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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디
작품등록일 :
2013.03.30 18:12
최근연재일 :
2016.12.07 20:09
연재수 :
6 회
조회수 :
832
추천수 :
11
글자수 :
22,283

작성
16.12.06 23:53
조회
94
추천
2
글자
8쪽

세말엮기 (도시/비/이별)

DUMMY

제목 도시소년과 시골소녀


도시에 살았던나는 어렸을 적의 만났던 그 아이가, 비오는 날에 종종 생각이 난다. 중학교때 전학을 왔던 그 아이는 여자 치고는 성격이 털털해서, 남녀 두루두루 인기가 많았다. 전학온 첫날 내가 물어봤었던 질문은 "무엇때문에 전학을 오게 됬냐?" 라는 것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조금 무례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여튼 그랬었다. 태양에 탄듯한 구릿빛 피부에 동글게 땋아올린 머리를 한 소녀에게 표현한 나의 관심 표현중의 하나였을 것이다. 내 질문을 받은 소녀의 얼굴이 순간 어두워졌지만, 금방 밝게 웃으며 말했다.


"아버지가 전근을 오셔서..."


이어지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버지가 군인이고 부대 이동 때문에 이사를 오게 된 것 같았다.


어느날이었다. 교실에서 수업을 듣던 나는,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비가 쏟아지는 것을 보았다. 소나기였다. 하교 때에는 비가 멈출 것이라 생각하며 수업을 계속 들었지만, 안타깝게도 예삿비가 아니었는지 비는 하교 종이 울린 뒤에도 매몰차게 운동장을 파내고 있었다. 나는 책상 서랍속에 두고 깜빡했었던 우산을 떠올리고선 횡재라고 생각하며 우산을 가지고 내려왔다.


현관에는 그 아이가 있었다. 우산을 가지고 오지 않았는지, 난처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소심했던 나는 여자아이에게 '같이 쓰고 갈래?' 라는 말을 꺼내지 못한 채 우물쭈물 멈춰 있었다. 내가 우물쭈물 하던 사이에 그 아이는 겳정을 내렸는지 가방을 머리 위에 올려놓고 현관을 박찼다. 나는 비를 맞으며 뛰어가는 그 아이의 모습을 보고선 아이의 이름을 외쳤다. 비가 몰아치는 와중에도 어찌 소리가 닿았는지 소녀는 뒤를 돌아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환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잠깐이지만 비를 맞아 젖은 머리카락과 젖은 옷이 소녀의 몸에 달라붙어있는 것을 보고 두근거렸던 나는, 아이의 "불러놓고, 안씌워주는건 아니지?" 라는 말에 우산을 자연스럽게 씌워주었다. 그 계기로 그 아이의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여자애들을 볼때마다 까다롭다고만 생각했었던 나에게 있어서는 첫 두근거림이었다.


그 날 이후로 나와 그 소녀와의 관계는 더욱 가까워졌다. 하교 길도 함께했으며, 주변 번화가에 함께 놀러가기도 하는 등 여러가지 추억거리를 만들었다. 물론 그 당시 내 친구들은 나와 그 소녀와의 관계를 가지고 놀리기 일쑤였으나, 나에게 있어 이 소녀와의 청춘 스토리는 얼굴이 빨개졌을지는 몰라도 반박은 할 수 없었던 그런 성질의 물건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은 날이었다. 등교때부터 심상치 않은 표정을 했던 이 소뇨는, 점심이 지나고 조퇴까지 하게 되었다. 궁금함이 가득했지만 이야기 해주지 않는 그 소녀를 조금이나마 원망하면서 그저 기다리기만 했다.


다음 날은 결석이었다. 하루를 쉬고 나온 소녀의 얼굴에는 어두움이 가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날 밤, 편지가 들어있지 않아 거미줄 쳐지기 시작한 우리집의 우체통에 자그마한 편지봉투가 들어있었다. 직감적으로 소녀의 편지임을 느낀 나는, 봉투를 쥐고 방 안으로 들어가 봉투를 뜯고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소녀가 결석한 날 내가 어렴풋이 예상했던 내용이었다. 아버지의 전근 떄문에 다시금 전학을 가게 되엉ㅆ다는 소녀의 편지에 왠지 모르게 가슴이 먹먹해졌다.


편지의 끝 말에는 시간과 장소가 적혀 있었다. 늦저녁 집 주변 산 정상이었다. 그 다음날 등교하고 나서도 그 아이와 서먹해졌다 그 아이는 마음을 추스렸는지 다른 친구들과는 예전처럼 지냈지만 나와는 그렇지 못했다. 나와 그 아이의 관계를 놀렸던 친구들이 다시 놀리기 시작해도, 나는 '사귀는 것이 아니라고' 반박하는 말만이 입밖으로 나왔다.


이윽고 편지의 그 날이 왔다. 수업은 머리속에 들어오지도 않고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다. 학교 현관에서 마주친 그 아이는 나와 눈을 마주치고도 그냥 가버렸다. 우리집은 나에게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때문에 늦게까지 밖에 나와있는 것은 금지되어있었다. 수업시간 내내 그 해결책만을 생각했던 나는, 내 나름대로의 답을 내고선 친구들이랑 논다고 말씀드린 뒤, 늦게까지 놀다오지 말라는 어머니의 말씀은 뒷등으로 들은 채 친구들이랑 어느정도 논 다음 곧장 편지에 씌어있던 장소로 가서 그녀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저녁 노을이 지고, 산 정상에서 본 도시의 불이 서서히 켜지기 시작했다. 하늘은 푸르러지고 또 검어지기 시작했다. 소녀가 나를 가지고 논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 쯤, 내 어께에 따듯한 두 손이 얹어졌다. 그녀의 손이었다. 그녀는 내 옆에 앉아 하늘을 가르키며 말했다.


"그거 알아? 이 주변에서는 여기가 제일 별이 많이 보여."

"그게 뭐?"

"너도 누워서 같이 보자."

그녀가 눕는 것을 보며, 나도 똑같이 옆에 누웠다. 그녀가 말했다.

"별은 말이야, 어엄청 멀어서 어디서든 똑같은 별을 볼 수가 있대."

"응."

"그럼 내가 다른데로 전학가도 내가 가르키는 저 별을 보고 나를 기억해줘야해. 알았지?"

나는 그 말이 조금 의아했지만 곧 이어 말하는 그녀의 말에 내 얼굴에 스르르 미소가 번졌다.

"나, 너 많이 좋아하니까 저 별보고 나 잊지 말라고."


올림버리를 풀어헤친 그녀의 머리가 바람에 날린다. 도시의 전깃불이 마치 그녀의 머리카락에 반짝임을 가미하듯 밝히고 있었다.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나는 그녀의 질문에 번뜩 정신을 차렸다.


"너도 나 좋아해?"


질문을 받은 나는 조용히 고개만을 끄덕일 수 밖에 없었고 그녀 역시 내 대답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결국 밤 늦게까지 밖에 있다가 집에 들어간 나는 어머니의 추궁에 미리 생각해 두었던 "길을 잃어버렸었다."라는 말씀을 드린 뒤, 내 방 침대에 기어들어가 그녀와의 추억을 되새겼다. 되새기면 되새길수록 그녀에 대한 것이 머리 속에서 맴돌았다. 그제서야 나는 이것이 사랑이란 것임을 확실했다.


그리고 내 확실한 사랑은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예전처럼 좋은 사이로 돌아온 우리는 남은 시간동안 도시 내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다.


시간이 가지 않았으면 했던 내 바람은 이루어지지 못한 채 그녀의 전학날이 왔다. 그녀의 전학 소감은 간단했다. '짧은 시간동안 같이 놀아줘서 고마웠다고. 나중에 어디선가 다시 만나게 됬으면 좋겠다.'라고 말한 뒤, 반 친구들과 한명 한명 포옹했다. 그녀가 내 앞에 섰다. 그녀의 입은 미소를 띄우고 있었으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거렸다.


나는 말없이 포옹했다. 그녀 역시 말없이 포옹하고선 내 얼굴을 한 번 바라보더니 볼에 뽀뽀를 하고 교탁쪽으로 총총 뛰어갔다. 나는 얼이 빠진 상태로 그녀의 배꼽인사를 바라보기만 했다. 곧 그녀는 그녀를 데리러온 아버지의 차를 타고선 학교를 떠나갔다. 나는 그 모습을 학교 창문으로 바라보기만 할 수 밖에 없었다.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녀와 같은 우산속에 있었던 그 날과는 다른 또다른 먹먹함이었다.


오늘은 하늘에 먼지가 없어 달이 선명하게 보이는 그런 날이다. 나는 달 근처에 있는 학창시절 당시 그녀가 가르켰던 그 별 또한 잘 보이는 날이었다.


중학교 동창회. 약속시간에 미리 와 있는 내 습관 그대로, 내가 제일 먼저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가끔 만나는 친구도 있지만 대부분 오랫만에 만나게 되서 그런지 기대가 된다.


윙 - .


핸드폰 단체 채팅방에 글을 올린듯 계속해서 웅웅거린다. 내용을 보니 나에 대한 이야기였다. 스크롤을 올려보니 그녀가 오늘 동창회에 온다는 소식이었다. 내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 두근거림은 그떄 그 빗속에서 느꼈던 두근거림과는 다르지 않은 것임을 확신했다.


작가의말

군 복무중에 썼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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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회 둔저제때 참가했던 단편. 13.03.30 390 2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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