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김롤링의 서재입니다.

회귀한 헌터는 킬러 아카데미에 입학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스포츠

김롤링
작품등록일 :
2021.05.25 11:10
최근연재일 :
2021.06.02 20:00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603
추천수 :
13
글자수 :
57,492

작성
21.05.26 08:00
조회
58
추천
1
글자
13쪽

사소한 복수

DUMMY

“허허, 이 허무맹랑한 놈 보게.”



세계에서 손 꼽히는 프로 킬러 아카데미, 로크FC 아케데미의 헤드헌터, 브레들리는 자신에게로 날아온 어처구니 없는 내용의 메일을 보며 실소를 터트렸다.



“아주 어처구니 없는 메일이 왔구만.”



일단 제목부터 어그로 끄는 솜씨가 일품이었다.

로크FC 아카데미의 헤드헌터로 일하는 그의 메일 주소로는 종종 이렇게 킬러가 되고 싶은 유망주들의 연락이 오는 경우가 있었다.



유망주들의 메일은 대략 2가지 유형이었다.

1유형은 ‘꼭 봐주세요! 꼭 좀 부탁 드립니다!’라는 식의 간절한 제목과 함께 로크 아카데미 입학을 위해 대략적인 조언 등을 묻는 메일이었다.

좀더 경력을 쌓은 2유형은 ‘현재 2서클 능력자이며 아무개 클럽에서 몇 부 리그 선수로 활약했습니다’처럼 제목부터 자신을 소개하고, 로크 아카데미에 입학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메일들은 종종 영상과 같이 오기도 했다. 영상에서 유망주들은 자신의 능력이나 스킬들을 보여주며 로크 아카데미 입학을 희망했다.



하지만 이런 메일들 중 실제로 아카데미에 들어간 사람은 0명, 한 명도 없었다.

왜냐고? 로크 아카데미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이런 메일을 보낼 필요도 없는 사람들이었으니까.

로크 아카데미의 모토는 일류 중의 일류만을 끌고 간다였다. 99%를 떨어트리고 1%만을 남기는 것, 그 1% 중에서도 1%만을 끌고 가는 것이 그들의 목표였다.

어릴 때부터 재능을 입증하여 지역 헌터 협회, 또는 킬러 협회 등의 입에 오르내리는 천재들에게만 로크 아카데미는 스카웃을 보냈다.

로크 아카데미는 지원이 아닌 초대를 받아야만 하는 곳이었다.

이렇다 보니 브레들리의 메일함에 쌓이는 대부분의 지원서들은 읽히지도 않고 삭제됐다.



하지만 지금 브레들리의 이목을 끄는 이 메일은 무언가 색달랐다. 수백 통의 메일들 중에서도 메일은 한 눈에 띄는 제목을 갖고 있었다.



‘4일 13시간 30분 만에 1서클 형성.’



실로 어처구니가 없는 제목이었다.

마나를 감지하고 1서클 형성을 위해서는 보통 수십 년 간의 체계적 훈련이 필요했다. 심지어 십 년 넘게 능력자 학교에서 전문적 훈련을 받았어도 마나를 못 느끼는 사람들이 수둑룩했다.

설사 마나를 감지해도 이를 운용해서 서클을 형성하기 까지는 3년을 잡는 게 일반적이었다.



근데 약 100시간만에 1서클을 만들었다고? 당장 정부들에서 앞다퉈 달려와 연구 주제로 삼을 일이었다.



브레들리는 실소를 터트리면서도 메일을 열었다. 메일 내용은 더 가관이었다.



“......마나 방출 후 50시간 경과 부터는 책상 등과 같은 고중량 물체도 마나 방출만으로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70시간 경과 시점 부터는 두 가지 이상의 마나 방출만으로 두 가지 이상의 물체를 드는 다중 염동이 가능했으며, 100시간 경과 시점에 체내 마나를 모두 사용하여 마나 진공 상태에 돌입하고, 1서클 형성에 성공하였습니다.

1서클 형성 후 마나 소비량을 높이기 위해 일부러 비효율적으로 마나를 방출해 보았으나 마나 회복 속도와 소비 속도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1서클 스킬들의 평균 마나 소모량을 고려했을 때 1서클 스킬들을 사용해도 오히려 소모되는 마나 보다 체내 축적되는 마나가 더 많을 거로 판단....... 지랄!”



구라도 이 정도면 병이었다.

만약 이 편지의 내용 중 절반 아니, 4분의 1만이라도 사실이면 상대는 괴물이었다.

온갖 기관, 재단, 헌터 길드, 킬러 클럽들에서 서로 데려가기 위해 앞다퉈 장학금을 바리바리 싸들고 갔을 것이다.

그런데 이름도 알려지지 않았다고? 허언증도 정도가 있지.



브레들리는 실소를 지으며 메일을 닫으려고 했다. 그러나 편지의 마지막 문장이 눈에 걸렸다.



‘관련하여 영상을 첨부하오니 봐주시기 바랍니다.’



“크으음!”



브레들리는 결국 속는 셈 치고 영상을 클릭했다.

그러자 초라한 방에 편안히 앉아 있는 성진의 모습이 나왔다.



“뭐야?”



보통 다른 영상들은 운동장, 훈련장 등에서 본인의 전투 실력이나 능력 등이 얼마나 파괴적인지를 보여주는 식이었다. 그런데 영상 속 성진은 계속해서 자리에 앉아있기만 했다.

브레들리는 코웃음을 치며 영상을 끄려고 했다.



“내 이럴 줄 알았-”



하지만 다음 순간 그는 영상을 닫으려던 손가락을 멈춰 세워야 했다.

성진의 눈이 푸르게 빛나고 있었다. 대량의 마나를 한 번에 방출할 때 생기는 전형적 현상이었다. 그리고 곧이어 그의 주변에 있는 물건들이 허공을 향해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 이런 미친.”



브레들리의 얼굴은 경악으로 하얗게 물들었다. 어느덧 방안에 있는 모든 물건들이 떠올라서 성진의 주변을 떠다니고 있었다. 그 중에는 50kg은 족히 될 듯한 책상도 있었다.

그러나 성진은 별거 아니라는 듯 둥둥 떠다니는 펜을 손끝으로 가리켰다. 그러자 펜은 성진의 손짓을 따라서 떠다니는 물체들 사이를 수영하듯 자유롭게 유영했다.



“뭐, 뭐야! 조종 까지 가능한 거야?”



브레들리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의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아마 저 방 안은 성진이란 놈이 방출해낸 마나로 가득차 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저 정도의 조종은 불가능했다.



마나 방출만으로 다중, 고중량, 자의 염동이 동시에 가능한 놈이라고?



이건 붙잡아야 했다. 아니, 자신이 직접 찾아가기라도 해야했다.



“이, 이, 일단 메일! 메일 부터!”



브레들리는 흥분으로 덜덜 떨리는 손으로 간신히 답장을 적어 내려갔다



*



드르륵.

“얘들아 안녕?”


나는 학교를 찾아갔다.

그러나 나의 등장에도 아이들은 잠시 시쿤둥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곧 고개를 돌렸다. 마치 내 존재 자체를 모르는 듯 했다.



서울 최악의 똥통 학교로 불리는 이곳의 아이들에게는 교육에 대한 열정도, 학교에 대한 애정도, 주변 친구들에 대한 관심도 없었다.

아이들은 그저 시간을 떼우기 위해 학교로 오는 것이었다. 수업 시간임에도 절반의 아이들은 교실에 없었고, 나머지 절반은 앞에서 중얼거리는 선생을 무시한 채 서로 떠들고 있기 바빴다.



안성진에게 최악의 장소로 기억되는 이곳에 내가 돌아온 이유는 수업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나는 다짜고짜 교실 구석에서 온라인 도박을 하고 있는 양아치들에게 다가갔다.



“얘들아.”

“뭐야 이 새끼는?”

“김철민 어디 있어?”



그 순간 양아치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야, 너가 뭔데 철민이 이름을 함부로 꺼내?”

“너 뭐하는 새끼야? 우리 반에서 본 적도 없는 거 같은데?”

“아!”



그때 목발을 짚고 있는 아이가 외쳤다. 며칠 전 내가 발목을 꺾은 놈이었다.



“이, 이 새끼! 안성진이네!”

“뭐 이 새끼가? 그 약쟁이라고?”



양아치들은 그제서야 나를 천천히 뜯어보더니 멍청한 표정으로 탄성을 질렀다.



“아아, 그러고 보니 그렇네.”

“이 새끼 뭔가 며칠 사이에 많이 바뀌었는데?”

“그러게 몸도 좀 좋아진 거 같은데? 운동 좀 했냐?”



그 말대로 나는 확실히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었다.

당연한 변화지. 원래 이 몸은 마나 중독으로 죽어가던 몸이었으니까.



며칠 전까지만 해도 헬쑥한 얼굴, 깡마른 몸, 마약 중독으로 인해 하얗게 새버린 산발의 머리카락, 짙은 다크서크 등등 나는 걸어다니는 시체와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때와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수염은 밀고, 장발은 짧게 잘랐으며, 다크서클은 사라지고, 살도 보기 좋게 올라 있었다.

얘들이 나를 기억하지 못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신기하네. 며칠 학교 안 나오더니 존나 바뀌었는데?”



양아치들은 나를 이리저리 신기한 듯 만져댔다. 나는 싱긋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따까리들이랑 말할 시간 없어. 김철민 어디 있냐고.”

“......뭐?”



그 순간 시끄럽던 교실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어느새 교실의 모든 시선이 내 쪽을 향하고 있었다. 다른 얘기를 하던 학생들도, 선생도 하나 같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싸움이 났다더라도 이 정도로 이목을 끌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그냥 싸움이 아니었다. 반란이었다.

그동안 교실의 가장 하위 계층, 피지배자 계급에만 있던 내가 감히 지배 계층에 반기를 든 것이다.



“뭐야? 이 새끼 미친 건가?”

“야, 다시 말해봐.”



즉시 양아치 새끼들은 으르렁 거리며 나를 조여왔다. 몇몇은 위협하려는 듯 일부러 웃통까지 벗어댔다.

하지만 나는 피식하고 웃음을 지었다.



아이구, 귀여워.



원래는 신경 쓸 가치도 없는 자식들이라고 무시하고 넘어가려 했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성진이 그들로부터 당한 피해가 너무 많았다.



“이 새끼가 실실 쪼개네? 야, 이 악물어.”



그 순간 한 놈이 나를 향해 주먹을 날려왔다. 형편 없는 속도와 위력.

나는 느긋하게 주먹을 피해 놈의 턱을 엘보우로 툭 건드렸다.

그리고 다른 놈들이 반응하기 전에 차례대로 놈들의 급소를 가격했다.



퍽퍽퍽!

“으헙!”

“뭐, 뭔데!”



싸움은 길지 않았다.

정확히 급소에 주먹 한 방 씩. 양아치들은 스르륵 자리에 쓰러져 버렸다.



“........”



반 안에서는 정적만이 흘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적은 환성으로 바뀌었다.



“우와와와! 뭐야!”

“안성진이 혼자서 전부다 쓰러트린 거야?”



반의 다른 아이들은 마치 불을 발견한 원시인 마냥 흥분해 댔다.

이 똥통 학교에서 싸움이야 흔한 일이었지만 그건 같은 계급 사이에서 였다.

이렇게 찐따가 일진을 쓰러트려 버리는 드라마틱한 경우는 없었다.



“안성진.”



그때 문밖에서 묵직한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과거 성진이 지옥보다 끔찍하게 생각했던 존재, 김철민이 서있었다.



아, 메인 빌런 등장이네.



고등학교 내내 성진을 괴롭혀온 주범이자, 성진한테 마약을 줘서 결국 마약 중독자로 까지 만들어 버린 주범.

반 뿐만 아니라 학교 전체를 잡고 있는 양아치였고, 주변의 깡패들과 호형호제하며 지낸다는 얘기도 있는, 아주 될성 부른 조폭 떡잎이었다.



과거의 안성진이었다면 김철민이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는 것만으로도 공포에 떨었을 터이다.

하지만 나는 대답 대신 싱긋 웃으며 그를 바라봤다.



“웃어?”



김철민이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 봤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봤다.



우스웠다. 귀여울 정도였다. 그동안 왜 이 녀석을 그토록 두려워했을지 모를 정도로 놈은 귀엽고, 또 초라했다.



나는 김철민의 어깨를 톡톡 치며 과거라면 상상도 못 했을 말을 했다.



“귀여운 우리 철민이.”

“.......”



또 다시 찾아온 정적.

심지어 당사자인 철민 마저 상황을 이해하지 못 하겠다는 듯 나를 빤히 내려봤다.



“너가 미쳤구나.”



그는 익숙하게 나를 향해 솥뚜껑 같은 주먹을 휘둘렀다. 아니, 휘두르려고 했다.



“좀 쳐맞-”

퍽!



나는 놈이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목을 쳐버렸다. 그러자 김철민 역시 다른 놈들처럼 스르륵 쓰러졌다.

나는 쓰러져 있는 아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역시나 신경을 쓸 가치조차 없는 놈들이었다. 과거 성진이 공포에 떨고, 자살 까지 고민했던 그 존재들이 이 존재들이 맞나 싶은 정도였다.



내가 그만큼 변한 것이리라. 이제 과거의 안성진이 여기에 묻고 갈 것이다. 과거와의 모든 연은 끊어버리고 새로운 삶을 살아갈 것이다. 고등학생 안성진이 아닌, 능력자 한충녕으로.



나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총총 걸음으로 교실에서 빠져나갔다.



“......”



이 광경을 본 아이들은 내가 사라진 후에도 한참 동안 정적을 유지했다.

그리고 마침내 한 아이가 모두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 입을 열었다.



“......미쳤다.”



이를 기점으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학생들은 동시에 어마어마한 함성을 질러댔다.



“우, 우와와아아아!”

“이, 이겼다아아!”

“와와, 완전 돌았어! 찐따가 우리 학교 통을 잡았어!”

“전부 다 한 방에 쓰러지는 거 봤어? 미쳤다!”

“씨발! 우리도 할 수 있어! 덤벼 이 새끼들아!”



그렇게 내가 의도치 않게 남기고 간 유산으로 인해 서울 빈민촌의 고등학교들에서는 싸움 1위를 차지하기 위한 각축의 장이 펼쳐졌다고 하지만 그건 또 다른 이야기였다.



나는 그런 일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나는 이제 킬러가 돼야 했으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회귀한 헌터는 킬러 아카데미에 입학한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 이적 제안 21.06.02 31 1 12쪽
10 Episode 1. 입학식 (6) 21.05.29 42 1 15쪽
9 Episode 1. 입학식 (5) 21.05.28 37 1 12쪽
8 Episode 1. 입학식 (4) 21.05.28 40 1 12쪽
7 Episode 1. 입학식 (3) 21.05.27 38 0 13쪽
6 Episode 1. 입학식 (2) 21.05.27 43 0 11쪽
5 Episode 1. 입학식 21.05.26 54 0 12쪽
» 사소한 복수 21.05.26 59 1 13쪽
3 능력 개방 21.05.25 67 1 14쪽
2 불멸의 천재 +1 21.05.25 86 2 11쪽
1 프롤로그 21.05.25 107 5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