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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작가 님의 서재입니다.

귀환자의 1박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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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작가
작품등록일 :
2022.05.22 19:24
최근연재일 :
2022.05.28 16:00
연재수 :
7 회
조회수 :
537
추천수 :
29
글자수 :
30,274

작성
22.05.23 16:00
조회
87
추천
8
글자
10쪽

반지하에 내린 빛 (1)

DUMMY

“17년만인가요?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 건.”


포탈을 앞에 두고, 동료가 물었다.


“그 정도 됐을 걸.”


강준이 대답했다.


“그 정도 된 게 아니라 계산하면 나오지 않습니까. 그 정돈 계산하셔야죠.”

“젠장, 싫단 말야. 내가 몇 살 먹었는지 계산하는 거. 17년 동안 싸움만 했는데 벌써 39살이야. 내일 모레면 40대라고.”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강준의 얼굴은 어떻게 보더라도 40대는 아니었다.


“마왕을 물리친 용사도 나이 먹는 건 무섭나보군요.”

“아직 하고 싶은 게 있거든.”

“세계를 구한 영웅이란 지위와 수많은 보물들을 포기하면서까지 하고 싶은 게 뭡니까?”

“지구에는 재밌는 거 많아. 게임도 있고, TV도 있고.”


강준이 웃음기 어린 얼굴로 답했다.

그러나 워낙 오랜 인연이다.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쯤은 눈치챌 수 있었다.


“TV나 게임은 저도 한 번 보고 싶긴 하네요.”

“그리고 또 내 여자친구도 있고.”

“엘프나 드래곤이 아닌 이상, 이미 강준 씨 여자친구는 결혼했을 겁니다.”

“뭐, 그렇겠지. 근데 해보기 전엔 모르는 거야.”


강준이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웃었다.

한 번 정하면 그대로 나아가는 남자다.

케일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었다.


“뭐 그건 인정해야겠네요. 마왕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물리치신 분이니.”

“잘 있어라. 케일.”

“언제든지 돌아오세요. 당신은 이 세계 모두를 지키기 위해 몸을 바쳐 노력했습니다. 루나는 어쩔 수 없었어요.”


세계를 구한 용사도 지키지 못했던 것은 있었던 것이다.

강준은 이어지는 말을 듣지 않고 도망치듯 포탈로 들어갔다.


*


강준이 지구로 도착한 순간, 공무원과 헌터들은 총 비상이었다.


“나, 나왔습니다! 또 이상 반응입니다!”

“빨리 위에 연락해!”

“이번 몬스터는 반응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달라요! S급을 넘은 최악의 재해입니다! 이번에는 서울이 궤멸할지도 몰라요!”

“이, 이 정도면 핵폭탄을 써야 되는 거 아니야?”

“써서 죽일 수 있을까도 문제죠.”


모두 심각한 얼굴로 이제껏 유래 없는 최악의 피해를 예상했다.

곧이어 반응 지역에 특수부대가 투입되었다.


“아직도 괴물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가 없다고?”


대장 강나윤이 신경질을 부리며 말했다. 원래도 총알받이 신세라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한 것이었다.


“생체 반응을 보니 인간 한 명은 있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그 사람만 구하고 빠지죠.”

“그 미친 자식은 뭐 하는데 이 밤중에 위험하게 여기서 등산질이야?”


얼마 안 가 강나윤과 그 부하들은 강준을 찾았다.


“아저씨, 빨리 내려가요. 괴물 나왔으니까.”


괴물이 나왔단 말에 강준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괴물? 주변에 없는데.”


강나윤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당장 빨리 데리고 내려가야 하는데 어리버리를 타고 있으니 정말 한 대 패고 싶은 마음이었다.


“아니, 이 답답한 아저씨야. 그게 한 번 훑어본다고 보이겠어요?”

“수십 km까진 볼 수 있어.”


아무리 강력한 헌터라고 해도 그 정도 능력을 가진 사람은 지구상에 없었다.

강나윤이 황당하다는 듯이 물었다.


“무슨 몽골인이세요? 헛소리 하지 말고 내려가요. 저희 복장 보면 알잖아요. 헌터.”

“괴물 잡는 거 도와줄게. 내가.”


나윤은 못마땅한 눈으로 강준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잘 보니 꽤나 잘생긴 얼굴이었다.


“아저씨, 아니 이제 보니까 학생이었네. 헛소리 하지 말고 제가 힘으로 때려눕혀서 데려가기 전에 순순히 그냥 내려가요.”


강나윤이 그렇게 말하며 강준을 향해 다가갔다.

억지로라도 잡아서 내려 보낼 생각이었다.

강준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하지 마. 그러다 너 죽는다.”


강나윤은 느껴지는 살기에 순간 소름이 일었지만, 애써 털어내며 다가가서 팔을 잡았다.

애초에 목숨을 걸고 대장을 할 정도였으니 보통이 아닌 여자였다.

강나윤이 소리쳤다.


“도와주려고 하는데 왜 반항이야!”


그때, 상부에서 연락을 받던 부하들은 사색이 되더니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대, 대장님! 그, 그냥 와요!”

“아니, 그래도 사람 목숨은 구해야지. 금방 갈 거야.”

“그, 그 새끼가 몬스터예요! 빨리 튀어요!”

“뭐!?”


순식간에 나윤과 대원들이 산개했다.

다행히 발을 헛디디지도 않았고, 나무 같은 것에도 부딪치지 않고 전속력으로 도망칠 수 있었다.

안전해졌다는 느낌이 들자, 나윤은 식은땀을 닦으며 무선으로 연락을 취했다.


“여기는 나윤. 몬스터는 키 180 이상의 잘생긴 20대 남자입니다(?). 간신히 도망쳤는데, 죽은 놈들이 몇 명 있을 것 같습니다.”


그때, 나윤의 어깨 위에 손이 척하고 올라왔다.

창백해진 얼굴로 고개를 돌리자, 강준이었다.


“갸아악!”


그 기 센 나윤이 이성을 잃고 비명을 질렀다.


*


“이제 곧 방송 출연해서 인터뷰 하시죠?”


나윤이 음료수 하나를 손에 쥐고 쭈뼛쭈볏 강준에게 물었다.

강준은 이제야 나윤을 훑어보았다.

아까 정신이 없을 때도 예뻤지만, 지금 보니 여신이 따로 없었다.


“응. 너도 출연하고 싶어?”

“아뇨, 그런 게 아니라요. 제가 처음 만났을 때 너무 무례하게 행동한 거 같아서요. 죄송해요.”


나윤이 정중하게 고개 숙이고 음료수를 건넸다.


“괜찮아. 너도 사람 살리려고 그런 거잖아? 오히려 잘한 거지. 너무 좋은 말만 해도 사람들은 말을 안 들으니까.”

“아, 감사합니다! 17년 동안 싸움만 하셨다고 들었는데, 의외로 엄청 마음이 넓으시네요!”


강준이 피식 웃었다.


“원래 그런 남자야.”

“몸도 마음도 대단하신 분이었네요! 근데, 그 혹시 인터뷰 때, 저희들에 대해서 나쁘게 말 안 해주시면 안 될까요? 그, 징계도 징계지만 요즘은 악플이 엄청나서.”


속 좁은 남자였다면 악플 만 개 달리도록 괴롭혔겠지만, 강준은 그럴 남자는 아니었다.


“그래. 어려운 부탁도 아니니까.”

“가, 감사합니다!”


나윤이 다시 한 번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아, 그리고, 그분은 이미 결혼하셨다고 합니다.”

“그래? 알아봐줘서 고마워.”


강준이 씁쓸하게 웃었다.


*


“그럼 이제 막 지구에 돌아오셨는데, 강준 씨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뭔가요? 제가 17년 간 다른 세계에 있었으면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미모의 아나운서가 강준을 바라보며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거요?”


강준은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대답했다.


“효도요. 어릴 적부터 반지하에 살면서 고생 많이 했거든요. 어머니가 저 고생시키고, 저도 어머니 고생시키고.”


그러자 주변에서 오, 하는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오, 가장 하고 싶으신 게 효도요? 정말 저하곤 완전히 다르시네요! 저는 맛있는 거 먹고 싶다. 편하게 쉬고 싶다. 그런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스태프들은 현실 웃음을 터뜨렸다.

강준도 따라 피식 웃었다.


“저도 편하게 쉬고 싶죠. 맛있는 것도 먹고 싶고, 그런데 어머니랑 같이 먹으면 더 좋잖아요?”

“오, 강준 씨는 정말 타의 귀감이 될 법한 멋있는 분이시네요! 열심히 싸우셔서 세계까지 구하셨는데, 효도까지! 강준 씨 어머니는 강준 씨 같은 아드님을 둬서 정말 자랑스러우시겠어요.”


아드님을 둬서 자랑스럽겠다는 말에 강준은 피식 웃었다.


“못난 자식이었는데, 어쩌다 그렇게 됐네요. 그런데 걱정이네요. 이젠 일 좀 그만하고, 평범하게 조용히 살고 싶은데. 돈이 될지.”

“아, 그건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정부에서 강준 씨에게 무공 훈장을 드린다고 합니다!”

“훈장이요? 훈장 받으면 돈도 많이 주나요?”


훈장.

이세계에선 몇 번 받은 적이 있지만, 조국인 한국에서 훈장을 받는다니 강준은 갑자기 가슴이 설레었다.


‘내가 대단한 사람이 되긴 됐구나.’


사실 지금도 어안이 벙벙한 상태였다.

TV 출연에 거기다가 TV에서만 보던 미녀 아나운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전 국민이 내 얼굴을 안다고 생각하니까 좀 기분이 묘하네. 이제 나쁜 짓은 못하겠다.’


싸움을 할 때와는 다른 종류의 긴장감이 몸을 뒤덮었다.

연예인들이 방송 울렁증에 걸리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만 같았다.


“네, 많이 드려야죠! 몸 바쳐 세계를 구하신 강준 씨에게 많이 안 주면 제가 정식으로 신문고에 항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우선 강준 씨에게 드리는 혜택으로 결정된 게 공무원 시험 가산점에, 병역특례, 그리고 대학 등록금 면제. 의료비, 통신비, 가스비 100% 지원이라고 합니다.”


듣기만 해도 입이 떡 벌어지는 혜택이다.

그러나 하나하나 꼼꼼하게 따져보면 크게 쓸모가 있진 않았다.


“아, 근데 지금 제 나이가 39살이다 보니 생각보다 크게 도움이 되진 않네요. 병역특례나 공무원 시험 가산점이나, 대학 등록금 면제도 그렇구요. 또 몸이 워낙 건강하니 병원에 갈 일도 없고.”

“아, 그건 강준 씨의 자녀도 혜택을 받는 거라 아이를 낳으시면, 그것도 아드님을 낳으시면 자녀분이 굉장히 강준 씨를 존경하실 겁니다.”


자식들까지 혜택을 받는다는 말엔 강준도 솔깃했다.


“아, 그래요? 그럼 대박인데요?”

“대박이죠! 더 대박인 건 이번에 강준 씨를 위해 새로 만들어진 영웅 훈장을 받은 사람은 무려 한 달 연금이 월 오천 만원을 받게 된다고 하네요!”

“오천 만원요? 오천 원 아니죠?”


강준이 화들짝 놀라서 물었다.

아나운서도 웃으며 대답했다.


“정말 오천 만원 맞습니다! 기분이 엄청 좋으시겠어요!”


대박도 이런 대박이 없었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월 오천 만원이니 앞으론 먹고 사는 걱정 없이 편안하게 여행이나 여가를 즐기면서 살아갈 수 있었다.


“이게 복권에 당첨된 사람 기분일까요? 평생 모르고 살았는데, 이제야 알 것 같네요.”

“참고로 연금복권은 월 700만원을 지급한다고 합니다. 강준 씨는 7번 당첨된 셈이시죠. 설명하고 있는 저도 부럽네요!”


숫자로 들으니 더더욱 기가 막혔다.

연금복권 7번 당첨!

강준도 본인이 대단한 사람인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국빈 대우를 받으니 정말 왕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이어서 아나운서가 물었다.


“그럼 그 돈으로 어머님께 효도를 하는 것 외에 또 하고 싶은 건 없으신가요?”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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