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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나무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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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삼나무
작품등록일 :
2014.11.03 17:08
최근연재일 :
2014.11.03 17:23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3,712
추천수 :
127
글자수 :
39,922

작성
14.11.03 17:14
조회
206
추천
9
글자
6쪽

너는 너를 귀신이라고 소개했다(3)

DUMMY

너는 전반적으로 나의 모든 것을 궁금해했다. 학교에서 무엇을 하는지, 어떤 것에 흥미가 있는지, 가슴 풍만한 여자가 그렇게 좋은지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럼 넌 안 좋냐."


멜론만 한 가슴을 내밀고 야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여자의 사진을 보는 나에게 물어오기에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그랬더니 너는 내 옆에 서서 모니터를 한참 동안이나 바라본다. 그러고서는 한다는 말이 젖소 같잖아, 라니 아무리 귀신이라 해도 넌 남자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섹시한 젖소 있으면 소개시켜줘. 귀신도 괜찮아."

"멍청이. 이런 여자들이 널 좋아할 것 같아? 귀신이라도 너 안 좋아해."

"뭐 이 병신아. 얹혀사는 주제에 막말하냐."


도끼눈을 뜨고 노려보자 너는 흥, 콧방귀를 뀌었다.


"나 배고파."

"넌 굶어도 안 죽으니까 굶어."

"나는 이런 여자 싫어. 단정하고 깨끗한 여자가 좋아."

"섹시하다고 안 깨끗하다는 건 편견이야."

"아무튼 네 취향은 변태야."

"오늘 하루 종일 굶어볼래?"

"탕수육이 먹고 싶은 밤이야."

"어쩌라고."


너는 섹시한 여자에게는 관심 없다는 듯 손끝으로 내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신기한 건, 네가 나를 만지면 느낌이 났다.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려지는 느낌. 비록 체온을 느낄 수는 없지만 이렇게 보면 너는 꼭 사람 같았다.


"탕수육 사주면 일주일 동안 가위 안 눌리게 해줄게."

"아 씨발."

"왜 또 욕이야!"

"기뻐서 나온 감탄사야. 사천 탕수육으로 먹자."

"난 일반이 좋은데."

"네 의견 따위 필요 없어."

"그럼 삼 일로 줄일 거야."

"이 비열한 새끼."


가위는 괴롭다. 네가 누르는 거라는 걸 알고 눌리는 거지만 그래도 괴로웠다. 내 유일한 약점인 가위를 놓고 협박을 하다니 마음 같아서는 한대 치고 싶었지만 닿을 수 없기에 참았다. 이렇게 또 내 용돈이 날아간다. 하여간 너는 내 용돈 루팡이다. 물론 나도 맛있는 것을 먹는 게 싫지는 않아서 잠자코 주문을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뒤늦게 빈 그릇을 본 엄마에게 잔소리를 듣는 건 언제나 내 몫이었다.


결국 네 뜻대로 일반 탕수육을 주문하고 소액결제까지 마쳤다. '주문이 완료되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뜨는 것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너는 함박웃음을 짓는다. 이렇게 먹는 걸 좋아하는데 살이 안 찌는 게 신기했다. 물론 귀신이라서 안 찌는 거겠지만 살아생전에도 안 쪘다는 게 신기했다. 네 손목은 이렇게나 바스러질 것처럼 앙상한데 말이다.


"너 인간이었을 땐 많이 안 먹었어?"

"왜?"

"이렇게 돼지같이 처먹는데도 살이 안 쪄서."

"넌 고운 말을 욕으로 바꾸는 재주가 있어."

"그래서 너도 욕 쳐 듣고 싶다고? 원한다면 하루 종일 해줄 수 있는데."

"아니."


너는 곧 탕수육을 먹을 생각에 기쁜지 나의 도발에도 헤 웃으며 내 컴퓨터 마우스를 잡고 달칵거렸다. 내가 보고 있던 여자의 사진을 마음대로 닫더니 포털 검색 창에 청순한 이미지로 먹고 사는 여배우 이름을 친다.


"네 취향 알만하다. 쯧쯧."

"쯧쯧이라니. 내가 살아생전에 이 배우를 얼마나 좋아했는데."

"얘도 뒤에 가서는 다 똑같아."

"너야말로 편견이야."

"얘 얼마 전에 스캔들 난 거 모르지?"

"누구랑?"

"같은 배우랑 사귀는 거 파파라치까지 올라왔어. 다 똑같다니까?"

"그게 뭐 어때서? 연예인이면 연애도 못해?"


눈물이 워낙 많아서 질질 짤 줄 알았는데 너는 의외로 쿨한 반응을 보였다.


"너 연애해봤어?"


그래서 궁금해져 물었는데 너는 어쩐지 두 뺨을 붉히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수줍어하는 꼴이 꼭 연애를 해본 사람 같았는데 안 해봤다니 김샜다. 더 물어볼 것도 없어서 말없이 내 취향의 여자들을 다시 검색하기 시작하자 네가 옆에서 안절부절못하는 게 느껴진다.


"왜 안 물어봐?"

"뭘?"

"내가 왜 연애를 안 해봤는지."


나는 그에 복수하는 것처럼 콧방귀를 세게 뀌어주었다.


"안 하다니. 입 달렸으면 똑바로 말해. 못 한 거겠지."

"......"

"이유는 알겠으니까 뭐, 굳이 말 안 해도 돼."

"무슨 뜻이야!"


너는 억울한 건지 호떡같이 하얀 얼굴을 곧장 붉혔다. 그리고 솜방망이 같은 주먹으로 내 어깨를 투닥투닥 친다.


"나는 그 애만 좋아서, 그 애만 좋아해서!"

"알겠어."

"그런데 왜 웃어?"

"내가 웃었냐?"


놀리듯 웃는 얼굴에 너는 씩씩거렸다. 나는 기본적으로 누구든지 놀리는 걸 좋아하는데 너를 놀리는 건 특히 좋았다. 반응이 항상 새롭기 때문이다. 너는 마치 삐칠 것처럼 입술을 씰룩 거리다가 내가 계속 낄낄거리자 팩 돌아서 내 침대 위에 엎드려 누웠다.


"삐쳤냐?"


그리고 이런 말하기는 좀 뭐 하지만, 삐친 너는 평소보다 좀 귀엽기는 했다. 아주 조금. 그래서 기분이 좋은 날엔 울기 직전까지 놀리곤 하는데 수위 조절을 못 해서 울린 적도 더러 있었다.


"귀신계의 삐돌이 정다운."


하지만 오늘은 울 것 같지 않아서 한번 더 시비를 걸어봤다. 그런데도 꿈쩍도 안 한다.


"탕수육 올 건데 나 혼자 다 먹어야겠네."


그러자 너는 스르륵 고개를 든다. 나에게 골은 났어도 탕수육은 포기할 수 없는 모양이다.


"와 대박. 이런 여친 하나만 있으면 좋겠다."


고개를 든 너를 알면서도 섹시한 여자의 사진만 감상하며 혼잣말을 하자 너는 또다시 베개에 얼굴을 묻는다. 그리고는 그런 여자는 너를 싫어한다느니 너 같이 못돼 처먹은 애는 평생 혼자 살아야 한다느니 웅얼웅얼 저주를 퍼붓기 시작했다.


"안 닥치면 탕수육 없어."

"네가 먼저 시작했잖아."

"시작하긴 뭘 시작해."

"오늘밤에 너 가위 누를 거야."

"날도 더운데 거실에서 자야겠다."

"안돼! 안 누를게!"


급하게 고개를 발딱 든다. 이기지도 못 할 거 왜 매번 반항인지 모르겠다. 오늘도 승리했다는 기쁨에 휘파람을 불자 너는 분한지 베개에 얼굴을 묻고 음산하게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들으나 마나 내 욕이겠지만 상관없었다. 우울해 보이는 동그란 뒤통수에 웃음이 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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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너는 내 유일한 친구였다(3) 14.11.03 264 12 8쪽
7 너는 내 유일한 친구였다(2) 14.11.03 257 9 8쪽
6 너는 내 유일한 친구였다(1) 14.11.03 286 9 7쪽
5 너는 너를 귀신이라고 소개했다(5) 14.11.03 297 11 7쪽
4 너는 너를 귀신이라고 소개했다(4) 14.11.03 248 11 7쪽
» 너는 너를 귀신이라고 소개했다(3) 14.11.03 207 9 6쪽
2 너는 너를 귀신이라고 소개했다(2) 14.11.03 365 9 7쪽
1 너는 너를 귀신이라고 소개했다(1) +4 14.11.03 578 1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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