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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르미의 서재입니다.

너무 강해져도 인생이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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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르미
그림/삽화
Copilot GPT
작품등록일 :
2024.01.30 17:17
최근연재일 :
2024.05.10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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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9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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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151화. 격동하는 세계

DUMMY


* * *



밤 11시.


유미르는 쎄븐 씨즈의 씨서펜트 대원들이 묵고 있는 것으로 세라가 확인해 준 호텔 상공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 12층 남쪽 면, 세 번째 창부터 여섯 개 방이에요.


‘오케이.’


동화를 펼쳐 몸을 감춘 유미르는 천천히 몸을 움직여 12층 외곽 남쪽으로 날면서 시각과 청각을 강화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강화된 시각과 청각에 들어온 낯 뜨거운 장면과 신음, 살과 살이 맞부딪히는 소리에 얼굴을 찌푸렸다.


‘이거 뭐야?’


- 저도 뜻밖이네요.


첫 번째 방, 즉 12층 남쪽 면의 세 번째 방에서는 지금 남녀 한 쌍이 열심히 2세 생산 작업을 수행 중이었다.


다른 대원들이 자리하고 있어야 할 옆 방과 그 옆 방은 비어 있었고, 다른 방에도 한창 2세 생산을 위한 열풍이 불고 있거나 불기 직전이었는데, 마지막 방에는 벌써 한 차례 휩쓸고 갔는지 알몸의 남성 한 명과 여성 두 명이 침대 위에 포개진 채로 널브러져 있었다.


‘으음. 맞게 찾은 건가?’


- 도중에 짬이 난 모양이네요. 호호호.


세라의 멋쩍은 웃음소리가 유미르의 귓전을 울렸다.


‘이거 잘못 찾은 거 아냐?’


네 개 방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중국인들로 보인 데다, 지금 그들이 벌이는 행태는 고위직 암살 임무를 받아 외국에 투입된 암살자들이 벌일 짓이라고 보기엔 확실히 무리가 있었다.


- 아뇨. 방은 확실히 맞아요.


‘으음. 어디 한 번, 들어가 보자.’


세라의 확신에 유미르는 비어 있는 방 중 하나로 순간이동해 들어갔다.


방 안에 들어온 그는 벽 쪽의 짐들과 옷장 안쪽을 살피기 시작했고, 곧 그의 시각에 옷장 안쪽에서 권총 한 정과 세 개의 탄알집 등이 들어 있는 가방 하나가 들어왔다.


조용히 옷장에 다가가 가방을 열어본 유미르는 세라의 말대로 맞게 찾아왔음을 알 수 있었다.


미국 여권과 중국 여권이 나란히 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권이 두 개?’


유미르는 겉면에 United States of America라고 금박으로 적혀 있는 남색 커버의 여권을 펼쳤다.


- 제대로 찾았네요. 방금 여권에 있는 사진의 데보라 헤이스라는 여자는 중국에 투입된 씨서펜트 대원 중 한 명이 맞아요.


‘그래? 근데 이 방 주인은 아공간은 없는 친구인가 보네.’


전장에서 일정 수준 이상 되는 이능력자라면 여권 같이 중요한 것들은 아공간에 보관하는 것이 보편적이었으니, 가방에 이것들이 들어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직 아공간을 가지지 못한 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파견된 요원들은 여성 두 명에 남성 네 명인데, 지금 방에 있는 인원수와는 맞지를 않네요.


‘그래도 남자는 네 명이야.’


- 여자는 다섯 명이나 돼요.


‘하나하나 살펴보는 수밖에.’


유미르는 감각을 확장해 네 개의 방에 있는 아홉 명의 남녀들을 상세히 살폈다.


‘처음 봤던 남녀 한 쌍은 이능력자가 맞아. 여자 쪽이 상대적으로 처지기는 하지만, 이 중국 여권의 주인이기도 하고. 그리고 다른 방 세 개에 있는 남자 셋은 전부 이능력자, 여자 넷은 전부 무능력자야.’


그렇게 말한 유미르는 세 명의 남녀가 널브러져 있는 방 안으로 순간이동했다.



테이블 위에 잔뜩 쌓인 빈 술병들에, 세 사람이 침대 위에 널브러진 모양새만 보더라도, 꽤 취한 상태에서 고된 노동까지 하고 곯아떨어진 것이 분명한 이들이 동화로 몸을 완전히 감춘 그의 기척을 알아차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확실히 남자는 영력하고 마력만 조금 높은 이능력잔데, 여자들은 평범해.’


- 매춘부들인가 봐요.


‘응. 그리고 이 남자도 그렇고, 다른 네 명의 능력자들도 끽해봐야 챔피언 리거 수준인 걸 보면 세라 네 감시를 벗어날 수 있을 만한 인공지능체나 다른 수단을 만물상에서 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 대장 제니스 맥로린은 지금 자리를 비웠나 봐요.


‘그러게.’


- 어떻게 하시겠어요? 지금 확인된 다섯 명이라도 처리하실 건가요?


‘아니, 한 시간 정도만 기다려 보고, 그때까지 대장이라는 여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그냥 돌아가자. 괜히 쓸데없는 피를 봐서 경각심만 키워줄 필요는 없지. 게다가 때가 너무 안 좋네.’


몇 시간 뒤에는 중국 잠수함이 한반도 해안에 근접해 올 것이었으니 그에 대응할 준비도 해야 했다.


또 아무리 적대 세력에 속한 이들이라고 한들, 대세에 영향도 끼치지 못할 약자들이 한창 열락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죽음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 것도 썩 내키지 않았다.


- 네, 알겠어요.



그 뒤로도 유미르는 빈방 소파에 앉아 한 시간 가까이 씨서펜트 대장 제니스 맥로린이 나타나길 기다렸다.


하지만, 그녀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이번에도 헛걸음에 가까웠다.


그래도 상대의 위치는 확실히 파악했으니 조만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유미르는 다시 로레인의 함장실로 돌아왔다.




2029년 8월 14일 화요일.


한국시간으로 정오가 조금 지났을 때, 전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대한민국이 북한과 중국을 상대로 먼저 전쟁을 선포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최근 몇 달 동안 중국과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중이고 북한의 이기동 정권이 중국의 괴뢰정권이라고는 하지만, 중국 하나만 해도 승리를 점칠 수 있을 리가 만무한 대한민국이 북한과 중국을 동시에 상대하는 전쟁을 먼저 선포한 것에 국민들마저 경악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어지는 이윤문 대통령의 말과 그의 등 뒤에 나타난 거대한 우주전함, 그리고 그 전함에서 쏟아져 나온 수천에 달하는 전투기들은, 그가 왜 그토록 당당하게 중국과 북한을 동시에 상대하는 전쟁을 벌이겠다고 했는지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애초에 갑자기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서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 수상하다 싶더니, 우주전함을 등장시킬 요량이었던 듯했다.


이번 전쟁은 새롭게 창설한 우주군을 주축으로 해서 치를 것이라고 이윤문이 선언하는 순간, 그의 등 뒤편 멀리에 나타난 거대한 물체에 내외신 기자들은 물론이고, 함께 참석했던 장관, 참모진, 각군의 사령관들, 방송으로 보고 있던 국민들에 이르기까지 놀라지 않은 이가 없었다.


그렇게 모든 국민과 전 세계를 놀래키면서 이윤문이 선전포고를 이어가는 동안, 인천 앞바다에 나타난 그 거대 우주전함에서 수천 기의 함재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또 그와 동시에 군사분계선 남쪽에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수천 기의 소형 우주선들과 거대한 인간형 병기들이 일제히 북쪽으로 진군하기 시작했다.



일제히 북쪽으로 진군하는 인간형 로봇들과 그 위에서 뒤따르는 수천의 소형 우주선들이 TV 화면으로 송출되는 순간, 대한민국 국민 거의 전부가 경악과 환호가 섞인 고함을 내질렀다.


기존 국군은 군사분계선 이북에 확보한 점령지를 안정화하는 데에만 투입할 것이고 전쟁은 오로지 새로 창설한 우주군만으로 수행하겠다는 이윤문의 말이 이어졌다.


내 아들딸들이 전쟁터에서 피를 흘리지 않아도 되는, 승리가 확실시되는 전쟁이라는 그의 격정 어린 말에 온 국민이 흥분했다.



한국의 선제 선전포고가 전 세계로 방송되는 동안 주중한국대사는 중국 측에 정식 선전포고문을 전달했고, 전 세계 언론은 한국의 대 중국 선전포고를 최우선으로 방송하기 시작했다.


2차 대격변을 앞두고 글로벌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는 두 국가 간의 전쟁이 전 세계에 미칠 여파는 절대 작지 않을 것이었으니, 전 세계의 이목이 동북아시아로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거기에 한국이 선보인 우주군 전력이 절대 범상치 않은 것이, 이 선전포고 이후 전쟁의 양상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에 대해 군사와 경제 전문가들은 물론이거니와 일반인들의 이목까지 동북아시아에 쏠리게끔 했다.


그동안 우주개발을 한답시고 떠벌인 나라가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가용한 우주군 전력을 선보인 국가는 한국이 처음이었다.


우주전함은 물론이고, 우주선에, 거대 인간형 로봇까지 동원된 전쟁이었다.


스타워즈와 듄, 재패니메이션 덕후들은 물론, 어려서 우주선과 로봇 장난감을 한 번이라도 가지고 놀아봤던 사람들은 한반도에서 벌어진 전쟁에서 눈을 떼지 못했고, 전 세계의 인터넷은 그야말로 폭증하는 트래픽으로 몸살을 앓아야 했다.



상상하지도 못했던 선전포고를 먼저 얻어맞은 중국은 왕여 외교부장을 통해 즉각적인 응전을 선언하면서 소국이 주제를 모르고 나댄다고 비웃었으며, 북한은 조선중앙텔레비죤을 통해 주제를 모르고 날뛰는 남조선 괴뢰도당에 핵 역량을 총동원해서라도 피의 불벼락을 내리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은 야심한 시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즉각 맥스웰 그리더스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열어 동북아시아에서 전쟁이 벌어지는 것에 우려를 표하는 성명을 내고, 언제든 중재자로 나설 수 있음을 밝혔다.


그리고 여태 한국과 중국의 관계 악화를 조용히 지켜보며 내심 웃고 있던 일본은 동북아에 새로운 전쟁의 소용돌이가 이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는 중도적인 입장을 표했다.


한반도가 중국의 손에 넘어가더라도, 미국과 철저한 안보동맹 관계인 일본까지 노리지는 못할 것이라는 계산이 선 데 더해, 괜히 한국의 선전을 응원했다가 가뜩이나 좋지 않은 중국과의 관계가 더 악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담긴 포석이었다.


EU는 대중국 무역 의존도가 높은 독일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었는지, 2차 대격변을 앞둔 상황에서 큰 인명 피해 없이 전쟁이 조기에 종결되기를 희망한다는 식의 논평을 내놓았다.


이 전쟁으로 글로벌 경제에 큰 악영향이 없기를 바란다고 덧붙인 말에는 그들의 속내가 가득 담겨 있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이러한 모습들의 이면에서 세계 각국의 모든 정보기관과 군사령부에는 모두 비상이 떨어졌다.


한국이 선보인 우주군의 전력이 그들의 상상을 아득히 초월하는 것임을 알게 된 주요국들의 수뇌부는 모두 초긴장 상태에서 한국을 주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 * *



“하하하하하. 역시 저럴 줄 알았어.”


한국 관광을 마치고 아침나절에 호텔로 돌아온 제니스 맥로린은 호텔방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CNN 뉴스를 보다가 그만 폭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중국공산당의 검열과 네트워크 차단으로 인해 중국 내에서는 접할 수 없는 소식들이 워낙 많았지만, 자스민이 호텔에 비치된 TV에 우회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것만으로 그녀는 원하는 방송을 모두 볼 수 있었다.


그렇게 한참 한국의 대통령이 전쟁을 선포하는 것을 지켜보다 보니, 이제는 열흘 전에 중국이 보낸 암살자들 손에 죽었다던 시아 정이 멀쩡하게 나타나 중국 잠수함에서 줄줄이 쏟아져 나오는 이능력자들을 죄다 쓰러트리는 장면이 중계되고 있었다.


이틀이 넘도록 쎄븐 씨즈의 기록에 있던 시아 정의 이전 주소지 몇 곳을 뒤져도 보고, 유골이 안장되었다던 납골당까지 확인했지만, 그녀의 생존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정말로 죽었나 반신반의하며 적당히 관광을 즐기다 돌아온 차에 전 세계가 지켜보는 방송에 모습을 드러낸 그녀를 보게 된 것이었다.


- 주인, 임무는 어떡할 생각이냐? 이미 전쟁은 나버렸는데 임무를 속행할 필요는 없지 않나?


- 인정하긴 싫지만 지니 말이 맞아, 제니스.


“마리신은?”


- 지금 연합참모부 벙커로 이동하는 중이다. 주인이라면 그깟 벙커 하나 뚫고 들어가는 것은 어렵지 않겠지만, 사실상 마리신을 죽일 이유는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


“가만히 있으면 위에서 연락오지 않겠어?”


- 데릭 크레이그는 계속 감시하고 있는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주인.


며칠 전 스마트폰으로 감시와 감청을 당하고 있음을 알게 된 이후로, 제니스 맥로린은 쎄븐 씨즈 간부들을 역으로 감청하기 시작했다.


자스민과 지니를 통해 쎄븐 씨즈의 모든 구성원을 감시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덕분이었다.


하지만, 모든 회의와 주요 보고를 아날로그 방식으로 행하고, 쎄븐 씨즈 구성원들과의 연락은 아예 인편으로 하는 조직의 특성상 해킹으로 알 수 있는 것들은 많지 않았다.


“뭐, 그쪽도 지금 난리가 났겠지. 아마 쎄븐 씨즈 전원을 소집하느라 정신이 없을 거야.”


- 저 전쟁이 한 달 내로 끝나도 포럼에는 타격이 작지 않을 거야, 제니스.


“당연하지. 포럼은 연기하지 않는 한 물 건너갔어.”


애초에 세계 에스퍼 포럼을 성공리에 개최하기 위해 중국이 시작할 전쟁을 지연시키는 것이 이번 임무의 목적이었다.


그런데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한국이 역으로 먼저 전쟁을 선포하고 공격을 개시해 버렸다.


즉, 어제 IESPA가 공표한 세계 에스퍼 포럼 개최 건은 이제 완전히 뒷전으로 밀려버렸다.


실제로 어제 한국에 있을 때도 포럼에 관한 뉴스를 종종 접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어느 채널을 틀어도 한국의 전쟁 소식만 나오고 있었다.


그냥 전쟁이 났어도 묻힐 판국이었는데, 한국이 초거대 우주전함을 전력으로 갖춘 우주군의 존재까지 드러낸 만큼 세상의 모든 관심이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전쟁으로 쏠려 버린 것이었다.


“뭐, 포럼 따윈 나한테는 당장 아무 상관도 없으니까. 정작 문제는 저 미친 전함하고 저 여자지.”


- 그러게. 저 나라가 설마 차원항모를 세 척이나 동원할 줄은 누구도 몰랐으니까.


- 흥! 저따위 전함은 팔테크 행성의 차원전함에 비하면 허접하기 짝이 없지. 주포 한 방이면 박살날 걸?


“그 팔테크 행성 차원전함이 지금 나한테 없잖아? 안 그래?”


- 기다려라, 주인. 나중에 텔로트가 다시 오면 그때 한 척 달라고 하면 줄 거다.


“연락도 안 되는 판국에 그 문어새끼가 언제 올 줄 알고?”


- 그나저나 그리폰과 오거를 여기서 보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어, 제니스. 그리고 그리폰하고 오거를 함재기로 쓰고 있다면 저 항모도 결국 제르온에서 만들어진 거라는 얘긴데, 크기는 비슷해 보여도 내게 저장된 정보에는 없는 형태인 걸 보면 내가 만들어진 이후에 새로 설계된 항모인가 봐.


자스민이 전함의 함재기에 대해 아는 척을 하자, 제니스 맥로린은 문득 그리폰이라는 기체의 성능이 궁금해졌다.


“자스민, 저 그리폰은 어때? 얼마나 쎈 거야?”


- 오거에 비하면 한 세 배 정도라고 보면 돼. 기본 무장으로 기체 전체 면에 고루 배치된 에너지포 12문도 상당한데, 대공, 대지, 대함 등 다용도로 타격할 수 있는 1킬로톤 위력의 미사일이 100기씩 장착되어 있어. 벙커버스터에 가까운 특수미사일도 10기 탑재돼 있고. 심지어 오거에 탑재된 드론도 그 두 배인 100기나 운용 가능해.


“미쳤네.”


한국까지 오거를 타고 왕복하면서 오거의 화력과 재원에 관해서는 상당히 자세히 알고 있는 그녀였다.


- 게다가 그리폰에는 오거의 것보다 강력한 에너지 실드가 장착되어 있어서 방어력은 지구의 전투기하고는 비교할 의미조차 없는 수준이야. 또, 가벼운 손상 정도는 비행 중에 바로 나노봇에 의해 수리돼.


“설마 오거처럼 스텔스까지 되는 거야?”


- 당연하지. 오거보다 윗줄인데.


“최대속도는?”


- 공기밀도 때문에 고도마다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오거보다 세 배 이상 빨라.


“헐! 그럼 음속의 30배가 넘는다는 소리야?”


오거만 하더라도 그리 높지도 않은 고도에서 음속의 10배 정도로 비행하는 것이 가능했는데, 그리폰의 속도는 그 세 배가 넘는다는 자스민의 말에 제니스 맥로린이 반쯤 누워 있던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 그건 저고도에서 그렇고. 성층권 이상으로 올라가면 더 빨라지니까 못해도 100배는 된다고 봐야지.


“미친!”


- 그뿐만이 아냐. 20명의 중무장 병력을 수송할 수 있고, 동시에 50톤의 물자 수송까지 가능해.


“그럼 50톤의 폭탄도 떨어트릴 수 있단 얘기야?”


- 맞아, 제니스. 필요하면 폭격도 얼마든지 가능하고, 미국이 운용하는 조기경보기를 아득히 능가하는 탐지 및 색적 능력도 갖고 있어. 그리폰은 애초에 대공전투, 지상공격 및 폭격, 정찰, 수송, 폭격 등으로 나뉘어 있던 것들을 통합 운용하기 위해 설계된 기체거든.


“후우. 저거 한 대면 작은 나라 정도는 그냥 박살내겠네?”


- 그리폰 100대 정도면 아마 하루, 이틀 사이에 중국 공군과 지상군, 해군까지도 전부 무력화시킬 수 있을걸? 중국인민해방군에 내가 파악한 수준 외의 전력이 또 없다면 말이야.


“그런 무시무시한 전투용 우주선이 수천 대가 있는 거야, 저 나라에?”


- 아니! 이전에도 차원항모에는 그리폰 1만 대, 오거는 4만 대씩 탑재했어.


“자, 잠깐. 그럼 항모가 세 척이니까 그리폰이 3만 대에, 오거는 12만 대라는 말이야?”


- 아마도? 이전 프로토콜대로 탑재했으면 그럴 거야.


“와! 진짜 미쳤다는 말 밖엔 안 나오네.”


자스민이 말하는 어마어마한 전력에 제니스 맥로린은 온몸의 기운이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쎄븐 씨즈를 집어삼키고 세계 최강의 세력을 휘두르겠다는 그녀의 야심이 뿌리부터 흔들리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 애초에 그리폰이고, 오거고 간에, 둘 다 극소형 핵융합로에, 반중력 기술까지 적용된 우주전 전용 기체들이야. 그만큼 극한의 환경에서 훨씬 강한 적을 상대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거지. 그러니 지금 지구의 기술로는 넘보는 게 불가능한 게 맞아. 에스퍼들을 대거 투입하지 않는 한 북한은 아마 한 기도 못 잡을걸?


“후우. 내가 오거 한 대를 50만G에 샀는데, 그게 12만 대면 600억G라는 말이잖아? 그리고 오거보다 쎄다는, 저 그리폰은 당연히 50만G보다 비쌀 텐데, 그게 또 3만 대나 되면 그것도 한 300억G는 될 거고. 게다가 항모가 세 척이나 되면 대체 얼마라는 소리야? 그 여자는 무슨 G가 그리 많아? 900억이 넘는 G를 한 사람이 갖고 있다는 게 말이 되냐고!”


제니스 맥로린은 만물상에서 사 왔을 것이 분명한 한국 우주군의 전력이 국가 차원에서 구매한 것이 아니라, 정시아가 사 온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 주인아, 그 여자가 중심이 아닌 것 같다.


“응? 그건 또 무슨 소리?”


다른 사람이 핵심일 것이라는 지니의 말에 제니스 맥로린이 눈을 크게 떴다.


- 내가 봐도 내내 대통령 옆에 서 있던 우주군 사령관이라던 남자가 주축인 것 같던데?


“그래?”


- 사령관 자리야 다른 사람을 대신 앉혀도 그만인 자리겠지만, 한국 대통령이 시종일관 가장 먼저 챙기던 사람은 시아 정이 아니라, 이름이 유미르라고 했던 그 남자였다. 그리고 중국 잠수함을 꺼내 온 것도, 해치를 연 것도 그 남자였고. 그 모든 장면을 시아 정은 평온하게 웃는 표정으로 뒤에서 지켜보다가 그 남자의 손짓에 따라 움직였어.


길게 이어진 지니의 말에 제니스 맥로린은 TV 화면에 클로즈업된 군복 차림의 젊은 남자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으음, 저 남자가 핵심이란 말이지? 분명 시아 정의 의붓오빠라고 적혀 있던데.”


- 그리고 제니스, 앞으로 오거를 사용할 때는 주의해야 해.


“그게 무슨 말이야, 자스민?”


- 제르온의 모든 병기와 함선은 만들어질 때부터 최상급 개체이자 함대의 기함인 항모의 인공지능체 명령에 복종하도록 설계돼 있거든.


“뭐? 그럼, 지금 내가 사 온 오거를 저 차원항모에 뺏길 수도 있다는 말이야?”


- 응. 맞아, 제니스. 네 오거가 저 항모의 감시망에 걸리는 즉시 통제권을 뺏기고 항모에 끌려갈 거야.


기껏 비싼 G를 주고 사 온 오거를 적들의 눈치까지 봐가면서 써야 한다는 자스민의 말에 제니스 맥로린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미친! 그럼 다른 나라가 제르온제 함선을 사 와도, 그 함선이 항모 아랫급이면 죄다 한국에 뺏길 거라는 말 아냐?”


오거를 사면서 구경했던 우주선 카탈로그에서 제르온이라는 행성 외의 지역에서 만들어진 것을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것을 떠올린 제니스 맥로린은, TV 화면 속의 차원항모를 맥없이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 일단은 그래. 내 권한으로 저 차원항모의 통제권을 뺏어올 수 있으면 또 다르겠지만.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자스민?”


- 내가 원래는 제르온 통합제국군 최고사령관 보좌용이라서 최고사령관 바로 아래 권한을 가지고 있거든. 그리고 내 주인인 제니스, 넌 통합제국군 최고사령관에 준하는 지위를 갖는 거고. 그래서 만약에 저 차원항모를 가져온 사람의 권한이 제니스, 너나 나보다 낮을 경우에는 저 차원항모의 통제권을 우리가 가져올 수 있어.


“오호! 그럼 저걸 날로 먹을 수 있다는 말이네?”


- 근데, 그게 그렇게 될 것 같지는 않아.


“그건 또 왜?”


- 만약에 저 차원항모를 지휘하는 게 나하고 권한이 같거나 낮은 지능체라면 네트워크에서 탐지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 한국 쪽 네트워크에서는 아무것도 걸리는 게 없거든.


“그 말은 자스민 너보다 높은 권한을 가진 거라는 말이야?”


- 일단은 그래. 내 탐지에 걸리지 않는 것들 중에 나보다 높은 거라고는 황제를 보좌하는 내게다맡겨를 비롯해서 제국 황족들에게 지급되는 것들뿐인데, 아무래도 그것들 중 하나인 것 같아.


“그럼 날 감시하던 것도 자스민, 네 윗줄이었다는 말이네.”


- 지금 보니 그게 맞는 것 같아.


“하하하하하하. 망했네, 썅.”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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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165화. 둘 중 하나지. 24.05.01 402 10 18쪽
165 164화. 간만에 재밌는데? +2 24.04.30 432 10 16쪽
164 163화. 내가 원하는 대로. 24.04.29 416 8 20쪽
163 162화. 지당하신 말씀이에요. 24.04.28 427 10 24쪽
162 161화. 어림없어요. +4 24.04.27 473 11 25쪽
161 160화. 누구도 그들을 막을 수 없다. +2 24.04.26 470 11 24쪽
160 159화. 지구는 내가 지킨다? +1 24.04.25 474 12 19쪽
159 158화. 신세계라고? 24.04.24 468 11 15쪽
158 157화. 절망을 안겨주는. +1 24.04.23 491 11 15쪽
157 156화. 각자의 역할 +2 24.04.22 511 12 16쪽
156 155화. 제정신으로 하는 말인가? +3 24.04.21 511 10 19쪽
155 154화. 누구 마음대로? 24.04.21 506 9 15쪽
154 153화. 시간당 1킬로미터 24.04.20 516 14 14쪽
153 152화. 막을 방법이 없다. 24.04.20 510 11 16쪽
» 151화. 격동하는 세계 +2 24.04.19 557 12 21쪽
151 150화. 힘으로 찍어 누른다. 24.04.19 528 11 20쪽
150 149화. 뜻대로 되는 것이 없다. 24.04.19 511 1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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