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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종조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을 개패고 다니는 좌완 파이어볼러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금종조
작품등록일 :
2024.05.08 16:31
최근연재일 :
2024.06.13 17:08
연재수 :
8 회
조회수 :
91
추천수 :
0
글자수 :
38,231

작성
24.06.1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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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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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4쪽

8. 아이큐 1000.

DUMMY

“이브, 볼썽사나운 짓 좀 그만할 수 없어? 꼭 그렇게 좀비처럼 걸어 다녀야 해?”


<죄송해요. 인간의 몸으로 2족 보행을 한다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네요. 아직 운동능력이 완벽하질 못해요.>


난 혀를 차며 얼굴을 찌푸렸다.

내 앞에서 고개를 한쪽으로 크게 기울인 채 비척비척 맴을 도는 중년 남성을 주시했다.

사내는 그 옛날 봤던 중국 무협풍의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신분이 낮은 자인지 하고 있는 꼴이 정말 가관이었다.


다시금 목을 가다듬은 ‘이브’가 말을 했다.


<흠흠, 이 남자는 십대마교(十大魔敎)인 악마교(惡魔敎)에서도.. 그 분파인 시마림(尸魔林)의 비마(卑魔)였네요. 사랑해선 안 될 여자를 사랑했고 그 여인이 열달 후에 아이를 낳자 그 아이와 함께 도망을 친 것이에요. 계속 시마림에 있었다면, 이 아이는 이후에 죽임을 당할 수도 있었어요. 만약 죽지 않고 산다고 해도 그리 행복하진 않았을 거예요. 이 아이는 애초부터 비마가 될 운명을 타고났으니까요.>


한순간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왔다.

내 앞에 띄워진 디스플레이 창에 한글과 한자가 뒤섞여서 죽죽 밑으로 내려갔다. 내용은 잘 모르지만 영상화시킨 파일도 다수 있었다.


“자, 잠깐만.. 십대마교? 악마교? 시마림? 비마?”


조바심이 쳐진 난 ‘이브’의 다음 말을 기다리지 않았다.

눈앞의 디스플레이 창을 집중해서 보았다. 증강현실을 이용해 디스플레이 창을 여럿 띄웠다. 그런 다음 자료를 살폈다.


그러니까, 이 중년 남자의 이름은 안풍왕(安風王)이고 십대마교중 한곳인 악마교의 교도였다.

또 그 분파인 사마림에서 전위마(前衛魔)를 담당했었다. 전위마란 적과 싸울 때, 그 맨 앞에서 몸빵을 하는 그룹을 지칭하는 거였다.


특히 마교의 속성내공과 상승마공은 전수가 불가하고 대대손손 외공(外功)만을 익히게끔 허락이 된 비마였다.

마교도 가운데서도 그 신분이 제일 밑이었다. 솔직히 그들이 키우는 가축과 다름없는 비천한 종이나 노비의 신분이었다.


“제기랄, 이브! 그만해!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내 손으로 이 남자를 죽였다는 것이 화가 나서 미치겠어! 나를 계속 자책하게 된다고!”


<그것이야말로 쓸데없는 자책이네요.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까요, 감상적인 마음은 버리세요. 이곳은 당신이 살던 그런 세상이 아니에요. 이쪽 세계에서는 아무 때나 무고한 이들이 죽임을 당해요. 그것도 아주 예삿일로요. 게다가 이 남자는 태어나면서부터 악마교에 몸을 담고 있었어요. 특히 시마림은, 노인은 죽이고 어린아이는 종을 삼고 젊은 여자들은 강간하죠. 돈만 된다면은 언제든 인신매매를 하고요. 또 자신들의 본거지로 끌고 가서 평생토록 성노예로 삼기도 해요. 당신에게 죽임을 당한 안풍왕은 어차피 그들과 같은 족속이에요. 신분이 높고 낮음을 따지지 마세요. 불쌍하게 생각할 필요도 자책할 필요도 없어요.>


곧 ‘이브’는 나를 위해 안풍왕과 관련된 영상클립 몇 개를 재생시켜주었다.

그 또한 전장에 나가서 수없이 많은 적을 도살했다. 무슨 약을 처먹었는지 그 얼굴 표정이나 몸짓이 거의 미친놈 같았다.


외공을 익힌 양손으로 적의 눈알을 뽑고 혀를 뽑아내고 생니를 뿌리째 뽑고 척추를 절단하고.

허연 배를 갈라 그 내장을 고구마 줄기 엮어내듯 따내어서는 제 목에 두르고 다녔다.

모진 전투 이후에는 반드시 어린 여자를 간음하고는 했다.


“알겠어, ‘이브’, 그만해도 좋아. 역겨우니까 이제 멈추라고.”


그래, ‘이브’의 말이 맞다. 자책하지 말자.

이 안풍왕이라는 작자는 살아생전 수없이 많은 살생과 전쟁범죄를 저질러왔다.

자의든 타의든 그의 손에 살해당하고 몸을 버린 처자들은 손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 많다.

솔직히 이번 한번이 아니라 열 번, 백번을 죽임을 당해도 마땅한 자다. 하지만.


“그럼. 이브, 이제 이 아이는 어떻게 하지?”


<글쎄요. 그것은 저도 딱 잘라 말하기 힘들군요. 당신과 전혀 상관이 없는 이곳의 아이니까. 기계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냥 땅속에 파묻어버리라고 하고 싶지만, 인간적인 관점에선 도저히 용납 불가한 일이겠지요.>


“야, 이 미친년아!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앞으로 기계적인 관점은 내 앞에서 꺼내지도 마!”


그런 이때였다.

또다시 협곡 너머의 숲속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작은 소리가 아니었다. 마치 말발굽 소리처럼 ‘우두두두두’ 크게 울리고 있었다.


“씨발, 또 뭔데? ‘이브’ 너는 뭘 것 같아?”


<음, 지금 수십 명의 인원들이 말을 타고 오고 있어요. 아! 저들은 시마림 소속의 추마단원(追魔團員)들이에요!>


“뭐야? 추, 추마단원?”


<예. 맞아요, 추마단원이요. 이들은 시마림에서 도망친 비마들을 추격해서 잡아들이는 자들이에요.>


나 또한 디스플레이 창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안풍왕이라는 죽은 남자의 머릿속에서 빼낸 ‘이브’의 자료를 보자면 영락없는 추마단원들이었다.

도망친 비마를 잡으러 온 것이 분명했다.


“이런 젠장! 그럼 어떡하지? 이, 이브, 이제라도 도망칠까?”


<안돼요, 너무 늦었어요. 현재 저들의 속도라면 곧 따라 잡힐 거에요. 비록 당신이 보통의 인간을 뛰어넘은 힘과 강인한 몸을 지녔다고 해도요. 저들은 이길 수가 없어요. 디스플레이 창에 띄웠듯이 저들은 외공이 아닌, 내공이란 힘을 익혔어요. 단순한 힘에 의존하는 당신보다 몇곱절이나 빠르고 강한 사람들이에요.>


맞다. 저들이 익힌 것이 마공(魔功)이라면 두말할 것도 없었다.


“씨발, 좆됐다.”


이때였다.

어두운 숲속에서 말을 탄 이들이 느닷없이 튀어나왔다. 작은 자갈이 튀기면서 맨 앞 선두의 황색 말이 ‘히이이힝’하고 울었다.

검은 갈기를 휘날리는 말머리에는 사람의 허연 두개골이 커다랗게 얹혀있었고 또 그 재갈에는 사람의 뼈다귀가 물려 있었다.

그리고 그 말 위에 올라타고 있는 자는 지옥에서 기어 나온 악귀처럼 흉측했다.


그래설까. 하마터면 겁에 질려 졸도할뻔했다.

그럴 만큼이나 심장이 벌떡벌떡 빠르게 뛰었다. 황색 말 이후에도 여럿 말들이 줄을지어 협곡에 접어들었다. 하나같이 퀭한 눈알에다

그 눈 주위가 새카맣고 창백한 낯짝을 하고 있었다. 반면 입술만은 쥐를 잡아먹은 듯 새빨갰다. 그래서 더욱 소름이 끼쳤다.


이렇듯 백양나무 숲속에서 뛰쳐나온 이들은 모두 정상적인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다. 한 백년은 땅속 깊이 파묻었다 꺼내놓은 시신들 같았다.


그 옛날 홍콩영화 강시를 연상케 했다. 겉모습만 보면 ‘우치미야 아스미’를 끌고 간 괴한들 못지않은 박력이 있었다.

살벌하기가 그지없었다.


그 말들은 한동안 협곡 주위를 왔다갔다 했다. 무언가를 계속 살피고 있었다.

저희들 눈앞에 빤히 있는 나를 개무시하고 돌아다녔다.


이들은 다만 내 옆에 서 있는 안풍왕을 죽일 듯이 노려보곤 했다. 이미 독안에 갇힌 쥐를 보는 듯한 표정들이다.

그중에서 한 명이 나를 보고 크게 소리쳤다.


“너는 어디의 누구냐? 누구길래 안풍왕과 함께 있는 거냐? 그 꼬라지는 그게 다 뭐고?”


수십의 추마단원 중에서 얼굴에 긴 칼자국이 있는 자였다. 그 음성에 번뜩 정신을 차렸다.


엇, 중, 중국말? 이제까지 ‘이브’와 나는 한국말로 대화를 하고 있었다.

갑작스런 중국말에 머릿속이 마구 헝클어졌다. 당혹스런 맘에 입을 딱 벌리고 서서 그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말 위에 올라탄 자가 다시금 뭔가 다그치는 말을 했다. 하지만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아먹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용케 방법은 있었다. 음성인식 AI인 ‘이브’는 바로 눈앞 디스플레이 창에 그가 하는 말을 번역해 써놓았다.


그가 무슨 말을 지껄이든 곧바로 한국말로 변환해서 보여주었다. 그런 다음 내가 해야 할 짧막한 중국말을 다시 한국어 표기로 옮겨놓았다.

그것도 염려가 되었는지 ‘이브’는 음성정보로 내가 할 말을 몇 번 틀어주기까지 했다.


“예예.. 살.. 살려주십시오... 살려주십시오.”


매우 간단한 중국어였다. 몇마디 말과 함께 난 당장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사이 다른 시마림의 추마단원들은 재빨리 말에서 내려 안풍왕을 포위했다.

그러더니 곧바로 어정쩡한 자세로 서 있는 안풍왕을 사정없이 주먹으로 내려치기 시작했다.

두 다리에 힘이 별로 없는 안풍왕은 그대로 자리에 쓰러졌다.


하지만 추마단원들은 그가 쓰러지지 못하도록 뒤에서 받쳐 들고 계속해서 패버렸다.

보통사람이라면 바로 ‘억억억’소리를 칠만큼 거세게 얻어맞았다.

이들의 눈치를 보아하니 안풍왕이 이미 죽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아마도 ‘이브’가 그 신체에 무슨 짓을 해놓은 모양이다.

멈춰버린 심장을 다시 뛰게라도 하는 걸까?


“어쭈? 이 지독한 놈이 아프다는 소리도 안 하네? 씹할, 그냥 콱 목을 따 버릴까?”

“좋아, 그렇게 해! 이놈에게 본때를 보여주자고! 이 개자식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데!”

“퉤! 안풍왕, 이 하찮은 놈! 감히 비마주제에 도망을 쳐!”

“클클클클. 이놈의 이름부터가 영 맘에 들지 않아. 전마위의 종놈이 안풍왕이 다 뭐냐, 안풍왕이!”

“흐흐흐, 그렇지, 그렇지, 니놈을 풍왕(風王)이라 지어준 것이 아비인지 어미인지 모르겠으나, 오늘의 꼴을 보니 아주 헛짓거리를 한 게지.”


그런데 갑자기 안풍왕은 ‘크와와와왁!’하고 비명을 질러댔다. 마인들은 깜짝 놀라했다.

곧 시마림의 마인들은 몹시 만족해하며 더욱 매몰차게 그를 구타하기 시작했다.


이때 나는 혹여 이브가 다쳤을까봐 걱정했다.


하지만 그 또한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음성인식 AI인 이브의 몸체는 단단한 스마트폰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또 양자에너지인지 뭔지에 의해 그 구조가 다이아몬드 이상의 강도를 가지게 되었다.

그러니 이미 죽어버린 안풍왕이 놈들에게 좀 맞는다고 해도 그 몸속에 숨은 ‘이브’가 아플 리는 없었다.


이윽고 때리기를 멈춘 녀석들은 안풍왕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그 목에 커다란 금속재 칼을 씌웠다.

사극에서 종종 나오듯이 대역죄인들에게나 쓰이는 그 구속장비다. 양쪽 무릎이 꿇린 안풍왕에게 추마단원들은 이것저것을 캐물었다.


나는 귀를 쫑긋 세우고 그들의 말을 엿들었다. 또 디스플레이 창을 번갈아 보면서 그 번역본을 빠르게 훑어내렸다.


이들의 말을 해석해보면 대충 이랬다. 시마림의 전마위에서 나름 인정을 받아왔던 놈이 구태여 뭣 때문에 목숨을 건 탈주를 시도하였는지다.

추마단원들은 그것을 따져 묻고 있었다. 아이의 존재는 모르고 있었다.


무릎 꿇려진 안풍왕은 곧 죽어도 대답치 않았다.

아니, 할수가 없는 것이겠지. 이미 그는 죽었으니까. 내가 던진 초강력 포심에 가슴을 정통으로 얻어맞고서.


이때 그는 그저 쩍 벌린 입으로 ‘크학,크학’ 소리만 낼뿐이었다. ‘이브’가 말하지 않기로 작심을 한 것 같았다.


이때에도 안풍왕의 눈은 한여름에 죽은 생선 눈깔처럼 허옇게 부릅떠진 채였다. 그 눈깔을 보고서 추마단원들은 일제히 혀를 차기 시작했다.


“흥, 이놈 이거 완전히 맛이 갔군. 어디 야산에서 나는 독초라도 잘못 주워 먹은 건가?”

“그게 아니라면, 우리가 그간 이놈 뒤를 끈질기게도 뒤쫓았잖아. 어쩌면 그게 무서워서 이렇게까지 미쳐버렸는지 모르지.”


이때였다.

추마단원 중 그 얼굴에 긴 칼자국이 있는 자가 마상에서 나를 보고 소리쳤다.


“이것 봐! 너는 지금까지 엎드려서 뭐하는 거냐? 나의 물음에 어서 대답을 해라! 아니면 죽이겠다!”


그가 또 다시 다그치자 졸지에 죽음의 공포가 엄습했다. 그리고 살을 에는 한기를 느꼈다.

그가 나를 죽일 작정으로 살기를 쏘아 보낸 것이다. 그러자 그때였다. 놀랍게도 한순간 내 머릿속에서 작은 폭발이 일어났다.


나 스스로조차 이해할 수 없는 빛의 폭발이었다.

느닷없이 눈앞이 번쩍했고 온몸이 마구 떨려왔다.


마상에 있는 자는 내가 무서워서 몸을 떠는 줄 알았다. 짧은 시간 곧 머릿속이 개운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유는 알지 못했다. 다만 모든 것이 선명해지고 있었다.


직후, 나는 무슨 자신감인지 목을 ‘흠흠’ 가다듬기 시작했다. 그리고 천천히 말을 했다.


“예, 예, 상, 상마(上魔)님, 저, 저는 여, 여래신교의 교도로서 마, 마츠이.. 료. 아니, 마철완(魔鐵腕)이라고 합니다. 소, 소인은.. 그저 이 협곡을 따라 쭉 길을 가고 있었을 뿐입니다.”


느헉, 저, 정말 이게 된다고?


놀랍게도 지금 나는 중국말을 할 줄 알았다. 어찌 보면 이게 아주 개씹소리인게. 사실 나는 지금 삽시간 중국말을 익혀 쓰게 되었다.

그러니까 이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그 ‘필립 햄스워스 모히칸’의 최신형 스마트폰인 ‘이브’는 종전까지 날 막 개무시했었다.

이쪽 세계로 넘어온 이 몸이 비록 단단해지었을지언정 내 머릿속 지능은 이전과 같다고.


하지만 ‘이브’는 틀렸다.

나 역시 음성인식 AI인 ‘이브’처럼 그 한계를 뛰어넘었다. 나 또한 엄청 똑똑해져 있었다. 혹여 아이큐 1000은 되지 않을까 싶을만큼. 크흐흐흐.


“뭣이? 여래신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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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을 개패고 다니는 좌완 파이어볼러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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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아이큐 1000. 24.06.13 3 0 14쪽
7 7. 젠장, 너도 나처럼 죽을 운명은 아닌가 보구나. 24.06.12 4 0 11쪽
6 6. ‘필립 햄스워스 모히칸’ 24.06.12 3 0 12쪽
5 5. 호호호, 최후에 어떤 존재가 될지는 저조차 알 수가 없지요. 24.06.12 8 0 12쪽
4 4. 그 대갈통을 아주 뽀샤버리겠어! 24.06.11 9 0 13쪽
3 3. 프롤로그. 24.06.11 9 0 7쪽
2 2. 프롤로그. 24.05.09 21 0 11쪽
1 1. 프롤로그. 24.05.08 35 0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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