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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종조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을 개패고 다니는 좌완 파이어볼러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금종조
작품등록일 :
2024.05.08 16:31
최근연재일 :
2024.06.13 17:08
연재수 :
8 회
조회수 :
89
추천수 :
0
글자수 :
38,231

작성
24.06.11 19:06
조회
8
추천
0
글자
7쪽

3. 프롤로그.

DUMMY

여승무원은 당황해 소리쳤다. 그 앞에서 회오리치는 포탈을 보지 못한 승객들 역시 뾰족한 비명을 질러댔다.


그와 동시에 여객기 동체에 큰 충격이 가해졌다. 바닥에서 한 뼘 가까이 몸이 붕 뜬 여승무원은 그녀가 밀고 있던 카트와 함께 쓰러졌다.

여객기 기내가 무섭도록 요동쳤다. 그런 다음 급강하를 시작하는지 괴상한 경보음이 기내에 미친 듯이 울려댔다.


이제야 사람들은 예의 그 포탈을 두 눈으로 확인했다.


“아악, 저, 저거.. 뭐, 뭐야? 가, 갑자기.. 저 검은 구멍은... 대체 뭐. 뭐야?”


나 또한 ‘아스미’와 함께 기내바닥을 구르다 일어섰다.


“젠장할! 역시 내 직감이 맞았어!”

“철완 씨, 나 무서워!”


벌벌 떠는 ‘우치야마 아스미’를 내 품에 꼭 안았다.

직후에 포탈에서 쏟아져 나온 악마 같은 짐승들. 아니, 인간들이었다. 하나같이 그 얼굴에는 쇠로 된 철가면을 쓰고 있었다.


한순간 가슴이 조이고 숨이 막혀와 어금니를 세게 맞물었다.

느닷없이 위협을 감지한 나조차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설마하니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의 손을 꽉 붙든 ‘우치야마 아스미’와 나. 우린 분명 태평양 하늘 위쪽에 높이 떠 있었다. 미국에서 일본으로 향하는 보잉 777편에 탑승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말도 안 되게 여객기 기내에 포탈이 열린 것이다. 포탈에서 뛰쳐나온 괴한들은 괴상한 모양의 기형도(刀)를 양손에 들고 있었다.


그것을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이들에게서 도망치는 승객들을 밑도 끝도 없이 도륙하고 또 도륙했다. 여객기 조종사는 물론이고 기내의 승무원들까지 차례차례 죽여 버렸다.


“흐아학!”

“끄아아아악!”

“으헉! 어, 어떻게 이런... 일이...!”

“아악! 살려줘!”

“으학, 어, 어째서?”

“누, 누가 좀, 어떻게 해줫! 저 살인마들을 막아보라곳!”

“끅, 갑, 갑자기... 이게 무슨 지옥이람?”


끝 모를 수평선과 맞닿은 어느 태평양의 상공. 보잉 777편은 완전 아수라장이 되었다.

짧은 시간 기내에는 칼에 베어 죽는 사람들의 비명소리로 가득 찼다.

이제까지 가까스로 살아남았던 여객기 기장의 억눌린 괴성도 들려왔다.


“읏후후후후, 그동안 개같이 찾고 또 찾았더니. 한(翰) 교주! 바로 여기에 숨어있었구려!”


붉고 녹이 슨 철가면을 뒤집어쓴 이 하나가 이쪽으로 빠르게 다가섰다.

그는 나와 함께 있는 ‘아스미’를 검은 장갑을 낀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이렇게 외쳤다.


“본교의 교당을 배반하고도 무사하리라 여겼다면, 당신은 머저리요! 지금이라도 나와 함께 갑시다! 가서 당신이 약조한 교법을 행하시오! 그것만이 살길이오!”


그의 붉게 녹슨 철가면 안쪽에는 새빨간 동공 한쌍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한 쌍의 섬뜩한 눈알이 귀신처럼 번뜩이고 있었다.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또 철가면 안쪽에서는 검은 연기가 희미하게 새나오고 있었다. 이자가 사람인지 귀신인지 알 길이 없었다.


그런 가운데 난 그의 말을 전혀 못 알아 들었다.


그가 구사하는 말이 중국어라는 것만은 간신히 알았다. 이날 내 앞에 포탈이 열렸던 것도 그가 무슨 말을 지껄였는지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어쨌건 당시 난 그를 피해 뒤쪽으로 달아났다. ‘아스미’를 데리고 여객기 뒤편 꼬리 쪽으로 물러섰다.


그 즉시 철가면은 쇠를 긁는 듯한 목소리로 크게 웃어젖혔다.

그러더니 대뜸 큰 칼을 치켜들고서 그 앞을 가로막는 사람이라면 그게 누구든 단칼에 찍어 넘겼다.


나는 어떡하든 ‘아스미’와 함께 피하려 했다. 하지만 지금 이곳은 지상에서 일만미터 이상 떨어진 하늘 위쪽이었다.


달아날 곳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철가면을 쓴 괴한은 곧장 우리에게 접근했다. 그의 움직임은 놀랍도록 재빨랐다. 그는 어느새 나와 ‘아스미’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한 교주! 대체 그 옆에 있는 작자가 누구요? 저자 때문에 이와 같은 일을 벌인 것이요?”


‘아스미’는 겁에 질려 있었다. 그녀는 눈앞의 귀신을 필사적으로 내쫓듯이 간절히 소리쳤다.


“아니에요! 사, 사람을 잘못 보셨어요! 저는 당, 당신이 누군지도 몰라요!”


일본 억양이 섞인 중국말이었다.


사람을 잘못 보았다는 ‘아스미’의 호소에도 철가면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는 그대로 ‘아스미’의 한쪽 팔을 낚아채어 갔다.

이제 기내 안에는 살아남은 사람도 별로 없었다. 잠깐 사이 ‘아스미’를 빼앗긴 난 그 자리에 얼어붙어 버렸다.


작금의 상황이 무척 두려웠고 내 스스로가 원망스러웠다. 놈이 ‘아스미를 붙잡아갔는데도 아무것도 하질 못했다.


절망적인 무력감이 온 전신을 억눌렀다. 내 주위를 빠짐없이 둘러싼 미치광이 살인광들 덕분에 주눅이 들었다.

이런 때에도 ’아스미‘는 놈들에게 반항을 하면서 소리치고 있었다.


“아악! 료! 료! 료!”


때마침 정신이 번뜩 차려졌다.

죽기를 각오하고 그의 뒤를 쫓아 덤벼들었다. 하지만 그가 한팔을 휘두르자 단박에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그렇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이 개자식들아! 그만둬! 도대체 무슨 짓이야! ‘아스미’를 놔주라곳!”


그러자 녹슨 철가면을 덮어쓴 그가 냉큼 뒤를 돌아보았다. 온 전신을 벌벌 떠는 날 보면서 무척이나 가소롭다는 웃음을 흘렸다.


“놈! 물러서라! 한 교주의 얼굴을 봐서 내가 봐줬다는 것을 모르느냐?”


그와 동시였다. 그는 한 손에 들린 한칼을 사납게 휘둘렀다.

그 즉시 내 가슴팍이 사선으로 쩍하고 갈라졌다.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이태리명품 셔츠가 걸레짝이 되는 순간이었다.


“크학!”


다행히 크게 힘을 주지 않은 칼질이었다.

가슴뼈가 잘리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곧 피가 대량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당장 출혈을 멈추지 않으면 얼마 못가 죽을 것이 뻔했다.


“아아악! 안돼! 료!”


이때, ‘푸슉’하고 치솟는 선혈에 시야가 좁아졌다.


이런 맙소사! 이번에는 내 피가 아니었다. 강인한 힘으로 철가면을 뿌리치는 아스미의 한쪽 손이 놈이 휘두른 강철 칼날에 ‘썽둥’ 잘려나가 버렸다.


어악! 제기랄! 방금 내 곁으로 달려온 아스미의 한쪽 손을 붙잡은 것도 같았는데.

느닷없이 분출되는 붉은 핏줄기가 내 시야를 가로막았다. 더는 ‘아스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안됏! 료! 료! 정신차려! 죽지맛! 죽으면 안됏!”


내 귓가로 ‘아스미’의 절박한 외침이 들렸다. 이것이 내가 기억하는 전부였다.

사납게 발버둥 치던‘아스미’는 결국 포탈 안으로 끌려가 사라졌다. 그리고 여객기는 공중에서 두동강이 나면서 폭발했다.


곧이어 사선으로 가슴이 잘린 나는 하늘에서 쪼개진 여객기의 잔해와 함께 빠른 속도로 지상으로 추락했다.


여전히 내 앞에는 ‘휘류류류’ 소용돌이치는 포탈이 닫히지 않은 상태였다.


그리고 어느새 그 검은 소용돌이는 내 머리를 꿀꺽 삼킨 채 그 바깥쪽에 있는 상체와 안쪽에 있는 머리를 반대로 휘감으면서 쥐어짜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아아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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