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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라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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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rch
작품등록일 :
2016.07.25 00:00
최근연재일 :
2016.12.23 19:08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18,591
추천수 :
285
글자수 :
268,223

작성
16.07.31 00:43
조회
549
추천
6
글자
10쪽

#1 트레인이 생선을 싫어하게 된 이야기 (4)

DUMMY

그저 맨발로 걷게 할 수 없어서 안고 가려다가 기운 내게 해 주고 싶어서 목마 해 줬던 것뿐인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신시아에게 작은 슬리퍼를 빌려 신은 블리스는 트레인의 왼 소매를 붙잡은 채로 최대한 몸을 멀리 떼어 따라오고 있었다. 마치 싫어하는 남자애와 짝지어 가세요. 라는 말을 들은 여자애 같은 모습이 트레인을 얼마나 경계하고 있는지를 드러냈다.


신시아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블리스를 간신히 때어내고 나니 이 꼴이었다. 주변에서 무슨 소리만 나면 놀라서 움츠러들지만 트레인에게는 일정거리 이상으로 절대 다가오려 하지 않고 있었다.


“다 왔다.”


트레인이 블리스를 데리고 향한 곳은 근처에 있던 대형 매장이었다. 블리스의 옷을 사 주기로 결심 한 것이다.


매장에 들어서자 주변에 사람이 많아서인지 블리스는 잔뜩 굳어버린 모습으로 주뻣쭈뻣 트레인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안아줄까?”


하지만 죽어도 트레인에게는 다가가지 않으려는 듯 트레인이 다가가면 황급히 거리를 벌린다. 또 그런 주제에 트레인이 앞으로 가면 트레인과의 거리를 유지하며 따라 붙는다.


이게 또 참 귀엽고.. 재밌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안되는걸 아는데 장난기가 생긴다.


“2층에 의류 코너가 있네.”


트레인은 천천히 발걸음 속도를 높였다. 그러자 놀란 신시아도 부지런히 짧은 다리를 놀려 따라온다. 그렇게 매장을 가로질러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도착할 쯤에는 경보 수준으로 빨라져 있어, 블리스는 거의 뛰고 있었다.


“잡았다!”


트레인을 놓치지 않으려고 바쁘게 뛰는 블리스의 앞으로 트레인이 휙 돌아섬과 동시에 안아 들었다.


“블리스 너무 그렇게 경계하지 말...”


트레인은 말을 잇지 못했다.


블리스의 왕방울만 한 눈에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더니 줄줄 흐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어, 아니. 놀라라고 그런건 아닌데. 미안.”


놀랐는지 딱딱하게 굳은데다가 트레인을 쫓아 달리느라 숨이 찼는지 호흡도 거칠다. 거기다 저 어린 얼굴에 체념을 가득히 담고 울고 있으니 죄악감이 장난 아니었다.


이거 누가 보면 내가 달려와서 붙잡은 줄 알겠는데.


“저거 신고해야 하는거 아니에요?”


“기다려봐. 저기요!”


트레인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고, 주변에서 직원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트레인이 식은땀을 흘리며 블리스를 내려놓자 블리스는 눈물을 슥슥 닦고 트레인의 소매를 붙잡았다.


“미안, 앞으로 안 놀래킬게. 올라가자?”


트레인이 에스컬레이터에 올라가자 블리스도 따라 올라섰다.


트레인에게서 여전히 거리를 두고 있지만 그래도 따르는 모습에 달려왔던 직원들도 한번 노려보더니 흩어졌다.


한명의 직원이 뒤에 따라 붙어 감시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 정도면 양호한 것이었다.

아까 블리스의 표정 정말 장난 아니었으니까. 무슨 생각을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절망과 체념이 가득한 표정은 이런 어린아이의 얼굴에서 나올 표정이 아니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주의하자, 장난은 블리스가 나를 무서워하는 것 같으니 관계를 최대한 개선하고 나서치도록 하자.


트레인은 다짐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매장 직원 한명이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감시하려면 좀 잘하지.


“저기요.”


에스컬레이터가 끝나는 지점에 다가가자 블리스의 얼굴에 호기심이라는 감정이 나타났다.

이 움직이는 계단은 저 안으로 들어가서 어디로 가는 걸까?

트레인이 감시하던 직원을 부르는 사이 블리스는 고개를 숙였다. 저 안은 어떻게 생긴 걸까?


호기심은 고양이를 죽인다고 했던가. 블리스는 몸을 낮추고 얼굴을 계단에 대다 시피해서, 에스컬레이터의 끝으로 빨려 들어가는 계단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 덕에 눈치채지 못했다. 무릎에 닿을 정도로 긴 머리카락이 두 계단 정도 앞선 계단까지 뻗어 빨려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이런 젠장!”


그것을 눈치 챈 것은 트레인이었다. 트레인의 외침에 깜짝 놀란 블리스가 일어나려 했지만-


“꺅?!”


-머리카락이 당겨져 짧은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


“제가 에스컬레이터를 멈추겠습니다!”


직원이 에스컬레이터를 달려 내려가기 시작했다. 정지 버튼이 아래에 있기 때문이었는데, 그래서는 너무 늦다. 에스컬레이터가 정지했을 때는 이미 사고가 터진 다음일 것이다!


“단말! 익스큐터와 나이프!”


트레인이 외치자 등에 메고 있던 상자에서 커다란 권총과 군용나이프 한 자루가 튀어나왔다.


“흐압!”


나이프를 왼손에 역수로 쥐고 블리스의 바로 앞 계단에 내리꽂았다. 카앙! 하는 소리와 함께 불똥이 튀기며 나이프가 꽂혔다.


이어 깜짝 놀라는 블리스에게 안심하라는 뜻으로 미소지어 보이며 오른발을 에스컬레이터의 끝에 올렸다. 간격이 좁아서 힘을 쓰기 힘들 것 같긴 하지만 여유가 없다.


“으리아---압!”


트레인의 나이프를 쥔 왼팔과 오른발에 핏줄이 솓아오름과 동시에 끼이이익! 하고 기계음이 울리며 에스컬레이터가 움찔거리며 멈추었다. 이런 빌어먹을 더럽게 쌔네!!


그러나 멈춘 것은 잠시, 덜컹! 하고 한번 흔들리더니 천천히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 어어 으아아아악!!”


엎친 데 덮친다고 했던가? 에스컬레이터가 급정지하고 흔들렸기 때문일까? 쿠당 콰당 하는 소리와 함께 직원이 굴러 내려가는 것이 보였다. 이런 빌어먹을.


트레인은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하는 상황에 봉착했다. 직원이 내려가 에스컬레이터를 멈출 때까지 버티는 게 계획이었는데, 저 친구 굴러서 아주 빠르게 내려가더니 움직이질 않는다. 에스컬레이터를 멈추기는커녕 저 친구 인생이 멈춘 게 아니길 바라야 할 판이다.


“단말! 익스큐터 분열탄!”


-분열탄 장전합니다.


트레인은 오른손에 들은 익스큐터로 에스컬레이터의 왼쪽 끝 부분을 조준했다. 온몸에 힘이 들어가 부들거리는 팔로 조준하려니 조준도 잘되질 않았다.


빗나가면 망한다. 트레인 잘 조준해라, 여태까지 훈련한 게 있잖아. 할 수 있어, 마음을 가라앉히고 천천히 조준해서... 이런 빌어먹을 마음이 가라앉을 리가 있냐! 탄이 벽을 뚫어버리면 민간인 피해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트레인이 들고 있는 익스큐터는 화약과 마력 두 가지의 힘으로 발사되는 하이브리드식 마도구로서 5~6미터 급의 덩치를 자랑하는 괴수를 상대로도 통할 수 있도록 제작되어진 권총의 범주를 벗어난 권총이었다. 한마디로 그 위력 하나는 대포의 뺨싸다구를 후려칠 정도로 강력한 물건인 것이다.


만일 조금이라도 조준이 잘못되어 벽을 뚫고 아래층으로 도탄 되었다간, 대 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는 물건이다.


인간 따위 스치기만 해도 고기조각으로 만들어버릴테니까. 실수하지 마라 트레인 꽉 잡아, 탄이 총구를 떠나기 전에 총을 놓치면 탄도가 휘어서 난리가 난다, 집중해! 트레인이 자신을 격려하고 있을 때 단말이 짧게 빛났다.


-분열탄 장전 완료.


찰칵! 하는 금속음과 함께 장전이 완료된 것을 확인하고 트레인은 방아쇠를 당겼다.


쿵! 하는 총이라기보단 대포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발사된 탄환이 에스컬레이터의 왼편을 말 그대로 분쇄해 버렸다.


“성공.. 인가..?”


에스컬레이터는 멈췄다.


엔진이 완전히 분쇄되었는지 지직 거리는 스파크를 흘리며 움직이질 않았다.


“악!”


반동으로 트레인의 손을 떠난 익스큐터가 떨어져 널브러져있던 직원을 강타하자 비명소리가 들렸다. 저 친구의 인생은 멈추지 않은 모양이다.


“후. 그나마 일단락되었네.”


트레인은 부서진 에스컬레이터를 벌려 블리스의 머리카락을 풀어냈다. 에스컬레이터에서 풀려난 블리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놀라기도 했지만 그 시선은 트레인의 오른손에서 뚝뚝 떨어지는 핏방울에 고정되어 있었다.


“이거? 별거 아냐.”


익스큐터는 한손으로 쏘라고 만들어진 권총이 아니었다. 양손으로 써야 할 무기를 한손으로 쓰니 손아귀가 터져버린 것이다.


그래도 익스큐터를 한손으로 쓰고 이정도 다친 거면 아주 운이 좋은 것이다. 어깨가 탈골되지도 않았고 팔꿈치가 부러지지도 않았고, 손도 피가 좀 날 뿐 어디 한군데 부러지진 않았으니까.


“단말 붕대.”


트레인은 익스큐터가 담겨있던 상자에서 나온 붕대를 오른손의 찢어진 부분에 동여맸다.


바닥에 피를 뚝뚝 떨어뜨리고 있으면 직원들이 곱게 보지 않을 테니까. 이미 에스컬레이터를 박살낸 시점에서 곱게 보지는 않겠지만, 그나마 덜 밉게 봐줬으면 좋겠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총성에 놀란 직원들이 달려왔다.


작동이 멈춘 에스컬레이터를 황망하게 보고 있는 직원들에게 트레인은 단말을 내밀고 다가갔다.


“저기, 죄송합니다. 저는 중앙정부 소속 브리더인 트레인이라고 하는데요. 부득이하게 에스컬레이터를 파괴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져서 어쩔 수 없이 일을 벌이게 되었습니다. 그.. 보상은 저의 중앙정부에서 처리할 테니 문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트레인은 조심스럽게 말하고 단말을 내밀었다.


“아, 예..”


당황한 직원이 단말을 내밀자 트레인은 그 단말에 자신의 단말을 댔다.


“단말, 브리더 부서 지원팀 연락처를 넘겨줘.”


-지원팀 연락처 양도하였습니다.


중앙정부 밖으로 나가자마자 사고를 쳤다고 노발대발할 부장의 얼굴이 선하게 떠올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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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 블리스가 말을 배워가는 이야기(1) +1 16.08.23 322 6 13쪽
19 #1 트레인이 생선을 싫어하게 된 이야기 (16) +1 16.08.20 325 7 15쪽
18 #1 트레인이 생선을 싫어하게 된 이야기 (15) +1 16.08.19 330 8 14쪽
17 #1 트레인이 생선을 싫어하게 된 이야기 (14) +1 16.08.18 325 8 9쪽
16 #1 트레인이 생선을 싫어하게 된 이야기 (13) +1 16.08.17 446 6 7쪽
15 #1 트레인이 생선을 싫어하게 된 이야기 (12) +1 16.08.13 420 6 8쪽
14 #1 트레인이 생선을 싫어하게 된 이야기 (11) +2 16.08.12 606 8 12쪽
13 #1 트레인이 생선을 싫어하게 된 이야기 (10) +3 16.08.11 539 8 9쪽
12 #1 트레인이 생선을 싫어하게 된 이야기 (9) +1 16.08.10 448 7 10쪽
11 #1 트레인이 생선을 싫어하게 된 이야기 (8) +1 16.08.08 458 7 14쪽
10 #1 트레인이 생선을 싫어하게 된 이야기 (7) +1 16.08.06 522 5 9쪽
9 #1 트레인이 생선을 싫어하게 된 이야기 (6) +1 16.08.04 419 5 9쪽
8 #1 트레인이 생선을 싫어하게 된 이야기 (5) +1 16.08.04 478 6 9쪽
» #1 트레인이 생선을 싫어하게 된 이야기 (4) +1 16.07.31 550 6 10쪽
6 #1 트레인이 생선을 싫어하게 된 이야기 (3) 16.07.30 573 6 12쪽
5 #1 트레인이 생선을 싫어하게 된 이야기 (2) 16.07.30 527 7 11쪽
4 #1 트레인이 생선을 싫어하게 된 이야기 (1) +6 16.07.28 447 8 9쪽
3 #0 프롤로그 - 만남(3) +2 16.07.27 471 9 17쪽
2 #프롤로그 - 만남(2) +4 16.07.26 551 10 11쪽
1 #0 프롤로그 - 만남(1) +1 16.07.25 988 1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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