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redondo 님의 서재입니다.

늑대로 다시 태어난 SSS급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NooNoo
작품등록일 :
2018.06.28 13:53
최근연재일 :
2019.03.06 19:29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288,839
추천수 :
7,450
글자수 :
169,740

작성
19.01.31 18:00
조회
1,535
추천
48
글자
10쪽

탐색하다.

DUMMY

- 킁. 킁킁.


실이 고개를 치켜들고 주변의 냄새를 확인했다.

갑자기 왜 그러는건지싶어서 킨이 재차 물어보았다.


- 실, 왜? 다른 냄새가 나?

- 어. 응. 아냐. 아닌 것 같은데. 뭐지?


지금 네 형제는 숲에서 조금 먼 곳으로 사냥을 나와있었다.

특별히 목표를 잡아서 멀리 나온건 아니다. 이번에는 사냥만이 아니라 숲의 탐색을 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한 번도 맡지 못한 냄새가 나는 것도 당연했다.

킨도 지금만큼은 후각보다는 시각과 청각에 조금 더 의존하며 길을 걷고 있었다. 지금 후각에 들어오는 정보에 신경쓰다보면, 그 정보량이 너무 많아서 길을 헤메고 말 것이다.

하지만 고개를 치켜든게 틴이나 핀이 아닌, 실이라는게 마음에 걸렸다.

후각만으로 고개를 치켜든건 아니다. 실은 냄새에 담겨진 위험을 파악해내는 공감각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실의 감각력은 마치 그것만으로 하나의 능력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다. 틴과 핀은 물론이거니와, 킨조차도 실의 감각에는 한 수. 아니, 몇 수를 접어둬야했다.


- 있지, 오빠. 조금 야리꾸리한 냄새인데. 뭐지? 그거 있잖아. 꽃을 막 으깨놓으면 이런 냄새가 날 것 같은데.


아무래도 정확하게는 표현할 수 없는 모양이다.


- 잠시 보고 올까.


킨은 실의 말을 경고로 받아들였다.

표현력은 부족하지만, 실의 표현에는 일정한 기준이 있다.

장난치고 싶어지는 냄새라거나, 꼬리가 흔들리는 냄새라고 하면 그건 위협이라고 할 수 없다. 그에 반해 털이 바짝 서는 냄새라거나 바위가 물에 젖어 미끈해진 냄새라고 하면 그건 냄새를 통해 위험을 느낀다는 의미다.

긍정적인 표현은 위험성이 없었고, 부정적인 표현은 위험이 잠재되어 있는 것이다.

꽃을 으깨놓은 듯한 냄새. 굳이 따지자면 부정적인 표현이다.


킨은 바위 위에 올라가 냄새를 한 번 맡아보았다.

주변에서 피냄새는 전해져오지 않는다. 그보다 냄새가 너무 말끔하기만 하다. 썩은 시체의 냄새도 없고, 다른 동물의 분비물이나 배설물 냄새도 나지 않는다.

이래서야 이 근처에서 얻을 수 있는 사냥감은 없을 것만 같다.


- 형, 어때?

- 아니면 내가 멀리 보고 올까?

- 아니. 괜찮아.


괜찮은 것 같다. 영역에서 조금 멀어진만큼 안전이 최우선으로 해야할테지만, 그렇다고 너무 주의만 기울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 그래도 주위에 사냥할게 없는 것 같으니까 조금 길을 돌아가자.

- 응, 응. 안그래도 이 숲은 조금 꺼림칙해서...

- 틴? 뭔가 이 숲이 이상하기라도 한거야?


킨은 틴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실의 능력이 감각이라면, 틴의 능력은 관찰력이다.

아주 조금이라도 위화감이 있다면 틴은 그것을 결코 놓치지 않는다. 아버지의 표현을 빌리자면 신중함이 장점인 늑대였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숲과 가까운 물가에서 형제들끼리 사냥한 적이 있다.

통칭 검게라고 불리우는 몬스터였는데, 보통의 게와는 다르게. 그리고 이름에 걸맞게 검게의 손은 집게가 아닌 검의 형상을 띄고 있었다. 심지어 좌우로 손을 벌리면 독수리가 날개를 편 것처럼 거대해보인다.

그렇다고 해도 크게 위협적인 몬스터인건 아니다.

검이 날카롭다고 하지만 움직임은 한정되어있고, 껍질이 딱딱하다고 하지만 관절이 되는 부분을 잡아서 끊어버리면 더이상 저항하지 못하고 죽어버리고 만다.

그렇게 사냥한 게는 내장만을 골라서 먹는데, 그 맛이 상당한 별미다.


그런데 검게를 사냥할 땐 주의할 점이 있다.

검게는 공격을 받으면 게구멍에 숨어버린 후, 다른 구멍을 통해 나오며 기습을 한다는 점이다.

이때에 게가 나올 구멍을 잘못 잡으면 자칫하다간 기습을 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은 자신만만했던 모양이다.

실은 게가 내쉬는 호흡을 통해 그 냄새를 분간한 후, 게가 나올 구멍을 찾아내서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림의 끝에 검게는 검에 묻은 진흙을 털어내기 위해 잠시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그때였다.


- 실, 거기가 아냐! 바로 뒤!


검게가 나온건 위장이었다.

실이 검게를 잡아 관절을 꺾으려던 순간, 반대편 구멍에서 또 다른 검게가 나오며 실의 뒤를 찌르려고 했던 것이다.

두 마리의 연계를 미처 생각하지 못한 탓에 하마터면 다칠 뻔 했지만, 틴의 경고 덕분에 실은 다치지않고 검게를 무사히 사냥할 수 있었다.


사냥을 마치고 돌아오며 킨은 문득 궁금해졌다.

실은 냄새만으로 게가 나올 장소를 알아냈다지만, 틴은 어떻게 검게가 두 마리라는걸 알아챈거지?

그것을 묻자 틴이 당연하다는 듯이 답했다.


- 처음 실이 쫓던 검게랑은 무늬가 달랐잖아?


물론 게의 무늬는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그것을 기억해내고 분간해내는게 누가 가능하단 말인가.

소름이 돋을 정도의 기억력과 신중함이다.

그정도로, 틴은 아주 조금의 위화감이라도 있으면 그것이 서로 다름을 분간해내는 관찰력을 지니고 있었다.


지금 틴은 이 숲의 무엇이 꺼림칙한지를 바로 말하지 못했다.

그저 평소에 보던 숲과는 다르다는 것만을 인식한 모양이다.

하지만 틴의 경고는 실의 감각처럼 믿을만한 정보다.


가능한 최대한 서두르되, 주위에 주의를 기울이며 돌아갈 방향을 정해야 했다.

이런 순간에 의지를 한다면 단연코 핀이다.

핀은 킨과 시선이 마주한 것만으로 자신의 임무를 알아차린 모양이다.


- 알았어, 형.


뭐라고 지시를 내리지도 않았는데, 핀은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탓! 타타탓! 타탓!

핀은 주변의 나무를 타고 올라간 후, 주위를 살폈다.


- 북쪽으로 120 걸음. 벌레 열둘. 작은 동물 일곱. 그 외엔 없어.


본래 늑대는 시각이 좋지 않다.

다만 시야가 좋지 않다는건 어디까지나 먼 거리의 물체를 정확히 분간해내지 못한다는 의미일 뿐이다. 형체가 아니라 움직임만을 관측하는 것이라면 늑대는 500 m 너머의 움직임도 유추해낼 수 있다.

그것이 어디로 움직이는지,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를 확인하는 건 가능하다는 것이다. 늑대가 진심으로 사냥할 땐 무려 1 Km 너머 도망친 사냥감도 뒤쫓아 사냥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건 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핀에게는 시야에 더해 한 가지 특출난 재능이 있다.

바로 분석력이다.

핀은 상대의 움직임을 통해 그것의 크기는 물론이거니와 정체까지 분간해냈다.

실처럼 냄새를 맡지 않아도, 틴처럼 세심하게 보지 않아도 상대를 분간해내는 것이다.

심지어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이라도 그것의 정체를 유추해내는게 가능했다.

그것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또 어떤 형체를 하고 있는지를 움직임을 통해 분석해내는 것이다.


킨은 핀의 재능이 부러워서 핀의 사고를 한 번 따라해보려고 한 적이 있다.

어느 날, 멀리서 무언가가 땅 밑에서 들썩이는걸 보며 그것의 정체를 유추해본 적이 있다.


- 땅 속으로만 움직이고 있지? 그렇다면 아마 쥐의 일종이 아닐까? 아마도 지금은 먹이를 찾기 위해 땅을 파고 있는걸꺼야. 크기는 대략 두 걸음에 들어올 정도겠고. 아직 낮인데도 불구하고 저렇게 돌아다니는걸 보면 뱀파이어패릭일거야. 그렇지?


흡혈동물의 일종인 뱀파이어패릭의 고기는 먹을게 못되지만, 그 피는 건강식품이라 할 정도로 몸에 좋다. 게다가 약간의 각성효과도 있어서, 밤에 활동하려고 한다면 한 마리쯤은 미리 먹어두는게 좋은 편이다.

킨은 어때? 라고 물으며 핀에게서 정답을 확인받았다.


- 아냐, 형. 저건 식물이야. 아마도 일부러 요란하게 움직이면서 먹이를 사냥하려는 육식식물이겠지.

- 저게 식물이라고?


그건 절대 아니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식물이 저렇게 활발하게, 그리고 요란하게 움직일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움직일 수도 없는 법이다.

하지만 정답을 확인했을 때, 그리고 정체를 유추해내는 방법을 들었을 때, 킨은 핀의 분석력을 도저히 흉내낼 수 없다고 깨달았다.


- 봐. 주위에 낙엽이 가득 쌓여있었잖아. 그 밑으로 움직인다면 이것보다는 조금 더 크게 움직일테지. 그런데 양쪽으로 흔들리기만 했어. 밑으로 파고 들어가는 모양새가 아니었단거야. 그렇다는건 축이 아닌, 횡으로 무언가가 서로 붙잡고 당기고 있단거야. 줄다리기 하는 것처럼. 왜 그런지는 분명해. 작은 동물의 움직임을 흉내내고 있는거야. 게다가 잘 보면 낙엽 중에 색이 밝은게 있어. 다른 낙엽은 바람에 흔들리거나 아니면 움직이면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데, 색이 밝은 잎은 그 자리에서 횡으로만 움직일 뿐이고, 다른 장소로 움직이지 않아.


핀의 분석대로, 그건 유혹장미 두 개체가 넝쿨을 서로 묶어서 당기며 작은 동물을 유혹하는 행동이었다.


그정도면 포기할 수 밖에 없다.

솔직히 킨은 저 위에 쌓인게 낙엽인지, 아니면 부엽토인지도 분간해내지 못했다.

하지만 핀은 아주 작은 흔들림만으로도 저게 낙엽이 확실하다고 분간해냈고, 낙엽이 요란하게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며 흔들리는 힘보다 가려져 있는 것의 무게가 더욱 가벼움을 유추해냈다.

무게보다 더 큰 힘을 가지고 있다면 그건 분명 식물계의 일종이라는 정답까지 도출해낸 것이다.

완벽한 분석력이다.

자연의 어떤 수수께끼도 핀을 속이는건 불가능했다.

핀이라면 어떤 상황과 어떤 로직 앞에서도 결코 흔들림없이 자신의 주관에 따라 분석을 할 것이다.


- 가자.


킨이 앞서 걷자, 세 동생들도 곧장 따라왔다.

킨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세 동생들이 어째서 서로의 의견을 자신있게 내놓을 수 있는지를.

그만큼 킨의 실력을, 그리고 킨의 행동력을 의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으로부터 파생된 무리라지만, 킨의 실력은 특별하다고 할 정도로 특출나다.

그 실력을 믿었기 때문에 아버지도 형제들끼리 숲을 탐색하는걸 허락했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킨은 상대가 그 누구라도 겁내지 않는 용기를 가지고 있고, 무리를 지키기 위한 의지를 이제껏 행동으로 보여왔다.

그러니 설령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킨이 자신들의 앞에 걷는 이상, 두려움은 가질 필요가 없다고 믿고 있었다.

무리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절대적인 힘.

그건 단지 수치로 표현할 수 없는, 신앙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신뢰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9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늑대로 다시 태어난 SSS급 헌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 타란플라와 싸우다. +7 19.02.01 1,501 45 8쪽
» 탐색하다. +9 19.01.31 1,536 48 10쪽
13 무리의 장이 갖춰야 할 용기를 보이다. +12 19.01.30 1,631 53 12쪽
12 기술을 익히다. +15 19.01.29 1,677 51 12쪽
11 잠들다. +5 19.01.28 1,663 50 7쪽
10 져버리다. +11 19.01.27 1,729 49 10쪽
9 싸우다. +9 19.01.26 1,753 59 7쪽
8 외치다. +5 19.01.25 1,869 53 11쪽
7 전술을 짜다. +6 19.01.24 1,825 55 7쪽
6 슬라임을 사냥하다. +10 19.01.23 1,896 56 9쪽
5 아버지의 사냥을 보다. +9 19.01.22 1,970 53 9쪽
4 배우다. +4 19.01.22 2,258 61 9쪽
3 새로운 이름을 얻다. +6 19.01.22 2,154 62 8쪽
2 먹다. +6 19.01.22 2,281 60 7쪽
1 다시 태어나다. +11 19.01.22 2,937 51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