수선자를 초빙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축기기 수선자는 사요를 토벌하지 못하고 오히려 잡아먹혔다.

옆에서 본 자에 따르면 축기기 수선자가 오랫동안 동굴을 헤매느라 지쳐있을 때, 갑자기 어디선가 거대한 뱀이 튀어나와 그를 그대로 채갔다고 한다.

정면 대결이었으면 축기기 수사가 당연히 이겼을 것이다. 하지만 동굴 안은 사요의 앞마당, 좁고 복잡한 동굴 속에서는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제 실력을 발휘하기 힘들었다.

이 토벌로 인해 공손가는 큰 손해를 입었다. 그리고 그 날 이후 감히 사요를 토벌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는 이 지역에서 꽤나 널리 알려진 일화였다.

고운진인은 감싼 천을 펼쳤다. 그러자 반짝이는 하얀 색 비늘이 모습을 드러냈다.

고운진인은 비늘을 손가락에 올려 비늘에 영기靈氣를 주입했다. 그러자 몇 발자국 떨어진 공손명에게도 서늘한 한기寒氣가 밀려왔다.

고운진인이 감탄했다.


“훌륭하군!! 비늘에 담긴 한음지기寒陰之氣가 심상치 않아!”


이 비늘에 담긴 영기를 잘만 뽑는다면 흑태의 약효를 배가 시킬 수 있을 것 같다. 단지 아쉬운 건, 비늘의 끝이 살짝 깨져있는 것이다. 그게 아니었다면 효과를 3할 정도 더 끌어올릴 수 있었을 텐데······.

공손군이 슬그머니 고운진인에게 속삭였다.


“오늘 귀한 걸음에 미처 아무런 예물을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이 물건들을 받아주십시오.”

“어허, 300근의 형태도 과한 요구였는데 흑태에 비늘까지······. 그래도 괜찮겠나?”

“여부가 있겠습니까?”

“음······. 아무리 그래도 이 귀한 걸 그냥 가져갈 순 없지!”


생각했던 것보다 월등히 좋은 재료를 구하게 되자 고은진인은 몹시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품에서 옥병을 하나 꺼내 공손군에게 건네주었다.


“이 안에는 혈기단穴基丹 세 알이 들어있네.”

“혈기단!!”


공손군은 깜짝 놀라 손에 들고 있는 병을 더욱 소중하게 감쌌다.

한마디로 혈기단은 연정기 수선자의 경지를 올릴 수 있음은 물론 한 단계 위인 축기기에서도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는 뛰어난 영약이다.

흑태와 비늘이 아무리 귀하다고 해도 이는 굉장히 후한 답례였다.

고운진인이 영도종의 장로쯤 되니까 이렇게 쉽게 건넬 수 있는 것이지 만약 공손가가 구하려 한다면 가문을 기울여야 할 정도로 큰 가치를 지닌 보물이었다.


“그런데 이 이끼와 비늘을 더 구할 수 있겠나? 구할 수 있다면 내가 또 섭섭지 않게 보답을 하겠네.”

“그 물건들을 채취한 자를 압니다.”


공손군은 이미 채집꾼이 흑태를 채취한 위치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보고를 아들에게서 받았다. 그럼에도 일부러 고운진인에게 여지를 남긴 건 이 다시 못 올 기회를 그냥 놓치는 게 너무 아까웠기 때문이었다. 공손군이 아들에게 서둘러 눈짓하자 영리하게도 아들이 자신의 바람을 읽고 응대했다.


“공손가 밑에서 일하는 채집꾼이 그 물건들을 구했습니다. 어리지만 영리하고 재빠른 친구입니다. 그 친구라면 분명 다시 구할 수 있을 겁니다.”


적당히 빠져나갈 구멍도 마련했다.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지 반드시 구한다는 말을 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 나중에 일이 잘 안 풀리더라도 나름대로 핑계를 댈 수 있게 되었다.

고운진인은 공손명의 기대에 만족하는 대답을 해주었다.


“좋군. 한 달 뒤에 다시 한 번 들리도록 하겠네. 그때 보세.”

“좋은 소식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공손군이 공손히 답했다.

고운진인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호리병을 꺼냈다. 그러자 그 속에서 뭉클거리는 연기가 흘러나와 구름이 되었다. 그리고 그 구름에 올라타더니 그대로 하늘로 날아올라 사라졌다.

연회에 참석했던 공손가의 자손들은 고운진인이 하늘을 가르는 모습에 감탄하며 소란스럽게 손으로 가리키며 소리쳤다.

공손명도 마찬가지였다.


“역시 영도종은 신선들이 모인 곳이군요.”

“경지가 오르면 누구나 가능한 술법이다. 더구나 명문인 영도종에 얼마나 많은 법기들이 있겠느냐? 구름을 담은 호리병도 그 중하나일 뿐이다. 우리 가문도 계속 나아가 힘을 키운다면 후손 중에 구름을 타고 노닐 인재가 나타나지 않겠느냐?”

“물론입니다. 아버님”

“어쨌든 오늘 너의 공이 크다.”


공손군은 옥병에서 혈기단 하나를 꺼내 다른 약병에 옮긴 후 공손명에게 건네주었다.


“이건 그 공에 대한 포상이다.”

“감사합니다.”


공손명은 감격하며 그 약병을 받았다.

연회에 참석했던 다른 자손들이 부러운 눈으로 그 모습을 바라봤다.

공손군이 옥병을 흔들며 모두에게 말했다.


“아쉽게도 본 가주는 나이가 벌써 여든인데다 본부인 외에 첩이 다섯이고 자식을 열다섯이나 보았다. 한마디로 정혈이 고갈된 지 오래라 본 가주가 혈기단을 세 알 모두 복용한다고 하더라도 축기기로 오를 확률이 높지 않다. 그렇다면 가문의 부흥을 위해 확실하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너희들의 수련경지를 올리는 게 낫지 않겠느냐? 가문을 위해 공을 세워라 그럼 혈기단을 얻을 것이다.”


모두가 눈빛을 빛내며 대답했다.


“명심하겠습니다!”


공손군은 자손들을 고무시킨 후, 공손명을 따로 가까이 불렀다.


“흑태와 비늘을 구한 채집꾼이 그 위치를 알지 못한다고 했었지?”

“그렇습니다. 그래서 걱정입니다.”

“하지만 그자가 다시 캐올 가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도 사실이다. 그를 따로 불러 바라는 것을 최대한 들어주고 호의를 얻어라. 다시 흑태와 비늘을 구하면 엄청난 보상을 주겠다고 말해 의욕을 돋워라. 혈기단을 또 한 번 구할 수 있는 이 좋은 기회를 그냥 놓칠 수는 없지 않겠느냐?”

“물론입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공손군은 할 말을 마치고 자리를 떠났고 연회도 자연스럽게 일찍 마무리되었다.

공손명은 즉시 자신의 거처로 돌아와 하인을 시켜 휘하 무사 하나를 불렀다. 잠시 후, 털북숭이 무사가 허겁지겁 뛰어왔다.

공손명이 아끼는 측근 추영이었다.


“공자님 부르셨습니까?”

“쉬는데 미안하네.”

“별말씀을요.”

“자네 며칠 전, 흑태를 캔 아이를 기억하나?”

“네, 기억합니다.”

“이름도 아나?”

“죄송합니다. 이름은 모릅니다. 하지만 어디 사는지는 알고 있습니다.”

“그런가? 다행이군.”

“그 아이는 천애고아로 자신과 처지가 같은 무리들과 천희루 담벼락에 움막을 치고 지냅니다. 가끔 그 근처를 지날 때 본 적이 있습니다.”

“좋아. 그 아이를 내일 아침 이리 데려오게”

“알겠습니다.”

“잠깐, 중요한 일을 맡길 생각이니까. 그 아이를 함부로 대하지는 말게나. 알겠나?”

“명심하겠습니다.”


털북숭이 무사, 추영은 공송명의 당부에 고개를 숙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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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사요蛇妖를 설득하다. +7 24.05.20 3,479 120 9쪽
10 연정기煉精期에 오르다. +6 24.05.17 3,558 109 9쪽
9 역제안을 하다. +5 24.05.16 3,522 105 9쪽
8 흑웅黑熊 +5 24.05.15 3,588 98 9쪽
» 고운진인古韻眞人 +2 24.05.14 3,681 108 10쪽
6 적랑赤狼 +5 24.05.13 3,783 104 9쪽
5 반보半步를 내딛다. +7 24.05.10 4,005 103 9쪽
4 명륜공明輪功 +3 24.05.09 4,138 108 9쪽
3 사요蛇妖에게서 벗어나다. +3 24.05.08 4,524 107 9쪽
2 다른 세계에서 깨어나다.(2) +4 24.05.08 4,782 114 10쪽
1 다른 세계에서 깨어나다.(1) +6 24.05.08 6,199 11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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