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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ondo 님의 서재입니다.

늑대로 다시 태어난 SSS급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NooNoo
작품등록일 :
2018.06.28 13:53
최근연재일 :
2019.03.06 19:29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288,838
추천수 :
7,450
글자수 :
169,740

작성
19.01.22 17:41
조회
1,969
추천
53
글자
9쪽

아버지의 사냥을 보다.

DUMMY

몸에 위장색을 두르는건 계산이 필요한 이성보다는 본능에 가까운 야성이 필요했고, 그때문인지 습득은 실이 조금 더 빨랐다.

하지만 킨도 실의 습득을 보고 흉내내며 빠르게 위장색을 습득할 수 있었다.

아버지가 보여준 위장색은 난이도가 너무 높았었지만, 실의 위장은 킨도 따라할만한 레벨이었기 때문이다.


『다음의 스킬을 획득하셨습니다.』

- Lv1. 위장


이제는 앞서 배운 은신과 함께 위장을 사용해볼 차례였다.

기척을 죽이고 자신의 털에 주변의 색을 입힌 킨은 시험해볼 대상을 찾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짹짹!"


마침 지렁이를 파먹기 위해 긴부리궁새가 지면까지 내려와있었다.

킨은 걸음걸이를 낮춰가며 조용히 긴부리궁새에게 접근했다.

자박. 자박.

풀잎이 바스러지는 소리. 잡초가 밟히는 소리가 났지만 긴부리궁새는 주위를 한 번 둘러보기만 할 뿐. 다시 긴부리로 지렁이를 파먹는데 여념이 없었다.

색으로도, 냄새로도, 기척마저 느껴지지 않으니 그저 바람이 다녀가는걸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대로 입을 벌려 한 입에 먹어도 좋을테지만, 아직은 그렇게 배가 고프지가 않았다.


- 왕!


코 앞에서 긴부리궁새를 향해 입을 벌려 소리를 지르니, 긴부리궁새는 깜짝 놀라 퍼드득 날다가 아무렇게나 놓인 나뭇가지에 두 번이나 부딪혀버렸다.

평소라면 아무렇지 않게 피하거나, 아니면 땅에 내려오지도 않았을 녀석이다.

녀석은 당한게 억울한지 나뭇가지에 올라탄채로 짹짹거리며 화를 냈다.


킨은 자신의 은신과 위장이 어디까지 통하는지 계속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아버지가 이제 돌아갈 시간이 됐음을 알렸다.


- 오늘은 이만 가자꾸나. 사냥도 해둬야하니.


여기까지 와서 겨우 위장과 은신을 가르치는걸로 끝낼리는 없다.

동굴에서 틴과 핀을 지키고 있을 어머니에게 사냥감을 가져다줘야하는 의무가 남아있었다.

거기에 겸사겸사 직접 사냥하는 모습을 킨과 실에게 보여주며 이번 전수를 마칠 계획이었다.

아버지는 실과 킨의 목을 물어 주변이 잘 보이는 바위 위에 올린 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문득 궁금해졌다.

아버지는 과연 이런 방법으로 어떻게 사냥할까. 그리고 얼마나 강한 놈을 잡을 수 있을까.

킨이 물었다.


- 아빠는 이 숲에서 얼마나 강해?


킨의 질문이 아버지의 호승심을 자극시킨 모양이다.

아버지는 위장도, 은신도 푼 채로 말했다.


- 그래. 사냥에서는 기다리는 것도, 몸을 숨겨 접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걸 말해주지 않았구나. 거기서 지켜보거라.


그리고는 고개를 치켜들며 가늘게 울었다.


- 아우우우우우!


긴 울음소리.

그건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전하고자 하는 신호는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여기에 있다는 알림. 자신의 영역의 주장이었다.


당연히 새를 비롯한 작은 동물들은 아버지의 울음소리가 들리기가 무섭게 발을 빼며 도망쳤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녀석도 있었다.

아버지의 울음소리를 도전장으로 받아들이는 그런 녀석.

본디 이 숲에 머물고 있었을 또 다른 강자.

다른 존재와 같은 영역을 쓰기를 거부하는 자.


"크르르르."


이윽고 그것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킨은 본능적으로 숨을 죽였다.

그리고는 그것의 이름을 기억해 되뇌였다.


- 트, 트랑고.


그것도 저 덩치, 외형으로 보건데 틀림없는 더블에이급의 트랑고였다.

트랑고의 입에서 쇳소리가 울려퍼졌다.


"끼이이이익!"


*


트랑고 자체가 특별한 몬스터인건 아니다.

거미를 닮은 몸체에 네 개의 손이 달려있었고 그 손으로 바닥을 기어다니는 몬스터로, 녀석은 손에 잡히기만 하면 그게 무엇이든 집어먹는다.

그때문에 손 하나는 쉼없이 움직였고, 그탓에 손 하나만 기형적으로 발달해있었다.


인간이 헌터의 개념을 잡을 때 그 측정값으로 가늠했던 몬스터이기도 하다.

1 개체의 녀석을 온전히 잡고나서야 헌터라는 이름을 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흔한 녀석이었고, 대응법만 알고 있다면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는 녀석이었다.


다만 가끔씩 변종이 생겨나기도 한다.

포식이 강해지는 방법인 이 세계에서 녀석의 식사는 폭식에 가까웠고, 그러다보니 가끔씩 여러 특성을 갖춘 녀석들이 생겨났다.

그런 녀석들은 급을 나눠서 불렀는데, 에이급부터는 실력에 전술을 더해서 잡아야 할 정도였다.

편대를 짤 때도 에이급의 트랑고를 잡기 위해선 마찬가지로 에이급의 헌터 1 명에 비급의 헌터 다섯의 연대공격이 필요하다.


하물며 눈 앞의 트랑고는 더블에이급이다.

과거의 진욱이라면 에스급까지도 혼자서 사냥이 가능하다지만, 그건 무기가 뒷받침될 때의 이야기다.

아무리 트리플에스급의 랭커였다 하더라도 맨 손이라면 부딪히고 싶지 않은 상대다.

틀림없이 스킬 두세개쯤은 가지고 있을 법한 녀석이다.

가능하다면 싸우고 싶지 않은 상대.

싸운다고 하더라도 상대의 특성을 가늠한 뒤에야 만전의 상태로 싸워야 할 상대였다.


"키이이이익!"


쾅!쾅!쾅!쾅!

트랑고가 거대한 손으로 주위의 땅을 마구 두들겼다.

시력이란게 거의 없는 탓에 촉각만으로 주위를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저럴땐 소리를 내선 안된다.

촉각과 더불어 청각만큼은 예민할 정도로 발달한 녀석이라, 위치를 바로 들켜버리기 때문이다.

실도 본능적으로 저것의 강함을 이해한 모양이다.

활발한게 가장 큰 장점인 동생이 꼬리를 축 늘어트린채로 속삭였다.


- 오, 오빠... 저거 무, 무서.


그렇다고 킨이 뭔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저것의 약점이라던지, 공략법은 이미 충분할정도로 숙지하고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 아버지에게 그것을 알려드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물며 도울 수도 없다.

지금 이런 어린 새끼늑대의 몸으로 나서는건 아버지에게 짐만 될 테니까.

그저 아버지의 힘을 믿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호승심을 부추긴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할 뿐이었다.


- 제발... 가능하다면 아까처럼 은신해서 녀석의 약점인 배를 물어뜯으세요.


그렇게 혼잣말을 해보지면 거리가 먼 탓에 전해질리가 없었다.

아버지는 트랑고를 향해 유유히 걸어갔다.

산책이라도 하듯이. 트랑고 건너편에 위치한 샘에 물이라도 마시러 가는 사슴처럼.


바스락.


아버지의 걸음이 풀잎을 건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늑대의 외침과 더불어 트랑고의 출현 탓에 고요해진 숲에서 그 소리는 유독 컸다.


"키이익!"


트랑고는 소리의 방향과 그 크기를 통해 위치를 가늠했고, 곧장 먹이를 먹는 손으로 바위를 들어 던졌다.

쉬이이익! 쾅!

육중한 바위가 공기를 가르는 소리, 그리고 바위가 지면에 부딪히며 터지는 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얼마나 강하게 던진건지 지면을 감싸고 있던 흙이 튀어오르며 안개처럼 주위를 덮었다.

다행히 아버지는 그것을 피할 수 있었지만, 그럼으로써 아버지와 트랑고의 거리는 가까워졌다.

그리고 가까워진 거리는 트랑고의 사정거리 내였다.


- 아...!


아버지를 부르려던 순간, 트랑고의 손이 아버지를 엄습했다.

저것만큼은 안돼. 트랑고의 팔의 강도는 드래곤의 비늘급이다.

절대 마주하거나 그것과 힘겨루기를 하려고 들어서는...!


콰직!


순간 무언가가 뜯겨져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썩은 나무를 도끼로 뜯어발기는 소리에 이어 들린건 이것이었다.


"캬아아악!"


트랑고의 비명소리.

흙먼지 속에서 킨은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사실인지 믿을 수가 없었다.

저 트랑고의 팔이 뜯겨져나갔다.

틀림없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아버지가 트랑고의 뜯겨져 나간 팔을 물고 있기 때문이다.

남은 팔 세개로 어떻게든 중심을 잡아보려하지만, 가장 큰 팔을 잃은 까닭에 무게중심이 잡히지 않는 모양이다.

바둥거리는 트랑고에게 다가간 아버지는 아주 여유롭게, 마치 낙엽이라도 주워들듯이 트랑고의 목줄을 뜯어내 던졌다.


"캬...캬아아아..캬악."


트랑고가 숨을 몇번 헐떡이며 살아보려 했지만, 이미 목이 뜯겨진 상태에서는 숨이 입까지 전해지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호흡을 하려고 해도 숨이 몸으로 전해지지 않았다.

질식, 출혈, 그리고 공포에 미쳐버린 트랑고는 몇 번을 더 아둥거린 후에야 세 개의 팔을 축 늘어뜨리며 자신의 죽음을 알렸다.


그것을 보며 킨은 이해했다.

아버지가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를.

사냥에서는 기다림도, 기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건 역시 하나뿐이다.

육체의 강함. 강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사냥은 사냥하는 자와 사냥당하는 자가 나뉘기 마련이다.

그게 자연의 법칙이었다.


*


아버지가 돌아왔다.

산책이라도 다녀온 표정을 지어보이며 아버지가 말했다.


- 하필이면 못 먹을 녀석이 잡혀서... 쓸데없는 사냥을 해버렸구나.

- 아빠! 무지 쎄! 엄청 쎄! 아빠가 제일 쎄!


먼저 아버지의 등에 업힌 실이 신이나 소리쳤다.

다음으로 아버지에게 물려 등에 옮겨지던 킨은 아버지에 대한 경외를 담아 그만 호칭을 바꿔 불러버렸다.


- 수, 수고하셨어요. 아, 아버지.


작가의말

23일부터 18:00 예약연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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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로 다시 태어난 SSS급 헌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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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타란플라와 싸우다. +7 19.02.01 1,501 45 8쪽
14 탐색하다. +9 19.01.31 1,535 4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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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전술을 짜다. +6 19.01.24 1,825 55 7쪽
6 슬라임을 사냥하다. +10 19.01.23 1,896 56 9쪽
» 아버지의 사냥을 보다. +9 19.01.22 1,970 53 9쪽
4 배우다. +4 19.01.22 2,258 61 9쪽
3 새로운 이름을 얻다. +6 19.01.22 2,154 62 8쪽
2 먹다. +6 19.01.22 2,281 60 7쪽
1 다시 태어나다. +11 19.01.22 2,937 5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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