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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M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인간 정령왕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WiM
작품등록일 :
2024.04.12 20:48
최근연재일 :
2024.04.22 18:05
연재수 :
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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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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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수 :
26,354

작성
24.04.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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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아카데미 '와드'

DUMMY

[정말, 정말로 계약을 해주는 것이야?]


가이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고개를 들어 천천히 눈을 마주쳤다.

지금 보니 생각보다 키가 작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마나가 방대 하다 보니 키가 자신보다 크다고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네, 어차피 가이아 님께서 선택하신 데에도 이유가 있으시겠죠.”


그녀는 땅의 어머니, 그것도 오랜 시간 세상을 방조해왔던 고대 정령이다.

그런 그녀가 아무런 생각 없이 자신을 골랐을 리가 없을 것이다.

분명 자신에겐 보이지 않는 빛이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정령과 계약이라니, 겁나 멋있잖아..!’


마물, 소환수와 계약을 진행해 그들이 지닌 힘을 다스리는 계약자

현재에도 생각보다 적은 희귀한 존재 들이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정령과 계약을 한 존재는 모든 종족들 전체를 합쳐도 몇 안될 것이다.

심지어 그게 인간 종족?

그것도 나?

생각만 해도 피가 끓어 오르고, 흥분이 쉽게 진정되지 않는다.


[아이야?]


콧김을 뿜어내는 내 모습을 보며 의아해 하는 가이아에 의해 천천히 진정되어 간다.


“아, 아닙니다. 가이아님”


[아까부터 계속 모를 행동을 하는구나. 후훗]


가이아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황당한 표정을 짓다가 이윽고 작게 웃으며 내 뺨을 쓰다듬는다.


[그럼 계약을 진행하자구나.]


가이아는 자신의 본체인 거목에 다가가 나뭇잎 한 개를 뜯어낸다.

잠시 가이아의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그런 건 문제가 아니라는 듯 다시 아무렇지도 않은 듯 평소의 얼굴로 돌아왔다.


[먹으렴.]


가이아가 건낸 나뭇잎을 보며 그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그녀도 내 눈빛이 어떤 의도를 가졌는지 파악하고는 뒷말을 이어간다.


[나와 계약을 진행하려면 내 몸의 일부를 섭취해야 한단다.]


“아아”


가이아의 설명에 납득하고 나뭇잎을 입 안에 밀어 넣고는 천천히 씹는다.

씁쓸한 맛이 날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달큰한 향과 맛, 폭신한 촉감이 코와 입을 간지럽힌다.

이 맛은 마치 팬케이크를 먹는 듯하다.


[맛있느냐?]


“생각했던 것보단 달콤하니, 맛있었습니다.”


[다행이구나. 그럼 계약을 이어가겠단다.]


가이아는 나뭇잎을 삼키는 모습을 보고는 거목 아래에 앉아 천천히 낮은 목소리로 무언가를 읊기 시작한다.


[Bitte verbinden Sie mich und diese Person]


그녀의 주위로 마나 균열들이 일어나며 이곳 저곳이 갈라진다.

따가울 정도로 농축된 마나에 눈살이 저절로 찌뿌려진다.


[하아, 하아···]


가이아의 읊조림이 끝나자 균열들이 닫히고 그녀의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괜찮으세요?”


[괜찮단다, 아이야. 걱정하지 마렴]


가이아는 깊게 숨을 내쉬며 호흡을 안정 시켰다.


[것보다, 뭔가 힘이 솟는다던가. 몸이 이상하다던가 그런 기분은 안 느껴지니, 아이야?]


“네, 그다지··· 끄헉!”


뒷 말은 할 수 없었다.

갑작스럽게 심장이 조여지는 기분이 든다.

쿵쿵거리며 세상이 흔들린다.

어지러움에 구역질이 나오고, 눈과 입, 귀, 코에서 핏물이 흐른다.


[아, 아이야!]


가이아또한 다급하게 뛰어오며 내 머리를 받치고는 무릎에 뉘인다.


[분명 이렇게 까지 마나 역류가 심하게 일어나다니···]


마나 역류?

아니다. 이건 마나 역류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다.

그것과는 전혀 다르다.


“끄아악!”


살이 찢어지고, 근육이 늘어지며, 뼈가 뒤틀린다.


“끄읍···”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에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


‘아들, 어서 와서 팬케이크 먹어!’


“엄마..?”


저 멀리서 들어본 적 없지만 정겨운 그리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들려오는 목소리의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흰색 긴 생 머리가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여자가 서있었다.

얼굴을 보고 싶었지만, 머리카락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솔레스, 뭘 그리 가만히 서있니?’


그녀는 가만히 서있는 내가 이상한 듯 천천히 나에게 다가온다.

왠지 모를 따뜻함을 느낀 나는 그대로 팔을 펼쳐 그녀를 안는다.


‘어머, 왜 그러니. 우리 아들?’


그녀의 따스한 목소리에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분명, 분명 그리운 목소리인데 보고 싶었던 얼굴인데···


“엄마···”


[아,야···]

[아이야!]


솔레스는 눈을 감았다가 뜨자 가이아의 얼굴이 눈 안으로 들어온다.

그녀의 얼굴이 눈물로 얼룩져 있었다.


“아···”


피와 침, 눈물로 범벅된 얼굴을 팔로 쓱 닦는다.


‘방금 전의 기억은 대체 뭐였을까’


분명 자신에겐 존재하지 않던 기억 이였다.

어머니는 자신이 어렸을 적부터 없었으니까

그저 아버지와 단 이서 살았다.

근데, 이 기억은···도대체 뭘까


[괘, 괜찮니. 아이야?]


가이아는 바들바들 떨리는 손을 들어 내 뺨에 얹는다.

따스한 손길이 눈물로 축축해진 얼굴에 생기를 돋게 한다.

나는 웃으며 가이아를 바라봤다.


“괜찮아요, 가이아님. 아니, 어머니”


아직 진정이 되지 않는 나를 보며 가이아가 다가와 등을 토닥이며 위로했다.

그녀는 새로 계약한 아이가 자신의 눈 앞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아무것도 못해준 것이 너무 미안하다고 이야기했다.


[후, 진정됐단다. 이런 추태를 보여줘서 미안하구나.]


“괜찮습니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내 힘이 잘 아울러 졌나 보구나.]


가이아는 내 몸 이곳저곳을 훑어본다.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본다.

확실히 아까 전보다 골격이나 근육량이 굉장히 두꺼워진 것 같다.

마나 또한 희미했던 존재감에서 확실할 정도로, 웬만한 사람들이 보면 하위 해결사라고 느낄 정도로 농도와 양이 짙고, 많아졌다.


[이정도면 성공, 아니 대성공이라고 보는 게 맞겠구나!]


가이아는 내 손을 붙잡고 위 아래로 흔든다.


[어서 오거라, 내 계약자. 내 아이야.]


***


그렇게 가이아와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고 균열에서 나왔다.

그녀 또한 밖으로 나와서 같이 다니자고 이야기를 건냈지만···


‘나는 어디에 있든지 너와 함께할 수 있단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평소대로 지내렴‘


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고는 늦는다며 나를 균열 바깥으로 내쫒듯 밀었다.


‘참고로 네 아버지한테는 말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구나.’


가이아는 균열에서 자신을 밀며 다급히 말했다.

궁금해서 물어보려고 했지만, 그녀는 그저 말하지 말라며 내 등을 밀어냈다.

속사정이 있는 건 알고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아버지에게 말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다녀왔습니다.”


방에 도착하자 침대에 몸을 던진다.

펑하는 소리와 함께 매트리스가 온 몸을 감싼다.


“흐아아”


괴상한 목소리를 내며 침대의 따스한 온기를 느꼈다.

시계를 확인하자 집에서 나선 지 몇 시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오늘 겪었던 일 때문인지 오랜 시간이 지난 것처럼 느껴졌다.

포근한 침대에 몸을 맡기며 잠을 청한다.


다음 날 아침,


“안 일어나니?”


눈이 멀어버릴 정도로 과하게 들어오는 햇빛에 얼굴을 찌그러뜨리며 손으로 햇빛을 가리고는 나머지 한 손으로 눈을 비빈다.


“아, 아버지?”


강제로 뜬 눈으로 주변을 살펴보자 얼룩이 진 가운을 입은 채로 옅은 미소를 지어 보이는 아버지의 모습이 보였다.


“어제 많이 피곤했나 보구나. 내가 들어올 때까지 눈치를 못 챌 정도면”


“으음, 네.”


“얼른 씻고 내려오렴. 곧 아카데미에서 마차를 보내올 테니”


그리 말하고는 아버지는 방문을 닫고는 내려간다.

간단히 몸을 씻고 아버지가 준비해둔 옷을 입은 뒤 거실로 내려오자 깔끔한 정장을 입은 사람 두 명이 서있었다.

그 중 한 명이 천천히 나와 아버지의 모습을 보다가 입을 열었다.


“세릴다 듀랑달님과 솔레스 듀랑달 확인했습니다. 출발하시죠.”


그들의 뒤를 따라 마차에 올라탄다.

마차 옆 뚫린 창문으로 점점 멀어지는 집을 보며 왠지 모를 씁쓸함이 입안을 맴돈다.


“아쉬우더냐.”


작은 보따리에서 논문을 꺼낸 아버지가 낮은 목소리 나지막이 말한다.


“아뇨, 그냥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생활한다는 게 조금 낯설게 느껴져서요.”


“금방 익숙해지는 게 좋을거다. 3년 동안 있어야 할 곳이야.”


“네, 아버지···”


그렇게 멍 때리며 밖을 바라보던 도중, 머리 속으로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이야, 괜찮니?


화들짝 놀라며 마차 안에 서서 주변을 두리번 거린다.


“무슨 일이냐”


“아, 아버지. 목소리 안들리세요?”


-쉿, 쉿!


세릴다는 솔레스를 쳐다보다가 다시금 논문을 본다.


-가이아란다. 아이야


‘가, 가이아님?’


-그래, 나란다.


후훗하며 웃는 목소리가 머릿속을 울린다.


-계약자들에게만 통하는 권능 정도로만 생각하면 편하단다.


‘아, 그렇군요.’


얼마나 편한 권능인가

어딜 가든 자신과 함께 있다는 말이 이해가 됐다.


-것보다 내가 너에게 이렇게 말하는 건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간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란다.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간다뇨?’


-수도 할룬의 일 때문에 근처에 있던 내 아이들을 보냈는데 그 아이들과의 링크도 끊어졌단다.


가이아는 당황했다는 듯 목소리가 떨리며 전해진다.


‘···큰일 아니에요?’


-그래, 큰일이지. 다만 걱정할 건 없단다.

실력이 있는 아이들도 보냈으니 언젠가 다시 돌아올 게야.


“도착했습니다!”


가이아의 권능을 들으며 이야기를 하던 도중, 마부의 목소리에 놀라 창문 밖을 바라본다.


“와”


분명 방금 전까지 봤던 시골의 풍경이 아닌 시끌시끌하며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우와아···”


마차에 내려 주변을 바라보자 창문에서 봤던 풍경보다 더욱 큰 도시의 모습이 눈 안에 확 들어온다.


‘여기가 아카데미 와드..!’


“후, 벌써부터 어지럽군.”


설레하는 솔레스의 뒤로 세릴다는 일을 다시금 시작해야 된다는 생각에 아찔해지는 듯 머리를 부여잡고 한숨을 푹 내쉰다.


“가자, 늦겠구나.”


아버지를 뒤를 따라 아카데미 내부를 천천히 걷는다.

발을 한걸음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내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이 가슴을 뛰게 한다.


“어, 저기 세릴다 교수님 아니야?”


아버지의 얼굴을 아는 학생들도 있는지 여기 저기서 속닥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버지 나름대로의 서비스인지 학생들을 향해 얕은 미소를 지어보인다.

여학생들의 목소리가 아카데미 전체에 울려퍼진다.


“꺄아아!”

“교수님, 날 가져요!”

“저 퇴폐미 미쳤다···”


꺅꺅거리는 여학생들 사이로 제치며 입학식이 열리는 강당으로 향했다.

거대한 크기의 아카데미에 비해 강당의 크기는 작은 편이였지만, 아카데미에 비해서 일 뿐 그 크기는 굉장히 컸다.


“신입생 여러분들은 이쪽으로 오시기 바랍니다!”


저 멀리서 신입생들을 인도하는 하수인의 목소리에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읏차”


의자에 앉아 가이아에게 연락을 취했다.


‘가이아님, 들리세요?’


-다 듣고 있단다. 아이야. 네 아버지는 언제나 인기가 많구나.


‘이렇게까지 인기가 많으실 줄 몰랐는데, 한 번 웃어줬다고 이정도 반응일 줄은 몰랐어요.’


물론 아버지의 외모가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였다.

그 누가 보더라도 한 번쯤 뒤를 돌아볼 정도로 잘생긴 외모였다.


-네 아버지는 인기가 엄청 많았지. 웬만한 여성들의 한 번쯤 사귀고 싶은 남자 1등이였을게야.


그런 랭킹이 있었구나···

어이가 없어 입을 벌린 채 멍 때리던 도중, 단상 앞으로 아버지와 사회자로 보이는 사람이 걸어온다.


“후후, 아아, 들리십니까?”


강당 전체에 아버지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평상시의 아버지의 목소리이지만,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한층 위엄이 넘치는 목소리였다.


“저는 이번 입학식의 진행을 맡은 부총장 제리에입니다.”


은발의 찰랑이는 포니테일 머리에 아리따운 외모로 남학생들의 환호성을 자아냈다.


“저희 아카데미 와드를 빛내주시고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먼저 감사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제리에는 고개를 천천히 숙였다가 일으키며 다시금 말을 이어나간다.


“그럼 제 100기 와드 입학식을 거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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