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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롤링의 서재입니다.

회귀한 헌터는 킬러 아카데미에 입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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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롤링
작품등록일 :
2021.05.25 11:10
최근연재일 :
2021.06.02 20:00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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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492

작성
21.05.25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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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불멸의 천재

DUMMY

나는 확실히 천재였다. 불멸의 천재.



5살, 능력 개방.

8살, 헌터 길드에 스카웃.

12살, S급 헌터 등록.

15살, 국가 대표 헌터 선발.

17살, 헌터 협회에서 세계 5위 헌터 공식 인정.

19살, 전세계 1위 헌터 공식 인정.



헌터의 절정에 서게 된 나는 진로를 변경했다.

킬러로.



왜냐고?

당연히 헌터 보다 프로 킬러가 훨씬 더 돈을 많이 벌었으니까.



20살, 나는 명문 파이트 클럽, ‘로크FC’의 1군 프로 킬러로 이적하였다.

그리고 얼마 안 나는 프로 킬러로서 얻을 수 있는 모든 명예 역시 독차지하기 시작했다.



리그컵 우승, 챔피언스컵 우승, 월드컵 우승, 개인 트로피도 당연히 모조리 독차지.



그렇게 26살.

나는 프로 킬러로서 오를 수 있는 정상에 다다랐다.


*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북쪽으로 90km에 위치한 버려진 도시, 체르노빌.

이곳은 이번 킬링 게임의 챔피언스컵 8강 아레나로 선정됐다.

체르노빌의 원자력 발전소, 4번 원자로를 지키는 거대한 철문이 육중하게 울려댔다.



쿵·····. 쿵······. 콰앙!



몇 번의 충돌음이 원자로에 울려 퍼지고 나서 철문이 부서질 듯 젖혀 열렸다.

철문 안으로 중무장을 한 20대 후반의 사내가 넘어지듯 들어왔다.



엄청난 근육질의 체구, 상처가 가득한 몸, 무엇보다 자신의 클럽과 고향을 뜻하는 팔의 문신들은 그가 프로 킬러임을 보여주었다.



“헉헉헉.”



킬러는 힘겹게 문을 닫은 뒤 거대한 공동의 한 가운데로 나아갔다.

숨을 곳도, 도망칠 곳도 없었다. 그의 눈앞에는 일직선으로 놓인 다리만이 있었다.



“제기랄, 제기랄, 제기랄.”



킬러는 욕을 지껄이며 앞으로 힘겹게 달려 나갔다.



쾅!



그때 두꺼운 철문이 폭발하듯 열렸다. 킬러는 재빨리 몸을 뒤틀어 돌려 라이플을 조준했다.



탕탕탕!

[실드]



하지만 쓸모 없는 짓.

킬러의 마탄들은 내가 만들어낸 반투명한 벽에 막혀 힘없이 떨어져 내렸다.

반투명한 벽 뒤에 선 난 차가운 표정으로 킬러를 노려보았다.



“이런 시발, 완전 괴물 새끼가 따로 없군. 1부 리그 킬러의 마나가 담긴 마탄을 저렇게 가볍게 막아내다니.”



킬러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 역시 세계에서 손꼽히는 노련한 킬러였다.

프로 킬러들은 길어야 3년을 버텼다. 하지만 이 킬러는 무려 5년이나 1부 리그에서 버텼다. 명백한 월드클래스 베테랑 선수였다.

하지만 그런 베테랑도 내 앞에서는 무의미했다.



나는 그의 얼굴에 총을 겨눴다.

웅웅 거리며 주변을 날고 있는 드론 카메라의 렌즈에 내 모습이 반사됐다.



짙은 이목구비, 훈련으로 다져진 강인한 체격, 고압적인 아우라.

마나 운용 실력, 피지컬, 순간 상황 판단 능력, 근접 전투 능력 까지.

그야말로 완전무결, 완벽한 킬러의 표본과도 같았다.



생방송 중계를 보고 있는 놈들은 미쳐 날뛰겠군.



상대 킬러의 클럽 역시 유럽의 정통 강호 클럽이었다. 올해도 4강 까지는 무난히 올라갈 것으로 예상이 됐던 팀이었다.

그런 클럽이 고작 8강에서 압도적 차이로 탈락하게 된 것이다.



킬링 게임 중계석의 해설위원들은 극도의 흥분 상태였다.



-한충녕 선수! 완전히 미쳤어요! 결국 8강전에서 작년 결승 팀을 초토화시켜 버립니다!

-초대형 슈퍼스타입니다! 아, 정말 장합니다!



영어, 불어, 중국어 등등 중계 부스는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경기를 관람하는 관중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우와아아!”

“예에에쓰! 잘 했어!”

“죽여버려! 대가리를 날려버리라고!”



전세계에서 경기를 바라보는 팬들의 눈동자는 광기에 차 있었다.

흥분한 그들의 얼굴은 피가 가득 쏠려 붉게 물들어 있었다.

사방으로 맥주를 뿌려 대고, 피에 굶주려 폭력을 갈망하는 모습은 흡사 악마와도 같았다.



난 무심한 표정으로 쓰러진 킬러를 향해 눈썹을 치켜올렸다.

더 이상의 승부가 의미가 있느냐는 눈초리.

잠시 간 망설이던 킬러는 베테랑 킬러는 힘없이 총구를 떨궜다.



"제기랄······. 항-.”

"잠시만!“



그때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중무장 전투형 슈트를 입은 사내가 헐떡이며 원자로로 들어왔다.

나처럼 로크 클럽의 회장으로 부터 선택 받아 양자로 입양돼 ‘한’씨 일가의 이름을 수여 받은 킬러이자 명목상 나의 형, 한효령이었다.



"기다려!“



효령이 허겁지겁 달려오자 베테랑 킬러의 눈빛에는 절망이 가득 찼다.

상대팀 최고 전력 두 명이 모두 이 곳에 있다는 것은 모든 전선이 밀렸다는 뜻일 테니까.

그의 팀이 경기에서 진 것이다.



하지만 난 달려오는 효령을 향해 싸늘한 표정만을 지었다.



"뭐야? 형이 여기 왜 온 거야? 경기는 이긴 거야?“



효령이 숨을 헐떡여 댔다. 마치 여기까지 전속력으로 달려온 듯했다.



“헉헉, 아, 아니. 아직 경기 중이야.”

“그럼 여기서 뭐하는 거지?”

“그야 물론-.”



효령은 숨을 고르고 씨익 웃음을 지었다.

특유의 사람 좋아보이는 미소.

하지만 나는 그 가식적인 모습 뒤에 숨은 그의 진짜 표정을 알고 있었다. 모든 사람을 경멸하고, 무시하는 특유의 표정.

난 속이 미식거려와서 인상을 더욱 찌푸렸다.



“너 도와주려고 왔지.”

“그렇다면 헛수고했네. 내 쪽은 이미 상황 끝났거든.”

“그런 듯 해보이네.”



그동안 베테랑 킬러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두 형제를 바라봤다.

킬링 게임은 매 순간이 삶과 죽음을 갈라놓는 경기였다.

그런데 신성한 경기 중에 상대방 앞에서 이렇게 대놓고 여유롭게 얘기를 하다니! 상대방, 아니 킬링 게임 자체에 대한 모욕이었다.



“건방진 로크 새끼들. 네 놈들 눈에 이건 다 장난에 불과하지! 신성한 아레나의 결투에서 이런 모욕을 주다니.......”



분노에 이를 악 문 킬러의 이 사이로 피가 흘러나왔다.

그 자신을 향한 모욕은 괜찮았다. 하지만 킬링 게임을 향한 모욕은 견딜 수 없었다.

킬러는 피를 토하듯 다시 한 번 외쳤다.



“항복한-.”

“아아.”



그때 효령이 또 한 번 킬러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렇게는 안 되지.”

“······뭐?”



참다 못 한 킬러가 화를 내며 불쑥 고개를 든 순간. 그의 눈앞으로 푸른색의 빛이 날아왔다.



쾅!



강력한 펄스파가 쓰러져 있는 킬러와 충돌해 폭발했다.

그 충격에 킬러의 몸은 붕하고 하늘을 날아 난간을 넘어갔다.

그리고는 거대한 심연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지금 뭐하자는 거야.”



난 눈에서 살기를 내뿜으며 효령을 바라봤다.

그러나 효령은 여전히 사람 좋은 미소만을 방실거리며 말했다.



“워워, 진정해 동생아. 어차피 하류층 출신 킬러였어. 그런 킬러 한 명 죽은 게 뭐 어때?”

“지금 뭐하는 거냐고.”

“카메라 찍힐까 봐 그러는 거야? 중계 카메라랑 드론은 내가 잠시 멈췄어.”

“......뭐?”



그러고 보니 방금 전까지 있던 카메라 드론이 사라져 있었다.

설마.



“지금 뭐하는 거야?”



내 목소리는 어느새 분노로 파르르 떨렸다.

그러자 마침내 효령의 얼굴에서도 미소가 사라졌다.

그는 차갑게 대답했다.



“기회를 잡는 거지.”

“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철컥.



효령은 왼손의 권총을 내 머리에 겨눴다. 몬스터의 가죽도 뚫는 마탄이었다. 이 거리에서는 실드를 겹으로 쌓아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죽음의 순간에도 내 시선에 공포는 없었다. 다만 효령을 향한 분노와 혐오만이 있을 뿐이었다.



“아버지도 알고 계신 거야?”



효령 같은 쫄보가 함부로 이런 암살을 시도할 리가 없었다. 무언가가 분명히 뒤에 있을 터이다. 어쩌면 첫째 형의 지시일 수도.



“흐음, 글쎄?”

“이게 무슨 의미인지는 알지? 형은 지금 전쟁을 일으키는 거야.”

“전쟁?”



효령은 차갑게 대답했다. 그의 얼굴에는 어느새 미소 대신 잔인할 정도로 딱딱한 무표정만이 가득했다.



“전쟁은 예전에 시작됐어, 동생아. 우리는 킬러들이잖아.”



탕!



발사된 마탄은 내 머리를 꿰뚫었다.



시발. 좆 됐네.



나는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


“야야, 안성진. 정신 차려 봐 이 새끼야.”

“으음......?”

“오오, 정신 차린 거야? 그럼 더 맞아야지.”



퍽!



“컥!”



갑자기 복부를 향한 주먹에 숨이 턱하고 막혀왔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고통이었다. 신체 강화를 극한 까지 연마한 후부터는 복근 때문에 충격을 느끼지 않았으니까.



“크크크, 야 이 새끼 침 흘린다.”

“조심해. 그러다가 진짜 죽기라도 하면 곤란하니까.”

“나 펀치력 진짜 오지는 거 아니야? 킬러 데뷔라도 해야하나?”

“네, 다음 12부 리그 몬스터 똥.”



희희덕 거리는 소리가 귀에 어지럽게 울려댔다.

그 사이에 어지럽게 흔들려 대던 시야가 돌아왔다. 앞에 있는 사내들이 누구인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 어떤 새끼냐. 대체 어느 정도의 능력자이기에 정도까지 나를 몰아세우는 거야? 첫째 형의 솜씨인가? 전쟁용 수트를 입고 있는 건가?



하지만 다음 순간 내 시야에 들어오는 건 고등학생들이었다.



......뭐?



우락부락한 근육, 클럽과 고향을 뜻하는 문신, 성한 곳이 없는 상처투성이 피부, 수백억 짜리 킬링 수트 등등.

내가 기대한 이러한 모습 대신 정작 내 눈에 들어온 건 고등학교의 교복, 뽀얀 피부, 빼빼 마른 몸, 나이 대비 삭아보이지만 여전히 어려보이는 얼굴의 학생들이었다.



“하아, 우리 성진이 표정 띨빵한 거 봐.”

“그럼 더 맞아야지.”



다시 한 번 내 얼굴을 향해 발차기가 들어왔다.

너무나도 느리고, 형편 없는 위력의 발차기.



나는 상체를 슬쩍 뒤로 기대는 것만으로 상대의 발차기를 피해버렸다.

그리고 오히려 발목을 붙잡아 옆으로 꺾어버렸다.



“으아아아!”



상대가 발목을 붙잡고 끔찍하게 울어댔다. 하지만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분명 완전히 꺾어버릴 생각이었는데 약간 붓게 만든 게 전부였다.

발목을 꺾을 힘이 없었다.



나는 손바닥을 확인했다. 그러나 평소의 굳은 살과 상처가 가득한 거친 손이 아니었다. 대신 하얗고 여린 손만이 있었다.



“야, 야 이 찐따 새끼야! 지금 뭐한 거야? 너, 너 이러면 약도 못 받아 이 약쟁이 새끼야! 김철민이 가만히 있을 거 같아?”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또 다른 놈이 비명을 질렀다. 그는 마치 이런 상황이 벌어질 거라고 상상도 못 한 듯 했다. 초식 동물이 육식하는 걸 보기라도 한 듯한 표정이었다.



“야.”

“히이익! 왜, 왜, 왜 임마!”

“이 새끼 데리고 꺼져.”



내 말에 놈은 어쩔줄 몰라하면 자리에서 동동 발만을 굴러댔다. 그나마 있는 얄량한 자신감 때문에 차마 도망가지는 못 하고 있는 듯 했다.

나는 살기를 담아 놈을 바라봤다.



“꺼져.”

“으으으, 으아아아!”



양아치는 쓰러져 있는 친구도 내버려 두고 혼자 도망을 쳤다.

나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하아아.......”




그 순간 기억들이 머릿속으로 몰아 들어왔다. 이 신체의 주인이었던, 안성진이 갖고 있던 기억들이.



그제야 나는 두 가지를 알 수 있었다.



첫째, 여기는 과거라는 것.

둘째, 이 몸은 내가 아니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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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Episode 1. 입학식 21.05.26 54 0 12쪽
4 사소한 복수 21.05.26 59 1 13쪽
3 능력 개방 21.05.25 67 1 14쪽
» 불멸의 천재 +1 21.05.25 8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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