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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초 향기 가득한 숲 속

신비한 숲속


[신비한 숲속] 두 번째 스케치 북 : 기억에 관하여

 

나는 판타지 소설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내가 처음 접한 판타지 소설에서 나온 ‘드래곤’이란 존재는 참으로 신기한 존재였다.

찐 도마뱀 주제(?)에 상상할 수 없는 오랜 시간을 사는 존재. 마법과 브레스라는 막강한 힘을 가진 존재. 위에서 인간을 내려다보면서도 인간의 삶을 유희로 여기며 약간의 동경(?)을 하는 존재. 그리고 인간의 어리석음을 비웃어 주는 존재.

하지만 난 무엇보다 드래곤이라는 존재가 탄식하면서 말한 내용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우리 드래곤은 망각이라는 선물을 받지 못한 존재라네....”

 

과연 기억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망각이란 무엇일까? 예전부터 고민해 왔던 것이 바로 기억에 대한 것이었다. 이런 말이 있다.

 

‘만약 인간이 망각하지 못한다면 제정신을 유지 할 자가 몇이나 있겠는가?’

 

맞는 말 인 것 같다.

자신이 과거에 저질렀던 실수 그리고 괴로웠던 일 등등을 모두 기억한다면 얼마나 그 삶이 끔찍할지는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 특히 탐정물을 좋아하는데 그중 ‘탐정학원Q’라는 애니메이션이 있었다. 그 애니에 나오는 인물들 중 메구미라는 여자 중학생이 있는데 그녀의 능력은 ‘순간기억능력’이었다. 무엇이든 순간적으로 본 것은 모조리 기억하고 잊어버리지 않는 능력으로 드라마 ‘뿌리깊은나무’에서 신세경이 열연했던 궁녀 ‘소이’와 같은 능력이었다.

 

그 메구미라는 인물의 능력은 상당히 편리하기도 하지만 그녀 자신을 괴롭게 하는 양날의 칼이었다. 탐정이라면 필연적으로 보게 되는 피가 낭자하고 끔찍한 살인사건의 현장을 보고 절대 잊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또한 ‘소이’는 본의 아니게 자신이 좋아했던 똘복이의 아버지를 죽이게 되고 그 기억과 악몽 때문에 잠을 자지 않으려 발버둥친다. 한글 창제에 결정적 역할을 하지만....

 

그 장면을 보면서 생각했다.

 

‘망각은 신이 주신 선물이구나!’

 

정말 망각은 신이 주신 선물이었다. 망각이 있기에 인간들은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기록을 하고 그 기록을 바탕으로 지금의 화려한 문명을 이룰 수 있었다.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인간의 기억은 짧으나 인간의 기록은 길다.’ 라고....

 

하지만 인간들은 자신의 기억력에 대해 종종 불평을 하곤 한다. 나조차도 그렇다. 방금 전 들은 사람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고 어제 본 책의 내용이 기억나지 않을 때 ‘왜 내겐 천재적인 기억력이 없는 거야!’ 라면서 나 자신을 자책하곤 한다. 내게도 메구미 같은 기억력이 있다면 책 한번 쓱 보고 시험을 치러 만점을 맞고.....얼마나 환상적인 이야기인가!

 

하지만 난 노력을 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건 즉 나의 퇴보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물론 건망증과 같은 망각은 약간의 실수나 재앙(?)을 불러오기도 하지만 망각은 사람에게 신이 준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배운 인지주의 학습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기억은 자극이 주어지면 수 초 이내에 망각하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이 주의를 기울이거나 하면 이는 단기기억이 되는데 이를 칵테일파티 효과도 일종의 단기기억이 만들어 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들썩한 파티에서 백여 명이 동시에 말하는 데 자신이 관심 있어 하는 이야기는 들리는 현상 말이다.

 

단기기억은 작업기억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이때 청킹(Chunking)이라는 현상이 일어난다. 개별적인 정보들을 보다 의미 있는 큰 묶음으로 묶는 작업이다. 하지만 이 단기기억도 30초 이내에 사라지고 만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시현’과 ‘부호화’이다. 시현과 부호화를 통해 장기기억 즉, 일상기억과 의미기억으로 저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장기기억으로 기억되면 지각하지 않아도 실마리 하나만 툭 건드리면 그에 따른 기억들이 줄 줄줄 나오게 된다. 아마 이런 경험은 많은 사람들이 해 보았을 것이다.

 

아무튼, 사람들은 자신의 기억력을 높이기 위한 많은 방법을 시도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망각곡선’이다. 그래도 인간이 더 많은 것을 기억하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어느날 당신이 눈을 떴을 때 신이라는 자가 나타나 당신에게 말한다.

 

“내가 널 다른 세계로 차원이동 시켜주마! 그리고 너에게 전설의 검 엑스칼리버를 주겠다! 이제 너는 전설의 용사가 되는 것이다. 대신 너는 망각이라는 선물을 받지 못한다! 넌 망각이란 선물을 받는 평범한 인간이 될 테냐? 엑스칼리버를 받아 전설의 용사가 될 테냐?”

 

이렇게 묻는다면 당신은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당신은 이 질문을 쓴 필자는 뭐라고 대답할 것이냐고 물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겠다.

 

나도 잘 모르겠다......      
      

 

 

 

 2013년 1월 4일. 씀.
 


댓글 4

  • 001. Personacon 윈드윙

    13.04.03 05:55

    공감가는 부분이 많네요. 만약 망각이라는 선물이 없다면 정신력이 무지 강해야될듯 싶어요..^^

  • 002. Lv.21 향란(香蘭)

    13.04.03 20:45

    보통 멘탈로는 불가능 하겠지요^^
    전 가끔 잊고 싶은 기억이 떠올라서 괴로울 때가 많답니다.
    윈드윙님도 그런 적이 있는지....궁금하네요. ^^;;

  • 003. Personacon 윈드윙

    13.04.04 01:22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004. Lv.21 향란(香蘭)

    13.04.04 20:00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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