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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재단사님의 서재입니다.

극한직업 아이돌 헌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공기재단사
작품등록일 :
2024.02.17 19:25
최근연재일 :
2024.06.30 21:28
연재수 :
1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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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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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5
글자수 :
759,604

작성
24.03.04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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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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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3쪽

힐링 파티

DUMMY

다음날, 헌서는 학교에 등교했다.

터벅터벅 걷다 보니, 어느새 학교 앞이었다.

그런데, 평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엊그제 헌서와 온제의 댄스 퍼포먼스 덕분에 블랙 울프 팀이 우승하는 부분이 방송되었다. 퍼포먼스 동영상이 인터넷에서 유행을 타서 헌서의 유명세가 학교에도 퍼진 모양이었다.


“야, 이헌서다.”


멀리서 한 학생이 헌서를 보고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어디? 어디?”

“진짜네?”

“헌서 맞네.”


멀리서부터 같은 학교 학생들이 헌서를 알아보고 쳐다보았다.


“와, 아이돌 포스 쩐다.”

“걷는 것도 멋있어.”

“잘생겼어.”


헌서는 잘못 들었나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엥? 무슨 소리야?’


교문을 지나가던 학생들이 헌서를 보려고 발걸음을 멈추고 헌서가 지나가는 것을 고개를 돌려 쳐다보았다.


“우리 학교에 아이돌이 다닌다니.”


“그러게. 처음엔 기대 안 했는데, 무대 보니까 잘하던데?”


“유명해지기 전에 사인 받아놔야 하는 거 아냐?”


“같이 사진찍자고 하면 찍어 줄까?”


“네가 가서 말 걸어봐.”


블랙 울프 공연 하나가 방송되었을 뿐인데, 이렇게 주변의 반응이 달라지다니 신기했다.


교실에 들어가자, 친구들이 일제히 헌서를 주목했다.


“야, 헌서다!”

“헌서 왔다!”


마치 다른 사람처럼 쳐다보는 친구들의 표정에 헌서는 어안이 벙벙했다.


“너 잘 하더라? 언제 그렇게 춤을 췄어?”

“너 얼굴도 잘생겨진 것 같아.”


네가 무슨 아이돌이냐며 농담하지 말라던 친구들이 이제는 멋있다며 야단이었다. 여학생들도 얼굴이 발그레해져서 입을 가리고 헌서의 눈을 똑바로 못 쳐다보았다.


“네가 아이돌이 되려고 그동안 열심히 춤 연습한 줄 몰랐어.”

“춤연습 하느라 피곤해서 맨날 그렇게 엎드려 잤구나?”

“학교에서는 왜 한 번도 말 안 했어?”


친구들은 헌서에게 파이팅하라며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


“열심히 해서 꼭 데뷔 해.”

“그래. 네 꿈을 이뤄야지.”

“나도 너한테 투표할게.”

“데뷔조에 꼭 들어.”


친구들의 말에 헌서는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고마워. 열심히 할게.”


대답하면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내가 데뷔할 수 있을까?’


수업을 마친 후에는 X엔터테인먼트에 레슨을 받으러 갔다.


“야, 헌서야. 너 잘하더라? 엄청 빨리 느네. 타고 났어.”


댄스 선생님은 블랙 울프 무대를 보고 잘했다며 칭찬했다.


“이제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해서, 그루브를 좀 타 봐.”


박자대로 동작만 따라서 하면 체조하는 것처럼 밋밋해 보인다며, 멋지게 예술적으로 보이려면 동작에 감정을 담는 방법을 연구하라고 했다.


“동작에 감정을 담으라고요? 어떻게요?”


“그건 말로 설명하기보다 느껴야지.”


헌서도 이제는 춤 영상을 보면 나름대로 어떤 사람이 춤을 잘 추는지 느껴졌다. 하지만, 자신이 춤을 어떻게 추어야 그런 느낌이 나오게 만들지는 몰랐다.


연습하다보니 벌써 한밤중이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집으로 오면서 헌서는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헌터를 그만둘 생각은 없지만, 아이돌의 꿈도 계속 이어가고 싶었다. 마지막 라운드까지 가지 못하고 탈락하면 아쉬움이 남을 것 같았다.


방송이 진행되면서 놀이공원 시청자들 사이에서 헌서에 대한 평판도 바뀌었다. 블랙 울프 공연 영상이 방송된 것이 전환점이었다.


헌서가 블랙 울프에서 인상적인 랩과 아크로바틱 퍼포먼스를 보여주자, SNS에는 헌서를 배척하자는 목소리 보다는 좀 더 지켜보자는 목소리가 더 커졌다.


[헌서 잘 하던데? 1라운드 통과 자격은 충분하던걸?]

[헌서가 나름대로 특장점은 있는 것 같은데, 좀 더 보고 판단해야 하지 않을까?]

[메기가 들어오고 나서 재미있어진 건 사실이야. 헌서 실력이 얼마나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스타성 하나는 확실해.]

[데뷔조에 드는 건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달린 거지. 늦게 들어와서 팬이 적은데도 투표를 많이 받으면 그건 그거대로 인정해야지.]


퍼포먼스로 실력을 보여주어 1위라는 결과를 만들어 내자, 헌서가 메기로 투입될 자격이 없다는 소리는 쑥 들어갔다.


뿐만아니라, 헌서의 등장에 재미있어하고 헌서의 퍼포먼스에 깊은 인상을 받아서 팬이 된 사람도 생겨났다.

인터넷과 SNS에는 헌서에 대한 칭찬과 계속 더 보고 싶다는 의견이 줄을 이었다.


[다음 라운드에서 헌서한테 투표할까봐. 매력있어.]

[능숙하지는 않은데, 묘하게 신선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 되어서, 아마 나도 헌서한테 투표할 거 같아.]


팬이 생기자, 헌서는 신기하고 기분이 좋았다. 그의 퍼포먼스를 보고 행복해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게 기쁘면서, 동시에 더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껴졌다.


헌서가 X엔터에서 연습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데, 놀이공원 제작진에게서 문자가 왔다.


[

토요일에 힐링파티 촬영이 있습니다.

10시까지 00동 00카페 루프탑으로 오세요.

]


‘힐링파티?’


참가자들끼리 교류하고 친목을 다지고 노는 모습을 촬영하는 쉬어가는 코너였다.


‘잘됐네. 이상한 사람이 있는지 살펴봐야겠다.’


평소에는 연습하느라 바빠서 룸메이트나 같은 조원이 아니면 대화하기 힘든데, 힐링파티에서는 자연스럽게 이 사람 저 사람과 대화하며 몬스터가 숨어있는지 탐색할 수 있다.


다음날, 헌서는 촬영이 있는 00카페로 갔다. 옥상의 루프탑 카페에서 서울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한쪽에는 북한산이 보였고, 반대쪽에는 한옥마을이 내려다보였다.


“와, 경치 끝내주네.”


빨간 파라솔 아래로 시원한 바람이 불고, 따듯한 햇빛이 내리쬐었다. 부드러운 소파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노라니, 어딘가에서 고소한 냄새가 풍겼다.


“맛있는 냄새가 나.”


디영이가 두리번거리며 눈빛을 반짝였다.


군침을 흘리는 참가자들의 앞에 고급 스페인 요리가 놓였다.

올리브향이 가득한 새우 마늘 감바스, 닭육수 빠에야, 연어 홍합 카나페, 가지와 고추 튀김, 하몽을 얹은 멜론 등.


학교와 학원만 왔다 갔다 하다, 그늘 밑에 푹신한 소파에 앉아서 이국적인 스페인 요리를 먹고 레모네이드를 마시니 천국에 온 것 같았다.


‘이런 세상이 있구나.’


아이돌 놀이공원에 참가한 이후에 처음으로 뭔가 물질적인 보상을 받은 기분이었다. 압박감 속에서 미친 듯이 연습만 하고 몬스터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가, 마음 편하게 먹고 마시고 노니 기분이 좋았다.


“놀기만 할 것 같지 않은데.”


온제가 무알콜 샴페인을 홀짝거리며 MC와 심사위원들이 앉아있는 테이블을 흘깃 바라보았다.

MC와 심사위원들까지 왔다는 건 뭔가 비밀스러운 평가가 있다는 뜻이었다.


한참 먹고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MC가 일어나서 말했다.


“오늘 파티에는 점수와 상관없는 특별 코너가 마련되어있습니다.”


참가자들은 이럴 줄 알았다는 듯이 아우성을 쳤다.


“어휴, 그러면 그렇지.”

“역시 뭔가 있었어.”


MC는 특별코너가 무엇인지 공개했다.


“바로 프리스타일 배틀입니다!”


얼마 후 이어질 4라운드에서 공연할 순서의 선택권을 걸고, 청팀과 백팀이 프리스타일 댄스와 랩 배틀을 한다고 했다.


편의상 3라운드 때의 팀으로 나눠서 하지만, 배틀을 이긴 사람에게 순서 선택권을 주는 개인전이라 아무나 하고 싶은 사람이 나와서 하면 된다고 했다.


“프리스타일이면 평소 실력 나오겠네.”


팀 경연 프로그램에서는 보여줄 수 없는 자신의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다.


음악이 흘러나오자, 춤에 자신 있는 참가자들이 무대에 올라가서 춤을 추었다.


“형, 빨리 와! 청팀이 선공을 시작했어! 우리도 반격해야지!”


흥분한 디영이 팔짝팔짝 뛰면서 헌서의 팔을 잡아끌었다.


‘프리스타일 배틀이라고?’


프리스타일 배틀은 경연 배틀과는 또 다른 묘미가 있었다.

미리 연습한 대로 하는 게 아니라, 즉석에서 서로 주고받는 유쾌한 도전과 순발력 있는 응전에 시선을 돌릴 틈이 없었다.


‘재미있는데?’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스포츠 경기처럼 의외성이 있었다.

헌서도 뜨거운 분위기에 덩달아 흥이 났다.


온제는 프리스타일 댄스도 으뜸이었다. 자신의 모자를 손가락으로 빙글빙글 돌리다가 엉덩이에 걸치고 청팀에게 실룩거리며 도발했다.


“아, 약올라. 온제 좀 누가 말려줘.”

“도발, 도발!”


참가자들은 온제의 재치넘치는 프리스타일에 환호했다.

온제는 발에 스프링이 달린 것처럼 가볍게 청팀의 앞을 뛰어다니며 장난치듯이 웃긴 모양으로 프리즈를 했다.

마치 ‘내 프리즈 봐라. 너네 이런 거 할 수 있어?’하고 자랑하는 듯했다.


온제에게 대항하기 위해서 청팀의 댄서들이 나왔지만, 온제에게는 역부족이었다. 누가 나와도 온제는 그들의 스타일을 파악하고 역공해서 더 큰 환호를 받았다.


“프리스타일 댄스는 백팀 온제의 승리!”


“와아!”


팀과 상관없이 온제가 본인에게 유리한 순서 선택권을 따낸 거지만, 배틀에서 이긴 백팀은 기뻐하며 사기가 올랐다.


반면에 패배를 맛 본 청팀은 눈빛이 달라졌다. 순서 선택권보다도 자존심과 기싸움이 걸린 문제였다. 다음에 할 랩 배틀은 꼭 이기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랩은 이기자. 3라운드에서도 랩은 우리가 이겼잖아.


청팀의 팀장인 도웅이가 치코에게 말하자, 디영이 집게손가락을 세워서 좌우로 흔들며 말했다.


”노, 노, 우리 팀에는 윌비 형이 있는데 되겠어요?“


그러자, 도웅이 한쪽 눈을 찡그리며 빈정거렸다.


”솔직히 백팀은 잘난 멤버 한두 명이 끌고가는 팀이잖아. 온제 아니면 춤 잘 추는 멤버 누가 있어? 윌비 아니면 랩 잘하는 멤버 누가 있어? 없잖아.“


그러자, 치코도 나서서 거들었다.


”나머지 멤버는 잘하는 것도 없고 존재감도 없어.“


그러더니 헌서를 가리켰다.


“얼마나 랩에 자신이 없으면, 프로필에 래퍼로 써놓고 3라운드에서 보컬 조로 도망갔겠어?”


청팀이 헌서를 비웃자, 디영은 기죽지 않고 헌서의 편을 들며 맞받아쳤다.


“헌서 형은 당연히 랩 잘하죠. 그런데 보컬 실력도 좋으니까 팀의 승리를 위해서 보컬 조에 갔죠.”


그러나 도웅은 디영은 상대하지 않고 계속 헌서를 물고 늘어졌다.


“헌서, 너 프로필에 래퍼라며? 춤추고 노래만 하고, 정작 랩은 안 보여줘?”


도웅은 참가자 가운데 랩으로 가장 강력한 멤버인 윌비 대신 그보다 약하다고 판단되는 헌서를 랩 배틀에 끌어내려고 하고 있었다.


“보여줘!”

“보여줘!”


청팀 멤버들도 도웅에게 합세해서 헌서에게 나오라고 소리쳤다.


‘나더러 랩 배틀을 하라고?’


헌서는 당황스러웠다.

인터넷에서 랩 배틀 장면을 본 적은 있지만, 랩 배틀을 해본 적은 없었다.


그런 헌서의 사정을 아는 것처럼 치코가 도웅에게 말했다.


“저런 초보가 무슨 프리스타일 배틀이야? 가사 외우기도 급급할 텐데.”


도웅에게 말했지만, 헌서에게 들으라고 한 말이 분명했다.

연습한 퍼포먼스를 하는 것과, 즉흥적인 프리스타일은 완전히 다르다. 프리스타일은 평소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수 있다.


사실 헌서는 프리스타일도 아예 자신이 없지는 않았다. 믿는 구석이 있었다. 랩 선생님이 가사를 많이 써보고 언제든 프리스타일을 할 수 있게 몇 개는 외워두라고 해서 연습하고 준비한 건 있었다. 좋아진 기억력 덕분에 써 놓은 것도 다 외우고 있었다.


‘하라면 할 수는 있는데...’


배틀의 관건은 랩이 플로우를 타는 것과 상대의 기세를 꺾을 수 있느냐였다.


헌서를 불러낸 치코는 몇 년간 랩을 해온 래퍼였다.

금수저에 대형 기획사 출신이라 그런지, 부티가 나고 플렉스한 기운이 넘쳤다.

부유함과 권력을 누리면서 자란 거만함과 자신감이 그의 온 몸에 배어있었다.

배틀 경험이 많아서 어떤 돌발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을 터. 그에 비하면 헌서는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들어와,”


치코는 손을 까딱까딱하며 헌서를 무대로 불러들였다.


“어서 덤벼.”


그는 윌비에게는 상대가 안 되지만, 헌서라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여겼다.


치코의 비릿한 웃음을 보는 순간, 헌서의 몸 속에 알 수 없는 힘이 불끈 솟았다. 주먹 싸움이 아닌데도, 마치 전투에 나선 것처럼 헌터의 본능이 발동했다.


‘헌터는 누구에게도 질 수 없다.’


이겨야 한다는 승부욕이 솟구쳐서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었다.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상대가 누구던, 기에 눌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헌서가 일어나자, 주위에서 ‘오오’하고 재미있어하며 박수쳤다.


“정말 치코랑 붙는다고?”

“헌서 랩 잘해? 얼마나 했지?”

“몰라. 아는 사람 없어.”


헌서는 치코가 서 있는 무대로 걸어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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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직업 아이돌 헌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힐링 파티 24.03.04 285 9 13쪽
16 보컬 조 평가 24.03.03 307 9 12쪽
15 3라운드 바이킹 24.03.02 309 8 13쪽
14 세탁실의 습격 24.03.01 301 8 12쪽
13 보컬 연습 24.02.29 312 6 12쪽
12 조 편성 24.02.28 331 8 12쪽
11 팀 배틀 +1 24.02.27 353 9 12쪽
10 첫 무대 24.02.26 362 9 12쪽
9 2라운드 회전목마 24.02.25 360 8 12쪽
8 댄스 브레이크 24.02.24 380 7 12쪽
7 중간점검 24.02.23 393 9 13쪽
6 합숙 24.02.22 424 9 12쪽
5 인터뷰 24.02.21 445 10 13쪽
4 대결 24.02.20 472 11 12쪽
3 파트 분배 24.02.19 532 9 12쪽
2 조장 선출 24.02.18 764 8 13쪽
1 메기 출연자 24.02.18 1,636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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