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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M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인간 정령왕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WiM
작품등록일 :
2024.04.12 20:48
최근연재일 :
2024.04.22 18:05
연재수 :
5 회
조회수 :
70
추천수 :
0
글자수 :
26,354

작성
24.04.12 21:05
조회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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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정령들의 어머니

DUMMY

[아이야, 너는 정령왕의 재목을 타고났단다.]


그 누가 보더라도 홀릴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그녀는 나에게 천천히 다가와 내 뺨에 손을 올린다.

그녀의 향기로우며 알싸한 체취가 코 끝을 스쳐 지나간다.


[솔레스, 내 아이야. 나를 도와다오.]


그녀는 환하고도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걸어온다.

하지만, 그녀의 미소에 드리우는 그림자와 슬픔은 감춰지지 않는다.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그녀의 평생을 봐왔던 것 같은 기분마저 느껴진다.


이 상황이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머리를 쥐어 짜내며 생각을 천천히 돌려본다.

분명히 방금까지 아버지의 요구로 이곳에 와서 청소하고 있었는데···


***


한가한 시골, 새들이 지저귀고 소들이 울어댄다.


“흐흐흠~”


검은색 머리카락을 손질하며 거울을 바라본다.


“키야, 역시 잘생겼어.”


자신의 외모에 반한 듯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감탄한다.


“솔레스, 잠시 와주지 않으련?”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손질하던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뛰어간다.


“부르셨어요, 아버지?”


서재 안, 사람의 평균 키보다 몇 십배나 높은 곳까지 쌓인 책들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왔구나, 솔레스.”


검은 색 머리카락 사이사이 흰머리가 피어나고, 조각과도 같은 외모를 지닌 아버지가 초췌한 표정으로 반긴다.


“무슨 일 때문에 부르셨어요?”


일이 있는 게 아니면 잘 부르지 않는 아버지이기에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그게 말이다. 이번에 별장 청소를 해야 하는데 네가 가서 청소 좀 해주렴”


불안함은 언제나 틀리지 않았다.

역시, 일이 있으셔서 부르셨구나.


“별장 청소를 제가 하라고요?”


“그래, 보다시피 아빠가 바빠서 말이야.”


아카데미 교수인 아버지는 언제나 바빴다.

이번에 아카데미 입학식이 다가온 뒤로는 서재에 틀어박혀서는 나오시지 않고 계신다.


‘귀찮은데···’


“알겠어요.”


퉁명스럽게 아버지의 부탁을 듣고는 별장으로 향한다.

아무것도 없는 숲 속, 덩그러니 놓여있는 집 한 채

한숨을 푹 내쉬며 별장 문을 연다.


“아···”


들어가자마자 난장판이 되어있는 집을 보자 뒷골과 함께 머리가 울린다.


'이걸 전부 언제 치워···'


지금이라도 집에 가서 아버지에게 못하겠다고 말씀드려야 되나?


“하아···”


막막함에 한숨을 푹 내쉰 나는 구석에 있던 청소 도구를 들고는 별장 청소를 진행한다.


‘힘들어 보이셨지. 입학 시즌이니 더욱 생각하실 것도 많으실 테니 굳이 가서 따지진 말자.’


아버지의 머리카락이 하얗게 샌 걸 생각하며 먼지를 쓸어 내린다.


“음?”


그렇게 한참을 청소하던 도중에 빗자루가 턱하고 걸린다.


“뭐지?”


걸리는 부분을 빗자루로 툭툭 건드리자 덜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열린 문 아래로 계단이 놓여있다.

스산하고 어두운 분위기에 모른 척 문을 닫으려고 했지만,


[아이야,]


누군가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 별장에 자신 혼자 있는 걸 생각하면 분명 공포를 느껴야 하는 게 맞지만,

그 목소리가 너무나 따스했기에 홀리듯 계단을 내려간다.

천천히, 천천히

계단을 하나하나 내려가다가 이윽고 계단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주변을 둘러보자 먼지가 잔뜩 쌓인 책들과 보고서들, 그리고 그것들의 정 가운데에서 마나의 흐름이 느껴진다.

마나의 흐름에 손을 가져다 대자 알 수 없는 기분에 몸이 침식된다.


‘따뜻해.’


묘할 정도로 따뜻한 느낌

아까까지만 해도 들었던 불안이 눈 녹듯 사그라든다.


-쩌억


마나의 흐름이 갈라지며 균열이 일어난다.

그러고는 손부터 천천히 집어삼킨다.

눈이 부실 정도의 빛에 얼굴을 찡그린다.

한참이 지난 뒤, 빛이 사라지자 감았던 눈을 천천히 뜬다.

주변을 둘러보자 형형색색의 꽃들이 줄 지어 피어있다.

향긋하지만, 알싸한 꽃 향기가 코를 간지럽힌다.


[이쪽으로 오너라.]


다시금 들려오는 의문의 목소리

거역할 수 없는 그 목소리가 전해지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크다.’


그렇게 발걸음을 옮기다가 목소리가 끊어진다.

고개를 들자 거대한 노목이 자신을 뽐내듯 가지를 이곳 저곳으로 뻗어 나가있었다.


[드디어, 도착했구나.]


노목의 가지 사이에서 다시금 목소리가 퍼지며 울린다.

눈을 좁히며 자세히 보자 한 여인이 가지에 앉아있다.


-턱


그녀는 찰랑이는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내 앞으로 천천히 내려온다.

그녀가 뛰어내린 땅에서 꽃들이 피어난다.


“당신은, 누구죠?”


머리 속을 채우는 근본적인 질문

그녀는 천천히 다가와 손을 들어 뺨을 훑는다.

그러고는 희미하게 웃음 지어 보인다.


[나는 모든 것들의 어머니이자 이 땅의 어머니, 가이아.]


내 물음에 자신을 모든 것들의 어머니라 소개한 가이아는 나지막하게 말한다.


[네 아버지인 세릴다와는 친우였던 정령이란다.]


“에?”


당황스럽다.

자신을 땅의 어머니라 소개한 것도 모자라서는 자신의 아버지, 세릴다 듀랑달과는 친우 관계라는 그녀

믿기지 않는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구나.]


가이아는 손을 들어 볼에 가져다 대고는 꼬집는다.

아프다.


“아, 아파요!”


자신을 꼬집는 가이아의 손을 잡으며 내린다.

가이아는 실망한 표정으로 볼에 빵빵하게 바람을 채워 넣는다.


[너무 하는구나. 네 아버지의 친우라면 좀 깍듯하게 대해줘야 하는 게 맞지 않느냐.]


‘애당초 아버지랑 동년배처럼 안 보이는 뎁쇼?’


허리 아래까지 내려오는 연두색 머리카락, 앳되어 보이게 해주는 하늘하늘한 리본 드레스, 잡티와 기미, 주근깨 없이 하얗고 뽀얀 피부까지

아까 전 봤던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며 가이아를 바라보자 아무리 봐도 그녀가 아버지의 친우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안 믿는구나.]


“예, 실은 굉장히 놀랍습니다. 이런 장소가 저희 별장 지하에 있었다는 것과 이런 외모를 가지신 분이 저희 아버지의 친우, 그것도 정령이라는 사실이 확 와닿지는 않는군요.”


가이아는 외모 칭찬에 기분이 좋은 듯 콧바람을 내뿜으며 웃는다.

···아무리 봐도 아버지 친구는 아니신 것 같은데


[흐, 흐흥. 내가 이렇게 보여도 생각보다 영겁의 시간을 보낸 고대 정령이란다. 아이야.]


가이아는 환한 미소로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물어볼 것들이 한가득 이라는 표정이구나.]


“당연한 것 아닙니까..?”


16년 동안 이 별장을 이용한 숫자를 센다고 하면 셀 수 없을 정도로 자주 이용했다.

그런데, 그런 아지트와도 같은 별장 지하에 이런 장소가 있다는 것 자체가 솔레스의 입장에선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럼 앉아보렴. 지금 해야 할 이야기는 생각보다 길 테니까 말이야.]

***

“에?”


어벙한 표정을 지어 보이자 가이아에게 믿기지 않는다는 시선을 보낸다.


[이해하지 못한 것 같구나. 다시 한 번 더 이야기 해줘야 되느냐?]


가이아는 허리 춤에 손을 올리고는 허리를 숙인다.


“그러니까, 가이아님의 말대로 라면 지금 세계가 위험하다. 이거죠?”


[그래, 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일이지.]


가이아는 어느새 놓여진 세계 지도를 가지고는 지도 한 편을 손으로 콕 집는다.

‘수도 할룬’ 이라 적혀있다.


“여기는···”


[알겠느냐?]


“아뇨, 모르겠습니다.”


머리를 긁적이며 처음 듣는 소리라는 듯 멍청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


가이아는 그런 솔레스를 벌레보듯 쳐다보다가

한숨을 폭하고 내쉰다.


[정말 세릴다 이 녀석은 자식 교육을 어떻게 시킨게야.]


“예?”


[아, 아무것도 아니니라.]


크흠하고 목소리를 가다듬은 가이아는 다시 잔잔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간다.


[내 아이들이 사라졌단다. 분명 약한 아이들은 아니였는데 말이야.]


손을 들어 입을 틀어 막는다.

가이아가 이 이야기를 하며 계속해서 우울해 했던 이유가 있던 것 같았다.


“확실히 심각한 일이긴 하군요.”


[그래, 내 아이들의 힘은 웬만한 해결사들은 이길 정도로 강한데···있을 수 없는 일이야.]


가이아는 자신의 힘 일부를 받은 정령들의 시야는 가이아에게 공유된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정령들의 시야에 수상한 자들의 행동을 보았다고 했다.

이에 정령들이 천천히 그들을 따라갔지만, 갑자기 시야 공유가 끊어지며 힘을 이어주는 링크 또한 끊어졌다고 말했다.


“그냥 가이아님에게서 벗어나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니에요?”


[아니, 내 아이들은 전부 나를 따르던 아이들이란다. 그런 아이들이 나에게서 벗어나고 싶어서 링크와 시야를 전부 끊었다는 건 말이 안된단다.]


“으음···”


평소라면 개소리라고 생각하고 넘어갈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의 어머니 ‘가이아’ 그녀가 이런 이명을 가지게 된 것은 아닐 것이다.

지금 당장만 봐도 그녀의 이명과 이름을 듣고 마음의 안정을 찾았고, 처음 본 사람인데도 불과하고 이렇게 편하게 대화하고 있다.


[하필 새로운 계약자를 찾지 못해 발이 묶여 있을 때,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가이아는 손톱을 입으로 물어 뜯으며 불안한 듯 제자리를 빙빙 돈다.


“일단 진정하세요. 가이아님. 이러신다고 해서 그 정령들이 다시 돌아오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잠만, 아이야.]


가이아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언제 불안해 했냐는 듯 환하게 웃으며 나에게 다가온다.

그녀에게 있던 불안감이 나에게 스며든 것처럼 등에 소름이 돋아온다.


[혹시 나와 계약할 생각은 없느냐?]


“네?”


다시금 머리가 멍해진다.

사고가 멈추며 뇌 또한 멈추는 기분이 든다.


“지금 뭐라고···”


잘못 들은 건가 하고 다시금 가이아에게 묻는다.


[내 계약자가 되려무나.]


음, 잘 들었구나.


“제, 제가요?”


[그래, 너라면 나를 온전히 받아낼 수 있을 것 이란다.]


말이 굉장히 이상한데요?


[차피 너라면 나도 괜찮을 것 같구나. 세릴다의 자식이라면 나도 거부감이 없고 말이야.]


그 말이 굉장히 수상하고 오해가 가득해질 만한 말이라니까요, 가이아님?


[인간 계약자는 처음인데···안 아팠으면 좋겠구나.]


진짜로 위험하다고요, 가이아님!!


솔레스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열이 후끈 달아오른다.

누가 보면 아픈 사람이냐 할 정도로 얼굴마저 빨갛다.


[어디 아픈 것이냐?]


“아, 아뇨 아닙니다.”


솔레스는 목을 가다듬으며 진정을 시킨다.

하지만, 빨개진 얼굴은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하아, 후우”


가이아는 솔레스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는 듯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며 솔레스를 쳐다본다.


“진정, 됐습니다.”


솔레스는 숨을 몰아쉬며 평상시의 얼굴로 돌아왔다.


“것보다 계약이라뇨, 웬만하면 저보단 친우인 아버지나 다른 위대한 사람들에게 하는 게 낫지 않나요?”


자신은 나약하고, 어리석다.

심지어는 마나라는 것에 무지하다.

다른 종족들이 있는 이곳에서 가장 나약한 종족인 인간, 그것도 아직 성인도 되지 않은 자신을 계약자로서 쓰겠다는 건 확정되지 않는 미래에 목숨을 걸겠단 말과 똑같았다.


물론 마음 같아선 계약을 하고 싶었다.

눈 앞에 정령이, 그것도 영겁의 시간을 지나온 고대의 정령이 계약을 하자고 하는데 그 누가 싫어할까?

하지만, 확신이 서지 않는다.


[아이야.]


가이아는 솔레스에게 다가와 천천히 품는다.


[너는 너무 자기 자신을 과소평가 하는구나.]


그녀의 품 안에 안긴 솔레스는 어렸을 적 자신을 안아준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너무나, 너무나도 따뜻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눈물이 흘러나올 것 같았다.


[물론 네가 이 일에 부담감을 느낄 수 있다는 건 알고 있단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이 요구하는 건 아니란다.]


가이아는 솔레스의 눈을 마주치며 볼을 잡고 늘어뜨린다.

아까와는 달리 전혀 아프지 않았다.


[내가 너와 함께 하겠다. 어머니로서도, 너의 계약자로서도]


오늘 나는 가이아를 처음 봤다.

고대의 정령이라고는 하지만, 앳된 얼굴과 그 얼굴에 맞는 행동, 말투는 고대 정령이라는 게 확실히 티나는 느낌이였다.


“저는···”


그렇지만, 나는 그녀의 따스한 마나와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보며


“계약을 진행하고 싶습니다.”


가이아와의 계약이 그리 나쁘진 않을 것 같다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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