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금종조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을 개패고 다니는 좌완 파이어볼러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금종조
작품등록일 :
2024.05.08 16:31
최근연재일 :
2024.06.13 17:08
연재수 :
8 회
조회수 :
90
추천수 :
0
글자수 :
38,231

작성
24.06.11 19:20
조회
8
추천
0
글자
13쪽

4. 그 대갈통을 아주 뽀샤버리겠어!

DUMMY

“으허헉!”


내가 다시 눈을 치떴을 때, 몹시도 당황스러웠다. 난 확연히 다른 세상에 와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 맡아보는 풀냄새와 흙냄새로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 왔다. 한순간 누가 내 앞에 똥을 싸질러 놨는줄만 알았다.

고약한 향내의 두리안과 향신료인 고수와 미나리 냄새를 아무렇게나 뒤섞은 냄새가 났다. 그리고 비릿한 흙 맛이 났다.


“씹할, 퉤퉤! 이게 무슨 개같은 맛이야? 그, 근데, 여기는... 아아앍!”


주먹만한 자갈 속에 파묻혔던 내가 반쯤 몸을 일으키다 질겁했다.

놀랍게도 내 왼손에는 ‘아스미’의 잘려나간 한쪽 손이 들려있었다. 그 절단면은 놀랍도록 매끈했다.


“마, 말도 안돼. 이게 정말 아, 아스미의 손이라고?”


그래 맞다. 그녀의 손이다. 철가면을 쓴 자에 의해 잘려나간 ‘우치야마 아스미’의 오른손이었다.


그것을 확신하자 곧장 몸이 떨려왔다. 난 아스미의 부드러운 손을 붙잡고 격동했다. 괴이하게도 ‘아스미’의 오른손은 여전히 생기가 넘쳤다.


느슨한 맥박과 따스한 온기마저 느껴졌다.

내 눈으로 직접 이 손이 잘린 것을 보지 않았다면 난 분명, 이 손이 살아있는 사람의 손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불가능해. 어째서 이런 걸까. 다시금 반신반의했지만 맞았다,

분명히 아스미의 손이었다. 손목 어림에서 잘린 한쪽 손에는 내가 준 약혼반지가 그 새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에 잘 끼어져 있었다.


정신을 차린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갑자기 속이 울렁거렸다. 그래서 한바탕 토악질을 했다.


“우웩! 우웩! 우웨웨웨웩! 크웩, 도대체가... 이게 무슨?”


주위는 어두웠고 어디선가 들짐승이 우짖는 소리가 들렸다. 어둠 속에 홀로 방치되자 열 살 무렵 앓았던 불안증이 엄습했다.


엄지손톱을 물어뜯으면서 나지막이 이를 갈며 신음했다. 다시 말하지만 이곳은 내가 있던 곳과 전혀 딴판인 세상이었다.


한순간, 내 등 뒤에 누가 서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그래서 벌떡 바닥에서 튕기듯 일어나 주위를 살폈다.


눈이 침침해 눈을 비볐다. 모든 것이 선명치가 않았다.

저 멀리서 들리는 물소리와 벌레소리, 개구리소리로 가득했다. 춥고 음침하고 칙칙했다. 다시금 어디선가 들짐승이 우짖는 소리가 들렸다.


“지, 지금 몇 시야? 새, 새벽이야 밤이야?”


고개를 들어 머리 위쪽 하늘을 올려다봤다.


깜깜한 하늘에는 동그란 달이 떠 있었다. 무척이나 통통한 달이 부옇게 떠 있었다.

그리고 순간 깜짝 놀랐다. 별이 너무 많았다. 도심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별빛이 온 하늘에 촘촘히 박혀있었다.


하지만 내가 깜짝 놀란 것은 다른 이유에서다. 별빛 때문이 아니었다.

그 하늘에는 동그란 달이 하나도 아니고 두 개씩이나 둥둥 떠 있었다. 좆도 말이 안 되게.


“염병! 지, 지금 장난해!”


난 다시금 엄지손톱을 물어뜯었다. 터무니없는 것에도 정도가 있지. 어떻게 하늘에 달이 두 개일 수가 있을까. 하지만 그랬다.


여전히 하늘의 달은 두 개였다. 그렇기에 이곳이 내가 살던 곳과 전혀 다른 곳이라 생각했다.


예전에 독파했던 sf 소설과 일본만화 ‘에스카 플로네’가 이곳의 상황을 받아들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맨 처음에는 내 머리가 어떻게 됐다고만 생각했다.


설령 내 눈에 밤하늘에 뜬 달이 두 개로 보일지언정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그저 내 머리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여겼다. 분명 헛것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글쎄. 이것은 또 어쩐다지.

과연 이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지?


놀랍게도 내 몸은 아무렇지가 않았다. 그 어느 때보다 건강하고 단단했다. 월드시리즈에서 박살이 났던 왼팔이 더는 아프지 않았다.


전력으로 던진 백마일의 패스트 볼도 아닌, 그깟 너클 커브를 좀 던지다가 박살났던 내 왼쪽 팔꿈치. 그 두터운 깁스를 뜯고 붕붕 휘두르는데도 아무런 무리가 없었다.


마치 전성기 때의 왼팔같다.

그것과 더해 내 앞가슴도 멀쩡했다. 어딜 봐도 철가면을 쓴 괴한이 휘두른 큰 칼에 베인 가슴이라 여겨지지 않았다.


“어, 어쩜 이렇게 내 몸이 말짱해졌지?”


머리를 굴리면 굴릴수록 켜켜이 의문이 쌓였다.


어둠 속에 박힌 달은 여전히 두 개였다. 그 형태가 조금 남달라 보였지만 달이 두 개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그 점만 빼면 딱히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어쨌거나 내 몸은 무사했다.

어딜 어떻게 만져봐도 칼자국은 나있질 않았다. 그렇다면 이게 무슨 일일까. 어떻게 내가 이처럼 멀쩡해질 수 있었던 걸까.


한데 그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믿을 수 없게도 지금의 내 몸은 강철보다 더욱 단단해져 있었다.

그 탓에 수만 미터 상공에서 유성처럼 지상으로 떨어졌어도 죽지 않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잡생각은 그것으로 끝이 났다.

깊은 계곡 저 너머에서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것도 무척이나 위협적인 울음소리로.


“크앙! 크앙!”

“크르르르릉!”

“크르르르르릉!”

“카르르르르르릉!”

“우우우우우우우-!”


늑대라고 생각이 든 순간,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메마른 암석으로 뒤덮인 협곡 안쪽에 내가 서 있었다.

지금은 걸레짝이 되었지만 최고급 명품 실크셔츠와 검은색 정장바지, 페레가모 구두를 신은 채였다.


고개를 돌려 주의 깊게 주변을 살폈다. 내 주위에는 불타버린 여객기 잔해가 잔뜩 널려 있었다.

그 앞에는 깊고 넓은 협곡이 좌우를 둘러싸고 있었다. 산비탈에는 빽빽한 수림이 가득했다.

박하 냄새가 진한 백양나무 숲이었다. 그 숲 안쪽에서부터 잔인한 늑대의 울부짖음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크흑, 이 염병할 늑대새끼들! 또냐? 또 왔냐?”


굶주린 늑대의 공격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어제 이곳에서 눈을 떴을 때. 예기치 않게 늑대들의 공격을 받게 되었다.


처음에는 진짜로 죽는 줄만 알았다. 이루 말하지 못할 공포감에 오줌을 지리기까지 했다. 월드시리즈에서 만루홈런을 쳐맞았을 때보다도 무서웠다.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땅바닥에 엎어져서 울부짖는 것뿐이었다.

마구 뒹굴면서 ‘악악! 살려줘! 살려달란 말이야!’하고 소리치는 것뿐이었다.

그럴수록 잔인한 늑대들은 더욱 사납게 몰려들었다. 그 새하얗고 뾰족한 송곳니로 사정없이 나에게 덮쳐들었다.


“으아하악! 저, 저리 꺼져! 저리 꺼지란 말이야! 이 빌어먹을 늑대 놈들아!”


그러다 운이 좋았다. 가까스로 늑대들을 뿌리치고 도망을 쳤다. 협곡의 메마른 암석 사이에 몸을 숨겼다.


두 뺨 사이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철철 흘렀다. 양쪽 손으로는 주먹질을 하고 양쪽 발로는 발길질을 했다. 그러면서 절박하게 소리쳤다.


“으흑흑흑! 저, 저리 꺼져! 죽여버릴 거야! 전부 죽여버릴 거얏!”


이따위로 허접한 외침에 굶주린 늑대들이 물러갈 리 없었다. 짙은 어둠 속에 도사린 늑대들은 다시금 기회를 잡고 덮쳐들었다.


녀석들도 이번에는 놓치지 않겠다는 심산인지 단숨에 내 사지를 물고 양쪽에서 잡아당겼다.

내 몸이 비좁은 암석 틈에서 끌려 나오자 다른 늑대 한 마리가 전광석화 튀어와 내 목줄기를 물어뜯었다.


“으앍! 나 죽엇!”


그런 이때였다. 이게 웬일? 뭔가 이상했다. 놀랍게도 늑대들은 날 전혀 해치지 못했다.

삽시간 “깽깽깽깽!” 하고 십여 마리의 늑대가 고통스럽게 몸부림을 쳤다.

이어서 다른 늑대들이 다시 내 몸을 미친 듯이 물어뜯었다. 하지만 또 곧장 죽어버렸다.


어엉? 대체 이게 무슨 상황?


왜 그런가 하고 봤더니 이것들이 내 몸을 죄 물고 씹다가 이빨이 모두 부러지고 또 내가 거칠게 난동을 피우면서 내지른 주먹질에 그 뇌골이 죄다 바수어져서 죽은 것이었다.


이때야말로 난 내 몸에 뚜렷한 징후가 생긴 것을 감지해냈다.

내 몸은 강철같은 강인함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보통에 인간의 범주에는 들어갈 수 없는 철인(鐵人)이었다.


그렇다면, 이후부터 늑대건 호랑이건 그 어떤 맹수건 무서워할 것이 없다는 얘기였다.


그래서 오늘 밤. 또 다시 새하얗고 뾰족한 이빨을 드러낸 늑대들이 나에게로 몰려왔을 때. 나는 결코 녀석들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물론 오늘은 어제보다 곱절이 넘는 늑대들이 이쪽으로 짓쳐들고 있었다.

깜깜한 협곡 사이로 질주하는 놈들의 샛노란 동공이 나를 죽일 듯 노려보고 있었다.


흥, 그래서 뭐? 나보러 어쩌라고? 이제라도 내가 질겁해서 똥이라도 쌀까 봐?


“크, 어쨌든, 이 개같은 늑대 새끼들아! 꼭 이렇게까지 해야만 했니? 앙?”


내 성난 외침에 동조하듯 사람의 피맛에 환장한 늑대들이 고개를 틀어 젖히면서 크게 우짖었다.

아직까지 거리는 많이 멀었다. 그런데도 난 그 울음소리에 살짝 찔끔했다.

예상보다 그 숫자가 많은 듯싶었다. 하지만 뭐, 어쩔쏘냐. 전부 다 죽여버리면 그만 아니겠냐.


협곡 안쪽에는 아직도 죽어 나자빠진 늑대들의 사체가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그런데도 늑대들은 전혀 겁을 내지 않았다.


따뜻한 피가 도는 나는 물론이고 항공기 잔해와 함께 떨어진 사체의 유혹을 이것들이 순순히 떨치지 못한 탓이었다.


난 양손을 힘주어 말았다. 사실 어제부터 하루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완전 패닉상태에서 여러 번 정신착란 증세까지 보였다. 그래서 이날 이곳을 벗어나지 못하고 밤을 지새우게 된 터였다.

그리고 늑대들이 또 다시 오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크윽, 정신 차리자! 정신 차리자! 마츠이 료! 아니, 박철완! ‘아스미’를 생각해!”


정말이지 낼부터는 신속하게 움직여야만 한다. 철가면을 쓴 괴한들에게 끌려간 ‘아스미’는 분명 이쪽 세상에 있었다.


비록 한쪽 손이 잘렸지만 죽었으리라고 믿지 않았다. 내가 이쪽 세계로 오게 된 것 또한 그녀와 관계있음이 분명 했다.


나의 마지막 순간, 그놈들이 열어놓은 포탈 안쪽으로 빨려들어 왔기 때문이다. 그렇다. ‘아스미’또한 이쪽 세계에 있다.

그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치야마 아스미’의 잘린 오른 손을 내가 벗은 셔츠에 곱게 싸서 목에 둘렀다. 그래, ‘아스미’ 내가 널 반드시 찾아낼게! 꼭! 반드시!


물론 이때, 부모님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저쪽 세계에는 믿음직한 남동생이 있다. 내가 무사히 돌아갈 때까지 남동생이 부모님을 챙겨줄 터였다.

그런 만큼 난 온전히 ‘아스미’ 생각만 하면 된다.

나는 오직 놈들에게 납치된 그녀를 찾아서 우리가 사는 세상으로 기어코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제길, 그전에 먼저 너희부터 손봐 주마.”


난 내 앞쪽에 늘어서 있는 암석 하나를 골랐다.

그것을 한 손으로 내리쳐서 부서뜨렸다. 산산이 부서진 돌 중에 내 손에 딱 맞는 것들만을 골라냈다.


정확히 야구공만한 사이즈였다. 이때부터 빽빽한 수림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 늑대들에게 이 돌멩이를 하나씩 던져 맞추었다.


“크크크, 모두 죽어라! 이 건방진 늑대새끼들아!”


한번에 한 마리씩. 재빠른 와인드업 이후. 있는 힘껏 패스트 볼을 던졌다. 손의 그립을 바꿔가면서 포심과 투심을 적절히 이용했다.


강력한 역회전이 걸린 돌멩이는 허공중에 ‘쉬이이익’하는 소리를 크게 냈다.

이처럼 야무지게 회전하는 돌멩이는 그야말로 총에서 발사된 강력한 탄환 같았다.


그 즉시 ‘빡’소리가 크게 났다.

동시에 그 입을 ‘쩍’벌린 늑대의 머리가 폭죽처럼 터져버렸다. 새빨간 핏물과 뇌골이 사방에 흩뿌려졌다.

이어서 나는 쉬지 않고 와인드업을 했다. 조금씩 구속을 올렸다. 그렇게 연속해서 범상치 않은 패스트볼을 뿌리고 또 뿌렸다.


그때마다 놈들의 그 검고 질긴 털가죽과 함께 그 대갈통이 허연 뼛조각과 함께 대폭발을 일으켰다.

늑대들의 잔인기 있는 눈알은 샛노란 고름처럼 그 뽀개진 머리뼈 안쪽에서 ‘쏙쏙쏙쏙’ 삐져나왔다.

삽시간에 다섯 마리의 늑대를 해치웠다.


“흐흐흐흐, 좋았어! 바로 이거야!”


어느덧 자신감이 차오른 난 계속해서 돌멩이를 흩뿌렸다.


한데 그 효과는 잠차 반감되었다. 내 강속구를 피하는 것들이 종종 나왔다.

역시 적자생존의 험악한 야생에서 굴러먹은 것들이라 그런지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일본 프로리그에서는 ‘철완 아톰’으로 불리었고 미국에서는 ‘그렘린’으로 불렸었던 나다.

구장 바깥에서는 한없이 착한 ‘기즈모’이지만 높다란 마운드 위에만 서면, 내가 꼭 미친 ‘그렘린’처럼 변한다고 해서 그런 별명이 붙었었다.


“각오해! 이 개새끼... 아니, 늑대 새끼들아! 그 대갈통을 아주 뽀샤버리겠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림을 개패고 다니는 좌완 파이어볼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 8. 아이큐 1000. 24.06.13 2 0 14쪽
7 7. 젠장, 너도 나처럼 죽을 운명은 아닌가 보구나. 24.06.12 4 0 11쪽
6 6. ‘필립 햄스워스 모히칸’ 24.06.12 3 0 12쪽
5 5. 호호호, 최후에 어떤 존재가 될지는 저조차 알 수가 없지요. 24.06.12 8 0 12쪽
» 4. 그 대갈통을 아주 뽀샤버리겠어! 24.06.11 9 0 13쪽
3 3. 프롤로그. 24.06.11 9 0 7쪽
2 2. 프롤로그. 24.05.09 21 0 11쪽
1 1. 프롤로그. 24.05.08 35 0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