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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평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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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1.01.16 11:18
최근연재일 :
2011.01.1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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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16,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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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05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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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 (67)

DUMMY

눈물과 마나와 신성력의 조합으로 학생들은 어떻게든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지구에서 이따위 미친 짓을 했다면 진작에 사망했겠지만 몸의 세포 하나하나까지 살고싶다는 의지를 표명함에 따라 대량의 마나가 몰려들고, 죽음이 가까웠다는 생각에 신에게 끊임없이 기도를 하다보니 신성력이 감돌며 그들의 숨을 이어주고 있었다.


" 말할 수 있겠나? "


" 어, 어떻게든... "


카일이 50년은 늙은 목소리로 힘겹게 대답했다. 그로웰은 그것만으로도 만족이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본론을 풀어놓았다.


" 자, 너희들이 열심히 달려줬기에 시간이 좀 남는다. 해서, 본 교관은 너희들에게 특별 과제를 주겠다. 다소 위험한 일이니만큼 선택권 정도는 주마. 이 산에 있는 소규모 산체를 정리하는 일이다. 할테냐? 말테냐? "


카일 캘투안은 그의 피부를 쩌릿쩌릿하게 만드는, 설마 거절이라도 한다면 죽여버리겠다는 기세로 그득한 살기는 기분탓이라고 믿고 싶었다.




젊음이란게 좋긴 좋은가보다. 사경을 해매 몇일은 요양해야 할 기세였던 학생들은 반나절 낑낑대더니 어떻게든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해는 이미 진작 떨어졌고 달이 조명을 담당해 밝지는 않지만 은은한 빛으로 세상을 비춰주고 있었다.


" 알았나? 혼자 떨어져다니지 마라. 그리고 기술을 아끼다 죽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도록. "


" 알겠습니다! "


두 소년은 힘차게 대답했지만 베티는 머뭇거리며 대답을 꺼렸다. 분위기상 끼기는 했는데 본디 여차하면 피를 봐야하는 반 전투 조직 광휘의 눈과 달리 사제 지망인 그녀는 전투에 직접 참여한다는 생각은 꿈에서도 해본적이 없었다.


" 왜그러나 알스테인 학생? 싫다면 먼저 산을 내려가도 좋다. "


" 아, 아니에요. "


다른 누가 같이 내려가준다면 얼씨구나 하고 가겠지만 혼자 산을 내려가봤자 막막할 뿐이다. 더군다나 밤중에... 그녀는 울며 겨자먹기로 따라가며 험한 일을 당하지 않기를 신께 기도했다.


그들은 바닥을 샅샅히 뒤지며 발걸음을 옮겼다. 감사원이자 조사원인 광휘의 눈의 특성상 직접 추적에 나서는 일이 잦았다. 어설픈 산적 놈들이 아무리 잘나봤자 전문적인 추적술을 배운 그들을 따돌리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 찾았습니다. "


카일이 신입 중 두각을 보이는 인재답게 가장 먼저 흔적을 찾았다. 많은 사람이 동시에 움직인 듯, 부자연스럽게 부서진 나뭇잎과 함몰된 흙이 있었다. 닐이 그것을 보고 아는 척을 했다.


" 대충 여섯 명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


그로웰은 그가 놓친 산적의 수를 상기하며 닐의 견해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지럽게 흩어졌던 흔적은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었는데 뒤에서 합류했는지 모두 합쳐져 더 큰 흔적을 만들었다. 아무리 신입이라지만 명색이 조사원이 이만한 힌트가 있는데 추적 못하면 등신이다.


그들은 캄캄한 어둠에도 개의치 않고 흔적을 쫒아 산체를 찾아냈다. 건물의 수를 봐서 산적의 수는 대충 40~50명 정도로 짐작되었다. 예상이 맞다면 상당한 규모였지만 그로웰의 입가엔 미소가 그려졌다. 지금이라면 기습이 먹힐테니 이 정도면 해볼만하다.


마음을 굳힌 그로웰은 베티에게 눈짓하며 말했다.


" 축복을 걸고 여기서 기다려라. "


그로서도 사제가 될 베티에게 험한 꼴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에 나름대로 배려해준 것이다. 베티는 살았다는 듯한 표정으로 기도를 시작했다.


" ... 신이시여, 저희를 지켜주소서. "


마지막 구절이 낭독되자 그들의 주변에 무언가 생긴 듯한 감각이 느껴졌다. 그것을 확인하자 그로웰은 지시를 내렸다.


" 너희들은 흩어져서 자는 놈들을 정리하고 놈들이 대항하기 시작하면 나와서 합류해라. 난 대가리를 따겠다. "


학생들의 고개가 끄덕여지고 세 남자들은 소리없이 산체로 숨어들어갔다.




히품을 참으며 경계를 서고 있는 사내는 먹을게 없어 산적이 된 농민이었다. 항상 영주의 수탈에 시달리며 흉년마다 겪던 지긋지긋한 굶주림에 비하면 지금 생활은 남을 해치긴 하지만 훨씬 좋았다.그는 산적이 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지금처럼 밤중에 경계를 서는 것만 빼면. 이런 밤중에 대체 누가 외딴 산체까지 온다고 경계를 세우는건지 알 수가 없었다.


" 읍!? "


그때, 그의 입이 거친 사내의 손바닥으로 틀어막혔다. 동시에 등 뒤에서 찌른 칼날이 사내의 심장을 뚫고 튀어나왔다. 그의 곁에서 같이 경계를 서던 동료도 거의 동시에 같은 흉수에게 똑같은 운명을 맞았다.


소리없이 숨어든 침입자들은 각자 눈빛을 주고받더니 산체 곧곧의 건물에 불을 놓기 시작했다. 경계를 서던 놈들이 시야 확보를 위해 근처에 횃불을 준비해놓고 있었기에 불을 놓는건 쉬웠다. 온통 나무로 지어진 건물들이니 횃불을 같다 던지면 그만이다.


" 부, 불이야!! "


잠을 얕게자는 놈들이 매케한 연기를 들이마시고 상황을 파악하고 소리쳤다. 그들은 더 늦기전에 문을 향해 달려나갔다. 문이 열리고 튀어나온 첫번째 산적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목이 달아났다.


성국의 조사원, 카일 캘투안이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닐은 카일처럼 무식한 방법은 택하지 않았다. 그는 조금이라도 빨리 많은 건물에 불을 지르고 입구를 막았다. 입구를 막을만한 것들은 그리 많지않았지만 잠깐만 시간을 벌어줘도 좋았다. 자다가 변을 당하는 놈이 한놈이라도 많으면 많을수록 그들에겐 이익이다.


그러는 사이 그로웰은 가장 화려하게 지은 건물 안으로 잠입해들어갔다. 두 학생이 화려하게 저질러준 덕분에 산체 구석에 자리잡은 이 건물의 주민들은 이미 잠에서 깨어나 있었다.


" 크악!! "


" 치, 침입자다!!! "


그러나 조직을 갖추지 못한 산적 따윈 그로웰에겐 한끼 간식거리만도 못하다. 그는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베어버리며 앞으로, 앞으로 전진했다. 건물의 중심을 가로질러 커다란 방문을 걷어차며 돌입하자 여자 둘을 끼고 이제 막 맛을 보려던 참이었는지 옷을 반쯤 벗고있는 산적이 눈에 띄었다.


" 누, 누구... 컥! "


말이 뭐 필요한가. 그로웰은 놈의 목을 꿰뚫고 여자들에게 도망치라고 건성으로 말해준 뒤 건물 내부를 샅샅히 뒤졌다. 딱히 돈이 될만한 유쾌한 발견은 없었지만 지하에 잡아온 사람을 가둬둔 감옥이 있었다. 산적 주제에 지하실이라니 제법이라고 생각하며 그는 어설픈 나무 창살을 그대로 갈랐다.


" 고, 고맙습니다. "


안에 갖혀있던 사람들은 모두 열둘. 노예상에 팔아먹을 작정이었는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영양 상태가 별로 좋지않아보였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도망치라고 알려준 뒤 혹시나 다른 감옥이 더 있나 살펴보았다. 안에는 더욱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는데 거기엔 생각 외로 두 개의 감옥이 더 있었다.


지하 2층의 감옥에는 흉흉해보이는 인상의 사내 셋이 들어있는 감옥과 여자 다섯이 들어있는 감옥이 있었다. 그로웰은 여자들을 구출하고 사내들은 무시했다. 그러자 사내들이 창살을 붙잡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 저희들도 풀어주십시오! 산적들에게... 컥! "


그냥 지나치려던 그로웰은 나무를 부수고 사내 셋을 친절히 죽여버린 뒤 밖으로 나왔다. 생긴걸로 보나 뭘로보나 산적들 사이에서 죄를 짓고 갇혀있는 놈들로밖엔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통때라면 억울한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이야기를 들어보며 찬찬히 생각해봤겠지만 지금은 비상사태다. 구해준 사람들더러 도망치라고만 해놓고 인솔하지 않는 것은 자기 몸 하나도 챙기기 힘든 비상시였기 때문이다. 그로웰은 이런 상황에 뒷통수를 칠지도 모르는 불안요소를 살려둘 만큼 어설프진 않았다.



한편, 밖에서는 기습의 이점이 사라진 두 학생들이 뭉쳤다. 그들을 둘러싼 산적의 숫자는 물경 서른명에 달했다. 일당 십오. 말이 쉽지 15대 1을 이기면 동내에선 전설의 파이터 대접을 받는다. 게다가 그 15명이 사람을 죽이는데 망설임이 없는 무장 산적들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두 소년의 이마에도 땀방울이 맺혔다.


" 흐리야아아아압!!! "


산적들은 한명씩 나서는 영화의 매너를 잊고 한꺼번에 그들을 덮쳤다. 마치 사람의 파도가 두 소년을 집어삼킬 듯 보였다. 그러자 카일과 닐은 오히려 그들을 향해 떨어지는 무기들을 향해 한발을 내딛었다. 그들은 순식간에 난도질당할 듯 위태로워 보였다.


챙!


" 어억!! "


그러나 놀랍게도 산적들의 무기는 보이지 않는 막에 막혀 전진하지 못했다. 오히려 카일과 닐은 그 틈을 타 각기 세사람의 산적을 쏜살같은 손놀림으로 처리했다. 목을 찌르고 돌아서 좌측의 옆구리를 찌르고 뒷차기로 우측의 산적의 턱을 후려친 뒤 그 틈에 검을 꺼내고 다시 심장 찌르기. 둘은 예술같은 몸놀림으로 각기 셋을 처리한 뒤 달려나가며 정면의 산적을 걷어찼다. 발차기에 적중된 산적들이 밀려나는 사이 들어난 짧은 틈으로 둘은 잽싸게 포위망을 빠져나갔다. 아니, 빠져나간 듯 보였다.


" 어딜! "


카일은 무사히 포위를 빠져나갔지만 닐은 잽싼 산적의 손에 뒷덜미가 잡혔다. 동시에 무시무시한 기세로 도끼가 날아들었다. 닐은 혀를 차며 고개를 숙여 도끼를 피하고 그의 뒷덜미를 잡고 있는 손을 칼로 후려쳤다. 깔끔하게 팔이 절단되며 손이 떨어져나갔다. 그러나 그러는 사이 이미 양방향에서 막지못할 공격이 날아들고 있었다. 목으로 파고드는 단검! 옆구리를 노리고 날아드는 참격! 두 쪽모두 닐이 막기에는 너무 늦었다. 팔을 날려버린 검이 회수되기도 전에 그의 몸에 구멍이 숭숭 뚫릴 것이다.


닐은 순간적인 판단으로 검을 버리고 그자리에 주저앉아 목을 노리는 단검을 피했다. 그러나 단검은 즉시 아래로 궤도를 수정했고 옆구리를 노리던 칼날은 그대로 목을 노리는 참격으로 변했다. 절체절명의 순간, 카일의 칼날이 단검의 든 산적의 머리를 꿰뚫고 동시에 그의 오른발이 닐의 목을 노리던 산적의 면상에 틀어박혔다.


" 땡큐! "


" 말할 시간이 움직여! "


그렇게 말하는 카일의 표정은 좋지못했다. 닐의 자리에선 보이지 않았지만 카일의 등은 무리하게 난입해들어오느라고 사선으로 갈라진 상태였다. 깊지는 않았지만 살거죽이 베이고 피가 등을 흥건히 적셨다. 그들은 다시 포위를 벗어나 대치하는 모양새가 되었지만 적들은 다시금 포위를 시도했다. 많이 처리했다고 생각했지만 산적의 숫자는 아직도 많았고 성법의 가호는 다했다. 이렇게 가다간 언젠가 죽는다는건 너무나도 명백했다.


상황을 돌아보던 카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 의도를 알아첸 닐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


" 할거야? "


" 노땅 말 못들었냐? 기술 아끼다 뒈지지 말래잖아. "


" 그거 쓰느니 차라리 죽는게 낫지않아? "


" 그럼 넌 쓰지말고 뒈지시던가. "


그들은 한가하게 대화를 나누었지만 포위망은 서서히 펼쳐지고 있었다. 뒷걸음을 치며 정면의 적과 대치하는 사이 측면과 후면으로 적들이 슬금슬금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한번 정도는 더 빠져나올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다음엔 틀림없이 죽는다. 그러나 둘의 표정엔 미소가 어려있었다.


" 간다. "


" 좋아. 준비됐어. "


둘은 격전의 순간 눈을 감았다. 그 틈을 노리고 사방에서 적이 몰려온다. 그러나 찰나의 순간, 감겼던 눈이 번쩍 떠지며 뇌전이 사방을 휩쓸었다.


파지지지직!!!


두 소년은 마치 번개의 정령이라도 된 듯 전신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젊은 혈기로 가득했던 눈동자는 어느새 공허함이 비쳐보였고 여유로운 태도는 강자의 여유를 연상시켜 산적들에게 불안감을 주기 충분했다.


빠지지직!!


그들의 불안감에 확신을 더해주는 소리가 산적들을 휩쓸었다. 두 소년은 정말 번개같은 스피드로 산적들 사이를 유린했다. 등이 보여 도끼를 휘둘렀다 싶으면 어느새 등 뒤에 스파크가 일더니 짜릿짜릿한 느낌과 함께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새카맣게 타버린 몸이 움직이면 그게 더 이상할 것이다. 그들이 두르고 있는 강력한 번개는 스치기만 해도 사람을 숯검댕이로 만들어버렸다. 산적은 사람을 상대로는 기세등등할지 몰라도 이런 괴물을 상대로까지 용감하진 않다. 순식간에 머릿수가 줄어들자 산적들은 도주를 시도했다.


" 씨벌, 이건 미친짓이야! 난 여기서 나가겠어! "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강렬한 번개의 흐름에 묻혀버렸다.


고작 1분.


그 짧은 시간이 지나자 두 소년의 곁에 서 있는 적은 없었다. 어느새 평범한 소년들로 돌아온 그들은 미소지은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며 곧이어 닥쳐올 무시무시한 고통을 상기하며 인상을 찌뿌렸다.


" 우리, 살아서 내일 해를 볼 수 있을까? "


" 글쌔다... "


그들의 한가한 대화는 곧이어 몰려온 격통의 파도에 휩쓸려 사라졌다. 남은 것은 고통에 꿈틀대는 시체 예비생 둘 뿐이었다. 이것으로 산체는 끝장났다. 어느새 학생들의 곁으로 돌아온 그로웰은 미소를 지었다.


" 수고했다. 다들 최고학점을 주마. "


그의 말과 동시에 격전은 끝이나고 풀려난 사람들이 눈치를 보며 그로웰의 곁으로 하나 둘 몰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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