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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기담 신마분혼기 修仙奇談 神魔分魂記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김상규
작품등록일 :
2024.05.08 17:12
최근연재일 :
2024.07.05 12:00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150,725
추천수 :
4,852
글자수 :
170,011

작성
24.05.10 15:00
조회
4,425
추천
111
글자
9쪽

반보半步를 내딛다.

DUMMY

비록 하찮게 취급을 받는 명륜공이지만 아주 우습게 볼 건 아니다.

아주 오래 전, 거대한 단로가 비로산 정상에 부딪쳐 남긴 도형과 문양은 맑은 날에는 멀리서도 선명하게 바라 볼 수가 있었다. 그러니 누구나 그 비전을 베끼고 연구하는 것이 가능했다.

물론 비로산을 차지한 영도종은 자신들의 비전이 아무에게나 새어나가는 걸 원하지 않았다. 비전을 독점하기 위해 진법을 설치해 안개와 구름을 만들어 산 정상을 덮으려 시도했었다.

하지만 바위에 새겨진 도형과 문양에서 흘러나오는 신비로운 기운이 영도종이 설치한 안개와 구름을 흩어버렸다.

억지로 밀어붙이다가는 절벽에 남겨진 비전이 훼손될 수도 있어 결국 영도종은 논의 끝에 어느 정도 비전의 유출되는 걸 감안하기로 했다.

어차피 위쪽에 새겨져 멀리서도 볼 수 있는 건 극히 일부분일 뿐, 더 심오한 부분은 아래쪽에 있어 영도종의 심처에 들어오지 않는 한 나머지 비전을 확인하는 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영도종의 묵인 하에 비로산 위쪽에 새겨진 도형과 문양을 연구하여 개발된 각종 운기법들이 이 인근 지역에 널리 퍼져나가게 되었다.

강인이 들고 있는 책이 바로 그렇게 만들어진 각종 운기법들 중에 하나인 명륜공이었다.

강인은 즉시 책에 담긴 주요 비결을 되뇐 다음 운공을 시작했다.


천지의 상象을 빌려 해와 달을 삼키고 토한다.

그리하여 마침내 감로甘露를 얻는다.


현생의 소맹은 담겨진 비결을 따라 지난 1년간 수련을 했지만 조금의 진전을 느끼지 못했다. 이는 당연하다. 길을 인도해줄 스승도 없고 수행에 전념할 환경도 아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명륜공 자체가 빈곳이 많은 허술한 운기법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뭔가 다를지 모른다. 오른 손에 무언가 알 수 없는 힘이 들어오며 온 몸을 깨우던 느낌이 아직도 생생했기 때문이다.

강인은 기대를 안고 명륜공의 구결을 운용했다. 그러자 내부에서 이전에는 없던 기묘한 흡인력이 발생했다. 정확히 말하면 아랫배에서 소용돌이가 꿈틀대고 있다.

그 동안 느껴본 적 없는 기운이다.


‘이건 뭐지?’

‘정말 뭔가 되는 건가?’


알 수 없는 기운에 대한 의문과 동시에 답이 떠올랐다. 이건 동굴에서 빨아들인 사요의 기운이다. 그 사요의 기운이 명륜공의 구결에 따라 반응하는 것이다.

동시에 오른손이 불덩어리를 쥔 듯 뜨거워졌다.

단전과 혈맥에 남아있던 사요의 기운이 명륜공에 의해 촉발되자 오른 손을 파고든 불덩어리가 이에 호응한 것이다.

오른 손에서 시작된 불덩어리가 조금씩 움직였다. 그 불덩어리가 가려는 방향은 명확했다. 바로 아랫배의 소용돌이를 찾아 이동하는 것이다.

불덩어린 손바닥을 거쳐 팔뚝까지 올라갔다. 그 불덩어리가 지나는 동안은 불에 지질 듯 고통스럽고 지나가면 청량해진다.

불덩어리를 한참 안쪽으로 인도하던 순간, 단전에서 소용돌이치던 기운이 순식간에 사그라졌다. 흡수한 사요의 기운이 다한 것이다. 손바닥에서 올라오던 불덩이도 단전까지는 고사하고 고작 팔꿈치에 멈췄다.

강인은 긴 호흡을 고르며 눈을 떴다.

충만함이 느껴졌지만 한편으론 중간에 단잠이 끊긴 것처럼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분명 뭔가 달라진 것 같기는 한데 애매한 기분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이들은 아직 안 왔고 소마만 구석에서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있다.

강인은 움막을 가린 천 조각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햇빛에 비친 세상이 너무 선명하다. 또한 몸이 너무 가볍다.

강인은 제자리에서 가볍게 풀쩍 뛰어 올랐다. 거의 자신의 키와 비슷하게 뛰어 올랐다. 깜짝 놀랐다. 이전에는 없었던 엄청난 운동능력이다.


‘내가 설마 연정기煉精期에 도달했나?’


하지만 겨우 이 정도를 가지고 연정기에 올랐다고 봐야 하나? 예전에 연정기 무사인 공손가의 추영이 자기 몸만 한 바위를 가볍게 들어 올리고 십여 장 높이의 나무 위를 한달음 만에 뛰어 올라 날아가는 새를 낚아채는 걸 본 적이 있다.

지금의 자신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냉정하게 따지면 그건 힘들 것 같다. 추영과 자신은 분명 큰 차이가 있었다.

강인은 답답했다.


‘아는 게 없으니 내 상태가 정확히 어떤지 평가할 수가 없네.’


꼬마 거지가 그 동안 아무리 노력했다고 해도 가진 지식에는 한계가 분명했다.

강인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땅바닥에 구르는 돌멩이를 주워 호흡을 골랐다. 그리고 힘을 주었다.

순간, 오른 손이 불덩이처럼 끓어올랐다.

뚜뚝!

돌멩이가 순식간에 모래처럼 바스러졌다.

강인은 그제야 빙긋 웃었다. 완전하게 연정기에 오르지는 못한 것 같다. 하지만 분명히 성과가 있었다.

연정기에 반쯤 걸쳤다고 해야 하나?

이정도만 해도 얼마나 대단한가?

강인은 기분 좋게 웃었다.


“하하! 그래도 이번 생은 뭐라도 하나 있네! 바닥부터 박박 기지 않아도 되겠구나!”


뭔지 모르지만 손바닥에 파고든 불덩어리는 하늘이 전생과 현생, 두 번의 생에서 고생한 자신에게 주는 보상처럼 느껴졌다.


“만약 지금 팔꿈치에 머무르는 불덩어리가 단전에 안착하게 되면 진정한 연정기에 오르게 될지도······.”


분명 그렇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강인은 몇 번이나 더 돌멩이를 주워 오른 손으로 가루로 만들었다. 꿈이 아니란 걸 알지만 계속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재미에 빠지다보니 시간이 꽤 흘렀다. 그러다 문득 하늘을 보았다. 어느덧 해가 기울어간다. 그런데 점심나절 심부름을 보낸 아이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이렇게 오래 걸릴 일이 아닌데?”


무슨 일인지 궁금해 하던 차에 저 멀리서 꼬마 아이 하나가 뛰어왔다. 그 아이의 얼굴에는 코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

표정이 굳어진 강인이 그 꼬마에게 외쳤다.


“구영! 무슨 일이냐?”


고아 중에 드물게 제대로 이름을 가진 녀석이었다.


“형님 큰 일 났어요. 적랑이 우리에게 시비를 걸고 음식을 빼앗았어요.”

“적랑? 적랑파赤狼派 두목 말이냐?”

“네, 그것뿐만 아니라 우리가 자기들 은자를 훔쳐서 음식을 사먹었다고 모함했어요.”

“다른 얘들은?”

“그놈들에게 잡혀있어요. 적랑이 말하길 자기가 은자 10냥을 잃어버렸는데 우리가 훔쳤다고 하면서 나머지 은자는 어디 있냐고 나머지도 당장 가져오라고 했어요. 만약 안 가져오지 않으면 다른 아이들을 용서하지 않겠다고 협박했어요. 형님! 어떻게 하면 좋아요?”


소란에 깨어난 소마도 어느새 움막에서 나와 옆에서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욕설을 내뱉었다.


“젠장, 하필 걸려도 적랑에게 걸리다니······.”


적랑파는 양평현의 여러 왈짜패 중 하나다. 그리고 그 왈짜패 중에서도 가장 비열하고 질 안 좋은 녀석이었다.

강인의 구영에게 말했다.


“어디냐? 앞장서!”


소마는 걱정이 되는지 강인에게 물었다.


“은자를 줄 생각이야?”

“아니 은자를 주면 안 돼. 쉽게 건네주면 우리가 은자를 더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될 거야.”

“차라리 몇 대 맞고 나중에 벌어서 갚는다고 할까?”

“그것도 좋은 방법이 아니야, 우릴 쥐어짜면 돈이 나온다는 걸 알게 될 거고 그럼 우릴 괴롭혀서 두고두고 뽑아가려 할 거다. 차라리 돈이 없다하고 그냥 얻어맞고 끝내는 게 나아.”


전생의 기억이 있는 강인은 그런 놈들이 어떻게 나올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밑바닥에서 사는 고아라고 해도 조금도 봐주지 않을 거다. 질 나쁜 놈들에게 한 번 목표가 되면 뼈 속까지 빨려버린다.

소마가 걱정스레 물었다.


“그럼 그냥 얻어맞고 끝내는 걸로 할 거야?”

“아니, 그럴 순 없지. 이번 일은 내가 알아서 해결하겠다.”

“그러니까. 어떻게?”


백문이 불여일견, 강인은 땅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를 집었다. 그리고 힘껏 움켜줬다.

팍!!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 이후 강인이 손바닥을 펼쳤다. 방금 집어든 돌멩이가 강인의 손아귀에 산산 조각나 있었다.

소마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떻게 한 거야?”

“나중에 말해주마. 구영, 얘들이 어디 있는지 안내해”


강인이 보여준 힘에 용기가 생긴 구영은 흐르는 코피를 닦으면서 다시 급하게 왔던 길로 다시 달렸다. 강인과 소마도 그 뒤를 따랐다.

강인은 달려가면서 머릿속으로 빠르게 상황을 그렸다.

소맹이 기억하기로 적랑은 수선자가 아니었다. 사나운 성질과 무리를 이뤄 보통 사람凡人들이나 괴롭히는 녀석일 뿐이다.

그에 비해 자신은 연정기에 오르진 못했지만 한 발정도 걸친 상황이다. 비록 겉보기에 비쩍 마르고 작은 꼬마지만 손아귀 힘으로 돌멩이도 가루로 만들 수 있다. 주먹을 쥐고 휘둘러도 그 위력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충분히 붙어볼 만 했다!

단지 조심할 건, 그 녀석이 데리고 다니는 졸개들이다. 여러 명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자신이 오른 손을 묶어버리기라도 하면 오히려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그 부분만 주의하면 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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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기이한 단로丹爐 +6 24.05.21 3,858 130 10쪽
11 사요蛇妖를 설득하다. +7 24.05.20 3,868 134 9쪽
10 연정기煉精期에 오르다. +6 24.05.17 3,956 118 9쪽
9 역제안을 하다. +5 24.05.16 3,911 115 9쪽
8 흑웅黑熊 +6 24.05.15 3,993 107 9쪽
7 고운진인古韻眞人 +2 24.05.14 4,075 119 10쪽
6 적랑赤狼 +5 24.05.13 4,183 114 9쪽
» 반보半步를 내딛다. +7 24.05.10 4,426 111 9쪽
4 명륜공明輪功 +3 24.05.09 4,558 117 9쪽
3 사요蛇妖에게서 벗어나다. +3 24.05.08 4,981 115 9쪽
2 다른 세계에서 깨어나다.(2) +4 24.05.08 5,276 121 10쪽
1 다른 세계에서 깨어나다.(1) +6 24.05.08 6,822 12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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