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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Q 님의 서재입니다.

수선기담 신마분혼기 修仙奇談 神魔分魂記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김상규
작품등록일 :
2024.05.08 17:12
최근연재일 :
2024.07.05 12:00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150,636
추천수 :
4,851
글자수 :
170,011

작성
24.05.08 20:00
조회
4,980
추천
115
글자
9쪽

사요蛇妖에게서 벗어나다.

DUMMY

강인은 사요가 모습을 감추자 마침내 한 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리고 사요가 떠나며 외친 말을 되뇌었다.


“재수가 없다고?”


오히려 내가 할 말이다.

전생을 깨달은 건 좋다. 그런데 한 번도 아니고 다시 쥐뿔도 없는 고아라니······. 심지어 요괴까지 존재하는 세상이다. 재수 없으면 그냥 잡아먹히는 거다.


“기가 막히는군. 내가 전생에 뭔 죄를 지은 건가?”


아니지······. 전생은 나름 착하고 열심히 살았다. 최소한 못된 인간은 아니었다.

그럼 전생의 전생인가?

강인은 피식 웃었다.

젠장, 전전생이거나 아니면 전전전생이겠지······.

계속 투덜대서 뭐하랴!

죽을 게 아니라면 열심히 살아가는 수밖에······.

강인은 소마를 들쳐 업고 동굴 밖으로 움직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인은 입에서 단내를 품어냈다. 동시에 방금 전, 마음먹었던 긍정적인 사고가 깡그리 날아갔다.


“헉헉!”

“망할, 헉헉!!”

“헉헉, 돌아가시겠네!”


소마 녀석과 자신이 채집한 이끼를 담은 보따리까지 움켜쥐고 나아가려니 너무나 힘들었다.

동굴은 길이 좋지 않았다. 넓다가도 때때로 길이 좁아진다. 허리를 구부리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기어가야하는 구간도 있었다. 그렇기에 이끼를 캐는 이들은 모두 자신들처럼 어리거나 어른이라도 왜소한 몸집들이 대부분이었다.

입구에 다와 갈 즈음에 마침내 소마가 신음소리를 내며 깨어났다. 땀을 뻘뻘 흘리던 강인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소마를 땅바닥에 던져버렸다.

쿵!

망할 자식 조금만 더 일찍 깨어날 것이지!


“윽!!!”

“깼으면 걸어!”

“어? 소맹아! 그런데 여긴 어디야?”

“어디긴 어디야 동굴 안이지”


멍한 표정을 짓던 소마가 순간 화들짝 놀라 두리번거렸다.


“아! 잠깐, 난 동굴의 주인에게 잡혀갔는데······. 어떻게 된 거지?”


강인은 동굴의 주인과 만나 어떻게 빠져나온 지 설명하기가 귀찮아 넌 사요에게 잡혀갔고 사요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몰래 빼돌린 거라고 간단히 둘러댔다.

물론 허점이 많은 이야기다.

소마까지 들쳐 업은 강인이 무슨 용빼는 재주가 있다고 사요가 그들을 놓치겠나? 하지만 소마는 그에 생각이 미치지 못했는지 자신의 생명을 구한 강인을 감동한 듯 바라봤다.


“고맙다. 소맹! 역시 너밖에 없다.”


소맹이 더 대단한 건, 그 와중에 자신들이 채집한 이끼들도 다 챙겨왔다는 것이다. 소마는 바닥에 떨어진 포대자루를 단단히 여몄다. 자신이라면 감히 챙겨올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고생한 보람이 있네. 다음에는 절대 깊이 들어가지 말자”

“우리가 찬물 더운물 가릴 처지냐? 굶어죽지 않으려면 뭐라도 해야지”

“뭐 그렇긴 하지. 어쨌든 다행이다. 한동안 배부르게 먹을 수 있겠다.”

“아 그리고 이제는 날 소맹이라 하지 말고 강인이라고 불러!”


소맹의 기억 10년 남짓과 강인의 기억 30여년이 뒤섞여 있다. 하지만 전생의 기억이 너무나 선명해서인지 주된 정체성은 강인이라고 봐야했다.

그래서 소맹이란 이름이 어색하고 불편했다.

소마가 되물었다.


“강인?”

“그게 원래 내 이름이야”

“원래 이름도 있었어?”

“방금 기억났어.”

“그래?”


둘 다 천애고아여서 다들 별명으로만 불렸다. 그런데 갑자기 강인 혼자 그럴듯한 이름을 대니 소마는 몹시 부러웠다.


“그럼 부모님도 기억 나냐?”

“부모님? 아니 그건 기억 안나”


그건 사실이었다. 강인에게 들어온 소맹의 가장 어릴 적 기억은 비렁뱅이들과 구걸을 하며 여기저기 떠도는 모습이었다. 굶어서 쓰러지고 맹수에 쫓겨서 몇 번이나 죽을 뻔했지만 악착같이 살아남았다.

다시 말하지만 저번 생도 그렇고 이번 생도 참 기구한 팔자다. 강인은 쓸데없는 소리를 늘어놓는 소마에게 퉁명스럽게 소리쳤다.


“시끄럽다. 힘들어 죽겠으니까. 빨리 움직이기나 해!”


강인과 소마는 힘을 내서 걸음을 옮겼다.

동굴 입구가 가까워지자 들락거리는 다른 채집꾼들이 하나 둘 나타났다.

강인은 그들에게 경고했다.


“동굴의 주인이 나타났으니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 너무 깊이 들어가지 마!”


그 경고에 다들 한 숨을 쉬었다.


“아!”

“젠장······.”


안전한 지역은 이미 이끼들이 거의 다 채집되어 찾기가 힘들다. 그래서 다들 동굴의 주인이 나타나는 경계를 오고가며 채집을 해나갔다. 그러다 조금 깊이 들어갔다가 재수 없으면 강인이나 소마가 당한 것처럼 잡혀가 한 끼 식사가 되는 것이다.

어떤 이는 그 경고를 신중하게 받아들였고 어떤 이는 귓등으로 흘렸다. 다들 위험을 각오한 채 들어왔기에 어떻게 움직일지는 각자 알아서 판단할 일이었다.

또 다른 이는 강인과 소마의 두툼한 보자기를 보며 눈을 반짝였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긴 하지만 강도짓도 서슴지 않는 놈들도 있다. 하지만 여긴 출입구와 너무 가깝고 보는 눈도 많아 자제할 수밖에 없었다.

강인과 소마는 그런 그들을 뒤로 하고 동굴 밖을 나섰다.






따지기도 어려울 정도로 아주 오래 전, 하늘과 땅이 뒤집히고 갈라졌다. 별이 떨어지고 용암이 솟구쳤다. 자연히 별자리가 바뀌고 지축마저 기울었다.

천하를 뒤덮은 엄청난 겁재劫災!

당연하게도 수많은 생명이 사그라졌다. 이런 겁재가 일어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해가 지고 달이 뜨는 것처럼 겁재의 일어남 또한 세상의 순리라고 말하는 이가 있었고 또는 엄청난 능력을 지닌 신마들이 천하의 지보를 두고 다투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근방 3천리 내에 가장 높고 영험한 산인 병암산屛岩山도 마찬가지로 이 겁재를 피할 수 없었다. 어디선가 뻘겋게 달구어진 거대한 단로丹爐가 하늘을 가로질러 이 산 정상을 박살내 버린 것이다.

거대한 충격으로 솟구친 흙먼지가 하늘을 가리고 일대를 휩쓸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먼지가 가라앉았다.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온 그 커다란 단로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고 대신 산 정상의 부서진 바위만 덩그러니 남았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바위 표면에는 이전에는 없었던 독특한 문자와 상징들이 남겨졌다. 빨갛게 달궈진 단로가 바위를 녹여 자신의 표면에 새겨진 무늬와 도형을 그대로 그 곳에 새긴 것이다.

정상에 매끈한 바위가 병풍처럼 펼쳐져 있어 병암산이라 불렸던 이름은 그 날 이후, 신비로운 단로의 전승이 남았다는 이유로 비로산秘爐山이란 이름으로 바뀌어 불리게 되었다.

다시 오랜 시간이 흘렀다.

온 세상을 휩쓸던 겁재의 상흔은 희미해지고 사라져가던 생명이 살아남아 다시 번성했다.

왕조가 세워지고 다시 멸망했다. 그리고 다시 새워졌다.

그 동안, 당연하게도 호기심 많은 수많은 수선자들이 신비로운 단로가 바위에 남긴 비밀을 캐기 위해 비로산에 모여들었다. 하지만 바위에 남아있는 흔적이 너무 희미한데다가 온전하게 남은 것도 아니라 대부분이 이에 실망하며 떠나갔다.

하지만 미련을 버리지 못한 수선자들은 남았다. 남은 이들은 오랜 시간동안 바위벽에 새겨진 비밀을 연구했고 서로 의견을 교류했다. 그리고 이는 하나의 종파가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탄생한 문파가 영도종靈陶宗이었다.

영도종의 시작은 미약했으나 오늘날은 제법 위세가 대단하다.

비로산이라 불리는 커다란 영산을 중심으로 삼천 리에 달하는 지역의 수많은 수선문파들이 이들을 맹주로서 떠받들고 있고 또한 비록 말석이지만 대연국大燕國을 지탱하는 칠대수선종문에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니까.

그 비로산에서 동쪽으로 천여 리가량 뻗어 나간 산맥 중에 잦아지다가 다시 불끈하고 솟아오른 산이 있다. 그 산에는 반딧불螢처럼 반짝이는 이끼苔가 자생하는 동굴이 있다고 해서 형태산螢苔山이란 이름으로 불리었다.




형태동굴은 대여섯 명의 무사들이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동굴의 이끼 채집 권한을 소유하고 있는 공손가公孫家에서 파견 나온 무사들이었다.

강인과 소마가 동굴을 나오자 그들 사이에 있던 털북숭이 무사 하나가 아는 척을 했다.


“하! 이 꼬마 녀석들 살아남았네?”


그의 이름은 추영, 무사들을 이끄는 우두머리이자 연정기煉精期에 입문한 수선자이기도 했다.

연정기란 영기靈氣를 운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비록 위치는 수선계의 제일 밑단이지만 작은 동네에서는 충분히 어깨에 힘을 줄 정도는 됐다.

추영이 덥수룩한 턱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몸은 괜찮나? 하룻밤을 동굴 안에서 지냈는데 무사히 돌아오다니 무척 운이 좋은 녀석들이로군.”


강인이 어깨를 으쓱했다.


“거의 죽다 살았습니다.”

“그래? 설마 형태동주螢苔洞主(형태동굴의 주인, 사요를 말함)를 본거냐?”


강인이 소마를 가리켰다.


“이 녀석이 잡혀갔는데 형태동주가 자리를 비운 사이 제가 끌고 와서 겨우 살아나올 수 있었습니다.”


추영이 강인의 용기를 칭찬했다.


“그 와중에 친구를 구할 생각을 하다니 대단하구나.”

“운이 따라주지 않았으면 우리 둘 다 한 끼 식사가 됐을 겁니다.”


추영 휘하의 무사들도 다가왔다.

그들도 동굴의 주인에 대한 무성한 소문만 들었지 직접 보진 못했다. 그러니 호기심이 동할 수밖에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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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기이한 단로丹爐 +6 24.05.21 3,854 130 10쪽
11 사요蛇妖를 설득하다. +7 24.05.20 3,866 134 9쪽
10 연정기煉精期에 오르다. +6 24.05.17 3,955 118 9쪽
9 역제안을 하다. +5 24.05.16 3,909 115 9쪽
8 흑웅黑熊 +6 24.05.15 3,992 107 9쪽
7 고운진인古韻眞人 +2 24.05.14 4,075 119 10쪽
6 적랑赤狼 +5 24.05.13 4,182 114 9쪽
5 반보半步를 내딛다. +7 24.05.10 4,424 111 9쪽
4 명륜공明輪功 +3 24.05.09 4,557 117 9쪽
» 사요蛇妖에게서 벗어나다. +3 24.05.08 4,980 115 9쪽
2 다른 세계에서 깨어나다.(2) +4 24.05.08 5,276 121 10쪽
1 다른 세계에서 깨어나다.(1) +6 24.05.08 6,820 12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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