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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롤링의 서재입니다.

회귀한 헌터는 킬러 아카데미에 입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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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롤링
작품등록일 :
2021.05.25 11:10
최근연재일 :
2021.06.02 20:00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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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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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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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Episode 1. 입학식 (3)

DUMMY

할리스의 말이 끝나고도 학생들은 서로 눈치만을 살피고 있었다.



이렇게 갑자기 판을 깔아주니까 이제부터 뭐를 어떻게 해야 하는 게 좋을지 모른다는 거겠지.



하지만 학생들은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주춤거리며 다른 학생들과의 거리를 벌리고 있었다. 당연히 그들도 킬링 게임이 뭔지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고대 로마 시대의 글래디에이터 부터 현대 까지 이어져온 스포츠. 유일하게 다른 사람을 죽이는 게 허용되는 최악, 극한의 게임.



이 모든 것을 알면서 그들은 최고의 킬러가 되기 위해 이곳, 로크 아카데미에 왔다.

그러니 할리스가 말한 킬링 게임의 시작이란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들은 속으로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단지 그들은 단 한 번도 킬링 게임에 참여해보지 않았기에, 그리고 상대가 지금까지 같이 기숙사에서 지낸 동료였기에 일말의 망설임이 있을 뿐.



그때 나는 가장 먼저 할리스를 스쳐 지나 아레나로 뛰어들었다. 아레나에 가장 먼저 진입하기 위해 행렬의 선두에 선 것이었다. 그런 나를 본 할리스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눈치 빠른 놈이 하나는 있구만. 너희들은 뭐해? 킬링 게임 몰라? 처음 시작이 얼마나 중요한지 너희들도 알 텐데?”



할리스의 말에 학생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킬링 게임에서 초반 1분은 매우 중요했다. 먼저 요충지를 선점하고, 아레나 전역에 뿌려져 있는 각종 무기들을 선점해야 했으니까.

학생들은 주춤 거리면서도 서로 눈치만 보며 막상 뛰어나가지는 못 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건물이 암전됐다.



위이이이잉!



엄청난 사이렌 소리와 함께 어두운 붉은 조명이 켜졌다. 그리고는 장내를 울리는 듯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카운트 다운 시작합니다. 60, 59, 58>



“제, 젠장!”

“비켜 새끼들아!”



그러자 마침내 학생들은 하나 같이 아레나를 향해 달려 나갔다. 킬링 게임 시작 전 서로 간의 공격이 불가능한 마지막 시간, 일명 ‘최후의 60초’.

킬링 게임의 시작을 고조 시키는 신호였다.

그리고 이 60초 후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학생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살인이 허용된 경기, 킬링 게임이 시작되는 것이다.



*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시작을 한 나는 아레나를 재빨리 가로질렀다.

어차피 체력이 거지라서 오래 동안 달릴 수는 없었다. 나는 아레나 안에 있는 모형 건물들을 이리저리 살피며 전생의 기억을 되살렸다.

전생에는 압도적 강함을 바탕으로 전부다 쓸어 버렸다.

애당초 나한테 덤비는 어리석은 학생도 없었다. 시야에 띄는 족족 제압해버리면 됐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마나, 마약 중독으로 인해 손상된 신체는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회복 중이었다. 체력과 근력만 따지고 보면 지금 이 아레나에 있는 아이들 중에서 내가 가장 약하다고 장담할 수 있었다.



능력 역시 본격적으로 개발을 하기 전이었다. 마나 서클이 있다고 해서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단지 마나를 감지하고, 사용할 수 있을 뿐이었다.

마나 서클이 있는 건 마치 근육량이 많은 것과 비슷했다.

근육이 있어도 스케이팅, 격투기, 축구 등의 따로 기술을 배워야 하듯 마나 서클이 생겨도 스킬은 헌터 길드, 연구소, 또는 킬러 협회 등으로부터 따로 구매하여 몸에 각인 시켜야만 했다.

당연히 그 가격은 상상을 초월하였다. 별 볼 일 없는 스킬 하나조차 웬만한 일반인의 연봉에 육박하였다.

매년 기업과 정부들에서 엄청난 후원을 해주며 마도공학 발전에 힘 쓰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였다.



문제는 안성진이 매우 가난했다는 것.

스킬을 구매할 돈 따위는 없었다.



따라서 내가 지금 쓸 수 있는 스킬은 없었다.

그저 마나 서클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럼 체력도, 근력도, 스킬도 없는 내가 세계 최고의 킬러 유망주들을 상대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아레나에는 각종 아이템, 마도구들도 숨겨져 있었다. 이 아레나에도 역시 게임 도중 쓸 수 있는 아이템들이 몇 개 숨어 있었다. 이를 먼저 선점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었다. 분명히 지금쯤 많은 학생들이 아이템을 찾기 위해 달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이템을 선점할 생각이 없었다.

킬링 게임에서 아이템들을 항상 아레나의 중앙에 위치했다. 아레나의 중앙에 가까워질수록 선수들은 강한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었다.

즉, 강한 아이템을 얻으려 할수록 선수는 중앙으로 다가가서 다른 선수들과의 싸움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그런 리스크를 짊어질 수 없었다. 내가 아무리 빨리 달려도 다른 학생들은 전부 나보다 달리기가 빨랐다. 심지어 가속 스킬이 있는 학생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내가 아이템을 선점할 가능성은 제로였다.



게다가 설령 내가 아이템을 선점해도 큰 의의는 없었다.

내 성적은 –200점이었다. 합격선 점수가 대략 70점이니까 나는 최소 270점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한 명을 제압할 때마다 나에게 주어지는 점수는 해당 학생 보유 점수의 50퍼센트였다. 신입생들의 평균 점수가 60점대니까 내가 한 명을 잡을 경우 없을 수 있는 점수는 고작 30점.

최소 9명 이상을 제압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절반의 점수만을 얻는다는 규정 때문에 경기의 후반부에 접어들수록 학생들의 보유 점수는 대폭 하락할 것이다.

그렇다면 9명을 제압하더라도 점수가 부족할 수 있었다.



즉, 나는 최소 10명 가까이를 처치하는 대량 학살을 벌여야 한다.

아무리 좋은 아이템이라도 이는 힘들 것이다.



나는 아레나의 거의 끝자락을 향해 달려갔다. 그때 멀리서 내가 찾아다니던 목적지가 보였다. 전생에서는 관심도 없이 지나갔던 장소. 중앙과 적당히 떨어져 있으면서도 완전히 외곽은 아닌 위치였다.



<3, 2, 1. 시간 종료.>



삐이-.



그때 효과음 함께 차가운 인공 목소리가 아레나에 울려퍼졌다.



<킬링 게임을 시작합니다. 무운을 빕니다.>



나는 목소리가 끝남과 거의 동시에 문을 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오려고 했던 장소는 다름 아닌 창고였다. 자그마한 차고 정도 크기의 창고.

이런 창고들은 킬링 게임에서 보통 마도구 등의 주요 아이템 보다는 소모용 아이템들을 위치시켜 두는 장소였다.

선반, 서랍들을 뒤지자 역시나 회복포션, 마나포션, 식량 등이 나왔다.

나는 재빨리 이들을 챙긴 뒤 창고의 구석에 가서 편안히 앉았다.



“휴우.”



나는 긴 한숨을 쉬고 마나 서클을 운용해댔다. 곧이어 거대한 댐과 같은 체내 마나가 천천히 움직여댔다.

나는 정신을 집중해 마나를 체내에서 방출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나의 눈이 파란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



“......야, 우리 어떡하지?”



미국에서 온 쌍둥이 능력자 자매, 써니와 레인은 장애물 뒤에 숨어서 코만 빼꼼 내놓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20분이 지났는데....... 조용하기만 하네.”

“시간은 많으니까. 아마 다들 파밍 중이거나 눈치만 보고 있겠지.”



레인이 언니, 써니를 향해 말했다.



“내가 생각을 해봤는데 우리 이거 가만히 있어도 되지 않을까?”

“어째서? 너랑 나랑 합격권 점수는 아니잖아?”



쌍둥이 자매는 둘다 60점 초반대로 평균보다 살짝 낮은 점수를 갖고 있었다. 이 성적대로 가면 둘은 당연히 탈락이었다.



“포기하게? 그냥 캘리포니아에서 헌터 길드에 취업할까?”

“아니, 그게 아니라 점수의 절반만 획득하는 거잖아? 그러니 당연히 최후의 점수들의 총합은 지금의 총합 보다 낮을 거야.”

“그건 당연하지.”

“게다가 점수를 한 번 잃었다고 해서 제압 당한 선수가 탈락하는 거도 아니야. 설명을 보면 제압할 시 50%를 흡수한다고만 하잖아? 그러면 한 번 제압을 당해도 게임에는 계속 참여할 수 있을 거란 말이야.”

“아.”



써니가 알겠다는 듯 탄성을 질렀다.



“60점인 얘가 한 번 아웃되면 30점이 되고, 다시 참가해서 또 아웃되면 15점이 되는 식으로 말이지?”

“그렇지. 게임 후반부에 갈수록 대부분 한 번 이상은 아웃 될 거고, 전체 평균 점수도 낮아질 거야. 잘 막기만 하면 우리 지금 점수로도 합격이 가능할 수 있다는 거지.”

“오오오! 좋은 생각인데?”

“문제는 이걸 우리만 생각한 게 아닌 거 같아. 아마 다른 얘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거야. 그러니까 이렇게 조용히 있는 걸 거겠지. 끝까지 캠핑할 각오로.”

“그럼 이렇게 끝나버리면 우리는 탈락이잖아?”

“그렇겠지.”

“그럼 어떡해?”

“가장 안전한 방법은 경기 초반에 합격점인 70점대를 만들고 나서 경기가 끝날 때까지 숨어있는 거야. 그럼 합격은 확실하겠지.”

“흐음, 일리가 있네.”



써니는 레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댔다.

동생의 말대로 초반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점수차를 벌려둔 다음 수비하는 전략이 가장 좋아보였다.

큰 점수는 초반에만 획득할 수 있었다. 그러니 먼저 나서서 점수를 획득한 다음 요충지에서 수비만 단단히 하면 됐다.

더욱이 개인전인 다른 선수들과 달리 지금 둘은 수적으로 우세했다. 선수들 간 연합이 생기지 않은 경기 초반에 각개격파를 해두는 게 유리했다.



“좋았어. 그럼 사냥에 나서자.”



써니의 말에 레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냥감은?”

“말해 뭐해? 당연히 전교 최악 꼴통이지.”



써니의 말에 레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성적은 킬러로서의 강함을 의미했다. 성적이 낮다는 건 그만큼 약하다는 것, 그리고 약함은 킬링 게임에서 죄악이었다.



“안성진이라는 얘 말이지?”

“맞아. 방금 전에 저쪽 창고로 들어가는 거 너도 봤잖아. 지금 바로 가서 죽여버리자. 시간 지나서 다른 얘들 오면 사냥감을 뺏길 수도 있어. 걔가 마이너스 200점이었으니까 걔만 잡으면 우리 중 한 명은 160점이야! 그 점수면 단숨에 순위권이라고!”

“알겠어. 움직이자.”



계획을 세우자 마자 쌍둥이 자매는 숨어있던 곳에서 몸을 일으켜 세운 뒤 가속마법을 써서 재빨리 성진을 향해 다가갔다. 그 움직임에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원래 성진과 같은 약자들은 킬링 게임에서 가장 먼저 제거되는 존재들이었다.

약자를 위한 배려? 웃기는 소리!



현대 사회에서 적자생존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킬링 게임에서 약자들은 사냥감일 뿐이었다. 관중들도 약자의 발버둥 따위가 아닌 강자의 철저한 승리를 보고 싶어했다.

심지어 게임 자체에서도 언더독의 반란 따위를 보고 싶어하지는 않았다.

두 번째 규칙인 ‘보유 점수가 마이너스인 경우, 사망 시 획득하는 점수는 절대값으로 계산합니다’, 이건 아예 실력이 부족한 학생을 작정하고 노리라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아카데미는 양극화를 시키고 싶은 것이다. 최고의 1%와 최악의 1% 사이의 극단적인 양극화를.



쌍둥이 자매는 들어가기에 앞서 창고의 문에 슬쩍 귀를 대봤다. 하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둘은 서로를 마주보더니 고개를 끄덕하고 문을 박차고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손 들어! 항복- 컥!”



먼저 창고 안에 들어간 써니는 보이지 않는 거인의 손에 붙잡히기라도 한 듯 그 자리에 우뚝 멈춰섰다.



“언니!”



예상치 못 한 전개에 레인은 뒤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첫 발을 디디는 순간 레인은 무언가 심각하게 잘못됐음을 느꼈다.



‘뭐, 뭐야 이거? 숨이 안 쉬어져!’



마치 주변의 공기가 수백 배는 무거워진 거 같은 느낌이었다. 움직이기는커녕 숨을 쉬는 것조차 버거울 정도였다. 레인은 마치 심해에 던져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발버둥 치지 마. 더 고통스러워질테니까.”



그때 창고 구석에서 성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눈은 푸르게 빛나고 있었다. 그 순간 레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말도 안 돼! 설마 이 공간을 마나로 가득 채운 거야? 불가능해! 아무리 마나가 많다고 해도 말이 안 돼!’



레인은 지금 상황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히 상대는 아케데미 역대 최악의 점수를 받은 최약체였다. 근데 이건 괴물이지 않은가!

그러건 말건 성진은 태연하게 두 자매를 향해 말했다.



“정신을 잃고 나면 메디컬 팀이 올 거에요. 그럼 남은 시간 동안 열심히 하세요.”



‘아, 안 돼! 그렇게 되면 우리는 탈락이라고! 이 괴물 새끼가!’



레인은 성진을 향해 고함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레인은 점점 의식이 사라지는 걸 느꼈다.



[써니 스미스 로부터 32점을 획득했습니다.]

[레인 스미스 로부터 33점을 획득했습니다.]



곧이어 눈앞에 뜨는 두 메시지를 보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이제 시작이다. 합격 점수? 웃기지 마. 나는 전체 1등을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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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헌터는 킬러 아카데미에 입학한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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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이적 제안 21.06.02 31 1 12쪽
10 Episode 1. 입학식 (6) 21.05.29 42 1 15쪽
9 Episode 1. 입학식 (5) 21.05.28 37 1 12쪽
8 Episode 1. 입학식 (4) 21.05.28 40 1 12쪽
» Episode 1. 입학식 (3) 21.05.27 38 0 13쪽
6 Episode 1. 입학식 (2) 21.05.27 43 0 11쪽
5 Episode 1. 입학식 21.05.26 54 0 12쪽
4 사소한 복수 21.05.26 58 1 13쪽
3 능력 개방 21.05.25 67 1 14쪽
2 불멸의 천재 +1 21.05.25 86 2 11쪽
1 프롤로그 21.05.25 107 5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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