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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라 님의 서재입니다.

드래곤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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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rch
작품등록일 :
2016.07.25 00:00
최근연재일 :
2016.12.23 19:08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18,581
추천수 :
285
글자수 :
268,223

작성
16.07.28 00:00
조회
445
추천
8
글자
9쪽

#1 트레인이 생선을 싫어하게 된 이야기 (1)

DUMMY

아이들을 모두 집으로 돌려보내고, 간신히 퇴근한 신시아는 가벼운 츄리닝으로 옷을 갈아입고 TV를 켰다.


채널을 돌려 고른 것은 뉴스다. 훌륭한 수업을 하기 위해서, 학부모와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세상이 흘러가는 것을 파악하는 것은 중요한 업무의 일환이었다.


-외벽이 파괴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담당 당국은...


“흉흉하네..”


뉴스앵커의 목소리를 들으며 신시아는 냉장고의 문을 열었다. 빈공간이 음식보다 많은 휑한 냉장고 안에서 맥주캔을 꺼내 들었다.


무려 이주일이 넘도록 아이들과 중앙정부로의 현장 실습을 다녀왔더니 힘들어 죽을 것 같았다.


일주일이나 걸려 가서는 하루 구경하고 일주일간 돌아오는 여정. 일 년에 한 번씩 매년 하는 일이지만 정말이지 쓸데없이 길다. 오가는데만 2주일이 걸리는데 관람은 하루밖에 안된다니 이게 무슨 낭비란 말인가?! 아이들이야 여행이다 하며 신나하지만, 인솔자로서는 아주 죽을 맛이다. 일주일만 더 했다면 틀림없이 신경쇠약에 걸렸을 것이다.


그도 그럴게 40명이나 되는 아이를 나 혼자 2주일 하고 하루를 인솔하는 거라고?! 물론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이 위로는 되지만 그것만으로 버티기엔 참으로 힘들단 말야..


그녀는 맥주캔을 들고 소파에 털푸덕 앉아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크--으으으-- 이거라도 없으면 정말..”


얼마만의 행복인지.


-띵동.


“?”


행복의 여운을 느끼고 있을 때 들려온 벨소리. 신시아는 눈살을 찌푸렸다.


누구지? 이 시간에 올 사람은 없는데.


인터폰을 들고 화면을 보니 오늘 돈을 빌려간 브리더씨가 보였다. 트레인 이라고 했었지.


인터폰의 버튼을 누르자 철컥 하고 장금장치가 풀리고 문이 열린다.


“내일 갚으셔도 되는데, 이 시간에., 엣?!”


신시아가 트레인이 안고 있는 소녀를 보고 깜짝 놀란다.


트레인은 어색하게 웃었다.


“아하하.. 그게 아니라, 죄송하지만 돈을 조금만 더 빌릴 수 있을까요?”


“네?”


이제보니 트레인의 뒤에는 덩치가 큰 남성이 기다리고 있었다.


“마차를 타고 왔는데 돈이 모자라서...”





신시아가 마차값을 계산하는 사이 트레인은 슬그머니 신시아의 집으로 들어가 소파에 드래곤을 눕혔다.


“무슨 일이죠..?”


“저기 죄송하지만, 돈을 조금만 더 빌릴 수 있을까요. 저 아이를 치료할 물건을 사 와야 할 것 같아서요.”


트레인이 고개를 90도에 가깝게 숙이고 부탁했다. 목소리에도, 행동에도 간절함을 느껴졌다.


끙.. 하고 잠깐 고민하던 신시아는 소파에 뉘인 소녀를 보고는 마음을 굳혔다.


“카드에요. 마음껏 쓰고 가져오세요.”


돈의 지불만을 담당하는 단말을 건네받은 트레인은 연신 감사의 인사를 하며 밖으로 달려 나갔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네.”


신시아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소파에 뉘인 소녀를 바라보았다. 9~10세 정도의 소녀였다. 잠들었다기 보다는 죽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는 소녀의 얼굴에는 눈물 자국이 가득했고 투명한 은발은 엉망진창으로 헝클어지고 떡져있었다. 양팔을 뒤로 묶는 타입의 구속복은 구속구가 부서져 풀려 있었지만 원래는 어떤 모습으로 소녀를 구속하고 있었을지 예상하는 것은 쉬웠다.


신시아는 소녀를 안아 들었다. 땀 냄새와 지린내가 났지만 신시아는 신경 쓰지 않았다. 방의 침대로 소녀를 옮기고 이미 찢어진 구속 복을 벗겨냈다.


하얀 피부에는 여기저기 긁힌 상처가 보였다. 광범위하게 쓸려서 생긴 것 같은 상처는 딱지가 너덜너덜하게 내려앉아 있었다.


학대라도 당한 것일까. 신시이가 수건과 따듯한 물을 담은 대야를 가져왔을 때 트레인이 돌아왔다.


드래곤이 소파에 없는 것에 잠시 당황했던 트레인이지만 이내 방에서의 인기척을 느끼고 달려 들어왔다.


침대위에 뉘인 드래곤의 몸을 본 트레인의 눈이 크게 뜨였다. 여기저기 쓸린 것처럼 생긴 상처들에 시선이 고정되었다.


“젠장..!”


달려들 듯 침대로 달려가 드래곤의 눈꺼풀을 열어보니 눈물은 거의 없고 공허한 눈동자가 보였다. 탈진이다.


땀을 흘렸던 흔적이 한가득이지만 몸이 말라 있었기에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심각한 상태였다.


드래곤은 본능적으로 어마어마한 양의 마력으로 자신의 몸을 보호한다. 그렇기 때문에 갓난아기라도 드래곤은 상처가 금방금방 회복될뿐더러, 상처도 잘 나질 않는다.


그런데 이 드래곤의 몸의 상처는 낫질 않았다. 너덜너덜하게 딱지가 졌다는건 이미 이 드래곤의 생명이 꺼져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트레인은 침대옆 옷걸이에 링갤을 걸고 바늘을 드래곤의 왼팔에 꽂았다.


천천히 영양액이 주입되는 것을 확인하고 익스큐터가 들어있는 상자를 얼어 원통형 약품을 드래곤의 허벅지에 꽂았다.


푸식! 하는 소리와 함께 악품이 주입되자, 거의 끊어질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들리던 숨소리가 안정을 찾았다.


후.. 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는 트레인을 신시아가 흘겨봤다.


급한 마음이 앞섰던 트레인이 밀치다시피 신시아를 밀어내고 앉았던 것이다.


“비켜주실래요?”


“아, 미안합니다.”


트레인이 뒤로 비키자 신시아는 수건을 적셔 드래곤의 몸을 닦아주기 시작했다.


“제가 하겠습니다.”


트레인이 수건을 받으려 하자 신시아가 가볍게 트레인의 손을 쳐서 거부했다.


“아무리 아이라도 여자아이들은 섬세하거든요? 제가 할 테니까.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이나 해 주세요. 납치된 아이를 구조하신건가요?”


“비슷... 한거죠.”


납치는 아니었지만 구조와 다를게 없다고 트레인은 생각했다. 그때 원정선을 놓쳤거나, 하다못해 내일 낮에 찾으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더라면 이 드래곤은 죽었을지도 모른다.


“부잣집 아이라거나 뭐 그런건가요?”


“네? 아... 뭐...”


트레인은 대답을 얼버무렸다. 교도소에서의 일을 보고 나니 차마 ‘그 아이는 드래곤이에요.’ 말하기가 두려워진 것이다.


저 사람 좋은 선생마저 드래곤이라며 두려워하고 해코지 하려고 한다면, 인간불신이 걸릴 것만 같았다.


“드래곤.. 이군요.”


“네, 네? 에, 아, 그게..”


“거짓말 되게 못하시네요.”


신시아는 풋 하고 웃었다.


“원래 브리더는 중앙정부 밖에선 담당 드래곤이랑 반드시 같이 다니잖아요. 혼자 다니셔서 이상하다 싶었는데, 드래곤을 납치당하거나 했던 건가요?”


트레인의 걱정과 달리 신시아는 공포에 떤다거나 기겁해서 도망간다거나 집에서 쫓아낸다거나 하지 않았다. 그저 정성스럽게 드래곤의 몸을 닦아 주었다.


“비슷합니다. 저는 이번에 막 브리더로 취임했거든요. 이 아이는 이번에 새로 중앙정부에서 발견한 드래곤인데, 이 도시에 맡겨져 있다고 해서 데리러 온 겁니다.”


안심했기 때문일까, 왠지 모를 피곤이 몰려왔다. 트레인은 침대에서 뒤로 물러나 벽에 몸을 기댔다.


“솔직히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아무리 드래곤이 무섭다지만, 이런 어린애인데... 이렇게 심하게 대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신시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말없이 드래곤의 몸을 닦아주었을 뿐이다. 물론, 트레인도 대답을 원하고 한 말은 아니었다. 오히려 속으론 내가 왜 이렇게 떠들고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포기할 생각은 없지만요..”


트레인에겐 두 가지 목표가 있었다, 하나는 브리더가 되기로 결심하면서 세운 목표, 또 하나는 브리더가 되면서 세운 목표.


그중 두 번째 목표가 스키아 같은 드래곤들이 브리더의 소유물이 아닌 인격체 취급을 받는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하는 것 이었다.


그러나 오늘 교도소에서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나니, 나의 목표는 불가능한게 아니었을까? 나는 가능하지도 않고 실현조차 할 수 없는 불가능한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게 아닐까? 모든 사람이 저렇다면.. 아니, 범죄자를 다루는 것이 직업인 교도관이 저렇게 겁먹을 정도라면, 일반인은 더 하지 않을까? 최소한 내 세대에서는 해낼 수 없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절망에 빠질 뻔했다. 말을 해도 듣지 못할 정도로 공포에 빠진 모습을 어떻게 바꾼단 말인가? 어떻게 드래곤을 몬스터가 아닌 인격체로 인식시킨단 말인가?


이러한 부정적인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꼬리의 꼬리를 물고 떠올랐다.


그나마 신시아를 만난 것이 다행이었다. 신시아가 저렇게 드래곤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정성스럽게 대해주는 것을 보고나니 답답했던 마음과 긴장이 풀렸다.


그렇다, 세상 모두가 드래곤을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굳이 내가 설득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올바르게 행동하고, 사람을 구하는 드래곤들의 이야기가 퍼질 때마다 드래곤을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사람들을 설득해 줄 것이다.


벽에 기댄 채로 트레인 천천히 눈을 감았다. 슥슥하고 드래곤의 몸을 닦아주는 소리와 가끔 들리는 수건을 짜는 소리가 너무도 아름다운 소리로 들렸다.


정식 브리더로 임명되고 첫날이라 긴장했던 것일까, 눈이 따끔따끔하게 느껴지고, 몸이 물을 먹은 것처럼 무거웠다.


하지만 잠들어서는 안 된다. 나에게는 드래곤을 지켜봐야 할 의무가 있으니까.


작가의말

재미있게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평가나 질문 달아주시면 최대한 대답해드리겠습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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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 트레인이 생선을 싫어하게 된 이야기 (11) +2 16.08.12 606 8 12쪽
13 #1 트레인이 생선을 싫어하게 된 이야기 (10) +3 16.08.11 539 8 9쪽
12 #1 트레인이 생선을 싫어하게 된 이야기 (9) +1 16.08.10 448 7 10쪽
11 #1 트레인이 생선을 싫어하게 된 이야기 (8) +1 16.08.08 457 7 14쪽
10 #1 트레인이 생선을 싫어하게 된 이야기 (7) +1 16.08.06 522 5 9쪽
9 #1 트레인이 생선을 싫어하게 된 이야기 (6) +1 16.08.04 419 5 9쪽
8 #1 트레인이 생선을 싫어하게 된 이야기 (5) +1 16.08.04 478 6 9쪽
7 #1 트레인이 생선을 싫어하게 된 이야기 (4) +1 16.07.31 549 6 10쪽
6 #1 트레인이 생선을 싫어하게 된 이야기 (3) 16.07.30 573 6 12쪽
5 #1 트레인이 생선을 싫어하게 된 이야기 (2) 16.07.30 527 7 11쪽
» #1 트레인이 생선을 싫어하게 된 이야기 (1) +6 16.07.28 446 8 9쪽
3 #0 프롤로그 - 만남(3) +2 16.07.27 471 9 17쪽
2 #프롤로그 - 만남(2) +4 16.07.26 550 10 11쪽
1 #0 프롤로그 - 만남(1) +1 16.07.25 988 1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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