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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나무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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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삼나무
작품등록일 :
2014.11.03 17:08
최근연재일 :
2014.11.03 17:23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3,661
추천수 :
127
글자수 :
39,922

작성
14.11.03 17:18
조회
253
추천
9
글자
8쪽

너는 내 유일한 친구였다(2)

DUMMY

중학교 생활은 지옥 같았다. 멈추지 않는 아이들의 괴롭힘도 그랬지만 네가 더 이상 내 친구가 아니라는 깊은 우울이 나를 힘들게 했다. 사실은 5학년 이후의 모든 일들이 다 꿈이어서, 잠에서 깨고 나면 네가 내 짝꿍으로 돌아와 있기를 바랐다. 내 이름을 불러주던 네 목소리가 생생했다. 너에게 갖다 주는 거라고 생각하면 빵 셔틀도 그리 비참하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초등학교 5학년 그 교실에 머물러 있었고, 그것은 네가 없는 현실에 적응할 수 없게 했다.


나는 일부러 학원을 먼 곳으로 다녔다. 나를 괴롭히는 아이들과 마주치기 싫어서였는데, 덕분인지 그곳에서 만난 친구가 있었다.


"이름이 정다운이야? 내 이름보다 예쁘다."


이름 때문에 놀림을 받고 있었는데 그 아이는 예쁘다고 해주었다. 여자와는 처음 대화를 해보는 것이었는데도 불편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남자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다 보니 나를 괴롭히지 않는 여자 아이가 편한 것 같았다.


우리는 제법 빠르게 친해졌다. 함께 학원 숙제도 하고 그 즈음 생긴 휴대폰으로 서로 연락도 했다. 집에 들어가는 길에도 카톡하고 등교 길에도 카톡했다. 다만 반 아이들이 내 휴대폰을 빼앗을까 봐 학교에서는 하지 않았다. 그 아이에게는 내가 왕따라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았다. 창피해서가 아니라, 그 아이마저 나를 떠날까 봐서였다.


"다운아. 너 여자친구 있어?"

"아니."

"그럼 좋아하는 애는 있어?"

"...으응."

"응? 있다고?"

"...응. 있어."


그렇지만 그게 전부였다. 네가 내 친구가 아니라는 슬픔은 여전히 나를 힘들게 했다. 그리고 너를 좋아하는 내 마음까지 전부 다 그대로였다.


"그럼 왜 걔랑 안 사귀어?"

"사귈 수는 없어..."

"왜? 우리가 너무 어려서?"

"아니... 걔는..."


너는 나를 안 좋아하니까.


"다… 다른 앨 좋아할 거야..."

"에이, 그게 뭐야. 너 고백도 안 해봤구나?"


그 아이는 다리를 쭉 펴고 말했다. 교복 치마 아래로 흉터 하나 없는 예쁜 종아리가 보였다. 나도 저런 다리를 가진 여자로 태어났더라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 가슴 한 켠이 욱신거렸다. 여자로 태어났다면, 그랬다면, 어쩌면 너랑 사귈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같은 반이야?"


시무룩 고개를 젓자 그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다른 반인데 좋아해?"

"...다른 학교야."

"어? 그런데 어떻게 알아? 아아, 초등학교 때 같은 학교였구나?"

"으응..."

"헐. 그런데 아직까지 좋아하는 거야? 짱이다, 너!"


널 좋아하는 건 나에게 당연한 일인데, 그 아이는 마치 내가 대견하다는 듯 내 등을 팡팡 쳤다. 나는 쑥스러워서 그만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아쉽다. 좋아하는 애 없으면 내가 소개시켜 주려고 했는데."

"...소개?"

"응. 내 친구. 사진이라도 한번 볼래?"

"너랑 같은 학교야?"

"아니. 얘도 내 초등학교 때 친군데 중학교는 다른 곳으로 배정됐어."


휴대폰 사진첩을 여는 그 아이를 구경하면서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다들 이렇게 소개를 받아 만나는 거라는 걸 알았다. 너 역시 그럴 거라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쓰렸다.


"얘야. 귀엽지?"


한 단체사진을 보여주기에 나는 고개를 들이밀었다.


"누구…?"

"얘, 얘. 단발머리."


사진을 확대시키는 그 아이의 손가락을 따라 액정으로 시선을 옮기다가 나는 그만 눈을 크게 떴다.


"자, 잠깐만!"

"어?"


그 아이는 큰 소리를 내는 나에게 놀라 화들짝 손을 거두었다.


"미, 미안. 그런데 잠깐만..."

"왜? 여기에 아는 애라도 있어?"


놀랍게도 그 사진 속엔 네가 있었다. 이제는 절대, 영영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네가.


"어어... 어..."

"누구? 이 남자애?"


너는 내가 모르는 교복을 입고 그 아이의 친구 옆에 서있었다.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미소를 띤 얼굴로. 나는 그만 가슴이 벅차올라 입술을 깨물었다.


"네 친구야?"

"...으응..."

"와, 짱이다! 나 얘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

"이름이 뭔데? 내 친구랑 같은 반인가 봐. 이거 수련회 갔을 때 찍은 거래."

"......"

"나 얘 소개시켜주라. 여친 있어?"

"이, 있어."


나도 모르게 나간 대답에 그 아이는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아휴, 우리 학교엔 왜 이렇게 괜찮은 애 하나 없는지 몰라."

"......"

"암튼 내 친구 어때? 소개시켜줄까?"

"...여기 학교 어디야?"

"여기? 윤문중학교잖아. 친구라면서 그것도 몰라?"

"아아...깜빡해서..."

"그런데 왜 대답 안 해? 내 친구 괜찮지 않아?"

"어어..."

"자, 수업 시작하자."


달칵, 교실 문이 열리고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나는 덕분에 대답을 회피할 수 있었지만 마음은 계속 찜찜했다. 윤문중학교. 윤문중학교. 같은 반 문성현.


"저기, 수현아."

"어?"


어깨를 톡톡 두드리자 그 아이가 돌아보았다.


"그 사진... 나한테도 보내주면 안돼?"

"왜?"

"보려고... 네 친구..."

"오올. 생각 있는 거야? 알았어."


그렇게 받은 사진을 나는 집에 가서도 밤새 들여다 보았다. 이렇게 만나다니, 어쩌면 운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첫 친구, 그리고 내 첫사랑. 그날은 5학년 때의 추억을 마음껏 떠올리다 행복하게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그 아이에게 늦을 것 같다는 연락을 해놓고 나는 종례도 듣지 않고 윤문중학교로 찾아갔다.


"어어..."


교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쏟아지는 인파에 당황했지만 너를 놓칠까 봐 두 눈을 크게 떴다.


"다른 학교 애가 왜 여기에 있니? 학교 안 갔어?"

"가, 갔다 왔어요. 친구 기다리는 거예요."


그러다 윤문중학교 선생님에게 잡혀 하마터면 돌려 보내질 뻔했지만 나는 꿋꿋하게 교문을 지켰다.


"어어...!"


한참 후, 혹시 뒷문으로 나간 건 아닐까 걱정이 들던 참에 너를 만났다.


"서, 성현...아!"


너는 여전히 인기가 많은지, 친구 여럿과 웃으며 교문을 나서고 있었다. 새로운 교복과 짧아진 머리는 너에게 무척 잘 어울렸다. 나는 그 동안 꿈에서만 그리던 너를 다시 본다는 감격에 가슴이 울컥하였다.


너의 이름을 외치자 나를 보지 못하고 지나치던 네가 친구들과 함께 나를 돌아보았다. 눈이 마주쳤다. 나는 그 순간 심장이 너무 크게 뛰어 입 밖으로 쏟아질 것 같았다.


"어어..."


그러니까 내 진심이. 너를 그리워했던 내 마음이 전부 마치 거센 폭포처럼 네 앞으로.


"...날 부른 게 아닌가."


너는 얼어붙은 채 너를 보고 서있는 나를 한참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네 이름 불렀잖아."


네 친구가 말했지만 너는 이마를 긁적거렸다.


"그런데 난 누군지 모르겠는데. 동명이인인가 봐."


너는 그렇게 나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친구들과 교문을 빠져나갔다. 그래도 낯이 익기는 한지 나를 몇 번은 돌아보았다.


"아...우욱...흑..."


눈물이 흘렀다. 턱을 타고 내려가 뚝뚝 떨어졌다.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비척비척 교문을 벗어났다. 그리고 버스를 타고 가는 길, 많이 울었다. 차라리 보러 오지 않을 걸 그랬다. 네가 내 친구였다고 믿고 살 걸 그랬다. 그날은 너무 슬퍼 학원에도 나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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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너는 내 유일한 친구였다(3) 14.11.03 262 12 8쪽
» 너는 내 유일한 친구였다(2) 14.11.03 254 9 8쪽
6 너는 내 유일한 친구였다(1) 14.11.03 283 9 7쪽
5 너는 너를 귀신이라고 소개했다(5) 14.11.03 293 11 7쪽
4 너는 너를 귀신이라고 소개했다(4) 14.11.03 244 11 7쪽
3 너는 너를 귀신이라고 소개했다(3) 14.11.03 203 9 6쪽
2 너는 너를 귀신이라고 소개했다(2) 14.11.03 362 9 7쪽
1 너는 너를 귀신이라고 소개했다(1) +4 14.11.03 568 1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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