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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아비 님의 서재입니다.

방원아, 너의 자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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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아비
작품등록일 :
2024.03.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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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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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4.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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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적당한 소금이 필요해.

DUMMY

개경의 중요한 거점을 점령한 최영은 황룡사로 장군들을 불렀다.

아직도 소수의 홍건적이 민가들 사이에서 고려군과 창을 맞대고 있었지만 조직되지 못한 적들은 고려군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그런 상황이었기에 최영은 잔당을 천인장들에게 맡기고 지휘관급을 소집한 후 장군들만 따로 불렀다.


“고생하셨소.”

“죄송합니다. 장군. 적의 수괴를 다 놓쳐버려서.”

“그놈들이 법왕사에 불을 질렀다는 소리는 들었소. 법왕사는 중요한 사찰이니 당연히 불을 끄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하오.”


안우는 최영의 대답에 고개를 숙였다.

안우가 받은 군령은 법왕사를 기습하여 홍건적의 수뇌부를 모두 사로잡거나 죽이는 것이었다.

군령을 완수하지 못했으니 최영의 질책이 있었어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영의 답변은 안우에게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말이었다.


“도망간 수괴들은 북으로 올라가며 다시 세를 규합할 것이오. 적의 규모가 늘어나기 전에 추격을 시작하고자 하오.”

“장군. 이번에 선봉은 제가 맡겠소이다. 나를 믿어주시오.”


이번 개경탈환에서 최영의 곁을 지킨 정세운이 앞으로 나섰다.

여기 모인 장군들 중에서도 제일 나이가 많았던 정세운.

그만큼 경험도 많았고 군을 이끄는 능력 또한 뛰어났다.

다른 장군들이 적을 상대하느라 진이 빠져있는 상태였기에 정세운이란 장군은 기동전을 펼치기에 좋은 선택이었다.


“정 장군께 부탁드리겠습니다. 우선 병력을 재편해보죠.”

“기동력이 중요하오. 동북면의 촌뜨기한테 맡겨 놓은 기병 1500부터 회수해야하오.”

“물론입니다. 이 천인장에게는 바로 전령을 보내겠소. 그리고 오늘 작전에서 빠진 ······.”

“대장군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한참 정세운과 병력을 재편성하고 있을 때 밖에서 부관이 최영을 불렀다.


“들어와.”

“대장군님. 이성계 천인장이 홍건적 수괴 중에 하나인 관선생이라는 자를 사로잡았다고 합니다. 그쪽에서 1차로 심문하고 관선생이라는 자를 이곳으로 보내왔습니다.”

“뭐라?”

“어떻게?”

“분명 귀법사를 접수하고 탄현문을 지키라고 하지 않았소. 어떻게 적의 수괴 중의 하나를 사로잡을 수 있단 말이오.”


방에 모여있던 장군들은 최영이 있었음에도 큰 소리를 내며 부관을 다그쳤다.

최영도 궁금한 것은 마찬가지였기에 장군들을 제지하지 않고 부관을 가만히 보았다.


“귀법사를 점령하고 정리를 하던 도중 30여 기의 기병이 귀법사로 접근했다고 합니다. 적의 기병임을 확인하고 수장으로 보이는 자를 잡았는데 그자가 관선생이라 불리는 홍건적의 수괴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소가 뒷걸음질에 쥐를 잡는다더니.”

“관선생이라는 자는 왜 귀법사로 갔답니까. 그렇게 공을 세우지 못하게 만들려고 했건만.”

“어찌 됐든 수괴 중 하나는 잡았지 않소이까. 우선 정장군님은 부대를 편성해서 적을 쫓기로 하죠.”


최영은 소란스러운 회의장을 정리하고 북쪽으로 달아나며 세를 규합할 홍건적들을 추격하도록 했다.

그리고 부관에게 관선생이라는 자를 끌고 오게 했다.


“우선 관선생을 이쪽으로 보냈다는 것은 이성계가 우리하고 척을 질 생각이 없다는 뜻을 밝혀온 것이 아니겠소.”

“동북면 촌놈도 생각이라는 것을 하나 보오. 자신이 직접 끌고 오지 않고 두목만 보내온 것을 보면 말이오.”

“우리 따까리 노릇이라도 하려면 그 정도의 머리는 굴리겠죠. 그나저나 우리도 빨리 부대를 재편하고 정장군님의 뒤를 받쳐줘야 하지 않겠소이까.”


적의 수괴의 섬멸을 명받았던 안우가 급하게 소리쳤다.

군공에 있어서는 최영에게 밀렸고 왕의 총애는 김용에게 있었다.

나머지 장군들은 비슷비슷했지만 그래도 최연장자인 정세운의 발언권이 가장 쎘다.

정세운이 공을 세우게 되면 수괴를 놓쳤던 안우의 입지가 더 좁아질 수 있었기에 가장 애가 탔다.


“정장군님이 노련하다고 하지만 병력이 고작 12000명이오. 지금도 개경에서 서경 사이에 9만 가까운 병력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중과부적이오.”

“대장군이 명령해 주시오. 바로 병력을 편성해서 정장군님을 쫓아가겠소.”


안우는 당장이라도 정세운을 쫓아갈 듯한 기세로 의자에서 반쯤 엉덩이를 떼고 소리쳤다.

최영은 그런 장군들의 심리를 알았기에 병사들이 피곤해한다는 걸 알았지만 바로 병력을 재편했다.




“아버님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공을 세우셨군.”

“그냥 공도 아니고 1등 공신에 책봉될 정도로 큰 공입니다.”


티무르는 뭐가 그리 신나는지 얼굴이 붉게 물들 정도로 흥분해 말했다.

그런 티무르를 보는 방우는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까지 칼만 잡고 산 가병이지. 똑똑하다고 해도 정치를 이해할 정도는 아니야.’


방우는 탁자를 손바닥으로 쳤다.


“흥분하지마. 고려 조정 놈들이 어떤 놈들인데 아버님께 1등 공신자리를 내주겠어?”

“모든 정보를 제공하고 적의 수괴 중 하나인 관선생까지 사로잡지 않았습니까. 이 정도면 고려의 그 누구도 세우지 못한 공입니다.”

“잘 생각해봐. 고려 놈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지?”

“동북면의 촌놈. 아니면 오랑케······.”

“그래 그렇게 생각하는 놈들이 1등 공신에 아버님을 책봉한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지.”


대기업 이사 출신이었던 방우.

국가나 기업이나 정치판은 더럽기 그지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자신 역시 정치질로 이사까지 오르지 않았던가.

결국 이사가 마지막이란 것을 알고 물러섰지만, 그 위를 노릴 기회가 있었다면 충분히 노렸을 것이었다.


“실질적 공적이 있는데도 말입니까?”


방우는 티무르에게 가르칠 것이 더 많다는 걸 느꼈다.

정보조직이라는 것은 정보원들만 관리하는 조직이 아니었다.

단편적인 정보를 조합하여 구체적인 정보로 만들고 그걸 분석해 정보의 질을 올려야 하는 곳이었다.

아직 복잡하지 않았기에 단편적인 정보들로 움직일 수 있었지만 동북면이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하면 수많은 변수에 대처해야 하는 최일선의 기구가 바로 정보조직이었다.

그런 조직의 수장이니만큼 충성심 외에도 필요한 것이 많았다.

그래도 옆에 두고 지켜봐 온 결과 똑똑하고 눈치가 빨랐으니 가르치면 바로바로 이해하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왕에게 공적을 올려야 그게 실질적 공적이 되는 거야. 개경의 공적을 왕에게 보고할 자가 누굴까?”

“최영 대장군이겠죠.”

“그래. 최영장군이 보고서를 쓸거야. 그러나 최영장군도 자신이 독단적으로 공적을 적을 수 없어.”

“최영장군도 주변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말인가요?”

“당연하지. 군부의 최고 권력자라고 하더라도 고려 조정에는 군부만 있는 것이 아니니까. 더구나 최영장군은 얽혀있는 것들이 너무 많아.”


고려의 권력은 간단하지만 복잡했다.

무신정권을 계기로 원의 간섭기까지 거치며 태조 때부터 내려오던 문벌가문은 거의 몰락했다.

그리고 새로이 정권을 잡은 권문세족은 가문과의 연계를 통해 문벌가문의 티를 벗고 새로이 고려의 권력자로 거듭났다.

소수의 가문이 혼인을 통해 똘똘 뭉쳐있었다.

그렇기에 신진사대부들이 조정에 출사해도 왕의 눈에 들지 못하면 출세하지 못하는 구조였다.

그런 권문세족의 중심에 있던 최영이었고 다른 장군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눈에 이성계 아니 동북면에서 새로이 공을 세우고 있는 이씨가문은 눈엣가시나 마찬가지였다.


“그럼 작은어르신의 공적을 제대로 올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입니까?”

“않을 수도 있는 것이 아니라 기록하지 않아. 잘해야 2등급, 3등급이면 다행일까?”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정보는 수집하는 것말고도 할 수 있는 것이 있지.”


방우는 한쪽 이가 보이게 웃었다.

대기업 이사였을 시절 방우의 진급을 막은 것은 유언비어였다.

결혼도 하지 않은 방우에게 오피스 와이프가 있다는 뜬금없는 소문.

조직적으로 퍼트린 소문은 튼튼한 뒷배를 잡고 있던 방우를 조금씩 무너뜨렸다.

결국 버리는 카드가 되어 버린 방우.

꼼짝없이 거대한 배에 타게 된 이유였다.


“작은어르신의 공적을 우리가 왕에게 알리자는 말씀이십니까?”

“결국, 왕은 개경에 돌아오게 되어 있어. 수도를 남쪽으로 천도할 리 없으니까.”


북쪽은 홍건적과 여진족 때문에 말썽이라면 남쪽은 왜구들 때문에 골치였다.

왜구가 아니더라도 개경은 450년 도성으로 기반시설이 몰려있었기에 포기할 수 없는 곳이었다.


“그럼 왕이 올라오는 길목에 작은어르신의 공적을 퍼트려야겠군요.”

“50점.”


방우는 웃으며 티무르의 대답에 점수를 매겼다.


“소문이란 말이야 말보다 빠르다고 하지. 그런데 또 한 가지는 입에서 입으로 옮길 때마다 눈덩이 굴리는 것보다 커져. 쌀 한 톨이라는 말이 남쪽으로 내려가 왕의 귀에 들어갈 때쯤이면 만석으로 늘어나 버릴 수도 있어. 그런 건 절대 도움이 되지 않아. 물론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괜한 적만 늘릴 수 있다는 말이지. 그러니 때가 중요해.”

“왕이 언제 어가를 움직이는지 확인하고 그 시점에 맞춰 소문을 퍼트리겠습니다.”

“적당한 소금은 필요해.”

“적당히 손질해서 퍼트리겠습니다.”

“이제 80점. 나도 점수를 더 높이고 싶지만, 더 높일 수 있는 생각이 안 나네.”

“좀 더 노력하겠습니다.”


티무르는 새로운 주군이 된 방우의 생각을 읽었기에 고개를 숙이고 방에서 물러났다.

티무르가 나가자 원과 고려 일본만을 그린 지도를 천천히 바라봤다.

동북면의 식량과 가축을 늘리기 위해서는 품종계량이 필요했다.

그걸 위해 처음 목적지는 산동이었지만 이제는 본격적으로 주원장을 견제해야 할 때였다.

원을 무너뜨리고 명을 건국한 주원장.

응천부를 세웠다는 말을 들었으니 이제 응천부의 이름을 난징응천부로 고친 후 본격적으로 북진을 시작할 때였다.

전격적으로 북진할 주원장의 뒷문을 공격하며 그 기간을 늘리는 것이 방우의 최우선과제였다.


‘대륙은 통일을 시켜주면 안 돼. 주원장이 뒷문 단속 때문에 시간이 끌린다면 반드시 주원장에 반하는 세력이 반기를 들 거야.’

‘반기를 들지 않더라도 북원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겠지. 우리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니까.’


방우는 난징응천부 바로 아래 있는 항주를 찍었다.

하늘에는 천당이 있고 땅에는 소주와 항주가 있다고 유명한 도시가 항주였다.

그만큼 아름답다고 알려진 도시이지만 지금은 방우의 목표일 뿐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한꺼번에 쓸어버리고 다 털어오고 싶었지만 난징응천부 못지않은 대도시인 항주인만큼 자체적인 경비병들이 많았다.

소수의 도이들이 난장판을 만들기에는 항주는 너무나도 대도시였다.


‘홍건적이 물러나고 안정이 되면 사병들도 보내야겠어. 도적이라고 자존심을 부리려나. 사병들이 아니라 여진족들을 보내야 하나? 여진족들만 보내도 문제야.’


방우는 어두워져 이제 집으로 가야 할 때라는 호우병의 말이 있을 때까지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소설책에서는 손짓 한번, 병력 한번 움직이면 나라가 뚝딱 떨어지던데 이건 세세한 것까지 모두 내가 결정해야 하니. 어디 가후나 곽가 같은 모사가 없나?’


집까지 가는 도중 방우의 머리를 스친 인물이 있었다.

정도전.

아버지를 허수아비 삼아 조선을 건국하는 데 앞장선 조선 최고의 모사꾼.


‘정도전은 너무 불확실성이 커. 더군다나 고려의 폐단을 불교에 있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니 위험해. 불교는 세속적인 면만 없애면 돼. 뿌리는 남겨둬야지. 그럼 정도전이 아니면 누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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