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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평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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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1.01.16 11:18
최근연재일 :
2011.01.16 11:18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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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16,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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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2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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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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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평범 (52)

DUMMY

죽였다.

이 엄청난 괴물을 내가 죽였다.

나는 내가 죽인 괴물을 보고 기가 질려 털썩 주저 앉았다.


검을 뽑으려는데 오른손목이 부서져 오른손을 쓸 수 없는데다 어찌나 쌔게 박았던지 뽑히지가 않았다. 나는 할 수 없이 검을 포기하고 다른 검을 뽑아 가죽을 찔러보았다.


" 쳇... "


역시 안찔린다. 이거 벗겨서 갑옷이라도 해입으면 좋겠는데 벗길 도리가 없다. 그러는 사이 마을사람들이 다가왔다. 괴물의 비명을 들었는지 어느틈에 다가와 저희들끼리 수군거리고 있었다.


" *(7*(&%^&7& "


노인 하나가 나서 이상한 말을 지껄이면서 고개를 숙였다. 아마 고맙다고 하는 거겠지.


" 괜찮아. "


나는 통하지 않는 말을 하며 손사래를 쳤다. 그리고 괴물의 눈에 박힌 칼을 가르키며 힘껏 뽑는 시늉을 했다. 역시 검은 안뽑힌다. 손을 때고 그것을 가르키곤 다시 비어있는 칼집을 가르켰다. 머리가 없진 않은지 농민 하나가 어디론가 가버렸다. 촌장이 손짓발짓으로 무언가 메세지를 전하려는 것 같은데 어설퍼서 전혀 이어지지가 않았다. 나는 대신 이상한 각도로 비틀려 있는 손을 보여줬다. 누가봐도 치료가 시급한 일이다.


촌장이 고개를 끄덕이곤 자기를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남은 사람들이 괴물의 시체를 보려고 몰려들었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쉽게 벗길수도 없을뿐더러 벗긴다고 해도 나한테 내줄 것 같진 않다. 이 세계 사람들의 탐욕은 자알 이해했기 때문에 기대 자체를 접었다. 설령 저걸 팔아 거금을 얻는데도 무사할거란 보장이 없다. 당장 이 마을 놈들도 내 주머니에 거금이 있다면 자는 틈을 타서 날 죽여버리고 돈을 나눠가지고도 남을 것들이다.


믿지 않으면 배신도 없다. 나는 그것을 가슴에 새기며 촌장의 뒤를 따랐다. 왼손에 들린 검은 여전히 칼집으로 돌아가지 않은 체다. 놈들이 가죽을 탐내 이대로 날 죽여버릴지도 모를 일. 여차하면 늙은 촌장을 인질로 삼을 생각이었다. 얼마나 효과있을지는 몰라도 지금의 내가 제압할 수 있는 사람은 놈 하나뿐이다.


촌장은 나를 교회 건물로 안내했다. 이 세상이건 저 세상이건 교회 생김새는 별 다를게 없는지 어딘가 친숙해보였다. 그러나 안에 들어서는 순간, 그 생각은 싹 지웠다. 지구와 달리 사제복이 하얀색에 파란색으로 무늬를 그려놓은 것이었다. 사제는 지극히 진지한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화려한 옷 때문에 마치 게임 케릭터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촌장과 뭐라뭐라 이야기를 나누더니 대뜸 남쪽말로 물어왔다.


" 제국에서 오셨십니꺼? "


진지한 얼굴, 경건한 교회, 코스프레 사제복에 사투리. 이건 뭐냐, 개그냐? 하시는 분들이 있겠지만 이 사제는 지금 매우 진지하게 테스톡 제국어를 구사하는 것이다. 북동부는 세계 최강대국이라는 테스톡 제국의 멀티 같은 것으로 대게 제국어를 쓰고 있었는데 나라나 지역마다 약간 발음이 틀렸다. 예컨데 사투리 같은건데 북동부는 대게 고만고만한 발음이라 북동부 사람들끼리는 잘 모른다. 그러나 정식 제국어와 비교하면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이다. 즉, 정확히 말하면 사제는 표준어를 쓰고 있고 나는 사투리를 쓰는데 사투리에 익숙해져서 역으로 표준어가 사투리로 들리는 것 뿐이다.


어쩄거나 말이 통하는 상대는 반가웠다.


" 아닙니다. 북동부 끝에 있는 작은 도시에서 왔습니다. "


" 아. 그랐십니꺼? 그라서 말이 북쪽 사투리구만요. "


하하하... 내 입장에서는 당신이 사투리 쓰는걸로 들리는데...


내 생각을 알 리 없는 사제는 자기 할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 촌장님이 말하는디 당신이 저 카마르를 잡았다 카던데 진짭니꺼? "


" 아, 그게 카마르라 부르는 괴물이군요. 어쩌다 보니 잡았습니다. 그보다 그거 잡다가 팔이 나갔는데 좀 봐주셨으면 합니다. "


" 아이쿠. 나가 환자를 앞에두고 혼자 지껄이고 있었네. 미안합니더. 지금 당장 봐드릴께예. "


왠지 번역해놓으니 경박스러운 것 같이 들리는데 이 사제 지금 한없이 진지하게 말하고 있으니 착각하지 마시기 바란다. 그런데 누가 착각한다는 거지? 나도 슬슬 맛이 가나보네...


사제는 내 팔을 잡더니 얼굴을 굳히고는 이리저리 맞춰보다 뚜둑! 소리가 나게 팔을 비틀었다.


" 아야!! "


부러진 팔을 제멋대로 비틀어대니 팔이 끊어지는 것 처럼 아팠다. 그러나 사제는 " 쪼까 참으시유. " 이러더니 계속해서 팔을 맞춰나갔다. 치료하는건지 고문하는 건지 구분이 안가는 고통 끝에 마침내 작업이 끝나고 사제는 부목을 가져와 팔목을 고정하고 천으로 칭칭 감았다. 마치 깁스를 하는 것 같아서 신기했다.


" 자, 끝났십니더. 잠깐만 그렇게 하고 계시소. "


그러고는 기도를 하기 시작하더니 2분 정도 뒤 끝났다고 말했다. 나는 게임에서 보듯이 무슨 신성력이라도 쓰는가 했더니 기도만 하고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아 조금 실망했다. 그러나 사제의 말에 생각을 고쳐먹을 수 밖에 없었다.


" 인자 한 닷새만 있으면 괜찮을낍니더. "


" 그렇게나 빨리요? "


" 사제 좋은기 뭔가예. 다 그런기지예. "


사제는 싱긋 웃었다. 치료가 끝난 걸 확인하자 촌장이 다시 사제에게 무어라 물었고 곧 사제가 물었다.


" 촌장님이 뭐 필요한거 읎냐고 물으시네예. 보답을 하고 싶으시답니더. "


" 그럼 카마르 가죽을 벗겨서 갑옷을 하나 만들어 주십시오. "


사제가 촌장에게 전해주자 촌장이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 카마르 가죽은 찔겨서 여선(여기선) 못만든다 캅니데이. 가죽 뱃기는 것도 기사님 와야 한다 캅니데이. "


하긴, 그거 칼도 안들어갔었지. 이런 촌구석에서 가공할 수 있는게 아닐거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른걸 요구했다.


" 그럼 카마르 시체는 드리겠습니다. 대신 제가 돈이 없어놔서 여비 약간과 식량, 그리고 그걸 지고갈 가방이 있었으면 합니다. "


촌장과 사제는 둘이서 수근수근거리더니 사제가 물었다.


" 여비라카문, 얼마정도 생각하십니꺼? 죄송한 말입니다만 여는 촌구석이 되나서 돈이 을마 읎심더. "


곤란한 질문이 나왔다. 이놈들은 보나마나 시체값을 쳐달라는 걸로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난 정말 여비 조금이면 된다. 이런 촌구석에 저런 귀물을 살 돈이 있을 리도 없고 돈이 많아봤자 허약한 내가 제대로 지키지도 못할게 뻔하다.


" 그냥 여행하다 들릴 여관비하고 식비만 있으면 됩니다. "


사제는 촌장에게 말을 옮겨주더니 둘은 한참동안 쑥덕거렸다. 그러더니 갑자기 신전 안쪽의 방으로 들어가더니 헌금함으로 보이는 통을 들고 나왔다. 그리고 내 눈앞에서 그걸 쏟아냈다.


" 이거이 우리 교구에서 거둔 봉헌금이라요. 여는 촌구석이 되나서 다들 돈을 안씁니더. 그라서 우리네는 현물로 헌금을 받아서 영주에게 팔고 돈을 받아서 대교구로 보냅니더. 그라니 이거이 우리 교구에 있는 돈 전부라예. 카마르 같은기 날뛰면 요런 쪼끄만 마을은금방 지워집니더. 그란걸 생각하면 을마 안되는 돈이지만 받아주이소. 여행하는디 모자라지는 않을끼라요. "


돈은 제법 많았다. 그러나 동전이 대부분이고 은화가 오십개 정도, 금화는 두 개밖에 없었다. 금화가 크긴 했지만 고작해야 은화와 10대 1 정도일테니 정말 얼마 되지 않는다. 나는 금화 두개와 은화 20개를 들고 주머니를 요구했다.


" 나머지는 필요 없습니다. 많이 들고다녀봐야 위험하기만 하지요. "


사제는 약간 묘한 눈으로 나를 보더니 헛기침을 한번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왜 저런 눈으로 보는걸까?


조금 있으니 마을에서 식량을 가득 넣은 가방과 주머니 하나를 조달해주었다. 그것을 받은 나는 도망치듯 마을을 떠났다. 챙길만큼 챙겼고 마을 사람들의 존경어린 눈길도 보기 괴로웠다. 어떤 의미에서 난 그들에게 병주고 약준 셈이니까.



사제는 멀리 떠나는 청년을 보며 혀를 찼다.


" 그 사람 참. 이상한 사람일세. "


작은 교구에서 모아들이는 돈은 일년 내내 해봐야 1틸러. 그러니까 금화 하나가 체 안된다. 본단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은 봉헌금이 사제의 봉급이자 교구 활동비였기에 제법 돈을 모을 수 있었다.


따라서 청년은 무려 교구에서 2년간 꼬박 모은 액수, 2틸러에 달하는 거액을 가져간 것이다. 최고 고액권인 틸러는 로덴 금화로 무려 213개에 달하며 - 로덴 금화가 금의 비율이나 크기, 국가 신용도 문제로 가치가 상당히 낮게 평가되긴 하지만 - 2 틸러면 물경 400 로덴이 넘는 거액이다. 물론 청년이 해준 일을 생각하면 아깝지는 않았지만 가져갈거 다 가져가면서 겸손한 척 하는 모습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사제는 별난 사람이라고 중얼거리며 카마르 시체의 처분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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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썼을땐 6500자였는데 어쩌다보니 4천자로 볼륨이 줄었습니다. 애구구;;;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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