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평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1.01.16 11:18
최근연재일 :
2011.01.16 11:18
연재수 :
142 회
조회수 :
156,391
추천수 :
1,382
글자수 :
816,019

작성
10.11.15 17:31
조회
512
추천
7
글자
12쪽

평범? (81)

DUMMY

번쩍!


그 일격은 섬광과 같았다. 무언가 번쩍이는가 싶더니 수도사의 몸은 이미 그로웰의 지척에 있었다. 곧이어 뻗어나가는 정권지르기! 어찌나 빨랐던지 날카로운 파공음은 거의 삼초가 지난 뒤에야 도시를 진동시켰다.


파아아아앙!!!!


소리보다 빠른 일격. 그러나 천사의 힘을 끌어온 그로웰의 눈은 초음속의 펀치조차 똑똑히 잡아낼 수 있었다. 주먹이 뻗어오는 순간, 그로웰은 기계처럼 정확한 타이밍으로 전격이 가득 담긴 검을 휘둘렀다.


부웅!


그러나 상대도 만만치않았다. 수도사는 팔목을 노리고 날아오는 검의 궤도를 읽고 주먹을 도중에 멈추는 것으로 간단히 검을 피해냈다. 상식을 벗어난 일이었다. 전력을 다해 휘두르던 주먹을 도중에 멈추다니! 그로웰은 상체는 노가드 상태였다. 그런데 수도사가 파고들어오는걸 뻔히 보면서도 그로웰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 걸렸다! '


콰콰콰콰!!


지나간 검의 궤적을 따라 왠만한 몬스터도 일격에 즉사시킬 막강한 전류가 폭풍처럼 밀려들어와 궤적 안으로 파고든 수도사의 머리를 그대로 휩쓸려버렸다. 그로웰의 표정이 펴지려는 찰나, 복부에서 느껴지는 끔찍한 고통에 그의 입이 떡 벌어졌다.


" 커....!!!!!! "


놀랍게도 수도사는 전류의 폭풍에 휩쓸리고도 멀쩡했다. 완전히 방심하고 있었던 그로웰은 제대로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5m 나 날려가고 말았다.


" 쿠, 쿨럭! "


힘겹게 상체를 일으킨 그로웰은 피를 토했다. 내장 조각이 섞여나오는게 겉은 멀쩡해도 속은 엉망진창인 모양이었다. 더 이상 전투가 불가능하다 판단한 그로웰은 힘을 끌어쓴 대가로 죽음에 이르기 전에 연결을 끊었다. 곧이어 엄청난 고통이 몰려왔지만 숙련된 전사인 그로웰은 정신을 놓지 않고 현재 상황을 이해하려 애썼다.


광휘의 눈이 끌어오는 천사의 힘은 공격에 능한 '전격' 속성의 힘. 방어 측면은 굉장히 취약한 축에 속한다.


' 이자식, 대체 어떻게 되먹은 놈이냐! '


아무리 그렇다 한들 인간의 범주를 넘어선 천사의 힘을 끌어다썼는데 이 정도라니. 도저히 인간이라 볼 수 없었다. 악마와 계약한 마법사라면 설명이 되겠지만 마법사는 물질의 형태로 안정된 마나를 분해시켜 재구축하는 것으로 마법을 행사하기 때문에 마법을 사용하려면 주변의 대기를 마나로 분해시켜야한다. 따라서 한순간 대기의 공백이 생기게 되는데 주변의 공기가 그 빈틈을 채우기 위해 빠르게 몰려드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마법사가 마법을 시전할때는 마법사를 중심으로 주변의 공기가 빨려드는 현상이 일어난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현상이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 후우, 다행입니다. 형제간에 죽는 사람없이 잘 끝났군요. "


수도사는 몸을 툭툭 털더니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전류의 폭풍에 휩쓸렸던 그의 머리는 약간 빨갛게 상기됐을 뿐, 아무런 데미지도 입지 않은 것 같았다.


그는 말조차 하지 못하는 그로웰에게 다가가 등을 두들겨 주었다. 겉으로 보기엔 단순히 등을 두들겼을 뿐이었는데 무슨 기술인지 얻어맞은 그로웰은 한사발이나 되는 피를 쏟아냈다.


" 꾸웨엑!! "


얼핏 악독해보이는 모습이었으나 피를 토해낸 그로웰의 안색은 처음보다 훨씬 나아져 있었다. 그는 자신의 상태를 돌아보며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수도사를 바라보았다.


" 신... 성력...? "


등을 두들길때 수도사의 손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온 기운은 너무도 익숙한 신의 힘, 신성력이 틀림없었다. 요소요소에 침투한 신성력은 몸 속에 고인 피를 밀어내고 장기의 재생을 도왔다. 전문적으로 치료술을 익힌 성직자라 해도 믿을 정도로 능숙한 솜씨였다.


그로웰은 당황을 금치 못했다. 신성력은 오직 신이 자신을 위해 모든것을 바친 종에게만 부여하는 힘. 그렇다는건 이 수도사가 정말로 신의 뜻을 받드는 성직자란 말인가?


" 물론입니다. 저는 신을 받드는 종이라고 처음부터 말했지 않습니까. "


수도사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일어섰다. 그리곤 곤란한 듯 머리를 긁적이곤 그로웰을 향해 고개를 꾸뻑 숙여보였다.


" 이크, 시간이 꽤 많이 지났군요. 좀 더 살펴드리고 싶지만 어린 형제들과 숨바꼭질을 해야하니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


그리고는 쾌속한 몸놀림으로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그로웰은 그가 떠나간 자리를 멍한 눈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카일과 닐은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되는 스위치라도 들어온 것처럼 말없이 거리를 질주했다. 그들의 뒤로 베티가 뒤쳐지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달라붙었다.


" 헉, 헉! 대체 이게 무슨... 캑! 일이야! "


난데없이 시작된 전력질주가 벌써 5분도 넘게 이어졌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어지간히 달려대지 않았으면 진작 쓰러져 핵핵대고 있었을 것이다. 궁금증이 머리 끝까지 치솟은 베티가 호흡이 흐트러지는걸 감수하고 물었는데 돌아오는 대답이 가관이었다.


" 나도 몰라. 시키니까 하는거지. "


" 뭐어!? "


그 이상 뭐가 필요하냐는 듯한 눈으로 닐이 쳐다보자 베티는 그만 힘이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런데도 닐은 흘끗 쳐다봤을 뿐 멈추지 않고 앞서나가며 말했다.


" 야, 카일! 부탁한다. "


" 괜찮아? "


" 지금까지 연락이 없는걸 봐선 최악도 염두에 둬야지. 어차피 슬슬 갈라질까 했던 참이고 뭐, 높으신 분들 보기에도 쫄다구보다 대장이 보고하는게 폼이 살잖아. "


" 알았어. "


카일과 닐의 대화에 죽음의 위기로부터 도망치며 마비되었던 필리언의 이성이 되살아났는지 물었다.


" 그게 무슨 소린가? 최악아리니? "


그러나 카일도 닐도 대답해주는 일은 없었다. 그들은 그저 눈빛으로 작별인사를 나누고 멀어졌을 뿐이다.



" 못 걷겠으면 업혀. "


주저앉은 베티에게 카일이 다가와 등을 내밀었다. 그 꼴을 보던 베티는 기가막혀 소리를 빽 질렀다.


" 대체 이게 뭐야!? 뭐가 뭔지도 모르고 어디로 자꾸 뛰어가는건데!? 민간인 보호? 좋아, 그렇다고 쳐! 그런데 사정은 몰라도 어디가서 뭘 해야할지는 알고 가야될거 아냐!? "


카일은 길길이 화를 내는 베티를 눈앞에 두고도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고 말했다.


" 그런건 당연하잖아. 가능한 멀리, 가능한 은밀하게 숨어야지. 교관이 우리보고 같이 싸우라는 대신 도망치라고 한건 다 같이 덤벼도 적을 제압할 자신이 없어서야. 최악의 경우, 그로웰 교관님은 벌써 죽었고 적은 우리를 추적하고 있을지 몰라.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일단 끼어들었으면 누군가는 살아서 보고를 해야돼. "


순간, 베티는 이 사람이 자기가 아는 카일이 맞는지 의심했다. 그리고 그가 한 말을 곰곰히 되새기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 임무 수행이 아니라... 보고? "


" 조사원의 최우선 사항은 조사 과정 전반을 보고하는 것이야. 임무 달성 여부보다 그쪽이 우선이지. "


베티의 머릿속에 한가지 가정이 퍼뜩 스치고 지나갔다. 만약 필리언을 보호하는 닐이 죽는다면? 그녀의 생각을 읽었는지 카일은 무심하게 대답했다.


" 잠깐, 그게 뭐야!? 그럼 지금 이럴때가 아니잖아! 혹시 교관님이 당했고 적이 온다면...! "


" 닐은 죽고 우리는 가까운 교구로 가서 보고를 올려야겠지. "


당연하다는 듯 대답하는 카일의 모습에 베티는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다. 그토록 친한 두 사람인데, 비밀 정보기관의 요원도 아니면서 이렇게까지 차갑게 끊어버릴 수 있다니. 비인간적인 모습에 반발심이 솟아올랐다.


" 우리라도 가서 힘을 보테야 하잖아! "


" 교관님은 우리 셋을 합친것보다 훨씬 강해. 교관님이 적을 격퇴했다면 문제 없겠지만 반대의 경우, 우리가 가봤자 시체를 늘릴 뿐이야. "


카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뒤에서 낮선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 어린 형제가 훌륭하군요. 모름지기 일을 맡았다면 그렇게 머리가 차가워야 하는 법입니다. "


" !!! "


베티와 카일이 놀라 돌아보는 찰나, 흰 수도복의 수도사는 마치 유령처럼 그들 사이를 지나가버렸다. 그것을 느꼈을 때엔 수도사의 뒷모습은 이미 손톱만큼이나 작아 보였다.




" 허억, 허억! "


달려나가는 닐의 신형은 쾌속했다. 그도 사람인 만큼 지치기 시작했지만 적의 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하긴, 사람이 족히 만명은 살고 있을 큰 도시다. 하물며 코앞의 물건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서 사람하나를 찾기란 백사장에서 바늘 찾기와 다를 바 없었다.


" 조금 쉬어가지 그러나? "


마음 같아선 곁에서 같이 뛰고 싶었지만 부끄럽게도 필리언은 고작 열댓살밖에 먹지않은 어린아이와 나란히 달릴 자신이 없었다. 그만큼 닐이 달리는 속도는 빨랐다.


닐은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필리언의 말을 무시하고 주변을 살피며 끊임없이 달렸다. 쉬는것은 좋지만 안심하고 은신할만한 장소가 없었다. 도시를 벗어나면 좋겠지만 지금은 도시의 사대문이 모두 닫겼을 시간이라 그럴 수도 없었다. 한마디로 거대한 독안에 든 쥐였다.


' 하지만 독이 너무 커서 놈이라고 쉽게 찾아낼 순 없을거야. '


짐을 떠안은 생쥐는 안심하고 쉴만한 쥐구멍을 찾아 끊임없이 달렸다. 순간, 그의 등에 느껴지던 무게감이 사라졌다.


" !?!!! "


대경한 닐이 고개를 돌렸지만 그의 등에 업혀있던 필리언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아무리 찾아봐도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그때, 머리 위에서 답답한 신음소리가 들렸다.


" 읍! 크으으읍!!! "


닐의 고개가 부러질 듯한 기세로 위를 향했다. 백의의 수도사가 한 손에는 필리언의 목을 잡아채고 노점의 햇빛가리게 위에 가볍게 걸터앉아 있었다.


" 찾는데 꽤나 고생했습니다. 여기저기 열심히도 돌아다니셨더군요. "


빙긋 웃는 수도사는 한 점의 살기도 풍기지 않았으나 그 표정을 본 닐의 온몸에 소름이 쫘악 돋았다. 닐의 머리가 재빠르게 굴러갔다. 보호 대상이 적의 손아귀에 잡혀있으니 임무는 실패, 지금 자신의 능력으로는 무슨 수를 써도 그로웰을 제압했을 적에게서 보호 대상을 탈취할 수 없었다. 임무 목표에 목숨을 버려서라도 지키라는 조건은 어디에도 없었으니 우선순위는 임무 달성에서 살아남아 보고로 바뀌었다. 그가 결정을 내렸을 때, 수도사가 지나가는 듯한 투로 일러주었다.


" 참, 당신들의 상관은 무사하니 잊어버리지 말고 잘 챙겨주십시오. 목숨에 지장은 없을 것입니다. "


' 죽일 생각은 없다는건가? '


보내주겠다는 듯한 투에 목숨을 걸고 도주극을 벌일 작정이었던 닐의 손아귀에 힘이 약간 빠졌다.


" 유용한 정보 고오맙습니다. "


비꼬는 투로 대꾸한 닐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주했다. 잡혀있던 필리언 입장에서는 기가차서 말이 안나올 지경이었다. 분명히 보호하라고 명령 받았을텐데 저렇게 쉽게 포기하다니!


" 판단도 빠르고 결단에 주저함이 없는 훌륭한 인재들이군요. 성국의 미래가 기대됩니다. "


수도사는 닐을 쫒지 않았다. 목적을 달성했으니 따라갈 이유가 없었다. 그는 살가운 미소를 지으며 필리언의 목을 놓아주었다. 그리고 옷매무새를 만져주는 것이었다.


" 생각해보니 아까는 너무 무례했습니다. 비록 결과적으로 불건전한 연구가 되었다곤 하나, 필리언 씨는 순수한 마음으로 연구를 시작하셨을 텐데 말입니다. "


분위기가 누그러졌지만 필리언의 표정은 전혀 밝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엔 미소지으며 그를 죽이려고 주먹을 뻗었던 이 사내의 모습이 똑똑히 박혀 있었다. 몸이 주체할 수 없이 떨리고 이가 딱딱 부딛쳤다.


" 마지막 모습 정도는 편안하게 보내드리겠습니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시길... "


뿌드득!


수도사가 필리언의 어께를 잡는 순간, 필리언의 몸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더니 공포에 떨던 그의 눈이 스르르 감겼다. 그리고 두번다시 깨어나는 일은 없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평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2 평범? (82) +3 10.11.17 556 8 12쪽
» 평범? (81) +1 10.11.15 513 7 12쪽
80 평범? (80) 10.11.12 536 5 18쪽
79 평범? (79) 10.11.12 560 7 9쪽
78 평범? (78) +1 10.11.10 558 7 17쪽
77 평범? (77) +1 10.11.08 582 8 13쪽
76 평범 (76) 비, 기다림, 첫사랑 (에필로그) +2 10.11.07 599 9 8쪽
75 평범 (75) +1 10.11.07 551 8 10쪽
74 평범 (74) 10.11.04 593 8 11쪽
73 평범 (73) 비, 기다림, 첫사랑 (세번째 날) +1 10.11.02 593 6 12쪽
72 평범 (72) 비, 기다림, 첫사랑 (두번째 날) +4 10.10.14 756 8 46쪽
71 평범 (71) 비. 기다림. 첫사랑 (첫번째 날) +3 10.09.16 880 9 53쪽
70 평범 (70) +7 10.09.12 760 10 35쪽
69 평범 (69) +3 10.09.06 710 14 13쪽
68 평범 (68) +2 10.09.06 717 7 8쪽
67 평범 (67) +4 10.09.05 706 10 14쪽
66 평범 (66) +1 10.09.05 731 8 17쪽
65 평범 (65) +3 10.09.03 782 10 13쪽
64 평범 (64) +7 10.09.02 803 10 16쪽
63 평범 (63) +8 10.08.31 819 8 12쪽
62 평범 (62) +2 10.08.30 755 8 13쪽
61 평범 (61) +4 10.08.30 791 8 14쪽
60 평범 (60) - 또 번외 +4 10.08.30 792 6 22쪽
59 평범 (59) +1 10.08.29 812 11 13쪽
58 평범 (58) +4 10.08.27 780 9 18쪽
57 평범 (57) +1 10.08.26 829 8 12쪽
56 평범 (56) +2 10.08.25 911 8 11쪽
55 평범 (55) +4 10.08.23 891 8 18쪽
54 평범 (54) +4 10.08.22 904 9 7쪽
53 평범 (53) +2 10.08.21 891 8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