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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초 향기 가득한 숲 속

향란 이야기


[향란 이야기] 믹스커피는 서글프다.

 

믹스커피.

 

아마 대한민국 성인들 중에서 믹스커피를 단 한번도 마셔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나도 가끔(?) 한 잔씩 마셔주고....

 

커피.

 

공식기록으로는 우리나라에서는 고종황제가 처음 마시기 시작했고.

손탁이라는 한국 최초의 바리스타(?)도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고종황제에게 하사받은 건물에서 한국 최초의 다방을 열었다나.....

 

아무튼, 커피가 우리 나라에 처음 들어왔을 때의 모습은 현재 원두커피라고 부르는

그런 커피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건 고기를 많이 먹는 서양인들을 위한 것.

일년에 어쩌다 고기를 구경하는 당시의 한국에서 커피란 마시면 속이 쓰린 것이었다.

하여 생각한 것이 바로 카페라테.

 

비싼 우유를 커피에 넣을 수 있었을까?

그래서 탈지분유. 일명 ‘프림’을 섞은 커피가 등장하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왜 이 믹스커피가 서글프냐고?

바로 우리나라 근대사를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근에 야근을 밥먹듯이 했던 우리나라 산업의 역군들께서는

졸린 눈을 치켜세우고 정신이 번쩍나게 하기 위해 커피를 상습복용하셨다.

그것이 바로 먹고 살기 위한 길이었으니까!

 

그리고 이때 일일이 커피, 프림, 설탕의 뚜껑을 열고 닫기 귀찮았던 누군가가

병에 이 세 가지 재료를 일정 비율로 섞고 흔들어 만든 것이 바로

섞은 커피.......즉, 믹스커피의 시작이었다는....

(이 믹스커피가 우리나라에만 있다는......)

 

 

난 믹스커피를 볼 때 마다 어두운 시대에 사셨던 분들에 대한 감사함과 함께

그분들의 삶이 서글퍼진다.

이제 살만 하니 퇴물(?)이 되어 젊은 사람들과 갈등하고 있는 그분들....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

 

현재 부작용이 조금은 있지만,

그분들이 없었으면 지금 대한민국이 이렇게까지 발전할 수 있었을까? 

 

 

화약 냄새 나는 6.25와 피 냄새 나는 유신정권을 넘어,

기름 냄새 나는 산업현장을 거치고

이제 황혼의 언덕에서 이미 중독되어 버린 커피 향기와 함께

안식을 기다리고 계시는 그분들....

 

난 믹스커피를 마실 때 마다 그분들에게 말하고 싶다.  

 

 

“감사합니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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