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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 님의 서재입니다.

도금 (리얼 마케터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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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318
작품등록일 :
2016.10.25 19:10
최근연재일 :
2016.12.2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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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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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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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1.07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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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30화 _ 미션임파서블

DUMMY

먹이를 달라고 아우성 치는 아기 새처럼 초롱초롱 빛나는 눈빛으로 입을 벌린 채 팀장님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재미있는 프로젝트라는 게 도대체 뭐죠?”

눈치 없는 정과장님이 음식을 되새김질 하듯, 질문을 하셨다.


‘기다리는데 왜 말을 끊으시는 거야’


“이번 프로젝트가 재미있다고 한 건 바로 상식을 뒤집어 보자는 말이네”


“상식을 뒤집는다고요?”

이번 정과장님의 질문은 나도 궁금한 점이다.


“그래 상식을 뒤집는 프로젝트라네, 그동안 우리는 신제품이 나올 때 마다 뻔한 마케팅을 펼쳐 왔지. 물론 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이번에 좀 다른 마케팅을 했으면 하네. 지난번 고아원 기부 같은 그런 방법 말이야.”


“팀장님 이번 프로젝트는 기한이 정해져 있나요?”


“아니 기한은 정해져 있지 않네. 새로운 마케팅을 실시하는데 하루 이틀 만에 생각하고 결정할 문제는 아니지. 제품이나 광고 홍보 방식 그 모든 마케팅을 색다르게 하고 싶은 것이네. 소시지 프로젝트도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였고, 그래서 난 이번에도 우리 팀에 거는 기대가 크네.”


소시지 프로젝트는 우리회사의 주가 폭락으로 어마어마한 오점을 남기고 끝나는 듯 했지만, 뒤이은 반전이 있었다.

회장님이 남모르게 조용히 하셨던 보상이 SNS를 통해 소문이 나며, 소비자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게 되었고, 우리회사 제품들은 최고의 판매실적을 올리며 주가가 폭락하기 전보다 더 크게 상승했던 것이다.


“특히 이번에도 김한씨가 좋은 아이디어 내주길 기대하고 있겠네 하하하”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것은 좋은데, 팀장님의 기대가 조금 부담스럽기는 하다.

‘소 뒷발에 걷어차여 뿌리가 뽑힌 것이 언제까지 산삼일 수 있을까?’

하는 부담감이 있다.

지금까지 뭔가를 체계적으로 해보지도 않았는데 사실 이번 프로젝트는 뭘 해야 할지 조차 감이 안 오는 프로젝트다.

생각의 범위가 너무 넓다.

범위를 줄여야 집중 할 수 있다.


오늘 점심은 속이 뻥 뚫릴 만큼 매콤한 갈치조림을 먹으러 왔다.

정과장님은 정말 맛있게 잘 드신다.

새로운 프로젝트가 전혀 신경쓰이지 않는 느낌이다.

웬일인지 오늘은 박대리님도 같이 왔다.

마침 오늘 자기가 딱 갈치를 먹을라 했다고 하시는데,

요즘 그렇게 우리랑 우연히 메뉴가 잘 맞아서 같이 다닌다고 하신다.


“과장님은 오늘 프로젝트 감이 오세요? 전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도 못하겠어요”


“당연히 이해가 안되는게 정상이지.”


“이해가 안되는게 정상이라니요?”


“범위가 너무 넓잖아. 우리가 경제학자도 아니고 새로운 마케팅기법을 만들어 낸다는 게 가능한 일이 아니지.”


이번에는 박대리님도 흥미롭게 들으신다.


“그럼 저희는 이번에 미션임파서블을 찍는 건가요? 하하”


“아니지. 범위를 줄여야지”


“범위를 줄이다뇨?”


“내 생각엔 그게 1차 숙제인 것 같아. 자기 스스로 파고들 범위를 한정 하는 것.”


‘스스로 범위를 줄인다?’


“예를 들면 자신이 떡볶이를 좋아해서 떡볶이를 파고들면, 일반적인 떡볶이를 궁중떡볶이로 만들어 분식을 요리화 하자 뭐 이런 정도 맞나요?”


박대리님의 질문은 날카로운 것 같다.

과장님 말씀에 난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그걸 이해하시고 질문 하신다.


“그것도 한가지 예가 될 수 있지. 아까 팀장님께서 말씀 하셨잖아. 제품도 되고 마케팅방법도 되고, 그러니 박대리 말도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지. 그리고 박대리처럼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부터 접근 하는 방법도 좋지. 그래야 일이 좀 쉬워지기도 하고 원래 일이라는 게 한가지만 제대로 나오면 다른 분야로 응용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잖아.”


과장님은 복화술도 아니고 저렇게 많이 드시면서 동시에 자연스럽게 말씀을 하시는 걸 보면 그냥 먹기 위해 세상에 태어난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범위를 줄인다는 말이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하고 안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애매하다.

내 생각에 이번 일은 참 애매하다.

이 애매한 무언가가 정리가 되야 일을 시작할 수 있는데 그게 너무 어렵다.


내 요청으로 브레인스토밍 시간을 가졌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아이템이 아니라 아이템을 생각하기 위해 범위를 좁힐 힌트를 얻어내는 것이다.


“새로운 무언가가 너무 어려운 문제였나? 하하”

팀장님께서는 너무 쉽게 말씀하시는 것 같다.


“저는 일단 유명 식당들과 연계하는 상품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제가 맛집들을 많이 아니까 그걸 최대한 활용해 보려고요”

정과장님도 참 쉽게 대답하신다.


“저는 SNS를 위주로 하니, 저처럼 SNS를 많이 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싱글족에게 포커스를 맞춰 보려고 해요”

박대리님도 참 쉽게 대답하신다.


나만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저는 일단 고기를 좋아하니까......아직은 고기를 좋아하는 것 외엔 별다른 생각이 드는게 없습니다. 하하”

겸연쩍은 듯 사실을 이야기 했다.


“하하하 그래 김한씨는 고기를 좋아하니까 고기를 연구해 보면 되겠네. 그렇다고 너무 빠져들어서 도축업자가 되어 보겠다고 회사를 그만둔다던가 하면 안되네 하하하”


팀장님의 말씀에 모두가 공감한다는 표정으로 웃으신다.

회사에서 내 이미지가 ‘웃기는 고기 王자’ 쯤 되는 것 같다.


브레인스토밍이 끝나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몇 가지 방법이 있는 것 같기는 하다.

일단 타깃을 설정하는 방법이 있는 것 같고, 제품군의 변화를 주는 방법도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잘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고기 좋아하는 사람만 모이세요’ 도 말이 안되고

그렇다고 내가 새로운 고기를 창조할 수도 없는 것이다.

요즘 굼벵이가 차세대 식량으로 뜬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내가 지렁이를 먹자고 할 수 있는 노릇도 아니다.


제품의 이미지인 포장방법이나 상품명을 바꿔보려고도 생각했다.

전에 원단 영업을 할 때도 같은 원단이지만,

여성복에 가면 자켓용이 되고,

남성복에 가면 바지용으로 설명 하면서, 해당 상품에 최적화된 원단이라고 했었다.

물론 같은 원단이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면 전혀 다른 원단으로 인식 하기도 한다.

이걸 토대로 생각해 봤지만, 깍두기를 딱딱김치라 바꾸고 배추김치를 질긴김치라고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정말이지 너무나 어렵다.


물론 이번 프로젝트가 내일까지 이번 주까지로 정해진 날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1년을 생각해도 쉽게 생각날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이미 나 스스로가 선입견이 있는데 나 자신을 무너뜨리고 다른 생각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생각만 하다가 하루를 보냈다.

늦은 시간까지 책상에 앉아 있는데, 그래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머리를 식힐 겸 블로그에 들어가 봤다.

이번 삼겹살 집포스팅은인기가 많은 듯 했다.

얼마 전부터 내 블로그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 졌는데, 그 집이 어디냐고 묻는 질문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요즘은 답을 써주기 위해 가끔 들어와 본다.

그리고 참 맛있게 먹어서 먹고 싶다는 말들도 종종 보인다. 어떻게 먹어야 맛있어 보이는지를 아는 사람 같다는 칭찬들인데, 정과장님을 못 봐서 하는 말들 같다.

그래도 그런 칭찬을 들으면 기분은 좋다.


일주일이 다 지나고 있었다.

정과장님은 대부분 외근을 나가셨다.

맛집에 대해 알아본다는 핑계로 마음껏 먹으러 다니는 분위기다.

내가 회사에 들어와 정과장님을 본 이후로 지금이 가장 행복해 보인다.


박대리님은 일본에 대한 자료를 많이 보신다.

우리의 외식문화가 일본에서 건너오는 것들이 많다면서, 일본 자취족, 싱글족들에 대해 조사를 하시는 것 같다.


나는 생각만 한다.

죽어라 생각만 하는데 아직도 갈피를 못 잡겠다.

생각만 하다가 주말이 됐다.


이번 주는 블로그나 사진 촬영을 안하고 그냥 신당동에 삼겹살을 한번 더 먹으러 왔다.


“누나 지난주에 왔었는데 왜 또 오자고 했어? 고기도 별로 안 좋아하잖아.”


“그냥 니가 지난주에 먹던 거 생각하니까 군침 돌면서 또 먹고 싶더라고 하하”


밥을 먹고 나서 산책 겸 중앙시장에 갔다.

재래시장을 걷는 건 참 즐겁다.

길에 먹거리도 많고, 사람 사는 냄새가 나서 좋다.

시장을 걷는데 문득 어린 시절 생각이 났다.

엄마가 시장 가신다고 할 때마다 따라가서 토큰으로 사먹던 떡볶이도 생각나고, 고등어 보고 과학경시대회 주제로 썼던 것도 생각이 난다.

누나한테 주저리주저리 초등학교때 이야기를 하면서 시장을 걸었다.


이번에 시장을 걸으면서 느낀 건 평소엔 이상하지 않았던 것들이 이상해 보였다.

지금 보니 남자들은 시장 내 음식점에서 음식을 사먹고

시장에서 재료를 사는 건 대부분 여자들이다.


“누나, 왜 남자들은 사먹고 여자들은 장을 볼까? 하하하”


“해먹기 귀찮거나, 할 줄 몰라서 그렇겠지”


“그럼 누나도 맨날 사먹는데 누나도 혹시 남자냐? 하하하 술 먹는 것도 우리 아부지 스타일 이긴 하더라 하하하”






갑자기 날라온 스매싱에 정신이 어질 하다.

한동안 안 맞아서 이 누나가 최소 배구선수였다는 사실을 깜빡 했다.

근데 누나의 말에서 조금 힌트가 될지 안될지 모르는 말이 나왔다.


‘귀찮아서 혹은 할 줄 몰라서’


사실 나는 남자임에도 요리하는 게 귀찮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아서 그런 이유가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봤다. 주로 혼자 사는 남자들.


“형 혹시 집에서 식사는 자주하세요?”


대부분의 대답이 ‘사먹는다’이다.

나가기도 귀찮고 배달음식 시키기 조차 싫을 때만

가끔 라면 정도 끊여 먹는다는 게 대부분의 남자들이었다.

대답들도 대부분 공통적이다.


‘해먹기도 귀찮고 해먹을 줄도 모르고’


뭔가 갈피가 잡힐 것 같기도 하지만 잡히지 않는다.

이번엔 마트에 와봤다.

그동안마트에 오면 항상 재료를 사서 직접 해먹었기 때문에 레토르트식품은 잘 보지 않았었다.

지금 레토르트식품 코너에 와보니 정말 없는 게 없다.

데워먹기만 하면 되는 이런 식품이 많은데도 귀찮은 건 도대체 뭘까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

난 어린 시절부터 마트나 쇼핑을 좋아했다.

보통 여자랑 옷을 사러 가면 남자들은 의자에 앉아 있는다고 하는데, 나는 여자들 보다 더 오래 쇼핑을 즐기는 몇 안 되는 남자 중 한 명이다.

역시나 이것도 내 상식으로 생각을 하면 일반적인 기준이 되지 않는다.


‘그냥 마트에 온다는 것 자체가 싫은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잘 떠오르지 않는다.

드디어 상식 없이 시작한 한계에 부딪친 것일까?

이번 일은 정말 고민 된다.

너무 생각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으니 괴롭다.



이번 주도 한 주의 시작을 브레인스토밍으로 스타트한다.


“요즘 마트에 가보면 여러 회사에서 유명 맛집의 음식을 많이 판매하고 있습니다만, 대부분 유명의 기준이 맛도 포함되지만 대형규모에 가까운 집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쉽게 말해 진정한 고수의 맛집 음식은 별로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것도 다 이유가 있지 않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대형 음식점들은 프랜차이즈화 되면서 좀 더 수익을 따지게 되고 그러면서 사업다각화를 하는 자연스런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일 수도 있지만, 제 생각에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결정적인 이유가 뭐지?”


“가까운 일본만 가도 몇 대를 이어온 맛집들이 많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몇 대를 이어오는 맛집이 거의 없죠. 있다고 해도 대부분 초대에 비해 맛이 변한 집들이 많습니다.”


“그렇지 그런 집들이 많지.”


“그 이유는 자기 혼자만의 손맛에 의지 하기 때문입니다. 초대 음식점 주인은 타고난 손맛과 감각으로 본인의 손이 곧 계량기였습니다. 일본도 그런 집들이 있지만, 일본은 자식의 손도 계량기가 될 때까지 몇 십 년씩 훈련을 시키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게 체계적이지 못합니다. 식당이 자랑스럽게 물려줄 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옛 어머님들의 생각이시죠.”


“우리 어머니들이 그렇긴 하지. 자식은 항상 최고여야 하고 좋은 것만 해야 하니까”


“여기서 결정적인 문제가 발생합니다. 저희와 계약을 해서 판매를 하려면 대량생산을 해야 하고 대량생산을한다 해도 일정한 맛을 유지하려면 레시피가 계량화 되어 있어야 합니다. 대형 음식점들은 프랜차이즈화 되어 있어 이미 레시피가 계량화 되어 있기 때문에 계약이 가능하지만, 진정한 숨은 맛집들은 그게 불가능 한 것입니다.”


“일리 있는 말이야.”


“저희가 그 계량화를 도와 드리면 어떨까요?”

역시나 아무 생각이 없는 나의 말이었다.


“비밀은 며느리도 모른다는데 그걸 쉽게 가르쳐 주실까?하하”

팀장님께선 내가 무안해 할 까봐 인지 모르지만, 비슷한 농담으로 받아 주셨다.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죠. 저희는 그 어머니의 자식들을 설득하는 겁니다.”


“그것도 좋은 방법이 되겠군. 역시 정과장은 언제나 실망을 시키지 않아. 그러니까 정과장의 의견은 숨은 맛집을 발굴해서 그 집 음식을 대중화 시키자 이런 말이군?”


“네 맞습니다.”


나는 고기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고기를 너무 많이 먹어서 아무래도 뇌에 비만이 온 것 같다.

아무 생각도 안나고 일주일 동안 도대체 뭘 했는지 모르겠다.

정과장님의 의견은 내가 들어도 정말 그럴싸하다.


“박대리도 뭔가 구상한 것이 있나?”


“네 말씀 드리겠습니다.”


“기대되는군”


“제가 화장품을 했던 사람이라 그런지 몰라도, 화장품 쪽에는 여행용 상품이 많습니다. 다품종 소량포장이죠.”


“그렇지. 많지. 그래서 여행용 음식을 만들자?”


“그건 이미 시중에도 많이 나와 있습니다. 저는 일본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일본에 가면 우동집에만 가도 튀김이며, 고기며 여러 종류의 토핑이 있고, 면의 종류와 소스 등을 취향에 따라 골라 자기만의 우동을 먹을 수 있는 집들이 있습니다. 대부분 맛집이라 불리진 않지만, 혼자 사는 사람 혹은 그 지역에 혼자 여행 온 사람들이 많이 이용합니다.”


“나도 그런 집은 가본적 있지. 지난번 도쿄 출장 때 시부야 한복판에도 그런 집이 있더군.”


“네 맞습니다. 그리고 이번주 여행을 가면서 확신이 들었습니다. 바로 휴게소 자율 식당입니다.”


“우동집이랑 자율식당? 흥미로운데”


“자율 식당에 가보니 다른 식당 보다 사람이 훨씬 많았습니다. 그걸 일본의 우동집과 연결해 보면 우리가 소위 집밥 이라고 말하는 것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어머니의 밑반찬이 있습니다. 자율식당과 일본의 우동집의 공통점은 바로 자기가 원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렇지. 그걸 우리한테 도입 한다면 어떤 식으로 할 생각인가?”


“시중에 파는 밑반찬을 한끼 먹을 수 있는 양으로 해서 다양하게 판매하는 겁니다. 말 그대로 셀프도시락을 만드는 것이죠. 대형마트 같은 곳에 코너를 계약하고 한끼로 소량 진공 포장된 반찬들을 판매하는 것입니다. 주변에 도시락집들도 많고 도시락집에는 메뉴들도 상당히 많죠. 하지만 대부분 메뉴가 한가지 정도 아쉽다는 생각들 많이 할 것입니다. 그 한가지의 아쉬움도 없애주는 셀프 도시락 일명, ‘내 마음대로 집밥 도시락’을 만들자 입니다.”


“아 그거 정말 공감이 가는 구만, 나도 가끔 도시락을 사먹으면 꼭 한두 가지씩 아쉬움이 있었지. 역시 내가 아쉬운 걸 다른 사람도 아쉬워할 때 그걸 보완하는 것이 또 다른 새로움의 창조라고 할 수 있겠지.”


정말 부끄럽다. 나만 일주일 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기분이다.

허준이 내 앞에 있으면 침이라도 놔서 입이라도 돌아가게 해달라고 하고 싶은 심정이다.

입이 돌아가서 어쩔 수 없이 말을 못하는 상황이라도 됐으면 좋겠다.


“우리 王자도 준비 되었나?”


“팀장님 저는 다음 시간에 발표를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죄송합니다.”


정말 우울하다.

우울한데,더 화가 나는 건 우울하니 매운돼지갈비찜이땡긴다는 것이다.


‘······이러니까 뇌가 고도비만이라 생각을 못하지’


저녁이 되어 누나를 불렀다.

이 누나는 기분이 우울할 때 기분을 풀어주는 재주가 탁월하다.

드디어 매운돼지갈비찜집에도착 했다.

메뉴는 정해져 있지만, 그래도 예의가 있으니 벽에 붙은 메뉴판을 한번 봤다.


메뉴판이 재미있다.

고추가 그려져 있고, 고추의 수에 따라 덜 매운맛, 보통맛, 매운맛, 아주 매운맛, 피똥 싸도 책임 안지는 맛이 써있다.

뭔가 생각이 날랑 말랑 해서 메뉴판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한아 오늘 누나가 너무 보고 싶다고 전화하더니 이렇게 계속 뚫어져라 쳐다보면 누나가 부끄럽잖아”

누나가 장난끼 가득한 얼굴로 뭔가 대답을 기다리는 듯 쳐다본다.

내가 누나 뒤메뉴판 보고 있는 걸, 본인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나 보다.


“누나야”


“응?”


“뭔 갈비 먹다가 다리 아프다고 갈비뼈로 인공관절 박는 소리야 하하하하”


나의 정말 큰 웃음은 누나의 스매시에 의해 단번에 제압되었다.




누나의 스매시로 별과 함께 생각이 떠올랐다.


“아 누나 미안한데 나 지금 진짜 중요한 일이 생겨서 사무실 가봐야 되거든. 밥은 다음에 같이 먹자. 누나 혼자 먹고 조심히 들어가”

생각을 잊어 버리기 전에 빨리 정리를 하기 위해서 자리에서 일어나 후다닥 뛰었다.



콰당



누나가 다리를 살짝 들어 나를 제압한 후 말을 이어갔다.

나는 누나의 발을 미쳐 피하지 못하고 오징어가 되어 제압당했다.


“밥은 먹고 가라. 또 혼자 두고 그냥 가면 죽는다.”

누나의 살기가 너무 강해 어쩔 수 없이 자리에 앉아 밥을 미친 듯이 빨리 먹었다.


“누나야 진짜로 미안, 회사에 가서 빨리 까먹기 전에 정리해야 할게 있어. 우리 강아지 조심해서 들어가요”

누나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으며 말하니 벙찐 표정으로 가만히 있는다. 난 이때를 이용해 재빠르게 사무실로 돌아와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스케치북을 꺼내 들었다.


‘이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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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1 숑블리
    작성일
    16.11.08 12:55
    No. 1

    정과장은 처음에 등장했을때만 해도, 단순히 먹성좋은 무능한 과장님 정도로만 여겼는데, 지난번 소시지건도 그렇고 역시 대기업 과장님다운 면모를 보이네요. 앞전의 모습에 과소평가했던게 미안할 정도로요 ㅋㅋ 그나저나, 주인공은 갈비찜 먹다가 무슨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생각했길래 먹다말고 누나까지 버리고 갈려고 했을지.. 주인공 아이디어라면 분명 대단할 것 같은데, 기대를 안 할래야 안 할수가 없네요ㅋㅋㅋ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 318
    작성일
    16.11.08 14:16
    No. 2

    기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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