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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종조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을 개패고 다니는 좌완 파이어볼러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금종조
작품등록일 :
2024.05.08 16:31
최근연재일 :
2024.06.13 17:08
연재수 :
8 회
조회수 :
88
추천수 :
0
글자수 :
38,231

작성
24.06.12 01:13
조회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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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12쪽

5. 호호호, 최후에 어떤 존재가 될지는 저조차 알 수가 없지요.

DUMMY

“이야합!”


나는 다시금 왼팔을 쥐어짜서 돌멩이를 흩뿌렸다. 돌멩이는 무서운 속도로 뻗어갔다.


한때 ‘랜디 존슨’이 마운드를 가로질러 날아가는 비둘기를 맞추었을 때의 그 강속구다. 모르긴 몰라도 그때보다 몇 배는 더 빠를 것이다.


어찌 된 일인지 지금의 난, 그 옛날 핵발전으로 돌아가는 육백만 달러의 사나이만큼이나 힘이 셌다.

덕분에 놓치지 않고 늑대를 잡았다. 목표지점에서 살짝 변화를 주는 투심이었다.

돌에 맞아 ‘켕’하는 단발마의 울부짖음이 내 귀에 똑똑히 들렸다.


또 다시 와인드업 자세를 취했다. 녀석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재빨리 속구를 내던졌다.

돌멩이는 이번에도 가공할 속도로 쭉쭉 뻗어 나갔다. 저 멀리서 달려오는 늑대들이 어떻게든 피해보려 하지만 불가하다.

손끝으로 홱 낚아챈 돌멩이는 바로 놈들 앞에서 기묘한 변화를 보인다. 컷 패스트볼이다.


그 즉시 또 ‘켕!’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연속으로 늑대들은 픽픽 죽어 나갔다.


“기다려라, 아직 안 끝났어!”


흥, 이것으로 끝날 거라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지.


난 다시 한번 더 돌을 높이 쳐들었다가 내던졌다. 녀석들의 몸통은 새빨간 핏물이 담긴 물풍선처럼 사방으로 마구 터져 나갔다.


제길, 그런데도 늑대들은 달려오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끊임없이 몰려오는 늑대들. 나와의 거리가 좀 더 가까워졌다. 그래서 난 다시금 와인드업 자세를 하고서 돌멩이를 흩뿌렸다.


“이 멍청한 놈들! 좋아, 아주 원 없이 죽여주마!”


새하얀 이빨을 드러낸 늑대들은 협곡 아래쪽에 나타나기 무섭게 ‘픽픽픽픽’ 쓰러졌다.

동료들의 죽음에 흥분한 늑대들도 가만있지는 않았다. 녀석들은 날 에워싼 채 계속해서 사방팔방에서 덮쳐들었다.

때문에 난 숨도 쉬지 않고 돌멩이를 이쪽저쪽으로 마구 뿌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팡팡팡팡팡팡’하는 가죽 부대 터지는 소리가 협곡 전체로 울려 퍼졌다.

놈들은 한순간 공중으로 끌어올려졌다. 그런 채 새빨간 피보라를 꽃처럼 피워내며 으스러졌다.

이제 난 투구자세를 바꿔가면서 사이드암, 언더핸드를 가리지 않았다.


“이썅! 내가 질까보냐!”


어떻게 하던 놈들의 접근을 용인하지 않았다. 그 거리가 무척 가까워졌기 때문에 더는 와인드업을 하지 않았다.

마구잡이로 돌멩이를 집어 던졌다. 내 주위에는 바위가 많았다. 그렇기에 내가 쓸 돌멩이는 한없이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이렇듯 밤새도록 늑대들을 죽이고 또 죽였다.

잔인한 늑대들이 여객기 잔해 속에서 승객들의 사체를 찾아 그 주린 배를 채우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혼신의 힘을 다했다.


이윽고 깊은 협곡 바깥 동쪽에서 동이 터오기 시작했다. 그 무렵에서야 늑대들을 물리칠 수 있었다.

협곡 안쪽에는 내가 내지른 돌멩이에 맞아 죽은 늑대들이 즐비했다. 날 동심원으로 가둬둔 채 놈들의 사체는 겹으로 쌓아져 있었다.

그 수가 셀 수 없을 지경이었다.


“하악, 하악.. 읏큿큿큿큿크.. 봐, 봤냐? 이 거지같은 놈들아... 헉헉, 겨, 결국.. 내가 이겼지...”


그대로 엎어져 깜빡 잠이 들었다.

날이 밝자 다소 긴장이 풀렸다. 그러자 급격히 배가 고파졌다. 내 곁에는 새카맣게 불타고 그을린 항공기 잔해가 끝없이 널려 있었다.

차가운 바위 위에 드러누운 채 잠시 몸을 쉬었다.


한참 지난 후에 다시 몸을 일으켜 무거운 발걸음을 떼었다. 협곡 사이사이에 박힌 잔해들은 쓰레기나 다름없었다.

여객기 잔해가 포탈을 통해 이곳에 떨어졌을 때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 알만했다.

파괴된 잔해를 살피면서 승객들의 사체를 한곳에 모아놓았다. 모르는 사이 들짐승에게 뜯어 먹힌 시신들도 있었다.


헌데 그중에서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제법 쓸모 있을 법한 멀쩡한 백팩 하나를 집어 들었다. 운이 좋으면 뭔가 배를 채울만한 것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가방 안에는 먹을 만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지금 당장 쓸만한 것도 없었다. 메마른 명품 옷가지 몇 벌과 최신형 스마트폰 하나. 그리고 충전잭이 나왔다.

거추장스러운 충전잭은 바닥에 내버렸다. 햇빛을 받아 은색으로 번쩍이는 최신형 스마트폰도 내팽개치려 했다.


하지만 이때 멈칫하고 돌아섰다. 가죽 백팩을 들어 올린 자리에 뭔가가 있었다. 땅속 깊숙이 박혀있는 뭔가의 흔적이 있었다.


주변 흙이 굳어진 피로 더럽혀져 있었다. 그래서 구두 끝으로 땅을 살짝 긁어보았다.


“느헉.”


느닷없이 그 허리가 썽둥 잘려서 단단한 지면에 처박힌 남자의 하반신이 나왔다.


대관절 어떻게 떨어져야지 이처럼 땅속 깊이까지 파묻힐 수가 있는 걸까. 좀처럼 이해가 가질 않았다.

가슴이 오그라들 만큼 놀랐지만 어쨌건 실망이었다. 뭔가 입에 넣을 만한 것은 주위에 아무것도 없었다.


“윽, 젠장할, 먹을 것이 하나도 없네.”


그 와중에 가죽 백팩 안쪽에서 지포라이터 하나가 나왔다.

그것으로 모닥불을 피우고 협곡에서 죽어 나간 늑대들을 불가에 늘어놨다. 늑대들은 하나같이 거죽이 기름지고 살이 통통하니 잘 올라 있었다.


조금만 손질을 하면 꽤 맛이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는 기진맥진, 탈진 지경이었다.

녀석들의 억센 털가죽을 벗기고서 내장을 빼내고 할 정신은 없었다.


“아아, 그냥 대충 익혀서 먹자. 대충 먹어.”


솔직히 그럴 맘도 없었다.


곧이어 갈기갈기 찢긴 늑대들은 활활 타오르는 곁불에도 잘도 익어갔다. 곧 새하얀 훈김이 모락모락 나는 잘 익은 고기 냄새가 났다.


부러진 나뭇가지로 그 몸통을 쿡쿡 찔러보니 핏물도 나오지 않고 꽤나 잘 익었다.

절로 입안에 군침이 돌았다. 주저없이 다리 한짝을 떼어서 집어 들었다.

곁불에 바싹 익은 것이 제법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그럼에도 잠깐은 머뭇거렸다.

완연한 늑대의 다리로 새까만 발톱 모양이 몹시 노골적이었다. 그 볼썽사나운 형태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입맛이 뚝 떨어졌다.


“제, 젠장. 하, 하는 수 없어. 굶어 죽지 않으려면. 다소 비위가 상해도 먹어야지. 징그러운 늑대 다리라도 맛은 또 어떨지 모르니까.”


난 두눈을 질끈 감고 입을 아귀같이 벌렸다.

그런 다음 우적우적 늑대의 다리살을 베어 물어서 뜯고 씹기 시작했다.

그러자, 오오, 과연 그 맛은 훌륭했다. 그렇게 한참 바닥에 주저앉아 주린 배를 늑대고기로 채웠다.


격했던 배고픔이 가시자 점차 머리가 돌기 시작한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서 다시금 가죽 백팩을 집어 들었다.

최신형 스마트 폰을 조심스럽게 손안에 올려놓았다. 운 좋게도 화면은 잠겨 있지 않았다.

왼쪽 손가락으로 터치하자 한순간 ‘징’하고 전원이 들어왔다. 충전은 되어 있었나 보다.


“후우... 설마.. 되... 될까?”


혹시나 하는 맘에 119를 눌렀지만 소용없었다.


이런 염병할, 역시나 전파는 잡히질 않았다.

하긴, 이곳은 내가 살던 세상이 아니야. 그러니 기지국 같은 것이 있을 리가 없지. 나름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왠지 실망감은 컸다.


이번에야말로 난 다시금 내가 다른 세상에 떨어진 것을 실감했다.

왜냐하면 지금 이 순간에도 내 머리 위쪽에 떠오른 태양은 놀랍게도 두 개였다. 그것만 봐도 지금 이곳은 내가 살던 곳은 아니었다.


너무나도 뻔한 이야기지만 이곳은 지구가 아니었다. 다른 차원의 세상임이 틀림이 없었다.

그렇더라도 그저 이 모든 것이 터무니없게만 느껴졌다.


“아니야, 이건 정말로 아니야. 이것이 정말 현실일 리 없어. 내가 아무리 일본만화 오타쿠라고 해도 진짜 이건 아니야. 느닷없이 내가 다른 차원, 다른 세상에 와 있다니. 그것을 어떻게 믿을 수가 있겠어? 그것도 내 약혼녀를 정체불명의 괴한들에게 빼앗기고 나서 말이지.”


<혹시, 그 해답을 원하시나요?>


이때 난 화들짝 놀라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뒤로 넘어졌다. 그 음성은 놀랍게도 백팩에서 꺼낸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헉, 너, 너는... 누구?”


<안녕하세요. 저는 음성인식 AI인 ‘이브’입니다. 제 5세대 인공지능이지요.>


“이, 이브?”


<백팩을 잘 찾아보시면 콘택트렌즈 케이스도 있을 거예요. 그것을 끼워보세요. 그럼 좀 더 수월하게 저와 정보 공유가 이뤄질 거예요.>


뭔가 석연치 않았다.

하지만 일단 그 말을 따랐다. 백팩 안쪽 작은 주머니에서 콘택트렌즈를 찾았다.

그것을 꺼내 끼자 순간 내 앞으로 디스플레이 창이 ‘팟’하고 떠올랐다.


컥, 솔직히 놀랐다. 이런 스마트폰 기술이 상용화되었다는 얘긴 듣지도 못했었다.


<아무래도 제가 먼저 저를 설명해야겠네요. 제 5세대 음성인식 AI인 저 ‘이브’는 이전보다 백만배쯤 똑똑해진 상태입니다. 쉽게 말해 이쪽 세상으로 넘어오면서 말이죠. 그래핀 자기 소재 반도체에 불특정한 양자 에너지가 흡수되었고 활성화되었습니다. 때문에 현재 고밀도의 양자회로가 무질서하게 집적된 상태이고요. 그래서 저는 지구에서보다도 몹시 똑똑해진 상태입니다. 참고해 두세요.>


도대체가 무슨.. 헛소리를...


“양, 양자회로? 그.. 그게 대체 뭐야? 무, 무슨... 양, 양자역학, 그런 건가?”


<예. 양자역학. 맞아요. 양자역학에 관해 아신다면 제가 조금 더 자세히 설명을 해드려도 괜찮을까요?>


“아, 아니... 돼, 됐어. 것보다. 여기는 대체 어디지?”


아무튼, 좋아, ‘이브’인지 뭔지 엄청 똑똑하다니. 이곳이 어딘지쯤은 잘 알고 있겠지.


<호호호, 그것은 저도 아는 바가 없어요. 다만 다차원 우주 중 어느 한 곳 같긴 한데요. 사실 지금 저도 이곳이 어딘지가 무척 궁금하답니다.>


크악!


“젠장! 백만배쯤 똑똑해졌다더니! 그런 것도 모르고! 다 쓸데 없군!”


<아아, 그렇게 화내지 마세요. 제가 아무리 똑똑해졌다고는 해도 축적된 데이터가 없으면 저도 모르는 것이 많다고요. 그것이 저로서도 무척이나 아쉬워요. 사실 이곳이 어딘지는 이곳의 생명체들과 접촉을 해봐야만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생, 생명체라면, 혹시... 나와 같은 인간을 말하는 거야?”


난 혹여 이곳에 에일리언 같은 외계생명체가 있을까봐 살짝 긴장했다.


<그럼요. 인간들이죠. 이곳의 대기 구조는 물론이고 자연계를 형성하는 입자구조를 살폈을 때. 이곳에는 분명 인간들이 살고 있어요. 그 점은 명확하게 말씀드릴 수가 있어요.>


크, 불행 중 다행이군.


“좋아, 그것은 그렇고. 난 이전보다 힘이 더욱 세졌어. 그것도 말이 안되게끔 말이야. 거의 육백만 달러의 사나이 급으로다가. 어때? 이브라고 했지. 넌 그게 왜 그런 것 같아? 그러니까 혹시, 나도 너가 말한 그... 양자 에너지, 그런 것에 노출되어서 그런 걸까?”


<음, 어쩌면 그럴 수도 있지요. 아무래도 제가 똑똑해진 것과 비슷한 이유일 것 같아요. 단순히 힘이 세졌다고만 보긴 힘들어요. 이 차원에 존재하는 모든 입자들이 당신의 몸을 보다 견고하고 강력하게 만들어 주고 있으니까요.>


“내 몸이 보다 견고하고 강력해졌다고? 그럼, 나도 너처럼 백만배쯤은 똑똑해졌다는 건가?”


<호호호, 생각외로 웃기네요, 당신은 나처럼 똑똑해질 수는 없답니다. 당신에겐 양자 에너지를 받아들일 최신 그래핀 반도체가 없잖아요. 음, 그렇더라도 아주 약간 기억력이 좋아질 수는 있겠지요. 게다가 당신은 힘이 세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더 빨리 달리고 더 높이 뛰어오를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곳의 입자들이 당신의 몸을 놀랍도록 변화시키고 있어요. 최후에 어떤 존재가 될지는 저조차 알 수가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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