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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ondo 님의 서재입니다.

늑대로 다시 태어난 SSS급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NooNoo
작품등록일 :
2018.06.28 13:53
최근연재일 :
2019.03.06 19:29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288,910
추천수 :
7,450
글자수 :
169,740

작성
19.02.01 18:00
조회
1,502
추천
45
글자
8쪽

타란플라와 싸우다.

DUMMY

킨과 형제들은 진형을 갖추며 걸었다.

가장 앞 자리를 맡는건 틴이다. 틴은 신중하게 주위를 관찰하며 장애물이 없는지를 세심하게 확인했다.

그렇게 틴은 무리의 눈이 되어주었다.


우측은 무리의 허리다. 어떠한 경우에도 빈틈을 보여선 안되고 반드시 그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존재여야 한다. 또한 어떤 기습에도 즉각 반응할 수 있는 반사신경이 요구된다.

핀은 무리의 우측을 맡길 수 있는 가장 듬직한 동생이었다.


좌측에선 실이 꼬리를 살랑거리며 걸었다.

유연한 몸놀림, 오감을 뛰어넘는 감각, 본능에 기인하는 민첩함을 가진 실이라면, 전후좌우 어디든 필요에 따라 기동력을 발휘해야하는 좌측을 믿고 맡길 수 있었다.


킨은 무리의 가장 뒤에서 전후방을 모두 책임지는 역할을 맡았다.

모든 경우에 맞춰 판단을 내리고 무리를 지휘해야하는 리더가 지켜야 하는 자리인 셈이다.

이 포지션은 탐색만이 아니라 사냥을 할 때도 유효한 포지션이다.

사냥을 할 때면 핀이 상대의 신경을 끌고 틴과 실이 주의를 분산시켰다. 상대의 주의가 흔들리면 킨은 공격을 지시하거나, 혹은 직접 공격을 가했다.

이와 같은 사냥방법은 거의 모든 사냥감에게 유효했다.


네 형제는 마치 한 마리의 늑대가 발걸음을 죽이고 걷듯이 세심하게 주위를 살피며 각자의 거리를 지켰다.

얼마쯤 걸었을까.

킨의 꼬리가 올라갔다. 무언가 위협을 감지한 것이다.


- 멈춰.


킨의 으르렁거리는 소리에 세 형제는 즉각 자리에서 멈춰서고 꼬리를 낮췄다.

하지만 주위에서 피냄새는 나지 않는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저 고요하기만 하다.


- 뭔가 있다.


실이 흠칫 놀라며 코를 벌름거렸다.

틴이 고개를 내리깔고 시선을 낮추며 근처의 위화감을 확인했다.

핀은 고개를 당긴채로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각도를 확인하며 전방에 선 무언가의 존재를 분석해보았다.

하지만 아무 것도 감지되지는 않는다.

정확히는 무언가가 있는건 확인할 수는 있었지만 위험을 느끼진 못했다.

감각이, 시각이, 머리가 눈 앞의 존재를 감지하기는 했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 이상한 냄새야. 꽃이 산에 녹아내리는 냄새.

- 꺼림칙한 문양이 보여. 본래의 자연이 가질 수 없는 문양이.

- 이건 내 분석 밖의 무언가야.


킨이 더욱 몸을 낮췄다.

지금은 머리보다는 몸으로 움직여야 하는 순간임을 직감한 것이다.


- 온다.


파삭! 팟!

눈 앞의 무언가가 움직였다. 동시에 킨도 앞으로 튀어나가며 상대와 부딪혔다.

퍽!

둔탁한 저음의 소리에 세 형제가 좌우로 거리를 벌렸다.

사냥? 아니다. 킨이 소리쳤다.


- 진형을 바꿔! 틴, 가장 후방을 맡아. 실과 핀은 자리를 바꿔. 내가 전방을 맡는다.

- 형!

- 물러서! 거리를 벌리고 호흡을 참아! 지금부턴 내 앞으로 나서지마!


사냥과는 다른 포진이다.

본래 사냥이라면 주의에 주의를 거듭하고 무리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한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미지의 상대와의 조우. 감지할 수 없을 정도의 위험.

킨이 지시한 포진은 생존을 가장 우선시하기 위한 포진이었다.

파아앗!

사냥이 아닌, 전투가 시작되었다.


*


킨의 지휘는 유효했다.

만일 조금이라도 대응이 늦었더라면 핀과 실이 가장 먼저 당했을 것이다.

상대의 수법은 독. 그것도 상대의 후각을 파고드는 독이다.

자연계에서 독을 포식의 수단으로 쓰는 종은 여럿 있지만, 냄새에 독을 실어보낼 수 있는 종은 한정되어있다.

바로 식물 계열의 몬스터다.

동생들이 위협을 느끼지 못한 것도 그와 같은 이유때문이다.

식물 계열의 몬스터는 자신의 위험도를 극한까지 낮추며 상대를 유인하는 방법을, 종이 가진 본능을 통해 익히고 있었다.


'어째서 북쪽땅에 식물 몬스터가?'


의문을 가져보지만 지금은 질문을 던질 시간이 아니다.

위험을 벗어난 후에 질문을 해도 늦지 않다.

지금은 당장 상대가 보이는 위협으로부터 형제들을 지켜야 한다.


식물의 넝쿨이 핀이 서있던 땅을 후벼팠다.

독향에 중독되었어야 할 사냥감이 넝쿨에 잡히지 않자 당황한 모양이다. 넝쿨의 움직임이 더욱 거세졌다.


- 크르릉...!


킨이 낮은 울음으로 상대의 주의를 끌었다.

식물계열의 몬스터에게 청각기관이 있을리 없지만, 킨은 독을 쓰는 식물계열의 몬스터임을 확인한 순간 상대의 정체를 간파해냈다.

타란튤라 플라워.

일명 타란플라라고 불리우는 위험도 S급의 몬스터다.


타란플라의 뿌리는 땅에 박혀져 있지 않다. 오히려 여덟개의 뿌리를 지면 밖으로 꺼내놓고서 뿌리를 다리처럼 사용해 움직이는 이동형 육식식물이다.

타란플라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여덟개의 뿌리를 통해 움직이는 모습이 거미를 닮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게는 거미보다 가볍고 다리는 뿌리가 변형된 것이기에 같은 급의 거미보다도 훨씬 더 기동력이 앞선다.

타란플라의 위험도가 S급인건 바로 그 기동력 때문이다.

단순하게 주위에 흩뿌려지는 독이라면 피하기만 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타란플라는 기동력을 내세위 먹이의 사방을 점거한 후, 상대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마비독을 살포시켰다.

이와 같은 방법은 독에 내성이 없는 모든 동물에게 유효한 수단이었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타란플라도 운이 없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킨의 판단이 타란플라의 기동력을 앞섰기 때문이다.

퍼억!

후방을 점하며 상대를 독이 짙게 깔린 장소로 유인하려던 타란플라는 늑대의 몸통 박치기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다.

당연한 결과다.

제 아무리 빠르게 움직이고 독을 가지고 있다지만, 타란플라는 독을 주입할 이빨도, 발톱도 가지고 있지 않다.

심지어 식물형인 까닭에 다른 몬스터에 비해 직접적인 힘은 훨씬 약하다.

타란플라와 마주한다면 그것을 피해 도망쳐선 안된다.

오히려 타란플라와 맞부딪히며 길을 막아야 하는게 올바른 대응방법이다.


- 비빗! 비비빗!


타란플라가 두 장의 잎을 부비며 상대를 위협하는 소리를 냈다.

킨도 방금 전보다 조금 더 크게 위협음을 내며 타란플라에게 맞섰다.


- 크르르릉...!


타란플라에겐 눈도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에 식물에게는 본래 없는 청각기관이 발달해있다.

그렇다고 소리를 들을 수 있는건 아니지만, 진동을 통해 소리가 나는 방향을 알 수 있고 소리의 강약를 통해 상대의 크기를 가늠할 수는 있었다.

저음의 경고음. 그 안에는 어떠한 두려움도 담겨져 있지 않았다.

본능에 충실한 타란플라는 깨달았다.

먹이로 삼을 수 없다라는 것을.

오히려 포식자는 자신이 아닌 상대였다.


퓩! 퓩! 퓨퓩!

도망쳐야 한다는 본능으로 뿌리를 움직여 도망쳤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킨이 기다리던 순간이었다.

점멸을 쓴다면 잠시나마 타란플라의 기동력을 앞설 수는 있지만, 덮쳐야 할 순간을 잘못 고른다면 자신도 타란플라의 독에 당할 수 있다.

하지만 도망치는 순간이라면 다르다.

몸을 돌리는 그 순간을 킨이 놓칠리가 없다.

파아앗!

킨이 타란플라의 뒤를 급습하며 제압했다.

방심은 없었다. 독주머니를 발로 제압하고 이빨로 다리를 하나씩 끊어놓으며 완벽한 승리를 취했다.


*


S급 몬스터에 해당하는 타란플라의 패인은 무엇인가.

그건 상대를 잘못 골랐다는 것 뿐이다.

늑대라서가 아니다.

킨의 가장 큰 무기는 바로 경험이다.

그것도 수십년동안 전장을 압도해온 절대적인 경험이다.

실과 틴, 핀이 가진 감각은 위험을 미리 회피할 수 있는 수단에 불과하다.

하지만 킨이 가진 경험은 그게 어떤 위험이라 하더라도 대항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리 강한 몬스터라도 약점은 있는 법이다.

킨은 일찍부터 모든 몬스터와 생존을 걸고 싸우며 경험을 쌓아왔다.

그런 킨에게 있어 몬스터는 더이상 두려운 존재가 아니었다.

설령 그것이 S급의 몬스터라고 하더라도, 상대의 약점을 알고 있는 킨에게는 단순한 식물형의 몬스터에 불과했다.


언젠가 동생들도 경험을 쌓으면 자신들의 수단을 무기로 승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킨은 그때까지 동생들의 방패가 되겠노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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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로 다시 태어난 SSS급 헌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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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란플라와 싸우다. +7 19.02.01 1,503 45 8쪽
14 탐색하다. +9 19.01.31 1,538 48 10쪽
13 무리의 장이 갖춰야 할 용기를 보이다. +12 19.01.30 1,632 53 12쪽
12 기술을 익히다. +15 19.01.29 1,680 51 12쪽
11 잠들다. +5 19.01.28 1,666 50 7쪽
10 져버리다. +11 19.01.27 1,733 49 10쪽
9 싸우다. +9 19.01.26 1,756 59 7쪽
8 외치다. +5 19.01.25 1,873 53 11쪽
7 전술을 짜다. +6 19.01.24 1,830 55 7쪽
6 슬라임을 사냥하다. +10 19.01.23 1,900 56 9쪽
5 아버지의 사냥을 보다. +9 19.01.22 1,974 53 9쪽
4 배우다. +4 19.01.22 2,262 61 9쪽
3 새로운 이름을 얻다. +6 19.01.22 2,159 62 8쪽
2 먹다. +6 19.01.22 2,286 60 7쪽
1 다시 태어나다. +11 19.01.22 2,945 5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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