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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디
작품등록일 :
2013.03.30 18:12
최근연재일 :
2016.12.07 20:09
연재수 :
6 회
조회수 :
833
추천수 :
11
글자수 :
22,283

작성
16.11.30 14:37
조회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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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4쪽

세말엮기(귤/미련/그림자)

DUMMY

본 글은 글쓴이가 공군 인트라넷 카페에 게시했었던 세말엮기를 가져와 게시합니다.


[제 32회] 세말엮기 시작


귤 / 미련/ 그림자


"하아... 이 한밤중에 귤이라니... 내가 사달라고는 했지만 너무한데."


군대에서 휴가를 나온 나는 귤을 사달라고 점심 즈음에 누나들에게 졸랐었지만, 누나들은 아무 생각이 없다는듯 싫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오밤중에서야 돈을 줄테니 사오라니. 이건 동생을 농간하려는 것이 분명했다. 그래도 먹고 싶기는 했으니 주변에 있는 24시간 하는 마트에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었다.


'으, 추워...'


11월달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최근 내린 비 덕분에 기온이 급강하했다. 하늘에 떠있는 미세먼지들은 비 때문에 쓸려나갔지만, 대신 미세먼지와 함께 대기중에 가득한 온기도 함께 쓸려간듯 했다. 그렇게 팔짱을 끼고 걸어가고 있었던 나는 저 멀리 마트앞에 놓여있는 과일박스를 보았다.


마트 앞에는 가지런히 과일박스들이 쌓여있었지만, 유독 한곳은 거의 없었다. 불길한 느낌이 들어 어떤 과일인지 확인하고, 그리고는 절망했다. 누나들이 사오라고 시켰던 그 '귤'은 이제 한박스만이 남아있었다.


[봉지에 담겨있는거 말고, 박스로 되어있는거 사와야돼? 박스가 있어야 귤껍질 모아두기도 좋고, 없으면 네돈으로 사야돼. 카드 결재 내역 확인해볼테니까.]


누나가 나에게 말했던 주의사항을 다시 상기시키며, 나는 마지막 한박스를 사기위해 걷는것을 포기하고 종종걸음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쌀쌀해진 날씨로 인해 생긴 바람이 칼바람이 되어 나를 갈랐지만 저걸 놓치면 누나돈으로 못 얻어먹을 것 같다는 생각에 계속해서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마트 앞에 다다를 무렵, 남은 귤 박스에 다가가는 한 그림자가 있었다.


'아, 안돼!'


나는 조금더 속력을 내서 그 그림자보다 먼저 귤 박스를 집고, 묘한 승리감과 함께 계산대로 몸을 향했다.


"저, 저기요..."


나를 부르는 듯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긴 생머리에 꽤 두꺼워보이는 코트와 귀마개를 한 소녀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계산대로 가려는 것을 멈추고 소녀를 쳐다보았다. 소녀는 손이 시린듯 손을 모아 호호 거리며 나를 올려다 보았다.


"무슨일이시죠?"


소녀는 똘망똘망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다, 잠깐 귤 박스에 시선이 갔다가 다시 나를 쳐다봤다.


'흠. 딱 봐도 귤을 원하는 것 같은데.'


하지만 나 역시 귤(특히 '박스'로 되어있어야 했다.)이 필요했기 때문에 그냥 쉽게 줄 수는 없었다.


"나도 이게 꼭 필요해서 말이야. 왜 이걸 사야하는질 알려줘야 내가 줄 마음이 생기겠는데?"


소녀는 내 말을 듣고선 난감한듯 계속 무언가를 생각하는것 처럼 보였지만, 마땅히 할 말이 없었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선 나를 다시 쳐다보았다. 아까의 귀여운 얼굴에 불쌍함이 추가되었지만, 귀여움은 더욱 상승하였다.


'귀엽네... 귤은 좀 멀지만 다른곳에서 사면 되니까.'


나는 들고있던 귤 박스를 소녀에게 건네자, 침울한 표정으로 있던 소녀가 환하게 웃었다.


그 후 소녀는 귤 박스를 들고 계산을 마쳤고, 나는 귤 박스를 보며 아쉬움과 미련이 남긴했지만, 소녀의 웃음을 보고는 나름 만족하며(절대로 귀여워서 그런게 아니가.) 다른 마트를 향해 몸을 돌렸다.


"저기요!"


방금 그 소녀의 목소리가 내 뒤에서 들려왔다. 뒤돌아보니 소녀가 귤 한개를 손에 쥐고선 나에게 건네주고 있었다.


"...오빠, 양보해줘서 고마워."


나에게 귤 하나를 건네주고 총총 걸음으로 떠나가는 소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아쉬움과 만족감을 동시에 만족하는 특이한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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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세말엮기 (창/노을/강) 16.11.30 79 2 4쪽
» 세말엮기(귤/미련/그림자) 16.11.30 117 1 4쪽
1 2회 둔저제때 참가했던 단편. 13.03.30 390 2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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