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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종조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을 개패고 다니는 좌완 파이어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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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금종조
작품등록일 :
2024.05.08 16:31
최근연재일 :
2024.06.13 17:08
연재수 :
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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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8,231

작성
24.05.09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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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2. 프롤로그.

DUMMY

내 이름은 박철완(朴鐵腕).

나이는 33세.

재일 교포 4세다.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서의 참혹한 패배 이후, 계획대로 약혼식을 진행하기로 했다. 상대는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29세의 ‘우치야마 아스미’다.


일본 교토대 출신으로 고대 중국학 박사출신인 연구원이다.


그녀는 나와 함께 일본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라탔다. 탑승 게이트 앞에서 ‘아스미’는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걷는 것이 조금 버거워 보였다. 짐을 붙이고 빠른 걸음으로 앞질러가 ‘아스미’의 한 손을 잡고 부축했다.


“왜, 어디가 아파? 어떻게 안 좋은데?”

“치, 알면서 왜 물어요? 좀 그만하라고 그랬잖아요.”


그녀는 흰색 치마에 붉은색 상의를 입고 있었다.


과하지 않은 보석 귀걸이와 목걸이를 한 ‘아스미’의 아름다움은 평상시와 같았다. 하지만 컨디션이 좋지 못했다.


지난밤에 내가 끊임없이 괴롭힌 탓일 테다.


그렇다면 오늘은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방금전 LA공항 터미널 주차장에서 그녀와 남몰래 사랑을 나누었다.


겉면이 반짝반짝 빛이 나는 캐딜락 안에서 ‘우치야마 아스미’는 계속해서 싫다고 앙탈을 부렸었다.


“안돼요. 이제 곧 탑승이란 말이에요.”


얼굴이 발갛게 상기된 ‘아스미’는 자꾸만 몸을 뒤로 뺐다.

하지만 난 멈출 수가 없었다.


월드시리즈 패배 이후, 탈출구가 필요했다. 지독한 우울감과 스트레스에 사랑하는 애인과의 육체적 관계만 한 게 없었다.


그리고 효과는 확실했다.


‘우치야마 아스미’의 적절한 저항감도 나를 자극했다. 그녀에 대한 정복욕을 그녀는 끊임없이 발동시키고 있었다.


“잠깐만 아스미, 가만 좀 있어봐봐, 나 사랑해? 안 사랑해?”


일본말이 아닌 한국말이다. ‘아스미’는 잘도 내 말을 알아먹었다. 지난 몇 년간 한류에 흠뻑 빠진 탓이다.


하긴 그 덕분에 한국에서 ‘아스미’를 만날 수 있었다.

당시 ‘아스미’는 한국 보이그룹에 푹 빠져 있었다.


듣기로 ‘모비딕’인가 뭔가 하는 보이그룹인데. 그 첫번째 콘서트에 갔었다고 한다.


그러다 서울 시내에서 삼중추돌 교통사고를 당했고. 때마침 내가 그때 ‘짠’하고 나타나 그녀를 구하게 되었다.


사실은 이날 교통사고가 나기 전부터 앞차에 탄 ‘아스미’를 발견하고 무작정 그녀를 뒤쫓아갔었다.


솔직히 내 심장을 뛰게 만드는 여자만 보게 되면 그게 한국인이건 외국인이건 종종 도심에서 그런 추격전을 벌이고는 했었다.


그러다 이따금 재수없게 경찰에 쫓기곤 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매번 내 화려한 앞지르기와 드리프트로 경찰들을 따돌렸었다.


만약 잡혔다면 내 선수 이력은 그것으로 끝장났을 터였다. 아무튼, 그 얼간이 같은 버릇은 ‘우치야마 아스미’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었다.


다만 ‘우치야마 야스미’는 그런 것을 전혀 모른다. 멍청이가 아닌 담에야 이제와 그런 과거를 떠벌릴 필요는 없겠지.


어쨌건 그날 난 그 추돌 사고에서 ‘아스미’를 구해내려고 최선을 다했었다.


“아악! 씨발 뜨거워!”


그때 당시 엔진룸에서 불길이 ‘화악’하고 번져 일었다.

내 머리카락이 ‘지지직’하고 타올랐다.


이런 맙소사. 한번만 더 여자한테 환장했다가는 아예 골로 가겠구만.


눈알과 콧속까지 매연으로 가득 찼다.


만약 전복된 차 안에서 그녀를 구하지 못했다면. ‘우치야마 아스미’는 그대로 활활 불타는 차량과 함께 통구이가 되었을 것이다.


사고지점에서 그녀를 번쩍 안고 미친 듯이 내달렸을 때,

뒤쪽에서 승용차가 ‘쾅’하고 폭발했다.


그렇게 ‘아스미’와 난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스팔트 위를 미친 듯이 굴렀었다. 정신을 채 잃기 직전, 그녀의 모습은 너무도 황홀했다.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처럼 아름다워 보였다. 목소리도 예뻤다.


“아, 아리가또...”


그것이 인연이 돼 ‘우치야마 아스미’와 연애를 시작했다.

그리고 장래를 약속한 사이로까지 발전이 되었다.


그나저나 내 일본 이름은 ‘마츠이 료’.

일본에서 박철완 이름 대신 ‘마츠이 료’란 이름을 썼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야구를 했고 유독 왼쪽 팔 힘이 좋아 좌완투수를 했다.


고교 3년생인 고시엔 때, 조센징 차별이 유별난 일본 팀 전부를 쓰러뜨리고서 전국우승을 거머쥐었다.


이후 프로리그에 가서는 일본을 제패했었다.

타자면 타자, 투수면 투수, 못 하는 것이 없었다.


자칭타칭 이도류(二刀流)로 일가를 이루었다. 그 옛날 ‘오타니 쇼헤이’처럼 말이다.


그러다 잠깐이나마 한국국적으로 올림픽에 나가볼까도 생각했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올림픽에 나서는 모습을 외증조부에게 보여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이내 그런 마음을 곱게 접었다. 타이밍이 좋질 않아서 먼저 군입대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은 2년의 시간을 버리고 군대를 다녀와도 딱히 좋은 대우를 받지 못했다.


툭하면 군무새 타령에다가 특히 나는 전범기업인 ‘마쓰다’의 전속모델을 했었기 때문에 전범왜구란 소리를 듣는 실정이었다.


그래서 한국국적을 미련 없이 포기했다.


암튼, 자유계약신분으로 미국으로 날아가 곧바로 메이저리그에 입성했다. 서부지구 LA다저스에 입단한 그 해에 곧장 좌완투수로 사이영상을 따냈다.


일본 아사히 신문을 비롯한 삼대 일간지에 ‘철완 아톰, 마츠이 료가 사이영상을 획득하다‘란 제목으로 일면 톱으로 실렸다.


예전부터 일본 친구들은 나를 가리켜 <철완 아톰>이라 불렀다. 내 한국 이름이 박철완이라서 그랬는지 어쨌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그것이 나의 닉네임이다. 그때 당시 조금 오만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내 목표는 사이영상이 아니었다.


그보다 좀 더 높은 곳에 가 있었다.


훗날 메이저리그 좌완 파이어볼러로 유명한 ’랜디 존슨‘처럼 야구사의 전설로 회자 되는 것이 내 진정한 목표였었다.


한데. 사실상 내 왼쪽 팔은 완전히 고장나 버렸다.

그래서 더는 그런 꿈을 꿀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태평양 상공 여객기 안에서 느닷없이 ’포탈‘이 열릴 줄이야.


그 황당무계한 일은 내가 속한 LA다저스가 월드시리즈에서 패한 뒤 7일째가 되는 날 벌어졌다.


또 나와 장래를 약속한 ‘우치야마 아스미’와 약혼식을 치르려 일본으로 되돌아가던 날이기도 했다.


당시 나는 퍼스트 클래스 앞쪽 객실에서 기묘한 공기의 흐름을 감지했다. 기분 좋게 수면 안대를 차고 단잠에 빠졌었던 내가 불온한 기분에 깨어났던 것이다.


그때 깁스를 한 왼쪽 팔에서 약간의 통증이 일었다.


엉, 뭐지? 이 불규칙한 공기의 흐름은?


거칠게 안대를 풀어냈다. 미세한 공기의 파동과 함께 그 모양이 천천히 원형으로 대기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그것이 내 눈에 똑똑히 보였다.


씨발, 저게 대체 뭐람?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했다.

LA다저스 대(對) 뉴욕 양키스.


그 월드시리즈 4차전, 그 좆같은 경기를 치를 때도 이번과 같은 기분이었다.


뭔지 모르지만 항상 좆같은 일이 생길 것만 기분이 들면 정말 좆같은 일이 벌어지고야 만다.


불안한 마음에 고개를 돌려 옆을 봤다.


내 옆자리에는 초특급 AV배우는 물론이고 TV모델 뺨을 후려칠 정도로 어여쁜 ‘아스미’가 앉아 있었다.


그녀의 두 눈은 크고 촉촉했으며 코도 오똑했다.

앙증맞은 입술은 앵두처럼 새빨갛고 피부색도 엄청 새하얗다.


거기다 그 머릿결은 또 어떻고. 그 길고 윤기나는 풍성한 흑발이 그녀의 등 뒤에까지 치렁치렁 내려와 있었다.


‘우치야마 아스미’는 <금욕의 밤>이란 책을 읽고 있었다. 우아한 몸짓으로 한 손에는 와인 잔을 쥐어 들고 있었다.


이따금씩 잔에다 입을 대고 홀짝였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에로틱해 보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솔직히 방해하긴 싫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당장 ‘아스미’의 왼팔을 잡아챘다. 빠르게 일본말로 떠들어댔다.


“아스미, 잠깐 일어나봐! 나랑 같이 가!”

“료, 왜? 갑자기 어딜 간다고?”


이제 내 시선은 ‘우치야마 아스미’가 아니라 객실 앞쪽에 고정되어 있었다.


퍼스트 클래스 중앙 통로 쪽에 누가 봐도 검고 뚜렷한 원형의 공간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아스미! 지금 내 말 들어! 어서 일어서라고!”


갑작스런 내 말투에 ‘아스미’는 깜짝 놀랐다.

그래서 손안에 쥔 와인잔을 기내바닥에 떨어뜨렸다.


“아앗, 료! 이러지마!”

“아스미! 저쪽을 봐!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료! 무슨 소리야? 아무것도 없잖아.”

“뭐야? 없다고? 저기 검은 소용돌이가 있잖아!”

“미안해, 료. 난 전혀 모르겠어.”

“젠장, 그래. 자세한 설명은 됐고. 일단 일어서자.”


안타깝게도 ‘우치야마 아스미’는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공기의 파동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젠장, 부탁이야, 일단 일어서자!”


‘아스미’는 염려하는 얼굴로 날 다독였다.


“료, 걱정마, 자긴 지금 무서운 꿈을 꾼 거야. 그니까, 안심해.”


“닥쳐! 날 바보 취급하다니! 나중에 욕을 해도 좋으니까, 잠깐이라도 날 따라와 줘!”


“료! 자꾸 왜 이래? 조금 있으면 하네다 공항이야. 우린 앉아 있어야 해.”


“그건 안돼! 이번에는 무조건 내 직감을 따르겠어! 또 한번 좆되기는 싫으니까!”


직후 난 아스미의 한쪽 팔을 붙들고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퍼스트 클래스 객실 안쪽의 사람들이 나를 미친놈 쳐다보듯 하고 있었다.


“료! 정신 차려! 지금 여기가 어딘 줄 알아? 태평양 상공이야! 대체 어디로 간다는 거야?”


질겁한 ‘아스미’를 억지로 끌고 퍼스트 클래스를 벗어났다.


“료! 제발, 이러지 마! 이런 모습 자기답지 않아!”


“나답지 않은 게 뭔데? 멍청한 소리 좀 작작해!”


결국, 기내 직원들이 다가왔다.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눈빛은 싸늘했다.


“죄송합니다만, 무슨 일이시죠? 필요한 게 있으시면 저희가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런 이때였다.

앞쪽에서 ‘팡’하는 소리와 함께 포탈이 진짜로 열렸다.


그 회오리치는 검은 구멍은 지옥으로 향하는 지름길을 연상케 했다. 포탈 안쪽에서 뭉클뭉클 뿜어지는 검은 안개가 객실 전체에 확 퍼져 나갔다.


‘아스미’가 반응했다.


“료! 이 검은 연기는 뭐야? 설마 불이 난 거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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