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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나무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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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삼나무
작품등록일 :
2014.11.03 17:08
최근연재일 :
2014.11.03 17:23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3,721
추천수 :
127
글자수 :
39,922

작성
14.11.03 17:17
조회
287
추천
9
글자
7쪽

너는 내 유일한 친구였다(1)

DUMMY

나는 어릴 적부터 소심했던 탓에 친구가 없었다. 언제나 외톨이었고, 소심한 외톨이는 아이들에게 좋은 장난감이 되었다. 유치원 시절, 한 친구의 사소한 장난으로 시작된 왕따 생활은 초등학생이 되자 더욱 심해졌다. 말로만 놀리던 아이들이 점점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한 것이다.


뒤통수를 치고 가거나 발을 걸어 넘어뜨리는 건 매일 일어나는 일이었고, 내 물건을 가져가서 돌려주지 않는 건 이틀에 한번 꼴로 그랬다. 물건을 자주 잃어버린다고 엄마에게 혼이 날 때면 나는 말할 수 없는 서러움에 이불을 뒤집어 쓰고 울었다. 하루하루가 외로웠고 슬펐으며 언제 끝날 지옥인지 알 수가 없어 무서웠다. 그렇게 겁쟁이가 되어가던 나는, 갈 수록 눈물도 많아졌다.


그러다가 선물처럼 너를 만났다. 초등학교 5학년. 햇볕이 잘 들던 창가 자리의 내 짝꿍 문성현. 너는 지금까지 만났던 아이들과는 달랐다. 내가 왕따라는 걸 알면서도 너는 나에게 서슴없이 말을 걸어주었다. 괴롭힘을 당해 울고 있으면 달래주기도 했고 맛있는 간식을 손에 쥐어주기도 했다. 가끔은 아이들 앞에서 내 편을 들어주기도 했던 너는 나에게 천사이자 영웅이었고, 내 유일한 안식처이자 친구였다.


"안녕, 다운아."


같은 남자라는 걸 알면서도 너를 좋아할 수 밖에 없었다. 처음으로 등교 시간이 기다려지기도 했다. 이렇게 다정하게 인사를 해오는 건 태어나 네가 처음이었기에 그랬다.


"펜 없으면 이거 써."


누군가 내 펜을 가져가 돌려주지 않으면 너는 네 펜을 빌려주었다. 언젠가는 가지라고 한 적도 있었다. 까만 고양이가 그려져있던 그 볼펜은 졸업을 하고 나서도 오래 쥐고 다녀서 이제는 양쪽 귀가 닳아버리고 없다.


"저기... 뭘 쓰는 거야?"

"일기."


너는 등교를 하면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매일 일기를 썼다. 일기 숙제가 없는데도 그랬다. 몇 분 걸리지 않았던 걸 보면 대단한 일기는 아닌 것 같았지만 그래도 궁금했다. 너만 아는 네 일기장에 혹시 내 이름도 적혀있지 않을까 두근거리기도 했다.


"다운아. 이거 정답이 뭐야?"


네가 나를 필요로 할 때면 기뻤다. 내가 누군가를 도와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보람차기도 했다. 누구에게나 사랑을 받는 너였지만 공부는 잘 하지 않아서 나는 너를 도와주기 위해 공부를 열심히 했다. 너와 같은 반이었을 때는 내 생일보다 시험기간을 훨씬 더 많이 기다렸을 정도다.


"방학 때 뭐해?"

"으응... 그냥 학원..."

"그래? 나는 부모님하고 홍콩 여행 가는데."

"아..."

"기념품 사올게. 개학하고 보자."


여름방학이 시작되던 날. 그날은 엄마에게 홍콩에 가자고 떼를 쓰다가 혼났다. 홍콩이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도 모를 때였다. 나는 네가 방학 내내 홍콩에 있는 줄 알고 슬퍼했다. 그래서 방학 내내 너를 보고 싶어하면서 울다 훌쩍이다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간신히 맞이한 개학일에는 새카맣게 탄 너를 보고 하마터면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 좋았다. 너를 다시 만난 게 너무 좋았다.


"넌 더 하얘졌네."


씩 웃으며 내밀던 붉은 휴대폰 줄. 그건 반 아이들 전체에게 돌린 선물이었지만 상관없었다. 나는 그날 휴대폰을 사달라고 엄마에게 졸랐다가 또 혼이 났다. 휴대폰이 없어도 부적처럼 갖고 다녔다. 아니, 그건 부적이 맞았다. 외로울 때, 슬플 때, 네가 준 휴대폰 줄만 쥐고 있으면 마음이 나아졌다. 그래서 먼 훗날 잃어버린 날에는 많이 울었다.


새 학기가 되면서 짝을 바꾸는 바람에 너는 더 이상 내 짝이 아니게 되었다. 그날은 집에 가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또 울었지만, 그 다음날 내 자리로 와 인사해주는 네 덕분에 다시 웃을 수 있었다. 나보다 앞에 앉게 된 너의 뒷모습을 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네가 내 옆자리에서 사라지자마자 아이들의 괴롭힘은 다시 시작되었지만 나는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내가 울면 너는 나 대신 화를 내주었기 때문이다.


"너 몇 반 됐어?"

"사... 삼 반."


6학년 반 배정이 있던 날. 그리고 나의 행운이 끝이 나던 날.


"난 육 반. 아쉽네. 그럼 잘 지내. 복도에서 마주치면 인사하자."


너와 같은 반이 되게 해달라고 울고 불며 기도했던 건 수포로 돌아갔다. 하늘은 내 편이 아니다. 하늘마저 나를 미워한다. 이럴 거면 나를 왜 태어나게 했을까. 나는 집에 가는 길목에서부터 울었다. 이런 나를 본 동네 아이들은 나에게 쓰레기를 던지며 놀렸지만 신경도 쓰지 않았다. 네가 더 이상 내 친구로 있어주지 않는다는 사실 하나만이 나를 슬프게 했다. 이제는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그때 처음 했던 것 같다.


암흑 같았던 6학년 생활을 보내고 간신히 졸업을 했다. 나중에는 일진들에게 맞기도 했지만 더 이상 네가 내 친구가 아니라는 슬픔보다는 더 슬프지 않았다. 6학년을 지내는 동안 너와 마주친 건 두 번 뿐이었고, 그마저도 한 번은 너는 나를 보지 못했다.


기다리면서도 기다리지 않았던 졸업식 날. 운동장에서 우연히 나를 본 너는 내 어깨에 손을 짚으며 내 이름을 불렀다. 너는 커다란 꽃다발을 안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내 짝꿍이었을 때처럼, 내 친구였을 때처럼, 눈이 부셨다.


"다운아, 중학교 어디로 가?"


너는 엄마와 아빠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나에게 어느 학교로 배정되었는지를 물었다. 나는 우물쭈물 말을 잇지 못하다가 간신히 학교 이름을 말했다. 눈물이 날것 같은 걸 꾹 참느라 목이 멨다.


"대... 대면중학교..."

"아, 그래?"


나와 같은 학교가 아닌 모양이었다. 너는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래, 알았어. 잘 지내."

"너, 너는..."

"응?"


너는 어디로 가는데?


"아, 아냐... 안녕..."


묻고 싶었는데 묻지 못했다. 손을 흔드는 너에게 나도 어색하게 손을 흔들어주고 헤어졌다. 졸업을 축하한다며 엄마와 아빠가 맛있는 음식을 사주고 새 운동화도 사주었지만 기쁘지 않았다. 5년의 왕따 생활과 안녕 하는 건 좋았지만 너와도 안녕 하는 게 싫었다. 너를 볼 수만 있다면, 또 5년을 괴롭힘 당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욱, 흐욱... 끄으..."


그래서 그날은 베개가 푹 젖도록 울었다.


성현아, 너는 알지 못하겠지. 네가 베풀었던 그 친절이 나를 살게 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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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너는 내 유일한 친구였다(5) 14.11.03 234 9 8쪽
9 너는 내 유일한 친구였다(4) 14.11.03 252 9 7쪽
8 너는 내 유일한 친구였다(3) 14.11.03 265 12 8쪽
7 너는 내 유일한 친구였다(2) 14.11.03 258 9 8쪽
» 너는 내 유일한 친구였다(1) 14.11.03 288 9 7쪽
5 너는 너를 귀신이라고 소개했다(5) 14.11.03 298 11 7쪽
4 너는 너를 귀신이라고 소개했다(4) 14.11.03 249 11 7쪽
3 너는 너를 귀신이라고 소개했다(3) 14.11.03 208 9 6쪽
2 너는 너를 귀신이라고 소개했다(2) 14.11.03 365 9 7쪽
1 너는 너를 귀신이라고 소개했다(1) +4 14.11.03 578 1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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